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아스포라 소설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 역작

검은 모래

지음 구소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3년 11월 13일 | ISBN 9788956607276

사양 변형판 150x210 · 344쪽 | 가격 13,0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 일본 신간사(新幹社) 판권 수출(2017)

책소개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우도에서 미야케지마까지 4대에 걸쳐 이어지는 신산한 삶의 드라마!

한국 디아스포라 소설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 역작

 

“《검은 모래》의 서사는 크고 강하다.”―소설가 현기영

 

7천만 원 고료 제주4․3평화문학상의 1회 수상작 《검은 모래》가 출간되었다. 제주 우도의 검은 모래 해안에서부터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4대에 걸쳐 이어지는 한 잠녀 가족의 삶의 역정과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주도 출신 한 잠녀 가족이 일본 바다로 출가물질을 갔다가 도쿄 남쪽의 미야케지마 섬에 정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 소설에는 잠녀의 신산한 삶과 재일조선인으로서 겪게 되는 민족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의 장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일련의 디아스포라 소설들처럼 역사의 부침 속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삶의 궤적을 쫓으면서도, 상처를 헤집어내기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전망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과 역사의식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돌올하게 빛난다.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소설들이 서사성(이야기)을 잃고, 그에 따라 독자도 잃고 트리비얼리즘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데, 《검은 모래》는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며 한 잠녀 가족사에 얽힌 진실과 오해, 화해의 과정을 탁월하게 그려냈음을 강점으로 꼽았다.

 

오래전 그 배를 탄 순간 기나긴 여행은 시작되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과 동생을 데리고 기미가요마루라는 커다란 연락선을 타고 제주를 떠나오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었던 거야. 우리 식구들은 일본에서 돈 많이 벌어서 고향에 돌아가자고 약속했거든. 그러니까 아직도 여행 중인 셈이잖니? 참 길고도 긴 여행이지.”(321쪽)

 

소설은 1910년부터 100여 년에 걸쳐 제주도를 중심축으로 삼고 남북한과 일본의 역사를 조망하는 4대에 걸친 가족사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사 소설은 대개 가부장제 혈통(아들)을 중심축으로 삼는데 《검은 모래》는 제주도 여인의 운명과 신분을 상징하듯 모계 중심의 여인(딸)을 주인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구월(딸)-해금(딸)-건일(외손자)-미유(외증손녀)로 이어지는 서사구조인데, 해금과 미유가 중심축에 놓여 있다. 구월과 해금이 과거 지향적-제주 지향적이라면 건일은 과거 망각형 현실주의자이고, 미유는 과거와 현실의 조화를 통한 미래 지향적으로 일관한다.

소설 제목 ‘검은 모래’는 “섬 속의 섬”인 우도의 동쪽에 자리한 조일리라는 검은 모래(검멀레) 해안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뜻한다. 이곳 출신 여주인공 해금의 어머니 구월은 9월에 바닷가에서 태어났다고 구월이라 이름 붙은 여인이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신세였고, 태어나면서부터 잠녀였다. 제주에서 태어나 잠녀의 운명을 지고 살아갈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고단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제주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천형으로 삼고 살아야 할 것이 많다는 의미였고, 그 어떤 모진 간난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목숨을 뜻했다.

이런 풍진 세월에도 구월은 1931년(만주사변)에 딸 해금을, 1937년(중일전쟁)에는 아들 기영을 낳았고, 1941년(태평양전쟁) 5월에는 “살아보겠다고 가족 모두” 일본으로 떠난다. 작가는 전쟁이 나던 해와 흔들리는 가족사의 궤적을 같이하도록 의도함으로써 역사와 인간의 운명이 얽히고설켜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제2의 고향으로 터전을 잡은 곳은 도쿄에서 남해상으로 약 180킬로미터 떨어진 화산섬 미야케지마(三宅島). 240여 명의 조선인이 살았던 곳이다. 해금은 바다로 물질하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 해녀로 일본에서 생계를 꾸려가는데, 그들이 일본에 정착하면서 겪는 수난사와, 어려움을 딛고 지혜로운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해금의 일대기, 그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신산한 삶의 궤적 속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의 드라마

 

소설은 후반부로 가면서 아들 건일(켄)과 어머니 해금의 팽팽한 갈등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다. 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해 벌어지는 그것은 마치 현대 한일관계의 축약판처럼 절박하다.

켄은 성장해가면서 한국인의 핏줄을 숨기고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가기를 갈망한다. 한국인이 일본 땅에서 멸시와 차별로 멍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그는 더더욱 자신의 존재를 탈바꿈하고 싶어 하고, ‘일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국인이요? 제가 어떻게 한국인인가요? 한국말? 저 다 잊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본인입니까? 천만에요, 일본인인 척 연기를 하면서 살 뿐이죠. 그까짓 피가 뭐라도 된답니까? 제 인생을 얼마나 아십니까? 생명 하나 준 것으로 생색냈으면 됐습니다. 그 생명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알기나 합니까? 일본 땅에서 일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려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디딤돌이 아닙니다. 걸림돌일 뿐이죠. 그것이 현실입니다.” (292쪽)

 

켄의 외동딸 미유는 아버지와 달리 미야케지마에 자주 오가며 할머니와는 깊은 정을 쌓았지만 한국어는 할 줄 모르는 일본 여인으로 성장한다. 그녀는 일본 사회에서 할머니의 이국인 피만 약간 섞인 ‘쿼터’의 한국인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일본인들과 별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던 미유가 한국과 제주도에 애정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게 된 것은 아버지가 순수(純粹)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다. 아버지가 그 사실을 숨겨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진실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세상은 ‘쿼터’에서 ‘하프’가 된 그녀를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다.

