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그녀들의 앙큼한 거짓말
클릭 미
사랑과 섹스 사이의 가파른 크레바스!
희망 없는 시대를 관통하는 새롭고도 슬픈 소설
2008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 고예나의 세 번째 장편소설. 이미테이션으로서의 성과 사랑을 그린 소설로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아 온 고예나 작가가 이번에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연애 풍속도를 스케치하여 21세기 삶의 이중성과 허구성을 파헤쳤다.
‘클릭 미’(작품 속 랜덤 채팅 사이트 이름)라는 제목에서 상기할 수 있듯, 이 작품은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심지어 사랑조차도 검색을 통하여 찾는 ‘클릭 시대’의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마치 친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하듯, 이십 대 미혼 여성 정연희(나)와 그녀 친구들(한지현, 배유리, 박성아)의 은밀한 일상과 농밀한 수다를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사랑과 섹스 사이의 가파른 크레바스(crevasse)를 펼쳐 보이며, 희망 없는 시대의 슬픈 사랑의 세태를 그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다른 정체성,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 사랑 대신 그것을 충족할 가짜 사랑을 찾아다니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가상세계와 현실의 괴리, 현실과는 다른 사이버 아바타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조적 삶 등을 파헤치며 21세기 편의적 사랑의 실체를 드러낸다.
젊은 작가다운 도발적이며 상큼발랄한 성과 사랑의 묘사는 마치 청춘의 비밀일기를 엿보는 듯한 충격과 재미를 던진다. 그러나 그 충격과 재미로 인한 경악스런 웃음 뒤끝에는 벌어진 상처 사이로 내면의 공허와 슬픔이 아득히 들여다보인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이 이십대 여성의 이상적인 로맨스를 그리는 칙릿의 범주에서 비껴나 시대를 관통하는 새롭고도 슬픈 소설로 조명받아야 할 이유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나는 졸업을 하고 나서 대출금을 갚아야 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기는커녕 매달 방세 내기에도 급급했다. 수도권의 단칸방은 고시원처럼 작으면서 월세는 턱없이 비쌌다. 보증금이 적을수록 더 그랬다. 나는 언젠가부터 투잡을 뛰기 시작했다. 700만 원. 지난달 투잡으로 번 돈이었다. 인터넷 논술 학원에선 100만 원을 벌고, 밤에 하는 일터에선 600만 원을 벌었다. —본문 중에서
사탕가루 묻은 입술을 핥으며 유혹하는 나쁘고 아픈 계집들
사랑스러운 그녀들의 앙큼한 거짓말
이 작품 속에는 남자들이 알면 기절초풍할 사랑스러운 여자들의 은밀한 이중생활과 앙큼한 거짓말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온라인에선 논술 선생님, 오프라인에선 키스방에서 일하는 정연희(나). 채팅으로 수많은 남자들과 사귀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못생긴 뚱녀 한지현. 직장에서는 얌전한 사서, 직장 밖에서는 섹스 파트너를 탐하는 팜므파탈 박성아. 늘 운명적 사랑 타령을 하지만 정작 부자에다 잘생긴 사람만 찾는 배유리. 나쁜 여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게 마련이지만, 그녀들이 다른 점은 이 클릭 시대의 아픔과 곤란을 조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녀들이 만나는 상대 남성들 또한 공허와 결핍을 가짜 현실 속에서 위안받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있다. 멀쩡한 직업에다 가정이 있으면서도 키스방에서 위로를 받거나, 여자 친구에게 느끼지 못하는 황홀감을 키스방 알바생에게서 대신 느끼려는 남자들. 젠틀한 훈남인 척하면서 온라인에서 전혀 다르게 변신하는 남자들. 또 진짜 자신을 숨기고 허상을 내세우며 미팅을 하는 남자 등.
결국 온라인 속의 환상은 오프라인의 실제 만남을 통해 무참히 깨지고 사람들은 또다시 실망과 공허감에 휩싸이게 된다. 여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없다. ‘나’와 친구들 역시 진짜 모습을 숨기고 가짜로 살아가며, 가상으로 꾸며낸 아바타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날 옷을 100만 원어치는 샀어. 뭐, 백화점 옷이 비싸니까 몇 벌 안 되긴 하지만. 백도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다음에 사달라고 했어. 나 양심 있지 않냐?”
“야,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마. 니가 뭐가 양심이 있는 거냐?”
성아가 계란으로 머리를 치며 말했다.
“난 된장녀하고는 달라. 사달라고 해서 사준 게 아니라 우연히 구경하다가 사준 거란 말이야.” —본문 중에서
청춘의 비밀일기를 엿보는 듯한 충격과 재미
도발적인 진솔함, 매혹적인 비애, 낯설고 기이한 감동!
