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빛
한국문학에 스미는 여덟 개의 빛!
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
권혜영, 박진경, 성해나, 송재영, 이선진, 장진영, 정대건, 조온윤
문화예술위원회(ARKO)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의 작품집 《여덟 개의 빛》이 출간된다. 문학잡지 《Axt》와 연계하여 작가의 시와 소설뿐 아니라 인터뷰와 수필, 대중문화 평론, 리뷰 등 다양한 산문을 함께 기획하여 해마다 한 권으로 소개하는 ‘AnA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올해의 주인공은 소설가 권혜영, 성해나, 송재영, 이선진, 장진영, 정대건, 시인 박진경, 조온윤 8인이다. 가장 낮은 곳까지 스미는 다정한 온기처럼, 여덟 명의 작가가 그려낸 여섯 편의 소설과 스무 편의 시에는 그들이 감각하는 작지만 분명한 빛이 담겨 있다. 커버스토리 인터뷰에는 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실려 그들의 글에 무게를 더한다. 한편 《여덟 개의 빛》에 실린 다종다양한 산문에는 작가들이 눈길 주는 사회의 여러 모양이 담겼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온전하게 다가올 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린다.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글을 만나볼 수 있는 AnA의 세 번째 시리즈, 《여덟 개의 빛》에 실린 이 다양하고 따스한 글들이 그들의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당신이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열띤 장면을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2022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여섯 명의 소설가와 두 명의 시인을 선정했다. 여덟 명의 작가들은 일 년 동안 각자의 주제를 연구하며 한 편의 단편소설 혹은 열 편의 시를 완성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조탁하는 오랜 고민의 과정을 소설가 조해진 시인 이영주 평론가 조대한이 함께했다. 《여덟 개의 빛》에는 무엇보다 그들이 피땀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 실린다.
서브컬처와 청년 문화를 연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온 권혜영의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에는 야도란 포켓몬 스티커를 넣으면 세레비 포켓몬 스티커가 나오는, 물통을 넣으면 아이패드가 나오는 미끄럼틀이 등장한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일하지 않는 상태를 능동적으로 지속하기를 원하는 주인공을 일견 ‘가챠(확률성 아이템 뽑기)’를 떠올리게 하는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와 마주하게 하면서, 작가는 한국 사회와 청년 문화를 예민하게 감각하여 보여준다. 한편 최근 《빛을 걷으면 빛》을 통해 독자들에게 먼저 이름을 알린 성해나는 〈우호적 감정〉에서 ‘우호’ 속에 잠재된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분리해낸다. 소설은 비수도권 마을 재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면서, 평등과 선의 같은 가치들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일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순간들을 짚어낸다. ‘타라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웹소설부터 문화 기획까지 다종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송재영은 〈붉은 공〉을 발표했다. 승부조작으로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쫓겨난 투수 국용이 1926년 광주에서 일어난 하나의 경기를 재현하게 된다는 흥미로운 상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타임워프’이라는 장르적 요소를 차용하면서 일제강점기의 광주를 거쳐 현재의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질문이 꽉 찬 직구처럼 묵직하다. 이선진의 〈생사람들〉에는 매일 유서를 쓰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언제고 죽음을 생각하지만 죽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른, ‘살아없기로’ 하는 마음은 어쩌면 우리 안의 가장 본질적이고 오래된 양가감정일지 모른다. 그 깊은 공동을 겁내지 않고 응시하면서 그것을 담담히 적어 나가는 것, 그것이 이선진의 소설이 우리에게 건네는 미지근한 온기인지도 모른다. 장진영의 〈허수 입력〉은 어린 시절 동안 언제든 침범당할 수 있는 공간을 가졌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도어록 보안 시스템 중 하나인 ‘허수 입력’을 모티프로 침범당하는 삶의 공포와 불안, 무기력을 다차원적으로 풀어내며 소설은 불편감을 독자의 마음에 남기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GV 빌런 고태경》으로 영화와 영화 공동체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과 애정을 보여줬던 정대건은 이번 소설 〈퍼머넌트 그린 라이트〉에서 다시 한번 영화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학 시절 초록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다니던, 캠퍼스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이었던 ‘슈슈’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은 삶의 한 시절에 대한 동경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우리 마음에 여전히 푸른 빛으로 남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두 명의 시인이 선보이는 서로 다른 세계도 인상 깊다. 박진경은 전통적 공동체의 이미지를 다시 조탁하여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열어낸다. 관습이 고루한 것으로만 남지 않도록 다시 벼려내는 그 강렬한 에너지가 열 편의 시에 가득하다. 글자의 물성을 이해하며 글자와 배치를 이미지의 하나로 활용하는 시인의 민감함은 이 거대한 에너지를 구조화하여 날 선 검처럼 독자의 인식체계로 진입하게 만든다. 한편 조용한 도서관이나 희부연 꿈의 세계, 사람을 해하지 않는 유령이 등장하는 유령의 집 등, 조온윤의 세계는 다정한 침묵이 차 있는 세계이다. 꿈의 안쪽과 바깥, 언어의 안과 밖, 어쩌면 생의 안과 바깥까지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양편을 모두 조용히 살피면서 그 안에 놓인 작은 온기를 글자로 살려내는 일. 그의 열 편의 시는 그 역할을 담담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해낸다.