과연 이들은 갈등과 대립의 강을 건너 용서와 화해에 이를 수 있을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우도에서 미야케지마까지 흘러온 제주 잠녀 가족의 굴곡진 삶의 내력이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재현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경험이다”

 

2008년 처음으로 미야케지마에 방문한 작가 구소은 씨는 화산재로 뒤덮인 황량한 폐허 속에 묻힌 이야기들을 헤집으며 《검은 모래》를 구상했다. 그전까지 시나리오를 썼던 그는 그 황폐한 마을을 발견한 순간 소설로 장르를 바꾸어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검은 모래》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줄거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역사, 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 아주 많다는 것에 놀랐고,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검은 모래》는 소설의 기본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 들려주기에 충실하다. 제1회 제주4 ․ 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화자는 전지적 시점을 지닌 전통적 이야기꾼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방식이 이 소설에선 도리어 새롭게 보일 정도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성실한 내러티브를 매력으로 꼽았다. 평범한 어떤 것을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묘사하기(트리비얼리즘)보다는 팽팽한 서술체를 구사함으로써 오히려 서사적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보통 디아스포라 문학의 작가는 두 나라 모두에 속하면서도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예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재일작가 현월이 그렇고,《피와 뼈》의 작가 양석일 역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존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파한 바 있다. 그러나 《검은 모래》의 작가 구소은 씨는 디아스포라가 아님에도 꼼꼼한 자료 조사와 탁월한 서사 구성 능력, 치열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세상의 음지에 묻혀 잊혀져가는 것 등등. 그런 것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글을 통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 늦깎이 작가에게,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 심사평과 추천사

 

소설들이 서사성(이야기)을 잃고, 그에 따라 독자도 잃고 트리비얼리즘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데, 《검은 모래》는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4 ․ 3평화문학상이 한국 소설의 서사성 회복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_심사위원: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

 

《검은 모래》의 서사는 크고 강하다. 섬 중의 섬, 제주도의 우도 출신 한 해녀 가족이 일본 바다로 출가물질 갔다가 도쿄 남쪽의 어느 섬에 정착하면서 시작되는 해녀로서의 신산한 삶과 재일 조선인으로서 겪는 민족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의한 이념적 갈등 등의 내력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_현기영(소설가)

 

제주 출신 재일동포 작가들의 역사적인 증언문학이 한국 현대 민중운동사에 닿아 있어 여전히 그 상처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검은 모래》는 해녀 가족의 일본 유민 생활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일 공존의식을 추구하고 있다. _임헌영(문학평론가)

목차

프롤로그
1장 연락선
2장 여객선
3장 쇠뜨기
4장 식물의 유혹
5장 사랑 그 후
6장 이별 그 후
7장 귀국선
8장 탄생과 소멸
9장 대분화
에필로그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평
작품 해설_우도의 검은 모래밭에서 미야케지마까지(임헌영)
작가의 말

작가 소개

구소은 지음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ISCOM에서 광고학을 전공했으며, 6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다.
(사)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설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을 수료한 뒤 수년간 시나리오를 습작, 집필했다. 2000년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에서 주는 단편영화 각본 작품상을 수상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5년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탄생한 첫 소설 《검은 모래》로 2013년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소설의 서사성 회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 평을 받았다. 현재 경기도 일산에서 거주하며 다음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표지/보도자료 다운로드
미디어 서평
제주 牛島(우도), 이 검은 모래에 얽힌 한 여인의 삶을 아십니까?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05/2013110500086.html


4·3평화문학상 수상자 구소은씨… 일제강점기 해녀 4代 이야기 다뤄


제주 우도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의 구소은씨.
제주 우도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의 구소은씨. 장편소설‘검은 모래’는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은행나무 제공
\\\"소설을 쓰면서 제주 지역 여성들의 생활력과 모성애가 무척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곳 우도의 검은 모래찜질이 만병통치약이라 하더군요(웃음). 제 소설이 4·3의 슬픔을 치유하는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도(牛島)의 검은 모래가 오후 4시의 비스듬한 햇살에 반짝였다. 풍화된 현무암과 화산재가 만든 흑빛 해변. 제주도 해녀(잠녀)들의 애증이 녹아 있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제1회 제주 4·3평화문학상 기자간담회\\\'가 4일 오후 제주 우도 검멀레 해변의 한 찻집에서 열렸다. 수상자는 장편소설 \\\'검은 모래\\\'의 구소은(49)씨. 해방 공간 제주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4·3사태의 치유와 평화를 위해 제주도가 상금 7000만원을 내걸고 제정한 문학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검은 모래\\\'는 제주 우도와 일본 도쿄 남단의 화산섬 미야케지마의 검은 모래를 무대로 4대에 걸쳐 이어지는 해녀 가족의 드라마. 일제강점기에 우도 출신 한 해녀 가족이 일본으로 원정 물질을 갔다가 정착한 뒤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단순히 어떤 특정 시점의 비극에 한정되지 않고, 해녀의 신산한 삶과 재일 조선인으로서 겪게 되는 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 100여년에 걸친 장대한 서사가 매력적이다.

구씨는 광고인 출신이다. 프랑스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광고 회사에 다니다 글을 쓰겠다는 오래된 꿈을 실천에 옮겼다고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재일 교포인 여동생의 초청으로 2008년 미야케지마를 찾았을 때다. 도쿄에서 배로 6시간30분이 걸리는 황량한 화산섬. 그곳에 한국인 촌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주도에서 소위 \\\'출가(出家) 물질\\\'을 나온 해녀들이 정착한 마을이었다.

