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지음 우에노 지즈코 | 옮김 나일등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6월 14일 | ISBN 9791167371720

사양 변형판 140x210 · 404쪽 | 가격 17,000원

분야 인문

책소개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으며,
여성 혐오에서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성차별적 남성 사회의 뿌리, ‘여성 혐오’ 사상을 일깨워준
세계적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기념비적 저작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1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된 ‘여성 혐오’를 철저히 분석해 한국 사회에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문제적 저작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가 출간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두 챕터 분량의 본문과 작가의 말이 추가된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호모소셜·호모섹슈얼·여성 혐오’라는 이론적 틀로 성차별적 남성 사회를 분석한 책으로, ‘여성 혐오’의 본질과 작동 방식을 규명하여 10년이 넘도록 페미니즘 인문서의 교과서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여성 혐오는 보편적이지만 운명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사회의 뿌리까지 잠식해 있는 여성 혐오의 보편성을 밝혀 충격을 주었지만, 이를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개념과 관점을 설명하여 여성 혐오를 극복하고 이후를 상상할 수 있는 지식과 실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한국은 물론 대만과 중국에서도 출간되어 아시아 독자들에게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대학의 여성학 강의나 글쓰기 수업의 교재로도 널리 쓰이며 ‘여성 혐오’의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다.
‘여성’이란 ‘남성이 아닌 자’에게 찍힌 낙인이다
-성차별의 본질, ‘여성 혐오’에 대한 총체적 고찰

저자는 ‘여성 혐오’를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라고 간결하게 정의한다. 여성 혐오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이 존재하는데, 남성은 이성적이고 주체적이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이며, ‘남성이 아닌’ 여성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주체적이기보다 수동적인 객체라는 낙인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여성 혐오 사회에서는 남성을 우월하고 지배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정당화된다. 여성 혐오는 여성은 스스로를 인정하거나 사랑하기 어렵게 만들고, 남성은 여성을 멸시하며 동등한 주체로 여기지 않게 만든다.
이러한 여성 혐오는 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사회 구성원들이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특히 여성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것과 여성 혐오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람둥이 남성은 여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성적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고,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남성은 다정한 보호자를 자처하며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타자화한다. 모성과 어머니에 대한 찬양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을 ‘어머니됨’에 가두는 여성 혐오이자 ‘맘충’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딸의 사회적 성공을 응원하면서도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어머니는 딸에게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 혐오는 사회적·맥락적으로 나타나기에, 저자는 여성 혐오 사회의 구조를 차근차근 해체해나가며 여성 혐오의 실체를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여성 혐오는 남성 연대로 구축되고 완성된다
-여성에 대한 비하와 타자화를 공유하는 남성들

여성 혐오는 본래 여성을 멸시하고 타자화하는 남성의 것이며, 남성 연대(호모소셜)로 만들어지고 완성된다. 저자는 사회학자 사토 유이가 내린 ‘차별’의 정의를 빌려 ‘성차별’을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그것을 공유하는 남성과 동일화하는 행위”로 규정하는데, 이는 남성 연대가 여성 혐오를 공고히 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즉 ‘여자는 감정적이고 책임감이 없고 의존적이다’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남성들끼리 공유함으로써 여성을 타자화하고(여성 혐오)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고 독립적인’ 남성들 사이의 유대(남성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남초 커뮤니티, 남성 시청자 중심의 유튜브 채널, 남성 친화적 매체 등에서 여성 비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남성이 기득권을 지닌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의 성취나 능력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남성 연대와 여성 혐오가 강화된다. ‘여성 정치인’, ‘여의사’, ‘여기자’ 등의 표현은 모두 여성의 직위와 성취를 부차화하는 언어이며, 여성을 ‘아이를 낳고 돌보는 존재’로 간주하여 채용, 승진, 공직 등에서 배제하려 한다. 저자는 여성에 대한 ‘(직장 내)성폭력’을 이러한 여성 혐오의 하나로 분석하는데, 성폭력이 여성을 ‘나(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타자화하고 낙인을 찍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 젠더의 실천’(=여성 혐오의 실천)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폭력·배제는 다시 남성과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을, 여성 혐오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굳건히 한다.
‘페미니스트란 여성 혐오와 갈등하는 자이다’
-여성 혐오 너머를 모색하다

