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3.03-04

정소현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3월 10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280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47 | 분야 잡지

책소개

● cover story

“소설을 쓸 때만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 언제나 빗나가기에 생겨나는 고통, 혼자 해결해나갈 수밖에 없는 자의 외로움, 그럼에도 비슷한 형태를 그렸을 때 느끼는 환희 때문에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정소현, 「cover story」 중에서

47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2022년 현대문학상 수상자이자, 최근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방영으로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 소설가 정소현이다. 결혼과 동시에 등단하여 육아와 작품 활동을 병행해온 그는 스스로가 작가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한 작품 한 작품을 쓸 때의 마음, 그리고 작품에서 구가하고 싶었던 것이 빼곡히 기록된 인터뷰 지면을 들여다보면 그가 작가로 살기를 결단한 심지 굳은 작가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은 그를 닮아 삶의 곁에서 글을 쓰기를, 그로서 ‘소설이기에 가능한 구원의 순간’에 닿기를 결단한 것처럼 보인다. 쉽지 않은 일을 병행하면서도 소설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이야기가, 소설이기에 가능한 순간들을 경험한 읽고 쓰는 이들에게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는 소설가 손보미가 진행해주었다. 겸손한 말속에 담긴 소설가의 열정을 읽어내고, 쓰는 사람이자 또한 읽는 사람으로서 ‘덤덤해지고 대범한’ 그의 소설을 독자에게 적확하게 소개해주는 인터뷰어의 역할을 충실하게 맡아주었다. 두 사람의 사려 깊은 대화 속에서 ‘소설이기에 가능한 구원의 순간’은 독자들에게 더 강렬한 감동을 주게 되리라 믿는다.

● intro

“돌이켜보면 내가 읽은 모든 문학이 결국 인간의 결핍에서 시작됐다. 결핍을 겪고 결핍을 알아가며 결핍을 돌아보는 인물들이 살아가고 실패하는 곳, 혹은 또 다른 실패를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살아가는 장(場)이 문학이었다. 직장을 잃고 친구나 애인이 사라지고 몸에든 마음에든 병이 들어 평범한 일상이 불가능하고 집과 가족, 국적과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이 문학 안에서는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오직 문학만이 결핍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해준 셈이다. 아니, 오히려 그 결핍이 우리 삶의 본질이라고 문학은 알려주었다.”_조해진, 「오직 문학만이 결핍이 아름답다고 했다」 중에서