\\\"미야케지마에는 제주도 해녀 출신 할머니가 살아 계셨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걸 아주 꺼려하시더군요. 만남 자체도 거부하셨고요. 얘기를 들을 수 없는 부분들은 자료를 찾았습니다. 제주 잠녀의 출가 물질에 대한 논문을 찾았고, 나가사키 원폭 현장에도 다녀왔지요. 수상 통보를 받았을 때는 마침 제가 심장 수술을 하고 병석에 누워 있을 때였어요. 제게는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은 의무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상처를 헤집기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전망하는 작가의 통찰과 역사의식이 돋보인다\\\"고 했다. 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 조병철 위원장은 \\\"제주도는 대문, 거리, 도둑이 없는 3무(無)로 유명하다\\\"면서 \\\"제주도에 남아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3무 정신이 살아 있는 평화로운 고장을 만들자는 게 이 상의 취지\\\"라고 말을 보탰다.
“내가 공부하고 반성했던 ‘제주의 역사’를 함께 나누고 싶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052249585&code=960205

ㆍ제주 4·3평화문학상 초대 수상작 ‘검은 모래’의 구소은

제주 우도 조일리 해안의 모래는 검다. 파도에 씻기면 더욱 검게 보이는 이 모래를 제주 사람들은 검멀레라 부른다. 소라, 전복, 미역, 우뭇가사리 따위를 건져올려 생계를 지탱했던 제주 해녀들의 고단했던 삶의 흔적을 지금의 검멀레에서는 찾을 수 없다. 65년 전 제주를 휘감았던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공포도 가뭇없기는 마찬가지다. 늦가을 하늘 아래 검멀레는 사진을 찍고 풍광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의 행렬로 부산할 뿐이었다.

이야기의 힘으로 지난 삶과 역사에 현재적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소설의 몫이다.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검은 모래>(은행나무)는 식민지 시기 우도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이주한 제주 잠녀 구월과 그 후손들을 주인공으로 4대에 걸친 가족사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지난 4일 우도 조일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 구소은씨(49)는 “소설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역사를 알았다”며 “내가 공부하고 반성했던 역사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 우도 검멀레에 검게 새겨진 잠녀 4대의
시대풍랑에 휘말린 음울한 가족사

소설은 구월-해금-건일-미유로 이어지는 가족사가 우리 근현대사의 격랑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식민지 시기 일본에 정착한 제주 유민들의 삶을 조명한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잠녀가 된 구월은 어선 두 척을 소유한 박상지와 결혼해 물질의 고역에서 잠시 놓여난다. 그러나 남편이 주축이 돼 조선인 자본으로 제주~오사카 연락선 항로를 개척하려던 조합 사업이 일제의 간섭으로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물질에 나선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각기 딸 해금과 아들 기영을 낳은 구월은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1941년 도쿄에서 180㎞ 떨어진 화산섬 미야케지마로 이주한다. 억척스러운 노동으로 생계의 기반을 꾸렸으나 역사의 소용돌이는 구월의 가족을 그냥 두지 않는다. 남편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희생된다. 4·3 사건의 광풍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구월의 조카는 제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일들을 전해준다. 딸 해금은 징용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함흥 사람 박태주를 만나 아들 건일을 잉태하지만, 박태주는 한국전쟁에 인민군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전사한다. 이처럼 소설의 절반이 식민지 시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이 가족들이 일본에 정착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면, 나머지 절반은 2000년대를 살아가는 해금의 손녀 미유의 눈으로 한국인이 일본에서 재일동포로 살아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룬 이야기다.

작가는 2008년 동생을 만나기 위해 미야케지마를 방문했다가 이 섬에 제주에서 건너온 240여명의 조선인들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소설로 쓸 결심을 했다. 자료조사와 집필에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작가는 “제주 잠녀 출신 할머니가 생존해 있는데 만남을 거부했다”며 “미야케지마 주민들은 이미 과거가 된 일에 관심이 없고 한국인 촌락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지난해 3월 제주도가 제정한 제주4·3평화문학상은 ‘평화와 인권, 진실과 화해, 민주주의 발전’을 주제로 작품을 공모했다.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뒤늦게 소설로 전향한 작가는 자신의 첫 소설로 첫 수상자가 됐다. 조명철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장은 “4·3 사건으로 제주 사람들은 엄청난 희생과 갈등을 겪었다”며 “이 상을 통해 평화와 인권을 진작하는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화산섬에서 겪는 제주해녀 恨의 드라마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31105/58680724/1

4·3평화문학상 구소은 ‘검은 모래’ 출간

“소설을 쓰려고 제주 해녀의 삶을 다룬 논문부터 잠수에 대한 책을 찾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제주 해녀들을 따라다니며 물질하는 것을 지켜본 적도 있었죠.”

제주도가 제정한 4·3평화문학상 제1회 소설부문 수상작(상금 7000만 원)인 ‘검은 모래’(은행나무)를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한 구소은 작가(49·사진)는 4일 자신의 첫 소설인 이 작품에 5년의 공력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물질을 하게 된 해녀 일가의 4대에 걸친 삶을 그렸다. 제주도 우도의 동쪽 조일리의 검은 모래로 된 해변 출신의 잠녀(해녀의 옛말) 구월이 생계 때문에 일본 도쿄 남쪽에 있는 화산섬 미야케지마로 이주하면서 구월과 그 일가가 겪는 설움과 한의 드라마다.

“2008년 처음 미야케지마를 방문했다가 화산재로 뒤덮인 황량한 폐허를 보면서 소설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인물과 줄거리를 구성하면서 제가 몰랐던 역사,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광고회사 출신으로 시나리오 작가 경력도 있는 구 작가는 문학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현기영에게 “서사가 크고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혼불’이나 ‘토지’ 같은 긴 호흡의 장편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헤밍웨이도 좋아하고요.”

