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춤추면서 싸우지

지음 한채윤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6월 30일 | ISBN 9791167373182

사양 변형판 140x210 · 392쪽 | 가격 17,000원

분야 시/에세이

수상/선정 ▷2023 2차 문학나눔 선정 ▷해외판권계약: 일본

책소개

“차별과 혐오에 상처받고 슬프고 화나더라도, 
우리는 광장으로 나와 춤을 출 것이다. 
그것이 가장 강력한 저항, 절대 길들여지지 않을 퀴어니까.”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한채윤의 첫 에세이 출간!
★인권 기록활동가 홍은전·트랜스젠더 작가 김비 작가 추천!

 

“이것은 진심을 다한 사랑 이야기이자 뜨거운 연대의 기록이다.”
성소수자의 삶과 사랑, 행복을 지켜온 30년의 이야기

퀴어문화축제 24년 역사의 산증인이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비온뒤무지개재단 등의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설립하며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한채윤의 첫 에세이 《우린 춤추면서 싸우지》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98년 최초의 성소수자 잡지 《버디》를 창간한 이래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로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해오며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담아낸 한 권이다. 또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에 맞서 ‘춤추면서 싸워온’ 이들이 남긴 무지갯빛 발자취이자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으로서 살아온 솔직한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채윤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이란 성소수자에게 ‘괜찮아요, 당신이 당신이어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며, 세상에 ‘다른 이의 사랑을 존중할 용기를 가져달라’고 외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누군가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무성애자든, 트랜스젠더든 논바이너리든, 무엇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든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그들의 행복을 존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온 시간들을 소회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는 세상에 맞서다

1997년, 우체부가 던진 하이텔 소식지가 한채윤에게 운명처럼 날아든다. 무심하게 펼쳐본 책자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조그마한 글자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이텔 동성애자 인권모임-또하나의사랑 sg172.’ 평생 여자와 사랑하고 헤어진 것은 자신뿐인 줄 알았던 그는 그날 이후 PC통신 단말기만 붙들고 지내며 세상에는 수많은 성소수자가 있음을, 또한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길로 또하나의사랑 모임의 대표가 되어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90년대는 동성애자라는 말 대신 ‘호모’, ‘변태’, ‘정신병자’ 같은 멸칭이 만연한 시대였다. 남들과, 아니 이성애자와 다른 사랑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존재를 지워버리는 시대였다.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나 혼자뿐이라며 고립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1998년에 최초의 성소수자 잡지 《버디》를 창간하고 사람들 앞에 커밍아웃하고 나서서 ‘동성애 바로 알기’ 강연을 시작한다. 모두들 ‘시기상조’라며 말렸지만, 한채윤은 오지 않는 ‘적절한 때’를 기다리기보다 늘 지금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2001년부터는 서울퀴어문화축제 기획을 시작해 2015년 서울광장에서의 퀴어퍼레이드를 이뤄내고, 2002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설립해 성소수자의 역사를 기록하는 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없는 상담을 제공하는 ‘별의별상담연구소’,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등 여러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인큐베이팅했으며,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2014년부터는 차별 없는 기부 문화를 만들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에 앞장서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활동하면서 ‘성소수자의 나이 듦’에 관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한채윤의 활동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보장해준다는 명언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성별대로 살고 싶다는 트랜스젠더의 선언을, 서로 사랑하고 돌보며 해로하고 싶다는 동성애자의 외침을 묵살하며 역설적으로 그들의 삶을 지우는 국가와 사회 대신,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성소수자의 삶 모든 순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외치고, 길을 만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날까지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하는 건 당신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혐오가 전략이 되고 신념이 폭력이 되는 현실에서, 여전한 사랑으로 오늘을 지키”는 한채윤은 길고 지난한 싸움일수록 웃으면서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수없이 혐오 발언을 마주하더라도 그때마다 불끈 분노가 치솟지만, 능청스럽게 다가가 씽긋 웃으며 상대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뒤로 수백 차례 강연을 다닌 한채윤은 자신이 마주한 혐오와 차별의 순간을 들려주며, 우리에게 이에 맞설 웃음과 힘을 준다.
‘동성애를 인정하면 수간이나 근친상간도 인정될까’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수간’과 ‘근친상간’은 이성애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지적하고, ‘동성애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동성애자가 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성애자를 믿으라고, 동성애자가 차별받는 세상임에도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되지 않듯 이성애자가 느닷없이 동성애자가 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되레 이성애자를 격려한다. ‘선언만 하면 성별을 바꿔 준다’는 트랜스젠더 혐오에는 ‘성별이란 애초에 의사, 부모, 국가의 선언일 뿐’이라며 말을 그대로 돌려주기도 한다.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대부분 ‘이성애(와 시스젠더)를 빼놓고’ 이야기하면서 작동하므로, ‘이성애와 다른 사랑은 모두 동등한 사랑’이라고 관점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소수자는 힘들고 불행할 것이라는 연민 어린 말을 거부하며, 혐오와 편견이 지겨울 정도로 불편할 뿐이라고 되받아친다. 성소수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바꾸어야 할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수많은 ‘당신’들의 인식임을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사랑을 편견 없이 존중할 용기를,
잘못 없는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용기를 글로 전할 수 있다면, 이 지면을 빌려 이 땅의 모든 ‘윤희’와 ‘새봄’에게 용기를 보내고 싶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다른 이의 사랑을 존중할 용기를,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비난하지 않고 바라볼 용기를. _본문 중에서

한채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말한다. 나와는 다른 타인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는 용기를, 잘못 없는 자신의 사랑과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갖자고 강조한다. 우리가 자신의 사랑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타인의 사랑도 소중한 것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이성애와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 그리고 무수한 사랑을 ‘성’에 매몰되지 않고 ‘사랑’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고작 성별쯤은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여러 색이 한 자루에 든 색연필을 들고 한채윤의 글을 읽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가 키득키득 웃었다가 눈물이 핑 돌아 천장을 바라보길 반복했다. 몰랐던 게 너무 많아 밑줄을 그어댔더니 책이 온통 무지개가 되었다. 그중 기억하고 싶은 단 하나의 문장을 고르라면 이것이다. “나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것은 진심을 다한 사랑 이야기.

