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3.07-08

천운영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7월 12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288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49 | 분야 잡지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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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전라도 말로 ‘호시다’는 표현이 있거든? 엄마는 뭔가 재미난 일이 있으면 ‘아이 호시다’ 그래. 차를 타고 가는데 과속방지턱에서 속도를 못 줄이고 넘어가면 덜컹하고 몸이 위로 튀어오르잖아. 그럴 때 와 신난다,가 아니라 ‘아이 호시다’ 그러거든. 신나고 재밌다는 얘기지. 엄마가 호시다 할 때는 딱 어린애야. 나도 앞으로 호시게 해냈으면 좋겠어. 소녀 같은 할머니의 심정으로. 아이 호시다. 아이 재미나다. 그렇게.”

―천운영, 「cover story」 중에서

49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10년 만에 소설집 『반에 반의 반』으로 독자를 찾은 소설가 천운영이다. 2000년 1월 1일, 문신하는 여성을 그리며 등단했던 야심만만했던 소설가, 소녀 몸에 할머니 정신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가 늑대 위에 올라타 들판을 내달리는 모습을 그리며 글을 썼다는 그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 식당을 운영하고, 남극에 다녀오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소설가로서의 몸을 꽉꽉 채워온 그의 십 년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시간을 온몸으로 겪은 뒤 써내려간 그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지면에 실렸다. 인터뷰는 소설가 김유진이 진행했다. 등단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운영의 글을 촘촘히 짚어내며 그의 소설에 새겨진 시간을 가늠하는 심력이 드는 일을 기꺼이 담당해주었다. 모든 것을 직접 만지고 경험하며 써낸다는 소설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그의 삶을 읽는 것과도 같은 것인 바, 그 내밀하고 진지한 작업을 유쾌함과 호탕함으로, 또 섬세함과 사려 깊음으로 풀어내준 두 소설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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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최근에 한 북토크에서 어느 독자님이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바꿀 수 없다.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쓰고 있다고, 그렇게도 말했다. 불운과 고독을 이겨내지 못해 넘어지는 한 사람의 황폐에, 타인을 살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작은 마음에,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나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지 않는 폐쇄된 외로움에 공감할 때…….

우리를 살게 하고 살리기도 하는 마음이 뒤따를지 모른다고,
그런 믿음이 있다고 나는 말했다.

말하면서, 진정 더 믿고 싶었다는 것을 이 지면을 빌려 고백한다.”