다음 작품은 자신의 운명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는 사람의 얘기라고 했다. “아무리 싫어도 팽개칠 수 없는 타고난 운명에서 끊임없이 달아나고 숨바꼭질하는 사람의 얘기를 써 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3월 제정된 4·3평화문학상은 ‘평화와 인권, 진실과 화해, 민주주의 발전’을 주제로 시와 소설 분야의 미발표 공모작에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시 부문(상금 2000만 원)은 현택훈의 ‘곤을동’이 수상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일본으로 건너간 잠녀 가족의 신산한 삶
출처: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read.php3?aid=1384441200446962084

일본으로 건너간 잠녀 가족의 신산한 삶
4·3평화문학상 첫 수상작 구소은의 \\\'검은 모래\\\'
2013. 11.15. 00:00:00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조선인 잠녀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제주도에서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건너가 물질을 했다는 기록이 각종 문헌에 남아 있다. 이들 잠녀와 가족 중에는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본 여기저기에 흩어져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일본의 차별과 냉대, 부조리에 대항하면서 서러움을 극복했다. 지난 2008년 이곳에 방문한 작가 구소은은 이 이야기를 접하고 소설 \\\'검은 모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7000만원 고료의 제1회 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 \\\'검은 모래\\\'가 출간됐다. 4·3평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평화와 인권 회복을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정하고 지원하는 4·3평화문학상은 민선 5기 우근민 도지사의 공약으로 2012년 3월 6일 제정됐다. 지난해 12월 20일 제1회 공모를 마감한 결과 시 분야 123명 776편, 장편소설 분야 50명 50편이 응모했으며, 시 부문에는 현택훈의 \\\'곤을동\\\', 소설에는 구소은의 \\\'검은 모래\\\'가 첫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제주도 출신 한 잠녀 가족이 일본 바다로 출가물질을 갔다고 도쿄 남쪽의 미야케지마 섬에 정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10년부터 100여 년에 걸쳐 제주도를 중심축으로 삼고 남북한과 일본의 역사를 조망하는 4대에 걸친 가족사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사 소설이 대개 가부장제 혈통(아들)을 중심축으로 삼는 데 반해 이 소설은 제주도 여인의 운명과 신분을 상징하듯 모계 중심의 여인(딸)을 주인공으로 부각시킨다.

소설에는 잠녀의 신산한 삶과 재일조선으로서 겪게 되는 민족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의 장대한 이야기가 영화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일련의 디아스포라 소설들처럼 역사의 부침 속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삶의 궤적을 쫓으면서도 상처를 헤집어내기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전망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과 역사의식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소설들이 서사성을 잃고, 그에 따라 독자도 잃고 트리비얼리즘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의 경향\\\"이라며 \\\"\\\'검은 모래\\\'는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고 평했다.

제주도는 12월 20일까지 장편소설 7000만원, 시 2000만원 고료의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공모하고 있다. 은행나무. 1만3000원.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소설\\\', 잊혀져가는 역사를 되살리다
출처: 제민일보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0939

\\\'소설\\\', 잊혀져가는 역사를 되살리다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검은 모래」출간
출가해녀 4대 걸친 삶 모티브…질곡의 세월 오롯이

고혜아 기자 kha49@jemin.com


▲ 제주 해녀박물관「바다의 어멍 제주해녀」발췌

1890년대 이후 일본의 어업 침탈에 따라 제주 어장에서의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바다\\\'를 밭으로 여겼던 제주 잠녀들은 이로 인해 생계유지를 위해 타 지역으로 \\\'출가\\\'(出稼) 물질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며칠씩 배에 몸을 맡긴 채 바다를 건너 길게는 반년 넘게 외지 생활을 해야 했던 출가 해녀들의 삶, 그 고단했던 삶과 설움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제주 출가 해녀들의 삶을 모티브로 잡은 소설이 실제와 닮은 이야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구소은의 장편소설「검은 모래」가 책으로 출간됐다.





우도에서 태어난 출가해녀의 4대에 걸친 삶을 다룬 작품으로, 이를 두고 문학상 심사위원들로부터 \\\"한 가족사에 얽힌 진실과 오해 그리고 화해라는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의 신산한 삶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구씨는 일본 도쿄로부터 175㎞떨어진 태평양상의 작은 섬인 미야케지마를 찾아 조사할 정도로 많은 열정을 쏟아내며 작품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그래서일까, 제주 잠녀의 삶과 재일조선인으로서 겪게 되는 민족 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의 장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지나간다.

소설의 제목 \\\'검은 모래\\\'는 섬 속의 섬, 우도 동쪽에 자리한 조일리라는 검은 모래 해안을 끼고 있는 마을을 말한다. 당시만 해도 바다 근처에서 태어난 여자라면 자연스레 \\\'잠녀\\\'의 길을 걷게 되는 게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인 \\\'구월\\\' 역시도 그랬으며, 구월의 삶은 제주 잠녀, 또 출가 물질을 했던 잠녀들의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고 있다.

\\\"미야케지마에는 제주 잠녀 출신의 할머니가 현존하신다. 그러나 그 분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아주 꺼려하셨고, 만남 자체를 거부하셨다. 미야케지마에 사는 주민들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일들에 관심이 없었다. 거기에 한국인 촌락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극히 일부 노인만이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억할 뿐이다\\\"

구씨의 인터뷰 내용을 빌어본다면, 소설 \\\'검은 모래\\\'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몰랐던 것에 관심을 두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넌지시 던진다. 은행나무·1만3000원. 고혜아 기자
독자와 함께 역사 배운다는 마음으로 썼죠
출처: 서울경제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311/e20131105171224118180.htm

독자와 함께 역사 배운다는 마음으로 썼죠
소설 \\\'검은 모래\\\'로 제주4·3평화문학상 구소은 작가
日 거주 제주해녀 가족 삶 그려… 한일관계 관심 갖는 계기 되길