작가는 작가 후기에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의뭉스러운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해 내는 작가의 재치와 솜씨가 진가를 발휘하는 작품이다.
‘지누션’의 ‘션’처럼 완벽한 남편감으로 보였던 채팅남은 만 원짜리 싸구려 가방을 든 후줄근한 사내일 뿐이고, 아우디를 모는 건실한 스마트남은 실은 변태남이고, 음악가를 꿈꾸는 부잣집 도령은 실은 편의점 알바생이다. 그런 낚싯밥에 물리고 무는 스토리가 끊임없이 전개되어 독자를 웃다가 울다가 충격에 빠뜨렸다가 또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 안에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이 들어 있으니, 누군들 웃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키스방 일을 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가족을 버린 아빠를 원망하기보다는 그리워하는 나. 첫사랑 남자의 안 좋은 집안 내력 때문에 헤어졌으면서도 그를 잊지 못해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유리.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매 때문에 오프라인 만남을 갖지 못하는 지현의 콤플렉스와 성형 욕망. 부잣집 아들에 BMW 스포츠카를 모는 음악가로 자신을 포장하는 편의점 알바생. 이렇듯 이 작품은 숨겨진 욕망을 진솔하게 그려내기에 도발적이며, 단단한 위트로 조립된 문장 속에 젊은이들의 비애가 숨겨져 있기에 매혹적이다.
평범한 20대 젊은이들의 비밀일기 같은 성과 사랑의 이야기로 오히려 낯설고 기이한 충격을 자아내는 《클릭 미》. 이십대 젊은 여성 작가가 쓴 이 당돌한 소설은, 모든 정보가 광속으로 전송되는 클릭 시대에 휩쓸려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짓과 허상의 일부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아바타를 돌아보게 한다.
편의점복을 입고 바코드를 찍고 있는 남자를 흘긋 살핀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춘다. 어디서 본 얼굴이다. 낯이 익다. 나는 과거로 타임머신을 돌린다. 아, 그 사람이다. 0081. 강남에 있는 월세 190만 원짜리 오피스텔에 살고, 뚜껑이 있는 비엠더블유를 몰고 다닌다는 그가 지금 내 앞에서 바코드를 찍고 있다. 서른 줄에 접어든 그가 정직원이 아닌 알바생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줄거리
졸업 후, 나(정연희)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투잡을 뛴다. 인터넷 논술 학원에선 100만 원을 벌고 밤에 일하는 키스방에선 600만원을 번다. 운동 메이트로 만난 임용고시 준비생 지현은 늘 채팅에 빠져 산다. 채팅 상대남은 인턴,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자, 삼성 연구원 등 쟁쟁하고 다양하다. 채팅남들이 사진을 요구해 오자 뚱뚱하고 못생긴 그녀는 내 사진을 대신 보낸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유리는 운명을 믿는 아이다. 그녀는 내게 전화해서 채팅을 통해 운명남을 만났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남자를 만나기로 한 유리는 후줄근한 남자가 나타나자 제발 저 남자만은 아니기를 속으로 빈다. 도서관 사서 박성아는 정적인 일을 견디지 못하고 채팅으로 섹스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섹스 파트너로 30대 미혼남, 40대 이혼남 등을 거느리던 그녀는 미혼남이 자기에게 사랑을 느끼자, 미련 없이 그를 버리고 랜덤 채팅을 통해서 다른 남자를 만난다.