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 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 혐오에 적응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킨다. 때문에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이 여성 혐오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_본문 중에서

그러나 저자는 여성 혐오가 역사적·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시작과 끝이 있다고 말한다. 여성 혐오는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이라는 범주가 지닌 차이에서 기인하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과 맥락에 의해 구축된 것이다. 즉 우리는 여성 혐오와 부딪치고 갈등하면서, 발생 원인과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여성 혐오의 역사적 끝에 도달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여성 혐오가 너무나도 깊이 박혀 있는 세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지만, 차근차근 여성 혐오로부터의 ‘탈세뇌’를 이뤄나간다면 여성 혐오 너머의 세상을 그려나갈 수 있다. 이 책은 그 출발선이자 이정표이며, 언젠가 여성 혐오가 종식된 시대에 ‘이상한 시대의 이상한 증언’으로 읽힐 것이다.

 

추천의 말

단숨에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들어버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출간 이후 지금까지 수도 없는 사람들을 나처럼 변화시켜왔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근대사회 여성 혐오와의 결별과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약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에 낱낱이 적힌여성 혐오에 대한 통·공시적 고찰은 여전히 우리 세대의 페미니즘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가리키는 굳건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페미니즘으로의 첫발을 떼던 날의 나처럼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혹은 페미니즘과 지지고 볶은 지 10년 즈음인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조심스러운 초대를 건넨다.
_슬릭 래퍼, 괄호가 많은 편지저자

한국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 억압 혹은 통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남성 지배’라고 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려 하거나, 여성에 의한 담론에 동조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권력의 출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동일화하거나 포섭되는 것이 탐탁스럽지 않은 것이리라. 아마도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성 지배의 구조 속에서 남성이 ‘남성’이 되는 메커니즘, 여성이 ‘여성’이 되는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브 세지윅의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의 3종 세트를 가지고 저자는 현실 속 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 경멸, 차별, 무시 등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세지윅의 이론적 틀을 이해할 수 있고, 이제껏 모순으로만 비춰졌던 여러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성 이슈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여성이 겪는 차별을 문제화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해답 역시 얻게 될 것이다.
항상 문제와 정면으로 대면하는 저자의 용기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세지윅의 이론을 일본 사회에 대입한 것이지만, 한국의 젠더 관계를 분석하는 하나의 비교 준거점이 될 것이다.
_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

목차

개정 한국어판을 내며
한국어판을 내며

제1장 호색한과 여성 혐오
제2장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
제3장 성의 이중 기준과 여성의 분단 지배─‘성녀’와 ‘창녀’의 타자화
제4장 ‘비인기남’과 여성 혐오
제5장 아동 성학대자와 여성 혐오
제6장 황실과 여성 혐오
제7장 춘화와 여성 혐오
제8장 근대와 여성 혐오
제9장 어머니와 딸의 여성 혐오
제10장 ‘아버지의 딸’과 여성 혐오
제11장 여학교 문화와 여성 혐오
제12장 도쿄전력 OL과 여성 혐오 part 1
제13장 도쿄전력 OL과 여성 혐오 part 2
제14장 여성의 ‘여성 혐오’, ‘여성 혐오’의 여성
제15장 권력의 에로스화
제16장 여성 혐오는 극복될 수 있는가
제17장 아저씨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성희롱, 무엇이 문제인가?
제18장 ‘병든 여자’의 여성 혐오

초판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작가 소개

우에노 지즈코 지음

1948년 생. 교토대학교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도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11년 명예 교수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국내의 여성 활동 지원과 단체 간 연결을 위해 NPO법인 WAN(Women’s Action Network)을 설립, 현재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1994년 《근대가족의 성립과 종언》으로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하였으며, 그 외 《스커트 밑의 극장》 《90년대의 아담과 이브》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내셔널리즘과 젠더》 《여자놀이》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여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연세대학교 조한혜정 교수와의 서간집 《경계에서 말한다》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되기도 했다.

나일등 옮김

1978년 생. 동경대학교 사회학 박사과정.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공부를 했고, 연세대학교에서 조한혜정 교수에게 문화인류학을 배운 뒤 일본에서 우에노 지즈코의 도쿄대 재임 마지막 3년을 같이 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회학 관련 번역 서적으로 《워킹 푸어》《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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