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웃기고 기괴하게 시적인, 영국 문단의 록스타 마틴 에이미스의 귀환!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르네상스 소년의 반사회적 삼촌 관찰기

원제 Lionel Asbo: A state of England

지음 마틴 에이미스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3년 11월 6일 | ISBN 9788956607283

사양 변형판 147x215 · 424쪽 | 가격 14,000원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국보급 망나니 슈퍼스타의 탄생과 몰락
―반사회적 삼촌과 학구적인 조카는 과연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기괴한 유머와 황당한 설정으로 ‘영국 문단의 악동’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 마틴 에이미스의 열세번째 신작 장편소설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은행나무 刊 )가 출간되었다. 이보다 더 막나갈 수 없는 직업적 범죄자 ‘라이오넬 애즈보’와 그의 학구적이며 르네상스적인 조카 데스먼드의, 조금은 이상한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미디어와 셀러브리티에 대한 현대의 강박적인 열정, 그리고 고도화된 자본주의를 마틴 에이미스만의 방식으로 비꼬고 있는 현대의 우화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라이오넬 애즈보’는 20대 초반에 이미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인물로,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페퍼다인에서 ‘반사회적행동금지명령’을 뜻하는 애즈보(ASBO)로 바꾼 황당하고 반사회적인 캐릭터. 그런 그가 집처럼 드나드는 감옥에서 빼앗은 로또에 당첨되어 막대한 부자가 되면서 반사회성의 표본이었던 라이오넬은 신문과 TV가 원하는 셀러브리티가 된다. 후에,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기자들에게 웃어주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고백을 하는 상대는 다름 아닌 그의 하나뿐인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 섹스를 하는) 조카 데스먼드다. 친할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만 빼면 막나가는 삼촌과 정반대로 공부도 잘하고 성정이 고운 데스먼드는 백만장자 몇십 명을 합친 것과도 같은 부자 삼촌을 두고도 여전히 가난한 채로 황량한 디스토피아로 묘사되는 (런던 가상의 지역) 디스턴에서 꿋꿋이 제 삶의 트랙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쓴다. 이 책은 그 두 사람의 성장과 몰락을 통해 폭력과 섹스, 돈이 신흥종교가 된 현대의 자회상을 비틀어 보여 주며 ‘유머’와 ‘아이러니’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마틴 에이미스는 현대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 대한 풍자로서의 이 책을 2011년에 작고한 그의 지음이자 비판적 지식인이었던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바치고 있다.

이보다 더 막나갈 순 없다!—차원이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

“친애하는 주느비에브에게
저는 나이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 여자는 아주 세련된 숙녀고, 내가 아는 십대 아이들과는 달라요. 섹스가 끝내줘요. 난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 여자가 바로 우리 할머니예요!”
이 글을 쓴 데스먼드 페퍼다인(데스먼드, 데스, 데시)은 열다섯 살 반이었다.
—본문 90쪽

친할머니와 15세 손자의 부적절한 관계, 별일은 아니고 그저 감옥에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정도, 고도로 머리를 써서 멍청해 보이는 짓을 하는 직업적 범죄자, 디스턴에 산다면 누구라도 걸음마와 함께 기본으로 떼는 포르노, 투표권이 생기기도 전에 이미 자식이 일곱이었던 할머니……. 논란을 피하지 않는 영국 문단의 문제적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의 배경이 되는 설정을 몇 개 나열해 보는 것만으로 이미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다. ‘어? 어디서 봤더라? 분명 있었던 일 같은데…….’ 정도차야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주변에서, 뉴스에서, 신문에서 이렇게 새롭게 떠오르는 현대적 엽기사건들을 무수히 보고 듣고 놀라고 있다.
마틴 에이미스는 쇠락해 가는 도시 디스턴과,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슈퍼스타 라이오넬 애즈보의 몰락을 나란히 놓으며 첨예한 자본주의 21세기에 대한 비판으로 쇠락하지 않는 것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사실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되는 아이러니함을, 로또로 대박부자가 된 반사회적 인간 라이오넬 애즈보와 그를 둘러싼 타블로이드전쟁을 통해서 우스꽝스럽게 보여 주며 지금 우리가 인터넷에서 클릭하고 있는 어떤 가십, 신문 톱에 오른 기사,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주시하는 검색어 순위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국제뉴스. 다푸르의 학살. 북한은 핵 실험을 할 것인가? 멕시코 마약 전쟁에서 수십 명이 살해당하다……”(58쪽)는 기사는 가볍게 넘기고 신문의 상담 칼럼니스트에게 할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상담하는 것만이 제1순위인 현실. 오죽하면 라이오넬은 그의 조카에게 신문 같은 건 읽지 말라고, 더 이상의 고등교육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진짜 이유 같은 건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며.