온통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자기다움을 치열하게 탐구할 수밖에 없었던 한채윤은 세상의 규범에 맞지 않았기에 세상의 질서를 끝없이 의심하고 사유했다. 그리고 자신처럼 사랑을 숨기고 존재를 유폐시켜야 했던 이들을 기어이 만나고 연결해 ‘커다란 햇빛 울타리’를 만들고 그 힘으로 마침내 광장을 열어냈다. 이 책은 무지개를 만나려면 비를 견뎌야 하고, 함께 맞는 비만큼 아름다운 축제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뜨거운 사랑과 연대의 기록이다.

_홍은전 인권 기록활동가, 그냥, 사람저자

 

최근에 ‘아직도 이러고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한채윤은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말 같지도 않은 그런 질문을 평생 들어왔을 그 마음을, 우리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혐오가 전략이 되고 신념이 폭력이 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그는 여전한 사랑으로 오늘을 지키며 사는 걸까? 여기 이 책 속에, 그의 답이 있다. 그의 문장들을 곱씹으며 읽고 나니, 언젠가 한채윤이 춤추러 오라고 신명나게 외치는 때가 오리라 예감한다. 그러면 나도 가야지, 가서 함께 춤춰야지. 당신이 어떤 몸을 가졌든 누구와 사랑하든, 한채윤은 당신도 역시 환대할 것이다. 그러니 같이 가자, 같이 춤추자.

_김비 트랜스젠더 작가,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저자

목차

들어가며

1부 성별교란자의 여행
어느 성별교란자의 탄생
빨간 하트와 파란 하트의 비밀
성별교란자의 좌충우돌 성장기
형과 아저씨에게 쉼을 권하는 거리
할아버지의 술맛
아이쿠, 여잔 줄 몰랐어요
우리들의 슬픈 탈코르셋
화장실에서 난 숨을 참는다
성별교란이든, 성별비순응이든

2부 싸우자는 예쁜 말
첨부터 싸울 생각은 없었어
친구에게 필요한 건 오기였다
종묘회사를 닮은 인권단체
섹스토이로도 싸울 수 있다
우린 춤추면서 싸우지, 그게 퀴어야
경찰서 앞에 무지개가 뜨다
비온 뒤에 무지개가 뜰 테니까
마포 성소수자 현수막 문구 샅바싸움
동료 시민, 앨라이가 되자
퀴어 아카이브 만들기
추모의 힘으로 싸운다는 건
성소수자의 나이 듦
싸우자는 예쁜 말
괜찮아요. 당신이 당신이어도

3부 전환해야 하는 건 당신입니다
동성애자도 실연하면 슬픈가요?
불편과 불행을 구분해주세요
동성애를 인정하면 수간도 인정될까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이성애자를 정중히 사양할까요?
탈이성애자협회가 없는 이유
왜 ‘알몸 축제’를 하냐고 묻는 분들에게
연인이 나의 사망신고서를 작성할 권리
에이즈에 걸려 죽는 줄만 알았지
남녀가 손잡으면 임신됩니다
검출되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는다
당신의 쉬운 그 한마디
테스토스테론은 죄가 없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시스젠더들
‘생물학적 여성’만 입장 가능한 세상은
나는 노력하지 않을 거예요
전환해야 하는 건 당신입니다

4부 퀴어하게 세상 읽기
아담과 이브의 배꼽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중요하다
호기심이란 단어에 속지 마라
사람을 살릴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면
역차별은 없다, 성차별은 있다
‘여교사 대책’이라는 함정
혐오에 웃으면서 화내기
호모사피엔스와 호모섹슈얼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

5부 나는 행복하니까 당신도 행복하길
남들 사는 대로 남다르게 살기로 했다
어느 스님의 사랑 이야기
우리, 서로 자기 마음만 책임져요
우리 귀엽게 늙어가자
장미소년, 우리 끈질기게 행복하자
고양이 비욘드의 가르침
만약 용기를 글로 전할 수 있다면

작가 소개

한채윤 지음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성교육 전문가, 섹슈얼리티와 젠더 연구자 등 한채윤을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무엇보다 그는 혐오에 편견에 맞서 끊임없이 사랑을 외치며 ‘끈질기게 행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해온 사람이다. 1997년 PC통신 동성애자 인권모임 또하나의사랑에서 활동을 시작해 1998년에는 한국 최초의 퀴어 잡지 《버디》를 창간했다. 2001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조직위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 중이다. 2002년에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설립해 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별의별상담연구소,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등 여러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인큐베이팅했다. 2014년부터는 편견 없는 기부 문화 활성화와 성소수자 인권 증진에 힘쓰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린 춤추면서 싸우지》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며 쓴 한채윤의 첫 에세이다.
저서로는 여자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성과 사랑을 다룬 《여자들의 섹스북》이 있고, 공저로는 성문화 연구 모임 ‘도란스’ 총서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미투의 정치학》, 외에 《페미니스트 모먼트》 《퀴어돌로지》 《원본 없는 판타지》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 《잠깐! 이게 다 인권 문제라고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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