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운

문경민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9월 7일 | ISBN 9791167372093

사양 변형판 135x205 · 344쪽 | 가격 15,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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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선, 사라진 장부를 찾아야 한다
타운하우스 부지를 둘러싼 파멸의 누아르

“짧은 기간 거대한 부를 쌓아올린,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의 병폐를 작심한 듯 들추어낸다.”_정영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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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문경민이 이번엔 완전히 다른 장르의 소설로 독자들을 만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땅을 사들여 자신만의 왕국 ‘화이트 타운’을 건설하려는 남자. 그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여자.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끔찍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두 청년. ‘토지불로소득’을 소재로 한 그의 신작 장편소설 《화이트 타운》은 대부분의 자산과 힘이 땅과 건물로 귀결되는 현 세태를 비틀며 곪아버린 우리 사회의 폐부를 정확히 찌른다.

부동산(不動産)은 현대 사회,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사회의 민낯과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산 형태다.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거와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잔인하고 냉정한 형태의 재산이 되기도 한다. 문경민은 《화이트 타운》의 무게 중심을 그러한 ‘토지’에 부여함으로써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닥치는 대로 쓸어 모은 막대한 양의 땅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 ‘건물’로 치환되고, 그것이 곧 ‘사회 권력’이 되는 현실을 사회파 범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이러한 토지불로소득의 폐단을 단순히 누아르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파트 재개발’과 ‘특수학교 건립’ 등의 사회적 문제를 녹여내 이 모든 병통의 발화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왜 인간은 땅에 집착하는가. 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일순간 눈감아버리기를 택하는가.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잔인한 현실을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하는가.

“땅은 돈보다 귀하다고, 사람보다 믿을 만한 것이 땅이라고, 사실상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땅뿐이라고.”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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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속에서 태어나 범죄를 조장하는 범죄 사회
결코 멈춰지지 않는 무한대의 시간 위를 달리는 사람들

화약관리사 장걸은 지하철 암반 발파 작업을 하던 중 경찰로부터 어머니 중선의 부음을 듣는다. 사인은 자살. 어머니와 의절한 채 십수 년을 살아온 장걸은 어머니의 자살 소식에 마음이 돌연 복잡하다. 어머니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자살까지 몰아간 걸까. 하지만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장걸은 이내 어머니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유산으로 집을 남겨주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원망으로만 가득했던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 뿐이다. 술만 마시면 손찌검과 폭언을 해대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해준 부모의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걸의 삶은 어머니의 빈소를 찾은 국회의원 강정혜를 만나면서부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강정혜는 불쑥 장걸에게 어머니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은 없느냐고 묻고, 장걸은 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지낸 지 오래되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지만 계속 찜찜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 어머니와 깊은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는 자영과 발달장애를 가진 그녀의 동생 준호를 마주친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차갑고 냉랭하기만 했던 어머니가 자영과 준호, 그리고 강정혜에게는 다정하고 강단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기분이 별로인 건 장걸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어머니를 다시 마주하는 것 같았다. 강정혜와 자영의 대화에서 어머니는 곽 회장님, 곽중선 회장님 같은 호칭으로 불렸다. 자영은 어머니의 부재를 서러워했다. 강정혜는 함께 토론회를 준비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아쉬워했다. 어머니에 관해 아무런 할 말이 없는 건 장걸뿐이었다. _본문에서