이재유기자 0301@sed.co.kr


\\\"5년전 동생이 있던 일본 미야케지마에 갔다가 조선 해녀들의 동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었다. 글을 쓰며 생각도 못했던 역사를 알게 됐고 또 스스로 많이 반성했다. 요즘 한일 관계가 어수선한데, 독자들도 양쪽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제1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 수상자 구소은(49ㆍ사진) 작가는 지난 4일 작품의 첫 무대인 제주 우도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작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본의 한국인 마을을 얘기하면 다들 일본군이 억지로 끌어간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아무도 모르고 또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꼭 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수상작 \\\'검은 모래\\\'는 제주도 동쪽 작은 섬인 우도의 검멀레(\\\'검은 모래\\\'의 제주도 방언) 해안에서 태어난 해녀 구월을 주인공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해녀 가족의 사연이 펼쳐진다. 딸과 증손녀로 이어지는 모계 중심의 이야기다. 구월과 증손녀 미유의 얘기가 번갈아 나오며 해녀로서의 삶과 재일 조선인으로 불가피한 차별, 재일조선인연맹(조련)ㆍ재일조선거류민단(민단)으로 대표되는 재일동포끼리의 갈등 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제목 \\\'검은 모래\\\'는 오래 전에 분출된 화산재로, 주인공 구월이 태어난 제주 우도와 죽어 뿌려지는 일본 미야케지마 해안에 모두 있다.

그는 \\\"지난 3월 당선되고 이제 책까지 나오니 작가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 알음알음으로 등단하기보다 꼭 공모를 거쳐 당선되고 싶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작품을 구상하고 여기에 오기까지 꼭 5년이 걸렸다. 현지 취재가 어렵고 일본어도 몰라 마이니찌ㆍ아사히 등 예전 일본신문을 보며 공부했다. 특히 예전엔 몰랐던 일본적십자사와 북송선 같은 과거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내 한국인 차별에 대해 \\\"일본 사람들 얼굴이 3개라는 얘기처럼, 평소에 특별히 역사의식이 없어 보여도 한일문제ㆍ재일동포 등 몇 가지 키워드를 건드리면 바로 표가 난다. 하프(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인 \\\'반쪽 일본인\\\'), 쿼터(하프 2세가 일본인과 결혼해 한국인 혈통이 1/4이라는 뜻) 등 차별은 여전히 견고하게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차기작도 역사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 배경은 현대이지만 바탕은 모두 역사 속에서 거슬러온 이야기다. 나도 배우고 독자들도 이 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4ㆍ3평화문학상은 제주4ㆍ3운동 및 평화ㆍ인권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2년 제정한 상으로, 소설 7,000만원, 시 2,000만원을 내걸고 내달 20일까지 2회 수상작을 모집하고 있다. 조명철 운영위원장은 \\\"제주도는 대문ㆍ거지ㆍ도둑 없는 \\\'3무(無)\\\'로 유명했지만, 3만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제주 4ㆍ3사건을 거치며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이를 완전히 해소하고 다시 평화로운 고장으로 돌아가는 데 문학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파도에 몸을 맡긴 해녀 4代
출처: 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110408981


역사 파도에 몸을 맡긴 해녀 4代

구소은 씨, 4·3평화문학상 수상작 \\\'검은모래\\\' 출간


우리는 소설을 왜 읽을까. 극적인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재미와 감동도 느끼면서 말이다.

제1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구소은 씨(49·사진)의 《검은모래》(은행나무)는 소설의 이런 가치를 충분히 담고 있는 장편이다. 4·3사건보다는 일제강점기와 태평양전쟁, 6·25전쟁 등 현대 세계사의 격랑에 휘말린 제주 출신 해녀 가족의 4대에 걸친 역사를 감동적으로 담았다. 제주와 일본의 바다와 뭍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스케일은 크고 깊다.

작가의 첫 작품인 이 소설은 제주 우도 출신 해녀 구월과 딸 해금, 해금의 아들 건일, 건일의 아들 미유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중심으로 한다. 구월은 1929년 작은 어선 두 척을 가진 박상지와 결혼하지만 심지가 굳은 박상지는 어선을 처분해 제주도민의 자주적 해운회사인 동아통항조합에 투자한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조합이 망하자 이들 가족은 팍팍한 삶을 타개하려 종종 ‘출가물질’을 나가던 일본 화산섬 미야케시마로 이주한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던 이들은 태평양전쟁과 6·25전쟁, 해방 후 이어진 일본의 재일조선인 북조선 송환 정책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맞는다. 역사와 바다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살아간 한국인의 눈물겨운 삶을 통해 독자들은 잊고 살던 민족의 ‘뿌리’를 새삼 느끼게 된다.

4일 제주 우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현대의 모든 이야기의 뿌리는 역사로부터 거슬러 올라온다”며 “내가 이 소설을 쓰면서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된 것처럼 독자들도 이 작품을 읽으며 함께 역사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5년간 이 소설을 준비하며 작가는 국내 자료뿐 아니라 독학한 일본어로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자료도 찾아냈다. 이들 신문에서 해방 후 일본 조총련 계열 재일동포를 북으로 보냈던 ‘북송선’에 대한 기사 등을 읽고 소설에 녹여냈다. 5년간의 취재를 통해 얻은 꼼꼼한 자료와 생생한 인물 묘사가 소설에 생명력을 더했다. 심장병으로 올해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작가는 첫 작품부터 깊은 울림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제주=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소설쓰기는 독자들과 역사 알아가는 과정”
출처: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3/11/04/20131104005364.html?OutUrl=naver


“소설쓰기는 독자들과 역사 알아가는 과정”
제주4·3문학상 수상 구소은씨

“日 건너간 제주해녀 아픔 다뤄
한·일 현실에 관심 계기됐으면”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어수선할수록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양국의 현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소설 쓰기는 독자들과 함께 몰랐던 역사나 아픔을 같이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자 구소은(49·사진)씨가 4일 수상작 ‘검은 모래’의 무대인 제주 우도 현장에서 문학담당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마감 사흘을 남겨두고 이 상의 존재를 알았다”면서 “5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일제 강점기에 제주도 출신 잠녀가 일본 바다로 ‘출가 물질’을 나갔다가 도쿄 남쪽 화산도 미야케지마(三宅島)에 정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4대에 걸친 이야기다. 주인공인 잠녀 ‘해금’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한국인 남자를 만나지만 한국전쟁에서 그 남편은 희생되고 만다. 유복자를 품고 일본 남자와 결혼해 낳은 아들이 겉은 일본인이지만 피는 순수 한국인인데도 일본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철저하게 어머니의 조국을 배격하며 갈등관계에 놓인다. 이 아들의 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역사적 상처로 인해 쉬 섞이기 힘든 한국과 일본의 배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썼고 습작 기간도 길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유심히 소재들을 탐색했다”면서 “조선 해녀들이 미야케지마에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 현지를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를 뒤져 소설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초고의 제목은 우도의 지명인 ‘검멀레’였는데 대중적인 소통을 위해 ‘검은 모래’로 바꾸었다고 한다.