‘오직 문학만이 결핍이 아름답다고 했다’고 고백하는 소설가 조해진intro로 『Axt』 47호를 시작하려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핍을 조용히 응시하는 눈, 문학이 바로 그 눈이라면 이곳에 실린 작품들은 누군가가 결핍을 사려 깊게 응시하고 애씀으로써 그것을 언어화해 낸 기록일 것이다. 우리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때로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문학 앞에 서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언어가 우리에게 와서 닿을 때, 그리하여 우리의 뻥 뚫린 빈공간이 아름답다고 말해줄 때,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호 『Axt』를 통해 그 놀라운 문학의 경험을 독자들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short story * novel
Axt 47호가 준비한 소설 지면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이번 호 short story에는 2023 신춘문예로 처음 이름을 알린 두 소설가의 작품이 실린다.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한 공현진, 세계일보를 통해 등단한 하가람의 소설이다. 소설가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서는 수영 강습에서 만난 두 사람, 주호와 희주를 통해 서로 다른 위치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조명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타인의 미움을 사거나 심지어는 열심을 다 해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을 안겨주는 이 ‘멸망할 세계’에서 우리, 이렇게 다른 존재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문학만이 답할 수 있는 그 문제에 대해 소설가는 자신의 답안을 침착하게 적어냈다. 소설가 하가람의 「재와 그들의 밤」에서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이 겪은 하루를 써 내려갔다. 고향과 고향에 남은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는 다시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다시 찾은 고향과 그곳의 어머니가 자신의 기억과 다름을 확인하며 화자는 갈무리되지 않는 감정에 휩싸인다. 큰 화재가 지나갔지만 여전히 푸른 하늘을 보며 화자는 무엇을 결심하게 될까. 도망가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돌아가고 싶은 공간에 대한 감각을 포착하는 시선이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023년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두 소설가의 앞날을 응원하며, 동시대의 감각을 분명하게 포착하는 두 개의 소설을 통해 두 소설가의 이름이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기를 기대해본다. novel에서는 연재소설이 든든하게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가 배수아의 『속삭임 우묵한 정원』에서는 타인의 편지에서 시작된 기억이 교차하며 나의 기억을 불러오고, 편지가 촉발한 장면들 속에서 화자는 타인의 경험을 전유한다. 이야기의 출발이 되었던 타인이 곧 이야기의 종착이 되며 소설은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구획하고 그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소설가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로버트가 선정한 작품 즉, 소각해야 하는 작품에 애정을 품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타난다. 작은 균열은 로버트 재단이라는 의뭉스러운 집단에 대한 도피적 의심으로 바뀌고, 감정은 주인공에게 결단을 요청한다. 과연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불타는 작품』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결말은 단행본으로 독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연재 기간 동안 매회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흡인력 있는 작품을 보내준 소설가 윤고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로버트 재단’의 전모가 독자들에게 밝혀질 때까지 남은 여정에도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 table * colors
해외문학을 다루는 장도 활짝 열려 있다. 외국어로 쓰인 책이 우리의 손에 도달하기까지, 그 깊은 고민과 애정의 과정에 함께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table에서는 심리스릴러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레이디스』를 다뤘다. 번역가 김선형과 편집자 허정은이 자리해주었고, 소설가 함윤이가 쓰는 사람으로서 함께 이야기 나누어주었다. ‘불안’을 주된 테마로 다루는 작가이니만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을 한국어로 옮기는 데 있어서 더 섬세한 이해와 단어 선별이 필요했으리라. 그 고뇌의 과정을 이 지면에 공유해주며 창작으로서의 번역과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준 세 참여자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도 심도 있는 질문이 되어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전을 서로 다른 색채로 읽어주는 colors에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함께 읽었다. 신화적 아우라에 감싸였다고 할 만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인 만큼 작품의 안과 밖을 오스카 와일드라는 인물과 함께 톺아본 평론가 손정수의 글, 이전 호에 이어 궁극적 의미의 ‘살인사건’을 키워드로 작품을 해석한 소설가 김종옥의 글이 실렸다.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재해석된 작품인 만큼 원작의 아우라와 그것을 이루는 소설적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 monotype
잡지를 잡지답게 만드는,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글들도 곳곳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review에는 백가흠 김성중 정지돈 성해나 강보원 김지승 여섯 명의 필자의 리뷰가 수록됐다. 소설부터 서평에 이르기까지 문학을 둘러싼 전방위의 이야기를 보내주었다. 3월 독자들의 책장이 이 작품들로 풍성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책을 출간한 젊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수록하는 biography에서는 『이중 작가 초롱』의 소설가 이미상과 『되겠다는 마음』을 낸 소설가 오성은의 에세이가 실린다. 작품을 만들 때, 그리고 그것을 소개할 때 느끼는 죄의식에 가까운 설렘과 긴장감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설을 인용하는 소설가의 삶, 또한 삶의 장면 장면을 곱게 접어 소설에 꾹꾹 눌러 담았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소설가의 삶. 두 소설가가 보내온 글의 풍경은 다르지만 어느 쪽을 돌아보아도 소설을 향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가 독자들 앞에 놓였다. 그 안에 실린 작가의 진심까지 독자들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diary에는 소설가 최진영의 제주 일기 다섯 번째 장이 도착했다. 이사와 같은 신변의 변화와 더불어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을 맞이한 소설가의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연말연시의 사진과 함께 실린다. 마무리하거나 시작하는 마음은 언제나 갈팡질팡하기 마련이지만, 함께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글로써 붙든 순간이 있다는 것은 글자가 삶의 부표가 되어줄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오늘의 일을 하자’는 소설가의 일기가 2023년 봄을 맞이하는 독자들에게 부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사진잡지 보스토크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김보은의 작품, 〈Zelig〉가 실렸다. 우디 앨런이 감독한 동명의 영화에서 젤리그는 어떤 상황에도 맞춰서 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정체성, 그것에 대한 사진작가의 번뜩이는 시선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색하는 일과 가장 멀리 있다고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친밀한 거리에 있는 ‘움직임’에 대한 에세이를 연속해 싣는 monotype에서는 ‘발레’를 이번 호의 주제로 삼았다. 소설가 김유진이 도무지 늘지 않는 발레 실력에 대한 고찰을 보내주었다. 몸을 사용하는 법을 깨치기 위해서는 선생님으로부터 몸의 사용을 지시하는 언어를 들어야 한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가깝고 먼가에 대한 깨달음이 애정 어린 문맥 속에 담겼다. 도무지 늘지 않는 것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번 호에 쓰인 삶의 기록들이 독자의 삶에도 애정 어린 순간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해본다.

목차

◆ 47호 차례

intro
조해진 오직 문학만이 결핍이 아름답다고 했다・002

review
백가흠 이응준 『무정한 짐승의 연애』・018
김성중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023
정지돈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보존지구』・028
성해나 프리모 레비 『릴리트』・032
강보원 금정연 『서서비행』・036
김지승 마르그리트 뒤라스 『죽음의 병』・042

cover story
정소현+손보미 소설이기에 가능한 구원의 순간・046

biography
이미상 콩밭 표정 ― 소설을 지으며 짓는 죄・086
오성은 사이에서 본 풍경들・092

diary
최진영 무제 폴더Ⅴ・098

insite
김보은 Zelig・112

monotype
김유진 도무지 늘지 않는 발레 실력에 대한 고찰・122

table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레이디스』
김선형+허정은+함윤이 불안이 우리 마음을 두드릴 때・134

colors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손정수 삶의 붓으로 그린 예술가의 초상・168
김종옥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176

short story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184
하가람 재와 그들의 밤・198

novel
배수아 속삭임 우묵한 정원(3회)・212
윤고은 불타는 작품(8회)・252

outro
강화길・278

작가 소개

정소현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개정판 『너를 닮은 사람』) 『품위 있는 삶』, 중편소설 『가해자들』이 있다.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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