“신문 같은 거 읽지 마라, 데스.. ……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그럼 삼촌도 잘 모르는 거네요, 그 온갖 일들이……  리 삼촌, 우리가 이라크에 간 이유가 뭐죠?” 라이오넬이 신문을 넘겼다.
“아니면 혹시 이라크에 대해서 모르는 거예요?”
“이라크, 당연히 알지. 9·11이잖아. 봐, 데스, 9·11때 머리에 행주 쓴 놈들이…”
“하지만 이라크는 9·11과 전혀 상관없었다고요!”
“그래? …… 데스, 넌 너무 순진해.”
 —본문 59쪽

왜냐하면 그들이 살고 있는 그곳 ‘디스턴’은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을 증오했고 다른 모든 것은 또 모든 것을 증오”하는 곳,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을 향해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고, 모든 것이 무게가 없고, 모든 것이 무게를 증오”(252쪽)하는 곳이고 이런 황량한 세상 끝 디스토피아에서 의미 있는 것은 단 두 가지—바로 포르노와 감옥뿐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나 다름없는 삼촌 라이오넬은 그리하여 하나뿐인 조카에게 끊임없이 인생의 조언을 늘어놓는다. “횡단보도 앞에서 절대 멈추지 마라.” “너 밤에 기어나갈 때 칼은 갖고 다니냐?” “좀 쓸모 있는 일을 해라. 차라도 훔치든지.”

개와 코끼리에 대한 진실—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기

“자, 이제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영어 표현에서 누구도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은유로 흔히 ‘방 안의 코끼리’를 언급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도대체 누가 개를 들여놓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굳이 아무도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현대의 ‘종교’ 혹은 ‘신념’에 대한 책이다. 셀러브리티의 일거수일투족에 카메라가 따라붙고, 섹스와 폭력은 일상의 양념이 된 지 오래. 돈이 곧 종교고, 돈을 불리는 것이 유일한 신념이며, 그 어떤 가치도 뛰어넘는 성스러움을 자랑한다. 그러나 비판을 하자고 들면 21세기 전반을 새로 써야 할 지경이기에 이토록 글로벌하게 천박한 현대 자본주의를 우리는 굳이 따지길 포기한다.

저에게는 그게 원칙이었습니다. 절대 배우지 않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각자 경력을 쌓아야 했습니다. 난 장물취득이랑(아시죠, 되파는 거요) 빚 받는 일에 끌렸지요. …… 우리가 했던 일이 엄밀하게 합법적이었다고 할 순 없죠. 하지만 우린 사과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법은 부자들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니까요.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것에 굴하지 않지요.
 —본문 121쪽

그럼에도 마틴 에이미스는 그 코끼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꺼내고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것을 시도한다. 우리가 그의 작품 중 가장 웃기다고 손꼽히는 이 소설을 보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사실은 보이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던 코끼리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것을 권유받는 불편함 때문이고, 도대체 “누가 개를 들여놓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혼돈의 도시 디스턴 타운, 그 막막한 터널 속에서 살았던 데스먼드는 그의 “예민한 영혼이 시선을 둘 곳은 정말이지 한 군데밖에 없었”기 때문에 “위로, 오직 위로만 향했다”. 굳이 그처럼 예민한 영혼이 아니더라도 불편한 것에 침묵하고 시선을 위로 하는 익숙함이 편한 독자들에게 마틴 에이미스가 가지고 오는 개와 코끼리에 대한 진실은 아마도 한없이 불편할 테지만, 아직 스스로를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것은 지성에 대한 책이라고. 어떻게 지성이 발전되고, 허비되는지에 대한 책이라고 말이다. 멍청한 짓을 하는 데 고도로 머리를 쓰는 우리의 범죄자 라이오넬 애즈보와, 대학(university)에서 하나의(uni-) 시(verse)를 연상해 내며(25쪽) 우주의 조화와 비슷한 뜻으로서 대학을, 단 하나의 시를 원한 학구적 조카 데스먼드 페퍼다인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지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각각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 이뤄낸 일이라고는 남의 로또를 빼앗아, 조카에게 번호를 쓰게 시킨 게 전부인 라이오넬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바닷가재를 먹고, 성실하고 편견 없고 공부를 좋아하는 데스먼드는 야간에 택시를 몰면서 간신히 방세를 낸다. 우리는 과연 어떤 지성의 편에 서고 싶을까? 우리의 지성에 대해, 혹은 깨어 있을지 죽어 있을지 모르는 의식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볼 일이다. 바야흐로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때다.

