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

윤순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12월 21일 | ISBN 9791167370334

사양 변형판 135x205 · 268쪽 | 가격 15,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인간다움마저 상실하고 그림자처럼 떠돌다 찾아온 손님(들)을
윤순례는 공손히 집에 들이고 가장 온기 넘치는 곳으로 이끈다.”
―소설가 김숨

아직은 멀어서 눈부시게 환한 하얀 불빛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기록되지 않은,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오늘의작가상, 아르코문학상 수상 작가 윤순례의 세 번째 소설집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정박지를 잃고 경계를 배회하는 존재들을 오랫동안 고요히 응시하고 그들의 삶을 포착해 소설로 되살리는 작업을 해온 소설가 윤순례, 그의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수가 이번 소설집에 담겼다.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에는 북한을 떠나 세계 각 나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려는 탈북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일견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것 같은 여섯 편의 단편을 섬세히 들여다보면 얽히고설킨 관계망이 뚜렷이 드러난다. 윤순례는 이런 연작소설의 구조를 택하여 탈북의 고통이나 괴로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는 작가의 말에 신뢰가 가는 이유다.
태어난 곳을 떠나 타지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려는 이들의 역사는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다. 탈북의 기억은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되며, 그들이 겪는 지금 역시 서로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는 늘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하고, 그들이 맺은 관계는 서로에게 낙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같은 고통을 공유한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을 부끄러움이나 범죄와 친연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의 선택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의 순간으로 가져온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침묵에 잠겨 있던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북한에서 맺은 관계와 탈북을 위해 맺은 관계, 남한을 비롯한 새로운 정박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는 탈북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 그 모든 양상을 두루 꼼꼼히 살피면서, 작가는 하나의 점으로서 존재하는 탈북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씨실과 날실로 교차되어 함께 하나의 직물을 만드는 탈북민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렇게 이 소설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곁을, 그 침묵 속을 조명하며 바야흐로 우리가 인간 존엄성에 대해 성찰할 때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없는 길을 만들며 경계를 넘어온 이들
그 뜨겁고 시린, 멀고 먼 도정의 족적

여섯 편의 소설은 화은, 철진, 종우, 성국, 화진 등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섬세한 독자라면 각 인물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서로가 마치 별자리의 별처럼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여름 손님〉의 희숙이 남한으로 오며 ‘화은’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가 〈바람빛 자장가〉에서 밝혀지거나,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에서 뒤셀도르프에서 살고 있는 종우가 구매한 가짜 신분인 북한 사람 ‘김원철’이 화진의 전 남편임이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에서 드러나는 식이다.

탈북민 사이의 관계 그리고 탈북민과 탈북민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를 모두 톺아보며, 작가는 탈북민과 탈북민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탈북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역학이 있음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여름 손님〉에서는 탈북 후 오색이라는 곳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화은에게 하나원 동기인 철진이 찾아오는 사건을 보여준다. 오색에는 화은과 함께 탈북하여 지금은 남한 사람을 만나 사과농장을 꾸리고 있는, 일견 남한에 잘 적응한 듯 보이는 선숙도 함께다. 철진이 사람을 죽였다는 뉴스를 본 화은은 선숙에게 철진을 숨겨주자고 말하지만 거절당한다. 이 세 명의 탈북민을 우리는 ‘탈북민’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호명할 수 있을까?

—언니, 경찰이 묻거든 우리 집에 일꾼 보내줬다고 해줘. 먼 친척, 집 치우는 일 도와주라고 보냈다고. 알았지? 철진이가 곤란한 상황이라 내가 둘러대서…….
—화은아 지금 나 무지 바쁘다.
툭 전화가 끊겼다. 바쁜 일? 힘든 일? 북한말로 ‘바쁘다’는 힘들다는 뜻이고 남한에서는 할 일이 많다는 뜻이라, 여자는 선숙 언니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름 손님〉 30~31쪽

