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권위 있는 3대 문학상을 휩쓴 재일 한인 3세 작가의 괴물 같은 데뷔작

지니의 퍼즐

원제 ジニのパズル

지음 최실 | 옮김 정수윤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8년 8월 17일 | ISBN 9791188810482

사양 변형판 128x188 · 196쪽 | 가격 12,000원

시리즈 오늘의 일본문학 |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제59회 군조 신인문학상 /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 제67회 예술선장 신인상 / 2019년 청소년 북토큰 선정 도서

책소개

“전후 일본의 젊은 작가가 쓰지 못한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청춘소설”
_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평에서

“재일조선인 3세의 실존을 이야기하면서도
개인과 세상 사이에 풀기 힘든 불화를 탁월한 기량으로 그린 걸작”
_문경수(리츠메이칸대학 교수)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
_〈아사히신문〉

일본의 권위 있는 3대 문학상을 휩쓴
재일 한인 3세 소설가의 괴물 같은 데뷔작

군조 신인문학상(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수상), 오다사쿠노스케상(미우라 시온, 니시 가나코 등 수상), 예술선장 신인상 등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동시 수상하고 아쿠타가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재일 한인 3세 소설가 최실의 첫 장편소설 《지니의 퍼즐》이 출간됐다.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녔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픽션”으로, 경쾌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더해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발전시켰다. 고독감 속에서 세상과 투쟁하는 사춘기 소녀의 좌절과 절망, 분출하는 에너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는 평가 속에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직후 2만 5천 부의 중쇄를 찍는 등 신인 작가의 순수 문학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낳았다.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위원 다카무라 가오루는 작가를 “언어 표현의 재능과 의지, 행운, 이 세 가지가 모인,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평했으며, 작가 나카지마 교코는 작품에 대해 “틀림없는 걸작”이라고 단언했다.

소설은 재일 한인 소녀 박지니가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으려는 분투와 갈등을 그린다. 지니가 일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학교(북한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는 조총련 산하 민족학교) 중등부에 입학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탄도탄)을 발사한다. 이 무렵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학생들 1만 5천 명이 조선학교에 다녔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교실 정면에 걸려 있었다. 작가는 “실제로 조선학교에 다닐 때 초상화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며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긴장한 채 학교를 다녔고 폭행당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일본 사회에 만연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피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에게 얘기하는 마음으로 썼고, 그때의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 것이 서툰 아이들,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늘이 무너진 그때, 나는 하늘을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차별과 폭력, 잔혹한 세계에 직면한 십대 소녀의 절망과 분투

미국 오리건주 고등학교를 다니는 지니는 울고불고 소리쳐도 투명한 존재로 무시받는 같은 반 친구 존을 보고 ‘학교(세상)는 잔혹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홈스테이 주인이자 저명한 그림책 작가 스테퍼니는 청각 장애를 가진 친구 매기와 함께 유일하게 지니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인물. 스테퍼니는 “당장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지니에게 “그때는 하늘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이 대화 끝에 무너지는 하늘을 받아들이지 못한, “인생의 톱니바퀴가 미쳐 돌아간 5년 전의 일”이 풀려 나온다.
일본 초등학교 6학년 식민지 시대 한반도 역사를 배운 날, 지니는 같은 반 친구에게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마! 바보 아냐? 조센진”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후 친한 친구들로부터도 서서히 따돌림을 당하다 조선학교 중등부에 입학한다. 조선말이 서툴고 외골수에 개성이 강한 지니는 단체 행동이 많고 일본어를 못 쓰게 하는 조선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 교실 정면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이상하고도 기분 나쁜 감정을 느낀다.

나는 초상화를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우익 자동차 앞에서 자, 뭐가 틀렸을까요? 틀린 걸 찾아보세요, 라고 했던 것처럼 초상화가 내게 뭔가 속삭이게 됐다. “이 풍경 속에는 틀린 것이 있지, 그게 뭔지 너희가 아느냐.” 김씨 부자가 그렇게 물었다. 81쪽