구제불능 속에서 찾아내는 한 줄기 기쁨, 혹은 희망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로 나오는 삼촌과 조카. 장물취득과 불법침입이 생업이던 우리의 안티히어로 라이오넬의 정 반대편에는 학문을 사랑하는 조카 데스먼드 페퍼다인이 있다. 어려서 고아가 된 그에게 반(反)아버지인 삼촌은 감옥과 포르노로 점철된 인생인 반면, 데스먼드는 할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만 빼면 선량하고 올곧은 인물.

데스가 열일곱 살이 되자 (이제 그는 양심과 공존하는 법을 찾았다) 라이오넬은 포드 트랜싯을 타고 그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었다. 데스는 라이오넬의 갖가지 조언(가능할 때마다 추월해라, 가능한 한 자주 경적을 울려라, 횡단보도 앞에서 절대 멈추지 마라, 노란색은 빨리 가라는 뜻이다)을 말없이 무시하면서 고속도로 표지판을 외우고 행동을 조심하며 시험을 준비했고, 나이가 지긋하고 도덕적인 척하는 시험관 앞에서 단번에 통과했다! …… 그들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거꾸로 가는 아빠, 반(反)아버지. 라이오넬이 말하면 데스는 그 반대로 했다.
—본문 90~91쪽

마틴 에이미스는 한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마음으로는 소설을 쓸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기가 차게 불법적이고 비윤리·비도덕적인 그 모든 삐딱함 속에서 결국은 선량함을 믿는 저자의 마음, 그리하여 21세기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그려낸 이 책에서 디킨스를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걷는다는 것은 곧 넘어진다는 것임을 데스먼드가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통해 다소 노골적으로 은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쨌거나 우리에겐 기쁨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끈질기게 하고자 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 《런던 필즈》에서도 보여 준 바 있는 어린 세대에 대한 상냥하고 따뜻한 시선과 기대감은 구제불능 속에서 기어코 찾아내는 한 줄기의 긍정을 재확인시켜 주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데스먼드의 갓난 딸 실라를 묘사할 때는 마틴 에이미스의 날카로운 펜도 마냥 부드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작가는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틴 에이미스가 날카로운 펜 끝으로 추한 현실을 냉정하게 파헤치며 비웃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옮긴이 후기 중에서

작가 소개

마틴 에이미스 지음

1949년 영국 웨일스 태생의 마틴 에이미스에게는 “새로운 불쾌함의 대가”라는 수식어 내지는 영국 문단의 문제아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행운아 짐》의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엑시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다. 24세에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레이철 페이퍼스》(1974)로 서머싯 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래 《죽은 아기들》(1975), 《성공》(1978)을 비롯, ‘런던 3부작’이라고 불리는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노트》(1984), 《런던 필즈》(1989), 《정보》(1995) 등을 썼다. 2008년 <더 타임스>가 뽑은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살만 루슈디, 줄리언 반스, 이언 매큐언 등과 함께 ‘골든 제너레이션’ 작가로 불린다.
돈에 중독된 현대인을 기괴하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노트》는 〈타임〉매거진이 뽑은 100대 영문소설에 선정되었으며, 그가 한 매체에서 “문학상은 지루한 작품에게만 돌아간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곱 번째 소설 《시간의 화살》은 1991년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서구 물질사회와 과도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와 풍자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마틴 에이미스는 현재까지도 많은 영미권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작품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저명한 비판적 지식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와는 오랜 신우(信友)였던 만큼, 마틴 에이미스는 자신의 열세 번째 장편소설을 히친스에게 바치고 있는데, 맹렬히 사회를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며 논쟁의 중심에 있던 그들이었던 만큼 이 책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역시 출간 이후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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