한편 남한이 아닌 땅에서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맺는 관계에 대한 섬세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탈북민들이 남한이 아닌 곳에 체류하거나, 북한에서 탈출하며 중국 등지를 거치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바람빛 자장가〉는 편지 형식을 빌려 화은이 북한을 떠나 중국에 체류하던 중 만난 남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한 상대가 탈북민들을 피사체로만 대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리고 그 사진작가의 고향을 찾아 오색에 정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는 화은의 남한 정착이 과연 원하던 정박지에 도달한 일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에서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거주하고 있는 종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종우는 남한 사람이나 사업 실패로 인해 해외로 도주하는 중 북한 국적인 ‘김원철’의 신분을 취득하게 된다. 종우는 독일에서 탈북민 선화를 만나고, 탈북민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지며 자신의 가짜 신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단편들은 누군가는 버려야 했고 누군가는 취득해야 했던 ‘북한 국적’이 가지는 다층적 의미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탈북민 서사의 진폭을 넓힌다.

눈 속에 칼날이 박힌 듯 날카로웠던 난민 지위 심사위원들 앞에서 탈북자 김원철이 살아온 세월을 늘어놓을 때 종우는 눈물을 쏟았다. 추방을 당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고국을 등지고 나온 김원철과 다르지 않았기에 눈물은 뜨거웠다. (……) 긴 세월 동안 종우는 강을 건너오는 북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이 북송의 위험을 안고 중국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생히 말할 수 있었다. 국경 경비대가 강을 넘는 제 동포의 뒤에서 총을 난사하는 것을 눈앞에서 직접 보았기에. 품속을 파고들며 고백하는 선화의 맥락 없는 말들 또한 속속들이 알아들었다. 연막을 치며 끊거나 건너뛰는 말들의 선과 선을 잇고, 점과 점을 이어 붙일 수 있었다.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 110~111쪽

그러나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해 도달한 곳은 우리의 곁이다. 이것이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하듯, 소설은 남한에 도달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 멀리서 하얀 불꽃이〉에서는 남한 정착 후 여러 일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성국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성국은 여러 사업을 실패한 후 전라남도 모모도의 한 민박업소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며 지낸다. 성국이 북한을 탈출하게 된 것은 북한에서 사랑하는 사이였던 해미의 남동생 대신 마약 사범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모모도에서 성국은 민박집 딸이 마약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한편, 자신이 모모도에 오게 된 것이 근방에 해미가 탈북 후 정착한 유자 농장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한편 해미의 유자 농장은 〈심봤다〉와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의 화진과도 연결된다. 탈북 후 남한 남자를 만났던 화진은 중국에 있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북한에서 알고 지내던 남자와 가욋일을 하다 들켜 구타당한다(〈심봤다〉). 집을 벗어난 화진은 여러 일을 전전하며 아이들을 남한에 데려오는 것에 성공하지만, 아이들을 남한에서 키우는 것과 중국에서 생사가 묘연해진 남편 원철의 생사를 묻는 시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지쳐 있다. 화진은 평창동의 한 집에서 집안일을 돌보며 지내게 되고, 다리를 다친 집주인 대신 선을 보러 나가게 된다. 남자는 화진을 마음에 들어 하며 집안 행사에 초대하고, 화진은 남자의 집이 해미의 유자 농장과 가깝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해미는 북한을 나와 중국에 체류할 때 탈북 여성을 고용하는 유흥업소에서 포주 노릇을 했고, 화진은 그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억들을 어디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화진은 잠든 집주인의 옆에서, 혹은 유자 농장이 있을지도 모르는 남자의 집 근방을 헤매며 기억들을 두서없이 떠올린다. 역사가 되지 못하고 침묵의 어둠 속에 묻어두어야만 하는 기억들을.