소설 중간중간에 이야기의 문맥에서 벗어나 ‘북조선에서 온 편지’가 끼어든다. 북한으로 간 외할아버지는 지니의 엄마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북한은) 아주 살기 좋은 나라”라고 쓰지만 두 번째 편지에는 “잊어다오. 이제 편지는 기다리지 마”라며 그곳에서의 삶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암시한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이복 이모가 보내온 편지에 외할아버지가 병원도 못 가보고 사망한 사연이 적혀 있어 ‘초상화의 나라’가 지닌 비참함이 드러난다. 한편 북한에 거액을 지불하고서야 수용소에 갇힌 가족이 일본으로 송환된다는 사실을 들은 지니는 ‘북조선에선 인간의 생명을 돈과 맞바꿀 수 있다…… 잘못됐다! (…) 교실에 있는 초상화는 잘못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어차피 국경 같은 거 누군가의 낙서잖아. 왜 그따위 낙서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해”
고독한 혁명, 부조리한 학교와 사회, 국가에 홀로 맞서다

여름방학 마지막 날, 북한이 일본 해상을 향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교복인 치마저고리 대신 체육복을 입고 통학하라는 학교의 연락을 받지 못한 지니는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만원 전철에 오른다. 제때 전철에서 내리지 못해 학교로 가지 못하고 우연히 들른 쇼핑센터 지하에서, 자신들이 경찰이라는 세 중년 남성으로부터 “조센진은 더러운 생물”이라는 말과 함께 모욕적인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다.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지니는 등교를 거부하다 한참 시일이 지난 후 “나는 혁명가의 알”이라는 선언과 함께 학교로 향한다.

혁명―그 말을 머릿속에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온몸이 불타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펄펄 끓어오르는 마그마처럼 분화 직전의 기분이다. 나는 희열을 느꼈다. 135쪽

지니는 김씨 정권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선언문을 교내에 뿌리고 “북조선은― 김씨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살인자의 학생들이 아니다. 초상화는 지금 이 순간부로 배제한다. 북조선 국기를 탈환하라”고 외친 후 김씨 부자의 초상화를 끌어내려 교실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린다.

지니의 고독한 혁명은 지니가 ‘어떤 공간’(정신병동)에 수용되고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에도, 한국에도,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다. 하와이로, 미국 오리건주로 도망쳐 왔지만 역시 외톨이일 뿐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의 끝과도 같은 곳(미국 오리건주)에서 지니를 말없이 돌봐주던 홈스테이 주인 스테퍼니는 ‘도망칠 구멍 없는 과거가 들러붙어 있다’는 지니를 보듬어 휴식 없이 길었던 여행을 끝내도록 돕는다.

“우리의 시는 끝없이 늘어나리라. 두려워 마라. 이 세상은 교과서보다 예술로 가득하다”
세계의 구원을 위한 투쟁과 혁명의 기록으로서의 문학

지니와 같은 재일 한인 3세에게 이 세계는 부조리만이 횡행하는 곳이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들을 협박하고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누군가가 희생돼도 변함없이 교조적인 학교와 국가와 조직…… 그러나 지니는 이 세계를 결단코 외면하지 않겠다고,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위는 어둠에 잠기고, 이 비참한 생은 희미한 소리도 없이 끝나리라고 생각한 와중에도, 노래하기를, 춤추기를, 환하게 웃기를 잊지 않았던 (…)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 음악이 멎는 일은 없으리라. 우리의 시는 끝없이 늘어나리라. (…) 두려워 마라. 이 세상은 교과서보다 예술로 가득하다. 164쪽

소설은 ‘시간의 조각’이라는 짧은 장에서 이 세계의 구원을 ‘우리의 시(詩)’에서 찾는다. 문학을 읽고 쓰고 만드는 일은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는 두려움 없는 행위일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를 위한 작은 투쟁이자 혁명의 기록”(‘옮긴이의 말’)인 이 작품은 ‘혁명의 알’이자,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맑은 마음이 빚어낸 한 편의 시다.

목차

지니의 퍼즐 ·7

작품해설/문경수(리츠메이칸대학 교수) ·178
옮긴이의 글·190

작가 소개

최실 지음

1985년생. 재일교포 3세로 도쿄에 거주한다. 《지니의 퍼즐》로 제59회 군조 신인문학상,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제67회 예술선장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정수윤 옮김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다자이 오사무 전집 《만년》, 《신햄릿》, 《판도라의 상자》, 《인간 실격》, 미야자와 겐지 《봄과 아수라》,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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