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오늘 소개

계간 『문학의오늘』을 펴내며

읽는 기쁨이 있는 문학, 보는 기쁨이 있는 문학의 잔치

저 어려웠던 일제시대를 살다 간 이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기억해 내곤 했다. 그는 유쾌하다 못해 기괴하게 웃는 사람이었다. 이 웃음소리는 세상의 모든 고뇌, 고통을 한달음에 깨뜨려버리는 소리였다.

우리나라에서 문학이 침중한 표정을 띤 것이 오래되었다. 깊이 있는 문학은 엄숙하고 진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 지 오래 되었다. 소설은 인물, 사건, 배경이 33%씩 적당하게 배분되어 있어야 하고, 시는 모르는 표현이 꼭 들어가 있어야 한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줄글을 행갈이만 해놓으면 된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문학의오늘』은 이 모든 생각의 인습을 벗어던지고, 침통해하지 않는 문학, 읽는 기쁨이 있는 문학, 아니 보는 기쁨이 있는 문학으로 나가야 하겠다. 『문학의오늘』은 지금까지 문학잡지가 존립해 온 방식과는 다른 방도를 취해 봐야겠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다짐해본다.

첫째, 우리 책은 뉴스와 정보를 창조하는 잡지가 돼야겠다. 남의 소식을 받아쓰는 잡지가 아니라 남에게 먼저 주는 잡지가 돼야겠다.

둘째, 우리 책은 보는 기쁨이 있는 잡지가 돼야겠다.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씨만 내리 달리고 있는 잡지가 아니라 글도 보고 그림도 보고 사진도 보는 잡지가 돼야겠다.

셋째, 우리 책은 현대문화의 첨단 지대를 함께 살아가는 잡지가 돼야겠다. 철 지난 문화를 보수하는 사람들이 되지 말고 맨 앞에 가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아는 잡지가 돼야겠다.

넷째, 우리 책은 우리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 잡지가 돼야겠다. 원형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르는 죄수처럼 되지 말고, 문학의 안과 밖을 다 보는 잡지가 돼야겠다.

다섯째, 우리 책은 지금 삶에 더 밀착해 있는 잡지가 돼야겠다. 인생에 대한 추상적인 해석에 머무르지 말고 언어가 살아 있는 삶과 만나는 장이 돼야겠다.

여섯째, 그러고도 우리가 훌륭한 소설과 시를 이 책에서 볼 수 있고, 날카로운 비평적 시선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고, 살아 있는 사람들, 문학인들, 다른 예술인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면, 우리 책은 단 일 년을 살더라도 보람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이 책에서 누군가 웃음과 채색 속에 묻혀 있는 생각의 씨앗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좋은 잔치를 벌였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생각을 간명하게 요약하면 무엇이 될까? 우리는 그것을 예술과 인격의 자유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은 다시 예술의 자유, 인격의 자유가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때다. 문인들은 자본과 문단적 권력의 작용 때문에, 미디어적 관리와 통제 시스템 때문에 표현하고 싶은 생각,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참여 정신도, 문학적 유희의 정신도 퇴색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잡지가 무엇보다 더 넓고 깊은 자유의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문학적 예술성을 추구하는 사람들, 인격의 진정한 고양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제공되고 허여될 것이다.

편집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