깨소금 넣은 송편을 먹으려고 가보면 앙금은 누군가 쏙 빼먹은 것만 내 차지였다고, 그래도 남조선에 오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살 줄 알았다고, 낡은 지 오래인 꿈에 대해서도 말하기에는 불빛이 너무 밝았다. 풀 길 없는 물음표만 남기고 돌아가는 세상사도 있으니 집주인 여자 대신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야 여치가 수풀 속을 기어가듯 자연스런 이치 아니겠냐고 허심히 말할 수 있을까? 두서없는 사념들이 무엇에 가 닿을지 모르는 채로 화진은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아직은 멀어서 눈부시게 환한 불빛들을 향해…….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 262쪽

 

우리와 동시대의 이 세상 한구석에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찰을 요청하는 여섯 편의 이야기

각자 도달한 곳은 다를지라도 삶을 관통한 불안정의 경험은 그 삶에 오래 상흔을 남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북한을 탈출해 세계의 각국으로 흩뿌려진 사람들은 주권 권력이 더 이상 보호하지 않는 상태에 놓인다. 그러하므로 이들이 겪는 불안정성의 경험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경험은 언어화되지 못하고, 그들이 맺어온 관계는 순식간에 소멸하거나 왜곡되며 때로는 그들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역사는 기록되지 못한 침묵 속에, 사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나 윤순례는 그 침묵의 어둠에 ‘아직은 멀어서 눈부시게 환한 불빛’을 비춘다. 그들의 경험을 언어로써 되살려 내려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로써 재현하는 것은 정박할 곳 없이 뿌리가 뽑힌 풀처럼 세상의 경계들을 떠돌아다니는 이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아주 먼 곳에 있지 않다. 어느 여름 날 문득 삶에 틈입해 들어오는 손님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불현듯 우리의 삶을 찾아온다. 예기치 못한 손님을 맞았을 때의 당혹감을 넘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자리에 인간의 존엄성을 소생하려는 그 애씀을 놓을 수는 없을까. 소설은 한국문학사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그 굵직한 물음을 바로 이 순간의 독자에게 건넨다.

 

 

▣ 본문에서

“철진이 일군 텃밭에 심을 종자로 무엇이 좋을까, 종종 생각했다. 생명 가진 것들의 앞날에 대해서라면 소름 끼칠 만큼의 확신이 있어 무엇이든 상관은 없었다.”
―본문 43쪽

 

“종우는 꿈꾸었다. 일주일에 세 번 열리는 터키 시장에서 과일과 야채를 풍성하게 사 들고 선화와 함께 걸어오는 해지는 거리를, 아침저녁 구수한 밥 냄새가 흘러나오는 정갈하고 윤기 나는 주방을. 그 속에서 강한 충동이 일었다. 실은 한국에서 크게 사업을 했던 사람이라고, 진짜 이름은 김원철이 아니고 박종우라고, 북한에는 발 한 짝 디딘 적이 없다고……. 누구에게도 해보지 않은 고백을 하고도 싶었다.”
―본문 144쪽

 

“취기로 어지러웠지만 눈앞의 이상한 물체가 무엇인지는 알수 있었다. 종우는 몸을 비틀대며 유리관에서 쏟아진 생물 가까이 다가갔다.
—혹 덩어리를 떼버렸구나. 훨훨 날아가라마.
가로등 불빛 속의 건물들은 죽죽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견고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흐릿한 얼굴을 되비추는 유리창 속에 상자 깊숙이 넣어둔 낡은 공민증 속의 사내가 서 있었다. 이명처럼 귓속을 휘도는 건 레일을 밟는 기차 소리 같기도, 밀항을 위해 탄 배 밑바닥에서 들리던 엔진 소리 같기도 했다. 종우는 달래듯이 숨을 골랐다. 지금 나는 유럽의 중심 네덜란드와 벨기에와 프랑스, 체코, 스위스, 오스트리아, 폴란드, 덴마크 등과 국경을 접한 나라 한복판에 있다고.”
―본문 125~126쪽

 