장걸의 어머니인 중선은 국세청 직원이던 시절부터 임창현의 차명 재산을 관리해주고 있었다. 낮에는 국세청에서, 밤에는 창현의 사무실에서 일했다. 말 그대로 검은 장부였다. 중선은 창현을 끔찍이도 싫어했지만, 어린 시절 잡힌 약점 때문에 도망칠 방법도 없었다. 중선이 창현을 피해 달아나면 창현은 그곳이 지옥 끝이더라도 끝끝내 중선을 찾아낼 인간이었다. 창현은 그래서 중선을 믿었다. 중선이란 사람을 믿은 게 아니라 자신이 잡고 있는 중선의 약점을 믿었다. 그런 중선이 어느 날 스스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져버렸다. 캐비닛에 잘 보관되어 있던 창현의 차명 재산 장부들도 감쪽같이 사라진 채였다. 설상가상 창현은 우청식으로부터 토지 지목 변경에 대한 대가로 국회의원 강정혜를 위협해 토지 개혁을 막으라는 지시를 받는다. 타운하우스를 지어 자신만의 왕국 ‘화이트 타운’을 세우고 싶었던 창현의 큰 그림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거기 지목 변경 필요하시죠? 그쪽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절차가 까다로워요. 아무래도 임 대표님 욕심보다는 환경이 더 중요하니까요. 웬만한 환경영향 평가보고서로는 통과가 어려울걸요?” 임창현은 목울대가 움직이도록 침을 삼켰다. 우청식이 지목 변경을 신경 써서 막으려 든다면 타운하우스 공사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 내년이면 이룡산 타운하우스 부지의 지목을 변경하고 공사에 돌입해야 했다. 내후년에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게 될 터였다. 돈이 바쁘게 돌아야 하는 이 시기에 중선이 죽었고 장부가 없어졌다. _본문에서

중선이 죽은 뒤 그 뒤를 이어 다산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된 자영은 본격적으로 특수학교 건립을 추진한다. 자영은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 준호를 위해서라도 아파트 맞은편 폐교 부지에 특수학교 건립 허가를 받아내야 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자영은 지금껏 세워온 계획을 실행시켜 다산아파트 실세인 창현을 강하게 압박한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장걸은 자신을 포섭하려는 창현을 무시한 채 자영과 준호, 그리고 강정혜 의원을 돕기 시작한다. 과연 자영은 창현을 무너뜨리고 특수학교 건립 허가를 받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장걸은, 석연치 않은 어머니의 자살에 숨겨진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까.

곽 회장님은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내 복수는 내가 죽는 걸로 시작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죽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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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건물이 되고, 건물이 곧 권력이 된다
현 시대를 있는 그대로 투영한 ‘사회파 범죄 소설’

문학평론가 정영훈은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이 지적한 것처럼, 부르주아 사회가 범죄 속에서 태어나 범죄를 조장하며 범죄를 끌어들이는 범죄 사회라면 이를 가장 잘 반영해주는 문학 장르는 단연 범죄 소설일 것”이라고 정의하며 《화이트 타운》은 “그 판단이 옳음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머물러 있는 현금은 불어나지 않지만 머물러 있는 땅과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은 그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부는 더욱 큰 부를, 가난은 더욱 극심한 가난을 불러오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폐단을 토지 개혁으로써 끊어내고자 하는 정치인의 등장, 법안 통과를 막고자 하는 인물들의 무력(武力)과 폭력성,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들, 이를 무릅쓰고 가족을 위해 반드시 특수학교 건립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 등이 서사에 힘을 더한다. 땅이 건물이 되고 건물이 곧 권력이 되는 사회. 현 시대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사회파 범죄 소설 속 “강렬한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 추천의 말

땅을 늘려가며 그 위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려는 사내와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치밀하게 계획해온 일을 마침내 실행시키려는 여인. 자폐인 동생을 돌보며 삶의 환경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라는 누나와 그들을 통해 자신의 결핍이 메워지기를 기대하는 젊은 남자. 그리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뛰어든 정치인과 그를 제거하려는 세력. 《화이트 타운》은 이들이 어우러지고 충돌하는 이야기를 통해 짧은 기간 거대한 부를 쌓아올린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의 병폐를 작심한 듯 들추어낸다.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이 지적한 것처럼, 부르주아 사회가 범죄 속에서 태어나 범죄를 조장하며 범죄를 끌어들이는 범죄 사회라면 이를 가장 잘 반영해주는 문학 장르는 단연 범죄 소설일 것이다. 《화이트 타운》은 이 판단이 옳음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다. 이 강렬한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_정영훈(경상국립대 교수·문학평론가)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작가 소개

문경민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곰씨의 동굴〉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9년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공모전에서 《우투리 하나린》으로 대상을, 장편소설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딸기 우유 공약》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를 썼다. 장편소설 《화이트 타운》으로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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