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지음 허남훈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4월 20일 | ISBN 9791191071498

사양 변형판 1400x210 · 372쪽 | 가격 14,0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2021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책소개

거절하겠습니다. 아, 거절도 거절할게요.
어쨌든 내 인생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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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허남훈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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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지만 따듯하고, 불안하지만 유쾌한.
그렇게 시적인 순간으로 가득 찬 소설.”_심사위원 김인숙·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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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허남훈 장편소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이 출간됐다. 스무 살. 그때 우리가 꿈꾸고 바랐던 서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안정적인 회사, 사원증을 목에 걸고 탄탄하게 쌓아가는 커리어, 휴가 시즌이면 떠나는 해외여행, 차곡차곡 모아가는 적금……. 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서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자주 흔들리고, 꿈을 쥐고 있을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매 순간 고민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기엔 조금 늦은 것 같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기엔 너무 이른 나이.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은 2008년 금융위기를 캔버스 삼아 2021년 청춘의 한 페이지를 통과하고 있는 이들의 자화상을 담백하지만 현실적으로, 동시에 유쾌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며 부단히 꿈을 찾아가는 수영과,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 반복되는 일상의 틈바구니에서도 자신의 사유를 은유적으로 전달하려는 용수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흐른다. 특히 주된 서사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수영은 금융위기 때 언론사를 퇴사하고 보험 영업에 뛰어든 인물. 허남훈 작가는 소설의 시간적 배경에 대해 “당시 청춘들이 고군분투했던 단면을 영원히 소설로 남기고 싶었다. 배경은 2008년이지만 금융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고, 그때의 청춘들이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의 청춘들이나 삶의 위기란 측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소설은 2008년이라는 시간을 걷어내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하루는 매일이 폭염주의보이다. 인생은 역시나 녹록지 않고, 사회 또한 호락호락할 리 없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년들의 분투기를 중심으로 그들이 매일 마주하는 사회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사위원 김인숙 소설가의 말처럼, “우울하지만 따듯하고, 불안하지만 유쾌한” 이 작품은 말랑하고 유약한 듯 보이면서도 단단하고 고집 있는 외유내강형 인물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 앞에 거듭 좌절하지만 꿋꿋하게 일어나 다시 웃는, 그렇게 지난하고 외로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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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될 즈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평범한 삶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이루기 힘든 것일 줄이야.”

도민일보 기자 허수영은 우연히 한 중앙일간지에서 <제일스포츠>라는 신문을 창간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더 큰물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수영에게 고민은 사치일 뿐. 그는 주저 없이 지원서를 넣고, 연예부 기자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예의 그 당당함과 넘치는 열정으로 합격통지서를 손에 쥔다. 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은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수영. 하지만 높기만 한 현실의 벽이 그를 가로막는다. 같은 기자 직군임에도 불구하고 연예계라는 생태계는 수영에게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은 점도 분명 있었지만, 끊임없이 특종을 찾아 발품을 팔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원하는 답을 유도해내는 일이 그에게는 너무 버겁고 괴롭게만 느껴진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는 데스크를 거치면서 자극적인 타이틀이 붙어 예상치 못한 논란을 만들고, 급한 마음에 떠보는 식으로 인터뷰했던 기사는 보도되자마자 확정된 사실이 아니니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애매하게 준비한 기획 기사들은 회의 때마다 반려되기 일쑤. 그렇게 매일 바닥을 치는 자존감을 붙들고 애써 치열하게 살아보려던 수영은 결국 건강 이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나는 가끔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힐 때면 그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갑자기 화장실의 센서등이 탁 하고 꺼져버렸다. 그 순간 문득 한 시절이 완전히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_본문에서