구씨는 “이 이야기만큼은 꼭 쓸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절박함이라기보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면서 “세상 밖으로 꺼내주기를 기다리는 소재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100여년의 역사적 파고에 휩싸인 제주 해녀 4代의 상흔과 치유의 삶
출처: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1106021005


100여년의 역사적 파고에 휩싸인 제주 해녀 4代의 상흔과 치유의 삶
제1회 제주 4·3평화문학상 ‘검은 모래’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인 구소은(오른쪽·49)의 ‘검은 모래’(왼쪽·은행나무)는 제주 우도와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를 중심으로 잠녀 가족 4대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100여년의 시간을 통해 “정착을 꿈꾸는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디아스포라의 신산한 삶을 들여다본다.


▲ 구소은씨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1910년 한일합병 직후 우도에서 출생한 구월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라를 잃은 신세였던’ 잠녀다. 구월은 어려서부터 바다를 놀이터 삼아 자라나지만 일제의 수탈 아래 삶은 날로 가혹해진다. 일본 어민들은 제주 앞바다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잠녀들이 결성한 해녀조합은 총독부의 압제에 관제조합으로 전락한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 이어지자 1941년 남편은 구월과 딸 해금을 데리고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80㎞ 떨어진 미야케지마로 이주한다.

미야케지마에서는 2대 해금과 3대 건일, 4대인 미유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가까스로 일본 땅에 정착한 이들의 삶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거세게 흔들린다. 구월의 남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나가사키에 나갔다가 미군의 원폭으로 사망한다. 해금은 도쿄에서 유학 중이던 한태주를 만나 건일을 낳지만 한태주는 한국 전쟁에 북한군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사한다. 일본인과 재혼한 해금은 차별을 우려해 아들의 이름을 마츠가와 켄으로 바꾼다.


건일과 미유의 이야기에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재일 조선인의 정체성 문제가 도드라진다. 역도산을 ‘조센징’이라 멸시하는 일본인을 지켜보던 건일은 “일본 사람들과 똑같이”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건일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략) 출신 성분 때문에 이 사회에서 배척당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사회적 성공에 몰두하지만 딸 미유는 다르다. 미유는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일본 극우 집안의 자제인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으면서도 “한국식 장 담그기의 맥”이 끊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검은 모래’는 해금과 건일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미유를 통해 깊은 역사적 상흔의 치유와 화해 가능성을 제시한다. 쇠락한 미야케지마를 바라보며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해도 저 바다와 바위들은 기억해 줄까” 라고 생각하는 미유는 작가의 목소리에 가장 가깝다.

미야케지마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검은 모래’를 썼다는 작가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던 작은 마을에서 갇혀 있는 에너지를 느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영탄조와 설명조의 표현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제주 검은 모래에서 강렬한 이야기를 끌어올린 구소은 작가
출처: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23757

제주 검은 모래에서 강렬한 이야기를 끌어올린 구소은 작가
구소은 작가의 『검은 모래』, 서사가 강한 작품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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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디아스포라 소설이면서 가족사 소설이다. 제주에서 잠녀로 태어난 구월에서 시작하여, 그의 딸 해금, 해금의 아들 건일(켄), 건일의 딸 미유에 이르는 4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사의 축이 모계라는 사실이다. 이는 소설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주 생계 수단이 어업인 섬에서는 농촌과 달리 여성의 발언권이 세다.
글 | 손민규사진 | 출판사 제공
소설가 현기영은 “『검은 모래』의 서사는 크고 강하다”고 평가한다. 매력적인 서사가 드문 이 시대, 반가운 소식이다.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에 바쳐진 심사평은 이렇다.

소설들이 서사성(이야기)을 잃고, 그에 따라 독자도 잃고 트리비얼리즘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데 『검은 모래』는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 심사위원 :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

서사를 만드는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한 예로, 진중권 교수도 지난 9월 27일 열린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스토리텔링 능력이 부족하다. 한국에는 문학이 약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거대서사가 사라진 뒤 예술의 의미도 없어졌다는 상투적인 진단에서부터, 단편 위주의 한국 문단이 지닌 한계라는 분석, 책이 두껍거나 상하로 나눠지면 더 안 읽히는 현실적 제약 등. 어쨌든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면서도 갈수록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나기란 어려워지는 듯하다. 화려한 영상과 순간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웹툰이나 게임에 비하자면 소설이 가진 무기는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서사야말로 소설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매력!

『검은 모래』, 역사에서 강렬한 서사를 찾다

역사는 매력적인 서사가 탄생할 수 있는 뿌리다. 역사적 사건이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기도 하거니와, 역사 자체가 이야기기 때문이다. 구소은 작가가 쓴 『검은 모래』도 역사에 뿌리를 깊이 내린 작품이다. 조선이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독립을 하자마자 남북이 갈라진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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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강건모

어떤 역사에 드라마가 없겠냐만, 이 시기 만큼이나 사건이 많았던 때도 흔하지 않다. 한자 문명권의 한 축을 담당하며 비교적 안정된 공동체를 꾸려나가던 조선, 유럽과 미국이 강자로 등극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신흥 강국 일본의 속국이 된다. 일본은 대동아 공영권, 오족협화를 주장하며 동남아시아에서부터 만주에 이르는 넓은 공간을 하나의 제국으로 통치하고자 한다. 물론 허울뿐인 구호였고 실제로는 일본인이 아닌 민족은 차별을 받았다. 어쨌든 활동 범위가 넓어진 이 시기가 영화 「놈놈놈」의 배경인 건 우연이 아니다.

