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사나이
* 은행나무 ‘노벨라’가 은행나무 ‘시리즈 N°’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2014년 론칭해 2016년까지 총 13권을 출간하고 잠시 멈춰 있던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가 새로운 명명과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다시 출간됩니다. 3~4백매 분량의 중편소설 시리즈로 한국문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던 ‘은행나무 노벨라’. 그 의미를 동력 삼아 현재 한국문학 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의 장편소설선 ‘시리즈 N°’으로 바통을 건네받아 이어갑니다. 문학에서 발견하는 그 위태롭고 무한한 좌표들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도를 완성해갈 시도를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괴물 같은 건 없어.
괴물 같은 인간이 있을 뿐이지.”
강태식 《두 얼굴의 사나이》 시리즈N 리커버판 출간!
2012년 장편소설 《굿바이 동물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강태식의 경장편소설 《두 얼굴의 사나이》 리커버판이 출간되었다. 전작 《굿바이 동물원》을 통해 특유의 날카롭고 위트 있는 문체로 경쟁사회에서 실패하거나 좌절한 이들의 웃픈 현실을 생생히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인격체의 등장으로 정체성의 혼돈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밀도 있게 그린다. 끔찍한 사건으로 한순간에 행복하던 가정이 파탄 나 버린 남자 두병과, 전직 형사에서 돈을 받고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다니는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전락한 남자 종현의 인생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통제 불능의 ‘나’를 통해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진 서늘하고 잔인한 욕망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비리고 위험하고 사악한 욕망이 집어삼킨 존재의 슬픔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아내마저 떠난 후 자포자기한 인생을 살고 있던 두병은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인 동시에 자신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과 동거하는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의 머릿속에 못처럼 박힌 놈의 정체는 처음엔 미미한 듯 불확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의 부피를 늘려가더니 두병의 일상을 거머쥐고 지배하는 지경에 이른다. 놈은 밤마다 깨어나 평균 구할 대의 승률을 자랑하며 도박판을 휩쓸고, 젊은 여자들을 유혹해 잠자리를 즐기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먹 하나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괴력을 과시한다. 그리고 마침내 놈은 두병의 통제를 벗어나 살인도 서슴지 않는 괴물로 변해간다.
놈은 두병의 일부였고, 팔이나 다리보다 더 두병의 일부였고, 팔이나 다리는 잘라낼 수 있지만 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놈은 두병의 머릿속에 있었다. 깊숙이 박혀 있는 못이나 총알처럼. _본문 8쪽
그런 두병의 뒤를 쫓는 또 다른 한 남자가 있다. 종현은 두병의 밤을 지배하는 놈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두병이 깨어 있는 동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놈에게 보고하는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종현 또한 술만 들어가면 폭력적으로 돌변해 사고를 치는 문제적 인간. 종현은 두병의 뒤를 쫓는 사이,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
“사람을 움직이는 연료는 욕망이다.”
소설은 시종일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위험하고 사악한 욕망과, 그 욕망에 집어 삼킨 두 남자의 이야기를 교차로 그려나가며 인간 내면에 잠재된 분노와 폭력성, 이중성을 보여줌으로써 서늘한 긴장감과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전작에서 재기발랄하며 경쾌한 필치로 삶에 대한 따뜻하고 깊이 있는 통찰의 내공을 보여줬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빠르고 속도감 있는 문장과 미스터리한 구성으로 인간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포착해낸다.
작가의 말처럼 돈과 권력, 성공, 섹스, 복수 등 살아가면서 우리가 품게 되는 갖가지 욕망들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게 사실이다. 소설 속 두병은 모든 욕망이 거세됨으로써 낮 동안은 “축축하게 젖은 걸레, 배를 뒤집고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 매미가 버리고 간 유충의 껍질”처럼 죽음과도 같은 삶을 이어갈 뿐이지만, 욕망이 폭발하는 밤에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만능으로 돌변해 남부러울 것 없는 쾌락을 누린다. 하지만 그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괴물이 될 수밖에 없음을 소설은 경고한다. 또한 그러한 내면의 괴물을 마주한 인간이 두려움과 맞서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진지하게 묻는다.
“술주정뱅이는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나본데,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야. 자네 그거 아나? 세상에 괴물 같은 건 없어. 괴물 같은 인간이 있을 뿐이지. 어쩌면 사람의 마음이 진짜 괴물일지도 모르고.” _본문 145쪽
결국 괴물은 내 마음 안에 있다. 욕망의 노예가 될 것인가, 주인이 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
개정판 작가의 말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