그렇게 서른이 되던 해, 그는 국제공인재무설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삼진생명 보험설계사가 된다. 연예부 기자 생활 동안 쌓인 지인 리스트가 합격에 한몫한 것. 하지만 수영은 선배에게 지인영업은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지인을 팔아 영업하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개척영업에 성공해 보험왕이 되겠다고. 한편 제대 이후 매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있지만 주구장창 낙방만 하고 있는 친구 용수가 수영에게 구인광고 하나를 들이민다. ‘건설현장 노가다 단순노무 실내공사 당일취업 전기공사 설비 생산직. 각종 전자제품 포장업무 등 단순 작업으로 힘든 일 거의 없음. 일급 7만 5천 원’ “구라야, 나 여기 가볼까?”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뭔가 냄새가 나지 않냐?” “왜, 면접 보러 갔다가 신장이랑 콩팥 떼이고 올까봐?”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는 일 없는 먼지 같은 인생. 조급하고 불안한 수영의 마음과는 달리 세상은 잘만 돌아가고, 시간도 속절없이 흘러간다. 과연 그들은 세상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묵묵히 테이블을 접고 손목시계를 다시 라면 상자에 담았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하건 그 말은 바늘이 되어서 터지기 일보 직전인 무언가를 톡 하고 건드릴 테니까. (……) 지금 이 순간은 국가도, 보험도, 아니 그 무엇도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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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아서’ 직장을 때려치웠다는 말에 다들 놀라지만, 후회는 없다.
세상에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까.

계획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 모두 ‘처음’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언과 충고가 오가는 ‘오지라퍼’들의 세상이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고사항일 뿐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선택은 책임질 사람이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오롯이 나의 몫이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이 수많은 청년소설 사이에서 유난히 빛을 내는 이유는 “삶에 대해 해석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는 대신 “다만 그 시간 속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영이 도민일보 기자에서 연예부 기자로, 다시 보험설계사로 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낙차들―기자 시절엔 대우를 받으며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던 기업들이 보험설계사가 된 수영을 알아보지 못하고 차갑게 응대하는 장면, 보험영업을 위해 퇴사한 <제일스포츠>의 신문을 구입하는 장면 등―은 우리 사회에서 드러나는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그저 즐거울 거라고 기대했던 이십대는 예상과 달리 지독하게 치열했고, 아름답게 빛이 날 것만 같았던 시간들은 유야무야 흘러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은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은 무덥고 습한 여름의 시절을 통과하며 분투하고 있을 수많은 ‘수영과 용수’들에게 잠시나마 시원한 그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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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소위 당신이 말하는, 혹은 우리가 말하는 삶에 대해 해석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간 속을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넘어지지 않고 걸으려면 왼발 다음에는 반드시 오른발이어야 할 것. 그 두 발이 교차하는 순간, 혹은 두 발이 동시에 땅을 딛는 그 찰나의 순간을 성실하게 포착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가 탄생하는 순간일 것이다. 우울하지만 따듯하고, 불안하지만 유쾌한 이 소설은 그렇게 시적인 순간으로 가득 차게 된다.”_김인숙(소설가·심사위원)

목차

prologue … 7

1장 보험왕
고지의무 위반 … 13
불완전 판매 … 22
MDRT … 30
환수 … 36

2장 연예계라는 낯선 생태계
혼자 하는 숨바꼭질 … 45
펄프픽션 … 54
Boy, you’ll be a man soon … 63
해를 묻은 오후Ⅰ … 76
발상의 전환 … 84
해를 묻은 오후 Ⅱ … 95
상리공생 … 100
해를 묻은 오후 Ⅲ … 118
아는 얼굴 … 123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 … 133
해를 묻은 오후 Ⅳ … 150

3장 백일몽
이상한 나라의 에디s … 159
아나테이너 … 180
해를 묻은 오후 Ⅴ … 190
얼굴 없는 화가들 … 198
외롭고 웃긴 가게 … 220
해를 묻은 오후 Ⅵ … 248
플래툰 … 261
개선장군 … 281
Open Your Eyes … 299

4장 특정 부위・질병 부담보 특별약관
반박 … 319
뱅크 오브 네버랜드 … 340

epilogue … 359
작가의 말 … 366

작가 소개

허남훈 지음

허남훈은 1979년 춘천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첫 장편소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2021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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