작지만 분명한 온기,
지금 이곳을 비추는 여덟 가지 빛!
《여덟 개의 빛》에는 신작 소설과 시 외에도 8인의 작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써 내려간 다양한 글이 함께 수록된다. 문학잡지 《Axt》와 연계하여 구성된 이 지면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지금의 작가들이 소설과 시 외에도 자신의 작업과 관심사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들에게는 가장 동시대적인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이다. 특히 cover story에는 서로의 글을 읽고 나눈 대화가 수록된다. 작가가 되었으되 한편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애씀, 그 열의가 목소리가 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작품을 감싸고 있는 그들의 진심이 독자에게까지 전달되기를 기대해본다.
읽고 쓰는 공동체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일은 읽고 쓰는 일일 터. review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한다. 각자의 이유로 선택된 여덟 권의 책을 독자들도 만나보기를 바란다. photocopies에서는 작가가 파악한 일상의 장면이 사진과 함께 짧은 글로 수록된다. ‘루틴’과 ‘동네’를 주제로 삼았다. 반복되는 시간과 반복되는 공간을 기록한 이 짧은 글을 통해 독자는 여덟 명의 새로운 얼굴들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8인의 서로 다른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원고와 더불어, 개인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지면도 마련되어 있다. 자신의 일상과 작업을 기록한 자전에세이 biography, 케이팝 문화와 최근 이슈가 되었던 경마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 monotype, 짧은 분량 속에 더 날카롭고 싱싱한 발상을 담은 flash fiction 등이 그것이다.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득 담은 원고다. 이곳에 꼭꼭 눌러 담은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이 여덟 개의 빛으로 더 다채로워지기를 기대해본다.
▣ 추천의 말
구상부터 완성까지 설계도처럼 이어지는 그 과정의 치밀함에, 아이디어 수준의 문장이 ‘띠부띠부 슬라이드’를 통과한 것처럼 전혀 다른 한 편의 작품으로 화하는 경이감에 한 명의 독자로서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빛나는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그리고 완성된 첫 결과물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이 작품들이 최고의 시와 소설이라는 허황된 축사를 늘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읽는 당신이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열띤 장면을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_조대한(평론가)
▣ 차례
intro
조대한 누군가의 첫・002
review
권혜영 후지모토 타츠키 《룩 백》・010
박진경 문유석 《최소한의 선의》・014
성해나 신지혜 《최초의 집》・017
송재영 이재의 《안병하 평전》・020
이선진 알렉산더 지 《자전소설 쓰는 법》・024
장진영 가즈오 이시구로 《파묻힌 거인》・028
정대건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030
조온윤 안미린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033
biography
송재영 잊혀진 공간과 표류하는 사람들의 서사・038
이선진 나의 와중・050
정대건 작업 아이템 탐방기―이 글에서 소개하는 어느 업체와도 이해관계가 없음을 먼저 밝혀둔다・062
조온윤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072
flash fiction
성해나 나의 베스파・082
장진영 사연 없는 사람・097
monotype
권혜영 좋은 팬은 찾기 힘들다―3층 시야 제한석에 앉아 바라본 나의 케이팝 월드・110
박진경 닉스고를 위하여・122
short story
권혜영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132
성해나 우호적 감정・158
송재영 붉은 공・186
이선진 생사람들・240
장진영 허수 입력・270
정대건 퍼머넌트 그린 라이트・294
poem
박진경 낙원에서 폭풍이 불어와 외 9편・322
조온윤 꿈 아카이브 외 9편・348
photocopies 1 writer’s routine
권혜영 도피를 도피하는 도피・370
박진경 그들이 사는 도서관・374
성해나 루틴 ― 단순한 위안・378
송재영 나무의 시간・382
정대건 화면에서 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을 수 없습니다・386
photocopies 2 writer’s town
이선진 흑심(黑心)이라는 빛・390
장진영 생태계의 당당한 일원・394
조온윤 용아와 나・398
cover story
권혜영 × 박진경 × 성해나 × 송재영 × 이선진 × 장진영 × 정대건 × 조온윤
Answer & Answer・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