근대의 제국주의는 대개 도시화와 산업화와 함께 이뤄졌다. 식민지 조선도 마찬가지. 신작로가 깔리고 철도가 놓였으며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식민지 모국에서 진행된 자본주의에도 공동체 해체, 빈곤 등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식민지에서 사회 모순은 정도가 더 심했다. 게다가 세계 대공황으로 내수 시장이 취약했던 일본은 직격탄을 맞으며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돈도, 기댈 곳도 없던 사람들은 정들었던 고향을 버리고 일본으로, 만주로 살 길을 찾아 떠난다.

디아스포라 소설의 모범을 제시하다

김영하의 『검은 꽃』과 같은 몇몇 디아스포라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이 시기다. 디아스포라란 원래 헤어지고 흩어진다는 뜻의 그리스어지만,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탈주와 이주가 전세계적인 현상이 된 지금은, 유대인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에도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모래』 역시 디아스포라 소설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디아스포라 소설이 으례 그렇듯, 가족사 소설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잠녀로 태어난 구월에서 시작하여, 그의 딸 해금, 해금의 아들 건일(켄), 건일의 딸 미유에 이르는 4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사의 축이 모계라는 사실이다. 이는 소설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주 생계 수단이 어업인 섬에서는 농촌과 달리 여성의 발언권이 세다. 농경 활동에 비해 위험한 어업 활동에서 남자들이 죽으면, 혼자 남는 여성이 가사를 꾸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르나 남자가 부재하는 가정을 여성이 지켜 나가는 설정은 이 소설에서도 나타난다. 구월의 남편 박상지는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나가사키에서 죽는다. 그렇다, 바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그 나가사키. 해금의 남편 한태주도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번에는 다른 나라의 전선이 아니라, 자신의 나라인 한반도에서. 6.25, 한국전쟁으로 알려진 그 전쟁.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가장인 다소 어색한 상황.

행복한 사회에서 불행한 가족은 있을 수 있지만, 불행한 사회에서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해금의 가족사가 이를 증명한다. 해금네는 먹고 살기 위해 한국의 제주에서 일본의 미야케지마로 이주했고, 일본인의 텃세가 싫어 해금의 동생인 기영은 북한으로 떠나지만 이들에게 평화로운 삶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세계2차대전, 한국전쟁이 끝나고도 평화는 멀리 있다. 해금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지만 해금의 아들인 건일은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성장통을 앓는다. 일본에서 조센징은 불순하고 불온하다는 낙인이기 때문이다. 건일이라는 이름 대신 켄으로 살고자 하는 그는 일본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해금을 의도적으로 멀리 한다. 이러한 정체성 문제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가네시로 가즈키를 비롯한 여러 재일교포 작가에게 발견되는 대목이다.

소설로 역사를 이야기하고, 화해를 다루다

조선인으로 살고자 하는 해금과 일본인이 되고 싶은 켄 사이에 벌어진 틈을 또다른 주인공 미유가 메워준다. 그녀는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첫사랑이었던 지로와 헤어지면서 아버지인 켄과 마찬가지로 정체성 갈등을 겪는다. 그렇지만 할머니인 해금과 친해지면서 미유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서사를 요약하면서 불가피하게 시간 순으로 서술했지만, 이 소설은 연대기적 구성을 취하지는 않았다. 현재 시점에서 미유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다음 장에는 구월의 이야기가, 또 다음 장에는 현재의 미유, 다시 다음 장에는 과거의 해금이 등장하는 식이다. 과거와 현재는 이어졌고, 둘은 화해해야 한다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세기’라고 표현했다. 부를 향한 질주가 계속되는 한편, 반대편에는 폭력으로 점철된 시대였다는 뜻이다.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냉전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아픔 많은 세월을 겪었다. 소설에도 등장하지만 한일합병, 2차세계대전, 제주 4.3, 한국전쟁 등. 전쟁 후에도 일본에 남은 재일조선인에게는 비극이 이어진다. 기민정책이라고까지 평가됐던 이승만 정부의 재일조선인 대처는 이들을 더욱 아프게 했다. 자민족을 품는 듯 보였던 북한조차 재일조선인 출신을 숙청했다. 『검은 모래』에는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이 등장하면서도, 등장 인물이 과거와 화해하고 서로를 보듬는 모습이 나온다.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검은 모래가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삼양검은모래 해변, 소설 속 등장인물인 구월이 태어난 제주 우도 조일리 검은 모래 해안이 그렇다. 제주 사람들은 검은 모래를 검멀레라 부른다고 한다. 언젠가 제주를 찾을 날이 온다면, 이 소설이 남긴 여운이 떠오를 것 같다.




작가 인터뷰 (은행나무 제공)

첫 소설 『검은 모래』로 제1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축하드린다. 먼저 상을 받은 소감을 듣고 싶다.

소감이라…… 뿌듯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검은 모래』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지난해, 몇 군데에 장편소설을 응모했었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러나 내가 쓴 소설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다. 반드시 책으로 출판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방법이 막막했다. 잠시 덮어두고 일단 단편소설로 등단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공모 마감 사흘을 앞둔 제주4ㆍ3평화문학상을 알게 되었다.

