조선변호사, 약자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국가를 제소하다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지음 정명섭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6년 1월 29일 | ISBN 9788956609430

사양 변형판 150x210 · 280쪽 | 가격 12,0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완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책소개

조선변호사, 약자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국가를 제소하다!

한국 팩션의 기대주 정명섭 신작 장편소설 출간

 

해박한 역사 지식과 유쾌한 필치로 다양한 역사추리소설과 역사 인문서를 써온 정명섭 작가의 신작 장편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이 출간되었다. 장장 330년 동안 이어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긴 소송이자 조선의 대표적인 농민항쟁으로 기록된 ‘하의도 토지반환소송’을 모티프로 한 이번 작품은 18세기 영조 때를 배경으로 조선 변호사 외지부(外知部)의 활약상을 그리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정명공주에게 복속된 왕실의 하의도 토지 수탈과 억압에 반대해 왕실을 제소할 목적으로 한양에 올라온 하의도 주민들과 그들의 소송을 맡게 된 몰락한 외지부 주찬학, 소송의 피고가 된 홍씨 일가의 서자 홍신찬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장면 장면마다 영화적 구성과 강렬한 흡인력으로 무장한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은 국가의 폭압과 폭정에 반기를 든 백성들의 투지를 보여주며, 조선 시대의 법정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완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눈 딱 감고 모른 척해. 왕실을 무슨 수로 이겨?”

“두고보게. 아주 폭풍이 몰아칠 테니.”

 

한때 한양에서 가장 잘나가는 외지부였다가 몰락해 선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주찬학에게 어느 날 전라도의 외딴섬 하의도 주민 윤민수와 두 사내가 찾아온다. 백 년 전 정명공주와 혼인한 풍천 홍씨 집안의 토지수탈과 억압이 극에 달해 왕실을 제소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 이에 주찬학은 왕실과 겨룬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내 얘기가 농담 같아? 풍천 홍씨 집안은 지금 대제학 홍유한을 비롯해서 조정에 출사한 관리가 열 명이 넘어. 그런 상황에서 소지를 들이민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은가? 거기다 지난번 정소했던 문제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아예 싹을 잘라버리려고 할 거란 말이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시죠? 지금 하의삼도 사람들이 딱 그 꼴이에요. 매일 마름들의 행패에 시달리고, 바쳐야 할 세금은 날로 늘어나요. 거기다 사람 취급 못 받고 개돼지 취급을 받으면서 글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 우리들은 땅을 찾을 때까지는 절대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주찬학은 내심 이번 소송을 기회로 재기에 성공해 ‘한양 최고의 외지부’라는 왕년의 명성을 되찾고 싶은 욕망도 슬그머니 꿈틀거리지만 섣불리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랏법을 모른다고 무시하고 소지(소장)를 접수조차 해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며 이대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할 위기에 처한 하의도 주민들을 본 주찬학은 결국 마음을 바꿔 소송 대리인이 되기로 한다. 홍씨 집안에서 뎨김(피고의 출두를 명하는 문서)을 무시하자 주찬학은 바깥에 거주하는 노비를 시켜 뎨김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소송이 시작되자 풍천 홍씨 집안에서는 온갖 훼방을 놓는다. 하지만 찬학은 번번이 그들의 방해를 뿌리치고 재판을 진행한다. 홍씨 집안의 수장인 대제학 홍유한은 야심차고 똑똑하지만 서자인 홍신찬에게 재판의 책임을 맡긴다.