“—모를 것들이 많습니다. 사랑 때문에 국경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흐르는 시간 속에서는 내 마음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제 입에서 투두둑 떨어지는 말들을 들으며 성국은 멀리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았다. 제 말의 진위를 알 수 없었다. 오랜 체증 같은 게 내려가는 느낌이 좋아 거푸 술을 마시며 미진이 알아들을 수 없을 말들을 늘어놓았다.”
―본문 148~149쪽

 

“멀리 미사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밤의 전등 불빛들은 아름다웠다. 하얗고 노랗고 붉은 빛들이 등대처럼 손짓하는 듯했다. 마당 가득 수확한 유자를 쌓아놓은 해미네 넓은 거실 창에서 흘러나오던 불빛처럼 따스했다. 멀어서 더욱 빛이 나는, 지붕 아래 불빛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성국은 몸에 단단히 기압을 넣었다. 삭주에서 해안 경비대장으로 있을 땐 튜브 없이도 위화도까지 헤엄쳐가곤 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저 멀리서 하얀 불꽃이 일렁이며 다가왔다.”
―본문 169쪽

 

“깨소금 넣은 송편을 먹으려고 가보면 앙금은 누군가 쏙 빼먹은 것만 내 차지였다고, 그래도 남조선에 오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살 줄 알았다고, 낡은 지 오래인 꿈에 대해서도 말하기에는 불빛이 너무 밝았다. 풀 길 없는 물음표만 남기고 돌아가는 세상사도 있으니 집주인 여자 대신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야 여치가 수풀 속을 기어가듯 자연스런 이치 아니겠냐고 허심히 말할 수 있을까? 두서없는 사념들이 무엇에 가 닿을지 모르는 채로 화진은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아직은 멀어서 눈부시게 환한 불빛들을 향해…….”
―본문 262쪽

 

▣ 추천의 말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손님이 돼 찾아가고 찾아온다. 어쩌면 늦은 밤 내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릴지 모를 손님을 나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탈북민으로 인간다움마저 상실하고 그림자처럼 떠돌다 찾아온 손님(들)을 윤순례는 공손히 집에 들이고 가장 온기 넘치는 곳으로 이끈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 먹이고 품으며 인간다움을 되살려내려 애를 다한다. 이번 연작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은 그 애씀의 결실이다.
―김숨(소설가)

 

여섯 편의 작품들에는 불안정한 삶의 그늘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탈북민들이 등장한다. 각자가 도달한 삶의 현실은 다를지라도 이따금 회고되는 기억의 파편들을 맞추어가다 보면 이들이 겪었던 처참한 삶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낯선 도시에서 이들은 주권 권력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 즉 호모 사케르(Homo sacer)로 살아야 했다. 작가는 이들에 대해 섣불리 연민과 동정을 보내거나 민족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로 각인된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탐사해나갈 뿐이다. 우리와 동시대의 이 세상 한구석에 비참하게 내팽개쳐진 존재들을 조명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이형대(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

 

▣ 작가의 말
내가 직접 알고 있거나, 건너 건너 들었거나, 인터넷 선을 타고 흘러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가볍고 무거움 사이의 틈 메우기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며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 없는 길을 만들며 먼먼 도정에 나선 이들……. 김현 선생님의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에 힘입어 어설프게나마 이들의 목소리를 내보는 작업을 시도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목차

▣ 차례
여름 손님 7
바람빛 자장가 45
심봤다 57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 89
저 멀리서 하얀 불꽃이 129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 171

작가 소개

윤순례

중편소설 〈여덟 색깔 무지개〉로 제18회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2005년 오늘의작가상, 2012년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 《낙타의 뿔》, 소설집 《붉은 도마뱀》 《공중 그늘 집》을 출간했다. 2017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 우수문학작품으로 소설집 《한여름 비치파라솔 안에서의 사랑법》이 선정되어 출간하였으며,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에서 중편소설 〈심장 아래 유리창〉이 대국민 감동 프로젝트 TOP 11에 선정되어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누리집’에 게재되었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 교수로, 2019년에는 코스타리카 국립대학교 초빙 교수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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