어느 날 나는 단골손님이 준 팁으로 강원도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가 등뼈가 부러지고 소장이 파열되는 큰 사고를 당한다. 나는 졸지에 전치 10주 진단을 받고 입원하게 되고, 다니던 직장에선 당연히 잘린다. 그것을 계기로 퇴원 후, 일반 회사에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연이어 탈락의 고배만 마실 뿐이다. 유리는 그사이 또 운명남을 만난다. 구내식당에서 밥 먹다 만난 그 사람은 폰으로 치자면 스마트남에 아우디를 몰고 다니는 훈남이다. 유리는 이번엔 진짜 운명의 남자라고 확신한다. 한편 30대 미혼남과 헤어진 성아는 다른 채팅방을 통해 변태남을 만난다. 호텔에서 만난 변태남은 준비해 온 스타킹을 성아에게 신게 한 뒤, 칫솔로 위협하고 스타킹을 찢으며 강간범 흉내를 내는 섹스를 즐긴다. 성아는 변태남과의 섹스를 무척 만족해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어느 날 세 친구는 유리의 스마트폰에 찍힌 남자친구의 사진을 보다 그 사람이 성아의 변태남과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되고, 복수하기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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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클릭! 마우스 단추를 누르는 소리가 참다못해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 같다. 발랄하면서 앙큼하고, 당돌하면서 되바라진 계집애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순진무구한 눈을 깜박거리며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하고, 뾰족한 혀로 사탕가루가 묻은 입술을 핥으며 유혹한다. 5백 년 전에도 그런 계집애들이 있었고 앞으로 5백 년 후에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예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前) 세대와 다른 점은 그들이 나쁘면서 아프다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돈이 없거나 없을까 봐 걱정한다. 사랑과 섹스 사이의 가파른 크레바스(crevasse)에 빠진 채 사랑을 흉내 내고 신음소리를 연기한다. 창녀가 아니면서 몸을 팔고, 학자금 대출 상환에 투잡(two job)을 뛰면서도 필요 없는 물건을 사며 화대를 탕진한다. 그럼에도 ‘꿈을 찾는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부대낀다. 나쁘고 아픈 계집애들은 발랄할수록 불안하고 당돌할수록 위태롭다. 이것이 바로 희망 없는 시대를 관통하는 새롭고도 슬픈 소설이다. – 김별아(소설가)
광속으로 전송되는 이 시대는 그야말로 클릭의 시대다. 초당 800메가바이트의 속도로 다운받으며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은 행복한가? 모든 문제들이 클릭 한 번으로 거짓말처럼 씻겨 갈 수 있을까? 《클릭 미》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청춘의 지침서다. 도발적이면서도 매우 매혹적인 지침서. 비밀일기처럼 감춰 둔 젊은이들의 성(性)을 진솔하게 전달하기에 도발적이다. 모든 문장들은 단단한 유머로 조립되어 있고, 그 유머 안에는 젊은이들의 비애가 다시 숨겨져 있어 매혹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성과 삶에 대한 솔직한 대화들을 읽다 보면 웃다가 울다가 나중엔 뒷목까지 뻣뻣해진다.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비밀일기처럼 숨겨져 있던 담론들이 충돌되는 순간 우린 우리들의 일상이 매우 낯설고 기이하고 감동적이란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루가 지나면 없어질 향기 같은 삶이라고 주인공은 되뇌지만 이 소설은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깊은 향기를 지니게 될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소설이 될 것이다. – 박성원(소설가)
차례
1. 한지현 편 _ 남성 편력
2. 정연희(나) 편 _ 이중생활
3. 배유리 편 _ 너는 내 운명
4. 박성아 편 _ 팜므파탈
5. 정연희(나) 편 _ 애인이 되어 줄래?
6. 정연희(나) 편 _ 나이롱 환자
7. 배유리 편 _ 스마트남
8. 박성아 편 _ 변태남
9. 정연희(나) 편 _ 복수혈전
10. 한지현 편 _ 오프라인 만남
11. 정연희(나) 편 _ 사랑의 클릭
친구 사이인 여성 3명이 나누는 대화. “옷을 100만 원어치는 샀어. 백도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다음에 사달라고 했지. 나 양심 있지 않냐?” 친구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마”라고 타박하자 그녀는 지지 않는다. “난 된장녀들 하고는 달라. 사달라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구경하다가 사준 거라고.”(...생략...)
* 기사 바로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10820/39667570/1
기사 보러 가기 ▶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090000&subSectionId=1010090000&newsId=20110819000215
| 기사입력 2011-08-15 08:33 | 최종수정 2011-08-15 09:05
소설가 고예나 "클릭 미"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고예나(27)가 요즘 연애 세태의 이중성을 경쾌한 수다로 풀어낸 세 번째 장편 소설 "클릭 미"(은행나무)를 발간했다.
제목의 "클릭 미"는 소설 속 인터넷 채팅 사이트의 이름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사랑을 찾고 인터넷이라는 가면 뒤에서 이중적 생활을 일삼는 요즘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그렸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마이 짝퉁 라이프"에서 성과 사랑마저 "짝퉁"이 된 이야기를 그렸고 두 번째 소설 "우리 제발 헤어질래?"에서 20대 자매의 이야기를 발랄하게 쓴 작가가 이번에는 인터넷 시대의 연애에 주목한 것이다.
주인공인 나(정연희)는 가난에 찌든 20대다. 온라인에서는 논술 선생으로 일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키스방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나는 졸업을 하고 나서 대출금을 갚아야 했다. (중략) 1990년대에 만들어진 "귀여운 여인"이란 영화에서 창녀 줄리아 로버츠는 리차드 기어와 섹스는 할지언정 키스는 하지 않는다. (중략) 키스를 돈으로 사고파는 시대.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 그리고 그 키스로 돈을 버는 나는 뭔가?"(42~43쪽)
머무는 공간에 따라 "변신"하는 인물은 주인공뿐만이 아니다. 채팅으로 많은 남자를 거느리며 "군림"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만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뚱보 한지현부터 낮에는 단아한 도서관 사서이지만 밤에는 섹스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박성아, 운명적인 사랑을 노래하지만 실제로는 부자이며 잘생긴 남자를 찾는 배유리 등이 주인공과 어울린다. (...생략...)