소송의 요지는 이렇다. 백 년 전 홍씨 집안이 정명공주와 혼인하면서 하사받은 하의도 땅이 이십 결인지 아니면 섬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또 하의도 주민들이 수탈을 피해 스스로 개간한 토지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거두는 일이 정당한지에 대해 겨뤄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 땅의 소유권이 4대째로 끝나는 무토사패지인지 아니면 영구히 지속되는 유토사패지인지도 논의의 대상이다. 문제는 이미 백 년 전의 일이라서 당시 일을 기억하는 생존자가 없고, 관련서류들은 칠 년 전 올라왔던 주민들이 그것을 소지한 채 귀양을 가면서 분실되고 말았다. 주찬학은 하의도 주민들이 스스로 개간한 토지는 왕이 하사한 땅이 아니므로 세금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맞서 홍신찬은 백 년 전 저술된 <속대전>의 규정을 언급하면서 옛일을 지금의 법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개간지 역시 왕이 직접 하사한 땅의 일부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송사를 맡은 한성부는 상급기관인 사헌부로 판결을 넘기는데…… 왕실 가문의 절대권력에 맞서기로 한 주찬학과 하의도 주민들은 과연 이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철저한 고증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역사적 진실

전남 신안군 하의면에 속한 작은 섬 하의도(荷衣島).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며 물 위에 뜬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닮아 ‘연꽃섬’이라 불리지만,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삼백여 년 간 지속된 토지반환운동에서 승리한 한국농민운동사의 기념비적인 땅이기도 하다. 사건은 민가에 시집 간 선조의 딸 정명공주로부터 비롯됐다. 하의도 주민들은 임금이 맘대로 공주의 집안에 넘겨버린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삼백여 년을 싸웠다. 계속되는 수탈을 피하기 위해 땅을 개간하기도 했지만 국가와 정명공주의 시댁인 홍씨 집안은 양쪽에 이중으로 세금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일토양세(一土兩稅)였다. 수탈이 극에 달하니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새로 개간한 땅마저 빼앗긴 주민들은 다시 땅을 되찾기 위해 대를 이어가며 싸웠다. 하지만 권세를 지닌 홍씨 가문에 번번이 패했다. 하의도 주민들은 조세 납부 거부와 각종 소송, 농민조합운동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투쟁했다. 그러다 해방 후 국회의 유상반환 결정을 얻어내 1956년에야 비로소 농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물경 330여 년 만의 일이었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농민항쟁의 쾌거였다.

작가는 몇 년 전 역사실학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연구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들 속에서 하의도 소송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후 조선왕조실록과 여러 연구 자료를 탐독하며 서사의 얼개를 갖춰나갔다.

“나는 그런 역사를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런 역사가 존재하리라는 것조차 생각해보지 못했다. 소설은 사실과 허구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내가 하의삼도의 토지 소송이라는 현실에 조선시대 법률 대리인 외지부 이야기를 결합시켰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전자를 허구로 보았다. 수백 년간의 소송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실제라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은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하의도에서 올라온 섬주민들이 한양 물정이나 소송절차에 대해 잘 알았을 것 같지 않다. 분명 그들을 대신해 어떤 정의롭고 실력 있는 외지부가 소송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게 누구였고, 조선시대의 소송은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조선 시대 소송 절차에 대한 철저한 사료 고증, 기발한 상상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쓰인 생생한 서사의 힘이 느껴지는 《조선변호사 소송사건》, 수백 년 전 그 투쟁의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목차

1. 바다 너머에서 온 사람들

2. 법정의 문턱을 넘어

3. 새로운 상대가 나타나다

4. 어둠이 찾아오다

5. 외지부의 비밀

참고문헌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정명섭 지음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백화점 경리 직원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었고, 글을 쓰게 되었다. 추리소설부터 역사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2006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 《적패》(전2권)를 시작으로 밀리터리 스릴러 《케이든 선》,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 《폐쇄구역 서울》, 청소년 역사소설 《쓰시마에서 온 소녀》,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의 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소설 《바실라》를 발표했다. 역사교양서로 《암살로 읽는 한국사》 《조선직업실록》 《조선의 명탐정들》 《조선전쟁 생중계》 《고려전쟁 생중계》 《스승을 죽인 제자》 등을 썼다. 2013년 중편소설 <기억, 직지>로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미스터리 작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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