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0.05-06
*바이러스와 백신, 침입과 분투의 순간을 기록한다. review 키워드 ‘백신’.
*커버스토리 김미월 “그동안 제가 조금 변했나봐요. 인물들을 죄책감 앞에서 맥없이 손놓고 있게 하기보다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게 만드는 쪽으로.”
*비유로서의 질병 히스테리아, 히치콕의 <새>를 읽는 지금 우리의 시선. 영화와 소설을 가로지르는 황인찬 이종산의 cross.
“아이가 있으면 당연히 아이가 없을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살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든가,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든가 하는 변화가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까지 덩달아 변화하는가, 그건 다른 문제 같아요. 그리고 아이 없이 사는 사람은 물론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결코 경험할 수 없겠지만, 마찬가지로 아이와 사는 사람은 아이 없이 고요하게 나이 들어가는 이의 삶을 결코 경험할 수 없잖아요. 공평한 거지요. 어느 쪽 삶이 더 나은지, 어느 쪽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쓰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거예요.”
―김미월, 「cover story」 중에서
30호의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붙들고 현실의 결을 살피는 소설가 김미월이다. ‘세상 눈물의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는 그는 부지런히 현실의 공간을, 사람의 마음을 살피며 소설을 만들어왔다. 그 시간들에 대한 그의 소회가 이번 인터뷰에 담겼다. 세상을 감각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존중하면서 부끄러움의 순간을 잊지 않으려 쓰이고 있는 그의 글처럼, 따듯하고도 적확한, 반듯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그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30호의 인터뷰는 소설가 손보미가 진행해주었다. 여성 소설가에게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권장되었던 여러 현실에 대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여성 소설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속도와 위치로 소설 쓰는 일을 말하는 담담한 목소리는 담백하고 강렬하다. 수많은 ‘오늘의 명언’을 탄생시킨 두 소설가의 대화에서 독자여러분들도 소설 쓰는 마음을 함께 가늠해 주시기를 바란다.
● intro * review * colors
30호의 키워드는 ‘백신vaccine’이다. 어느 때보다 비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 비일상 에서 일상으로 혹은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운동하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문학 속에서 그 계기를 찾아보고자 한다. intro에서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마스크 너머 ‘목소리’에 의문을 던진다. 영화에서 동시녹음을 통한 목소리의 구현이 어떤 의미인지를 지적하면서, 그는 문학에서는 병에 맞서는 ‘몸’이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질문한다. 이에 화답하듯 review에서는 백신을 주제로 선택된 다섯 편의 리뷰가 실린다. 다섯 명의 필자 김성중 류재화 김보경 정지돈 보배는 바이러스와 백신, 침투와 투쟁의 자리에 놓인 몸에 대해 리뷰한다. colors에서는 이 시대가 함께 읽는 고전,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이 읽는다. 은유로서의 ‘페스트’가 현실의 질병과 공명하는 것을 살피는 일은, 문학이 은유로서도 그리고 은유를 벗은 실재로서도 삶과 공명함을 살피는 일이 될 것이다.
● key-word * cross
여성서사, 고딕-스릴러를 테마로 단편소설을 릴레이 수록하고 있는 key-word에는 소설가 임솔아의 글이 실린다. 여성 주지 효정이 꾸려가는 사찰 하은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히스테리아’의 징후를 떠올리게 하며 변주된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를 문학과 함께 읽은 cross에서도 여성의 히스테리아가 쟁점으로 제시된다. 소설가 이종산은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는 제목을 통해 ‘과민함’으로 치부되어 온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화한다. 특히 원작소설 「새」와 히치콕의 영화 <새>를 비교하며 매체에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해 시사할 만한 지점을 제공한다. 시인 황인찬 역시 『나사의 회전』, 『날개 환상통』,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함께 <새>를 읽어내며 여성의 히스테리를 다루는 예술의 양식을 다룬다. 그 변화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날카롭고 섬세하다. 현실을 가로질러 질병의 은유를 재독해하는 작업에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보기를 바란다.
● monotype * hyper-essay
이후의 삶, 남아 있는 삶에 주목하는 글들도 함께 실린다. monotype에서는 셰프이자 칼럼니스트인 박준우가 삶의 순간 뒤에 남아 있는 것들을 다룬다. 술자리 이후에 남는 더부룩한 아침, 늦잠 이후에 남는 동거인이 없는 빈공간, 생활 뒤에 남는 버려야 할 것들을 생활감 있는 언어로 담았다. hyper-essay에는 소설가 강희영의 암스테르담 체류기가 이어진다. 코로나19로 변화된 그의 삶의 궤적은 입국을 거부당하고 표류하는 씨와치호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그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biography * insite * photocopies
문학의 안과 밖을, 이미지와 텍스트를, 도약을 통해 연결 지으려는 시도도 풍성하다. 이번 biography에서는 소설로 독자들을 만난 시인 신해욱과 장혜령의 에세이가 실렸다. 『해몽전파사』와 『진주』의 장면과 현실의 조각들이 서로 배반하거나 어긋나면서 이어지는 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불현듯 선명해지는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인 최현우가 보내준 시와 산문은 사진과 어우러져 photocopies에 실렸다. 독자들은 그와 함께 5월의 천변을 걸으며 그가 시집을 내려놓았던 자리에 각자의 마음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생물과 무생물을 이미지 연결고리에 따라 배열한 사진작가 양홍규의 연작이 실렸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상관관계 속에 있는 무형의 텍스트들이 독자의 해석을 기다린다.
● short story * novel
short story에는 소설가 황현진 고진권의 소설이 실렸다. ‘우리 더 이상 남겨지는 방식으로 살지 말자’고 말하는 황현진의 소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재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진권의 소설이 서로 다른 파장을 가지고 함께 수록된다. novel에서는 소설가 백가흠의 아콰마린 2화가 연재된다. 청계천에서 잘린 손목이 발견되고 사건은 주인공을 향해 촘촘하게 겨누어진다. 놓칠 수 없는 긴장감 속에 벌어지는 사건을 여러분들이 함께 따라와주길 바란다.
◆ 30호 차례
intro
정성일 도덕의 문제・002
review
김성중 옥타비아 버틀러 「저녁과 아침과 밤」・018
류재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022
김보경 조지 엘리엇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2』 ・028
정지돈 발레리아 루이셀리 『무중력의 사람들』 ・032
보배 니나 라쿠르 『우린 괜찮아』・036
cover story
김미월+손보미 잡담의 시간,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040
biography
신해욱 도서출판 꿒은숨・080
장혜령 이름이 이르지 못하는 곳・086
key-word
임솔아 단영・096
photocopies
최현우+김서해 민들레가 떠돌고 ・110
천변에서 ・112
insite
양홍규 RELATIONS・114
cross – 영화 〈새〉
이종산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히치콕의 <새>에서 여성의 육체가 성적으로 소비되는 방식에 대하여・126
황인찬 수퍼내추럴―히스테리아・132
colors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손정수 ‘페스트’라는 알레고리의 리얼리티・142
김종옥 인간이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146
monotype
박준우 거기에 남기는 것들・152
hyper-essay
강희영 이리로 오네요・140
short story
황현진 내가 원했나봅니다・168
고진권 처박힌 아우디・186
novel
백가흠 아콰마린Aquamarine(2회)・202
outro
강화길・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