―조해진, 「우리를 살게 하고 살리기도 하는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에서

소설가 조해진은 『Axt』 49호를 여는 intro에 소중한 고백을 보내주었다. 문학의 효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바꿀 수 없다,고 쓰면서도 그 뒤에 남긴 수많은 마음에 대해 언젠가 덧붙여 쓰는 것, 뒤에 남겨진 마음을 오래 응시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를 살리는 순간이 있으리라 믿는 것. 작고 소박한, 그리고 때로는 절박한 그 마음에 어쩌면 동의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에게 『Axt』 49호를 보낼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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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biography * hyper-essay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독자들의 책장과 마음 한켠에 자리 잡게 될 책들을 소개한다. 김성중 정지돈 권혜영 강보원 김지승 다섯 필자의 review를 통해서다. 이번 리뷰에 실린 다섯 작품은 공교롭게도 모두 소설이다. 소설을 읽기에 좋은 계절을 경유하기 때문일까. 서로 다른 소설 속에서 이 잡지를 집어든 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소설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젊은작가의 에세이를 수록하는 biography에는 올해 초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소설가 최정나와 ‘첫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첫 소설집을 출간한 소설가 류시은의 에세이가 실렸다. 자신 안의 화를 대면하는 최정나의 에세이와 잠시 멀리두었던 식물을 다시 돌보며 새 잎을 기대하는 류시은의 에세이가 독자를 기다린다. 소설을 쓰며 거쳐온 감정의 역사는 서로 다르겠지만 소설을 내보이는 마음만큼은 다소간 닮은 데가 있을 두 소설가의 마음이 독자에게 닿기를 바란다. hyper-essay에서는 장혜령과 김연덕의 산문이 차례로 실렸다. 여성 창작자가 여성 창작자의 이야기를 하는 시인 장혜령의 산문에서는 마거릿 애트우드를 다뤘다. 『시녀이야기』를 중심으로 과거에 쓰인 소설이 얼마나 미래와 닿아 있는지를 더듬고 지금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시인이 오래 들여다본 물건들에 대해 쓴 김연덕의 산문에는 송진과 기름, 잉크라는 가까운 듯 서로 다른 물질들에 대한 기억이 적혔다. 악기 위에, 기계 위에, 종이 위에 흔적을 남기는 물건들, 혹은 그 흔적을 보며 시인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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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 insite * monotype
사진과 함께하는 지면도 독자를 기다린다. 소설가 최진영의 일곱 번째 제주 일기가 실린 diary에는 오래 지속되는 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꾸준히 써나가는 삶에 대한 단상이 담겼다. 응원하는 야구 팀에 대한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하는 애정 어린 말도 함께다. 그러나 맑은 날에도 궂은 날에도 글과 씨름하는 작가의 일기를 살펴보면 이 문장이 야구에 대한 말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분투하는 작가의 기록, 그리고 날마다 다를 제주의 하늘을 독자의 곁에 놓아둔다. 사진잡지 『보스토크』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정수연의 작품, 〈イメージ達〜Images〉가 실렸다. 『보스토크』의 편집장 박지수는 이 이미지들을 ‘가까운 이가 떠난 이후에 바라보는 곳마다 깃든 상실감에 관한 후일담’으로 읽는다. 찍힌 순간과 읽히는 순간의 간극이 갑작스레 보는 이의 세상에 들어차는 순간, 우리는 사진이 만들어주는 또 다른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스포츠를 주제로 에세이를 싣고 있는 monotype에서는 ‘e-스포츠’를 이번호 주제로 잡았다.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장을 낳은 작년 ‘롤드컵’의 기억을 소설가 박서련이 보내주었다. ‘꺾일 것 같을 때 나는 그냥 꺾인다’는 소설가의 문장이 인상 깊다. 꽉 닫힌 결말 같은 문장 뒤에, 소설가는 이런 글을 써넣는다. ‘그런 다음에는 그래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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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ble * ing * colors
국내와 해외를 연결하며 문학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글도 마련되어 있다. 작품의 편집과 번역에 관여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table에서는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을 번역하고 만든 번역가 강동혁과 편집자 윤정민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특한 관점으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소설가 현호정도 함께 자리해주었다. 신뢰라는 의미와 동시에 투자신탁이라는 의미가 있는 제목 ‘트러스트Trust’에서부터 소제목 ‘Bonds(결속, 채권)’, ‘Futures(미래, 주식 선물)’까지, 중의적 의미와 반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소설을 번역할 때는 어떤 일들이 생길까. 독자로서 무척 궁금할 번역과 편집의 이야기가 선물 상자차럼 가득 담긴 채 독자를 기다린다. 『트러스트』를 읽은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독서 경험을 복기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되기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좌담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번역에 대한 에세이를 수록하는 ing에서는 이언 매큐언의 『견딜 수 없는 사랑』을 번역한 번역가 한정아의 에세이를 소개한다. 이언 매큐언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이 작품에는 독특한 구조와 스타일이 있다. 때문에 번역가는 오히려 번역과 교정 과정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갔노라 고백한다. 그의 고백이 『견딜 수 없는 사랑』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닿기를, 또한 작품을 번역하며 겪은 것들에 대한 이 에세이가 독자들에게 좋은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나의 고전문학 작품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읽는 colors에서는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를 함께 읽었다. 이디스 워튼으로 하여금 여성으로서 첫 퓰리처상을 수상하도록 만든 이 책의 구조와 인물의 만듦새 등을 중심으로 소설을 개괄하는 평론가 손정수의 글과, 마지막 장면을 중심으로 사랑과 관계에 작용하는 다양한 알력을 분석하는 소설가 김종옥의 글이 실렸다. 서로 다른 독법은 지금 이 시대에 『순수의 시대』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두 필자의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해 독자들이 더욱 마음에 드는 독법을 파고들거나,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독서를 경험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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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rt story * novel
신작 단편소설을 수록하는 short story에는 장강명과 정진영의 소설이 실린다. 소설가 장강명의 「적당한 자의 생존」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근무를 쉬어야 했던 비행기 조종사를 주인공으로 코로나부터 현재까지의 지난한 생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생존이라는 말이 냉엄한 얼굴을 하고 개인의 주위를 떠도는 시대에 문학을 통해 ‘어떤 사람이 생존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뚫고 나가려는 노력이자,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장기적 성찰에의 요청일 것이다. 장강명의 소설은 언제나처럼 그 최전선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설가 정진영은 「동상이몽」을 통해 부동산에 얽힌 서로 다른 입장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같은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모인 듯 보였던 자리에서조차 나이와 학력, 경제와 자녀의 유무 등 다양한 이유로 반목하는 인물의 모습은 분열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정진영의 소설은 어느 한쪽을 쉽게 옹호하는 대신 현상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소설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연재소설을 수록하는 novel에서는 소설가 배수아의 『속삭임 우묵한 정원』 5화가 연재된다. 조금 더 어린 시절, 기숙학교 시절 받은 밀고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소설은 편지의 ‘밀고’라는 속성에 주목하는 듯 보인다. 소설 전반이 편지의 형식으로 구성된 것을 생각해볼 때 밀고의 의미는 더욱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거주의 공간으로서 변주되고 이동되었던 화자의 ‘집’들과 이야기가 머무는 자리로서의 ‘편지’의 속성이 겹쳐지며 소설은 독자를 속삭임 속으로 이끈다.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에 독자들이 많은 응원과 애정을 보내주기 바란다.

목차

intro
조해진 우리를 살게 하고 살리기도 하는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002

review
김성중 저메이카 킨케이드 『내 어머니의 자서전』・020
정지돈 버나드 맬러머드 『점원』・025
권혜영 에두아르도 멘도사 『구르브 연락 없다』・029
강보원 정지돈 『인생 연구』・036
김지승 다와다 요코 『목욕탕』・041

cover story
천운영+김유진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046

biography
최정나 도시 광장・084
류시은 나의 아보카도에게・090

diary
최진영 무제 폴더Ⅶ・096

hyper-essay
장혜령 지옥은 우리 안에 있다―마거릿 애트우드・114
김연덕 끈끈한 덩어리로 흐르는 꿈・128

insite
정수연 イメージ達〜Images・136

monotype
박서련 때로 꺾이더라도 계속하는 현상・146

table 에르난 디아스 『트러스트』
강동혁+윤정민+현호정 어느 것을 믿게 되든지・160

ing
한정아 인간의 이중성과 사랑과 화해・194

colors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손정수 분석적인 사랑의 심리 속에 새겨진 시대와 작가의 삶・202
김종옥 악마의 내기・210

short story
장강명 적당한 자의 생존・220
정진영 동상이몽・252

novel
배수아 속삭임 우묵한 정원(5회)・266

outro
손보미・294

작가 소개

천운영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바늘』 『명랑』 『그녀의 눈물 사용법』 『엄마도 아시다시피』,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생강』, 산문집 『쓰고 달콤한 직업』 『돈키호테의 식탁』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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