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가 내려앉으면 여전히 나는 글을 쓴다

연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음 손장순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2년 12월 11일 | ISBN 9788956606620

사양 변형판 152x210 · 384쪽 | 가격 13,000원

분야 비소설

의미와 마음을 담은 현재의 진솔한 기록

책소개

“이내가 내려앉으면 여전히 나는 글을 쓴다.”
의미와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삶과 사랑, 문학에 대한 진솔한 기록

문단에 데뷔한 이래로 숱한 화제작을 내놓으며 쉼 없이 치열하게 글을 써온 대표적 지성파 작가 손장순의 자전 에세이 《연어는 돌아오지 않는다》(은행나무 刊)가 출간되었다. 예리하면서도 깊고 원숙한 통찰력으로 인간 심층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실체를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온 작가는 《한국인》 《공지》 《세화의 성》 등 선 굵은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단편이 주를 이루던 당시 문단에서 장편 작가로서 기지를 한껏 발휘해 왔다. 일찍이 ‘자유, 고독, 시간’ 이란 세 단어에 매료되어 여성으로서는 결코 순탄치 못한 파격적인 삶을, 작가로서는 성공적이었지만 고독으로 점철된 길을 걸어야 했던 그녀의 짧지 않은 이야기가 유쾌하고도 진솔하게 담겨 있다.
2012년 여름, 그동안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꾸준히 작가 활동을 해오면서 알뜰히 모은 재산 20억을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해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손장순 작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선용해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이번 에세이를 기획했다. 주변을 의식하거나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미사여구나 포장은 말끔히 걷어내고 그동안 자신이 써온 소설 이상의 리얼리티를 살려 그녀의 인생과 사랑, 문학에 대한 솔직담백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풀어냈다.
이미 스스로 고령이라 여기는 나이에 그녀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다시 펜을 들어 완성한 이번 에세이는 지나친 자기 고백이나 헐벗기가 아닌, 절대 고독을 통해 완성한 글쓰기의 운명 혹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엿보는 소중한 기회라 할 수 있다.

 

 

고독, 자유, 시간 – 파란 많은 삶의 표증들

늘 고독과 자유를 갈망해오던 작가는 고독한 인생을 대가로 치르고서야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첫 결혼이 실패로 끝나고, 어찌 보면 여자 인생에 있어 가장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단칸방에서 작품 활동에만 매달리면서 치열하게 보내야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난했지만 낭만과 자유, 고독이 공존하던 아름답던 시간들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대표작 《한국인》과 《세화의 성》을 완성했고, 마침내 성공한 작가로서 명예와 부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여전히 내면은 상처뿐인 영혼, 텅 빈 시간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결핍투성이의 고적한 삶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삶을 천고(天孤)로 받아들이며 그 시간들을 묵묵히 버텨왔다고 고백한다.

“이제 나도 엄살을 피자면 혼자 사는 것처럼 고약한 것은 없다. 그런 한편 누군가와 매일 함께 산다면 혼자 명상하고 휴식을 즐길 수가 없어 이제는 그것도 무척 불편하다. 이것이 천고(天孤)를 타고난 나의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렇게 사는 프로보다 멋지게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는 그래도 작가로서, 여자로서 이만하면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고 자위한다. 지금 이 순간, 미래가 없는 것에 절망하거나 헛된 종교적인 희망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자기최면을 건다. 최후의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사랑의 갈망, 글쓰기의 열정, 아름다운 돌아보기

버나드 쇼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작가 손장순은 말한다. 젊음은 어쨌든 축복이라고. 젊어서는 사건이 많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젊음이 더욱 아쉽고 그립다는 것이다.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면 좀 더 분망하게 젊음을 즐기며 살겠다 생각하면서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이제 젊음만이 아닌 삶 전체를 축복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젊은 시절의 아픔이 많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딸 많은 보수적인 집안에 막내로 태어나 싫은 내색, 엄살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살았던 삶, 첫사랑의 실패, 이혼과 하나뿐인 아들과의 이별, 재혼하기 전까지 13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지내면서 겪었을 고통과 외로움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작가로서 성공한 뒤에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시간들을 오롯이 아름답게 기억해 냈다.

“삶은 매일매일 다가오는 죽음이란 좌절에서 느끼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이 없는 삶은 너무 삭막하고 권태롭다. 이 나이에 가슴속에 사랑을 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이내가 깔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그것만이 나이를 먹는 고독에서 구원받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무의미와 권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늘도 산꼭대기에서 굴러 내리는 시지프의 바윗덩어리를 다시 굴려 올리듯.
책에서는 그녀의 젊은 날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작가로 데뷔할 당시 선후배 동료들과의 우정, 작품에 얽힌 일화와 문학에 대한 애정, 작가로 걸어온 일련의 과정들이 따뜻하고 정갈한 문체로 그려진다. 글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 죽음 앞에서도 의연히 삶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 여전히 순수한 영혼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씩씩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의 멋진 인생이 새삼 부러움을 자아낸다.

“삶이란, 스스로 등불을 켜고 사막을 걸어가듯이, 어둠을 헤치고 걸어가는 것이다.”

 

 

∎ 추천글

글쓰기의 운명 혹은 내면 풍경을 살펴보며……
손장순 선생의 삶은 작가로서의 운명에 그대로 값한다. 소설 쓰기와 불문학 연구를 겸하여 출발한 문필 생활에서 손 선생의 격정과 고뇌가 그대로 담긴 것은 물론 소설이다. 선생의 문필 생활에서 빛나는 부분은 한국문학의 지방성 극복과 관련되는 다양한 문학적 담론을 글쓰기를 통해 실천하고자 한 점이다. 이것은 선생의 소설이 보여 주는 삶의 영역이 그만큼 ‘글로벌’의 감각과 통해 있었음을 말해 준다. 이번에 새로 쓴 자전적 에세이는 소설적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워져 있었던 선생의 내면 풍경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권영민(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손장순 지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원에서 현대 프랑스 소설을 연구했으며, 한양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단편 <입상>과 <전신>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데뷔, 인간 심층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실체를 깊고도 예리한 통찰력으로 형상화해 왔다.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욕망의 핵심과 애증 그리고 실존의 문제를 사회성 짙은 이데올로기 문제와 함께 치열하게 다루어 온 그는 일찍이 화제의 베스트셀러 《한국인》 《공지》 《세화의 성》을 통해 장편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제4회 한국여류문학상, 제12회 한국펜클럽 문학상, 제4회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꿈꾸는 목신》 《춤추는 인형》 《심씨일가의 사람들》 《야망의 여자》 《돌바람》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폭죽》, 단편 《대화》 《불타는 빙벽》 《도시일기》 《허수아비와 근사치》 《두 개의 얼굴》 등이 있다. 또한 불역본 《Les Coréens(한국인)》과 영역본 《A Floating City on the Water(물 위에 떠 있는 도시)》가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었으며, 수필집 《나의 꿈 센티멘탈 져니》 《어릿광대여, 나팔을…》 등을 펴냈다. 도서출판 문화공간을 창립하고 문학 계간지 <라쀨륨> 발행인 겸 편집주간을 역임하였고,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여성문학인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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