* 기사 바로 보기 :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new_search/YIBW_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c%9d%b8%ed%84%b0%eb%84%b7+%ec%8b%9c%eb%8c%80+%ec%97%b0%ec%95%a0%ec%99%80+%ec%84%b1(%e6%80%a7)%ec%9d%98+%ec%9d%b4%ec%a4%91%ec%84%b1&contents_id=AKR20110814019700005
"그날 옷을 100만 원어치는 샀어. 뭐, 백화점 옷이 비싸니까 몇 벌 안 되긴 하지만. 백도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다음에 사달라고 했어. 나 양심 있지 않냐?"
"야,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마. 니가 뭐가 양심이 있는 거냐?"
성아가 계란으로 머리를 치며 말했다.
"난 된장녀하고는 달라. 사달라고 해서 사준 게 아니라 우연히 구경하다가 사준 거란 말이야." -책 속에서
전자책이 클릭 한 번으로 종이책 옆구리를 포옥 찔러 마구 비틀거리게 만들고 있는 이 시대. "디지털"로 불리는 온라인 세상과 "아날로그"라 불리는 오프라인 세상이 눈을 치켜뜨고 서로 뿌리를 뻗고 있는 사회가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소위 인터넷 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몸과 마음에는 무엇이 꿈틀거리며 자라고 있을까.
이들은 돈에 대해, 상품에 대해, 직업에 대해, 우정에 대해, 사랑에 대해, 섹스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온라인 세상에서는 아이들을 족집게처럼 잘 가르치는 논술 선생님이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키스방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 온라인 세상에서는 채팅으로 멋들어진 남자들과 많이 사귀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남자 한 명조차 만나지 못하는 못생긴 뚱녀···.
가상(꿈)과 현실,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무엇일까. 가상을 가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그 어떤 것들을 가상세계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인터넷 세대들. 이들은 왜 가상세계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일까.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루지 못 하기 때문일까.
"클릭시대"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들 사랑 이야기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인간의 이중성을 들여다볼 때, 나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 진실이란 알면 알수록 아픈 것이어서 좀 외면하고 싶었다. 남들이 "노"라고 해도 나만은 "예스"라고 할 수 있는 허위의 세계를 갖는 순간, 나는 상처로부터 치유되어 한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었다."-작가의 말
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 고예나가 세 번째 장편소설 <클릭 미>(은행나무)를 펴냈다. 이 책은 <클릭 미>(작품 속 랜덤 채팅 사이트 이름)라는 제목에서 얼른 떠올릴 수 있듯이 클릭 한 번이면 내가 바라는 모든 정보를 쉬이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사랑과 섹스조차도 검색을 통해 찾는, 그야말로 "클릭시대"를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들 세상살이다.
이 책은 모두 11꼭지에 인터넷 세대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느끼는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 등이 얼룩져 있다. 한지현 편-남성 편력, 정연희(나) 편-이중생활, 배유리 편-너는 내 운명, 박성아 편-팜므파탈, 정연희(나) 편-애인이 되어 줄래?, 정연희(나) 편-나이롱 환자, 배유리 편-스마트남, 박성아 편-변태남, 정연희(나) 편-복수혈전, 한지현 편-오프라인 만남, 정연희(나) 편-사랑의 클릭이 그것.
이 소설에 좀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작가 고예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속내를 살짝 더듬을 필요가 있다. 스프링처럼 톡톡 튀는 작가 고예나 미니 홈피에 들어 있는 "내 소개"란 글을 간추려보자. 그는 "자기의 개성과 취미와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고 사람은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신봉한다"고 적고 있다.
그는 "글 외에 다른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잘하지 못할 거면 손대지 말자는 주의"이며 "그냥 즐길 수 있는 취미 같은 건 없고, 굳이 꼽자면 독서"란다. 그가 "독서보다 더 오래 할 수 있는 건 글쓰기"이며 "글만이 내 존재 증명의 유일한 길"이어서 "글에게 내 인생의 팔 할을 빚지고 있"다고 여긴다. 재미난 것은 톡톡 튀는 인터넷 세대답지 않게 "핸드폰은 몇 년째 같은 기종을 사용한다 이제 정들어서 바꿀 수 없다"고 쓴 글이다. (...생략...)
* 기사 바로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1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