순간 ‘이것이다’라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예감이 좋았다. 그동안 써놓은 원고를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프린트해서 보낸 뒤, 운은 하늘에 맡기고 응모한 사실을 머리에서 지웠다. 그 당시에는 악화된 건강으로 소설을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금년 3월 초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보름도 지나지 않아서 재발하는 바람에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에 나는 상당히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그런 중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문학상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솔직히 담담했다. 나보다는 내 가족들이 흥분하여 여기저기 자랑하느라 바빴다.

당선은 되었으나 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조금 염려가 되었다. 두 번째 수술을 받고 체력이 바닥날 무렵에 제주4ㆍ3평화문학상 담당자로부터 출판사가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실감이 났다. ‘아, 마침내 내 책이 세상 속으로 나오는구나.’ 한편 기쁘고, 한편으로는 겁이 난다. 너무 요란스럽게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은 아닌지 조금 두렵다.

소설을 쓰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광고회사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결국엔 소설가가 되었다. 어떻게 작가가 될 결심을 하였나?

아주 오래전에, 지금은 폐간되고 없지만, 한 여성 월간지에서 주최하는 여성백일장에 수필로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것 같다. 그러나 유학의 길에 올라 문학과는 상관없는 공부를 했고, 돌아와서는 광고 일을 했다. 그러다가 영화감독 겸 연극연출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그쪽 일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그리하여 시나리오 습작에 많은 정열을 쏟았다.

작품성은 좋은데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최종심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고배도 몇 차례 마셨다. KBS의 <드라마시티> 극본공모에서도 2차 예선까지 올라갔지만 바라던 결과는 없었다. 글을 쓰는 내내 마음고생도 어지간히 많았다. 중간에 업을 바꾸어 잠시 미술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의 미술지도도 했었다(프랑스에서 광고를 공부하면서 사진 1년, 아틀리에 작업을 3년 했고 그래픽디자이너 자격도 있다).

다른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미련이 강해졌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장래가 암담할 것 같았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재충전하던 중에 여동생의 제안으로 일본, 미야케지마에 가게 되었다. 내 소설의 소재가 되어준 그 황폐한 마을을 발견한 순간 시나리오에서 소설로 장르를 바꾸어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곳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대다수의 작가가 그러하듯 나 역시 책 읽기를 취미로 삼고 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작법에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시나리오작법을 배웠기 때문에 그냥 지문을 계속 쓴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엉성했던 초고를 세 번 고쳐가며 완성했고, 마침내 그 결과는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을, 그것도 5년 동안 붙들고 있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검은 모래』를 쓰면서 이 이야기만큼은 내가 꼭 써야 한다는 절박함이나 작가로서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아마도 2년 전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은 뭐하면서 지내냐고 묻기에 글을 쓰고 있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 친구 왈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니 너 보기보다 집념이 강하네”. 그렇구나,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구나. 집념이라……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 그것도 장편소설을 붙들고 있는 마당에 집념이 없다면 무엇이 나를 지탱해줄 수 있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하고 싶은 글쓰기를 못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 의욕이 생기지 않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축내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만 갔다. 작가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되고 싶지 않았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글에만 집중했다. 글은 아무나 쓰나, 시집은 안 가고 나이 먹도록 무얼 하느냐, 그런 핀잔과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나에게는 든든한 아군이 있었다.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준 가족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 이야기만큼은 내가 꼭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절박함이라기보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세상 밖으로 꺼내주기를 기다리는 소재가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왜 글을 써야만 하는가. 나에게 작가로서의 사명감이 있는가. 물론 있다. 일종의 소명의식 같은 거라고 할까. 내가 알지 못했던 것,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세상의 음지에 묻혀 잊혀져가는 것 등등. 그런 것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글을 통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검은 모래』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줄거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역사, 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 아주 많다는 것에 놀랐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경험이었고, 독자들이 이 소설을 통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싶다.

사람은 얼마만큼 객관적일 수 있을까. 완전할 수는 없지만, 모름지기 작가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도에서 일본의 섬 미야케지마로 떠난 제주 잠녀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5년 동안 실제로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알고 싶다.

미야케지마에는 제주 잠녀 출신의 할머니가 현존하신다. 그러나 그분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아주 꺼려하셨고, 만남 자체를 거부하셨다. 미야케지마에 사는 주민들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일들에 관심이 없었다. 거기에 한국인 촌락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극히 일부의 노인만이 전해 들은 이야기를 기억할 뿐이었다.

제주 잠녀들의 출가물질에 대한 논문들을 검색했고, 특히 일본으로 출가물질을 나간 해녀들에 대한 자료를 여러 방면으로 찾아 다녔다. 5년 동안 실로 다방면의 서적을 구해다 읽었다. 역사신문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기도 했고, 생전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식물도감과 약용대사전을 구해서 보기도 했다. 잠수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역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제주에 가서 이른 아침부터 해녀들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며 물질하는 것을 보았고, 당연히 해녀박물관에도 가서 자료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영상물이나 해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까지 구해다 읽었다. 또한 인터넷의 장점을 마음껏 이용했다. 일본어를 독학하면서 야후 저팬,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의 사이트를 검색했다.

요코하마, 와다우라 그리고 나가사키 원폭의 현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정작 관계자를 만나 도움을 얻을 기회는 없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새삼스럽게 내가 그동안 공을 제법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우도에서 미야케지마로 건너가게 된 구월과 해금,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들 건일, 손녀 미유 모두 현실에 분명히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구체적인 모델이 있는가?

전혀! 소설 속 인물들을 접목시킬 만한 모델은 없었다. 인물들의 이름을 짓고 캐릭터를 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들에게서 생동감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러나 글을 써가는 동안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이끄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럴 때는 몰입이 되었고 글이 술술 풀렸다. 황홀했던 순간들이었다.

소설가 현기영 선생의 말마따나 서사가 크고 강한 느낌이다. 특별히 영향 받았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옛날에 읽었던 펄 벅의 『대지』가 좋았고, 최명희의 『혼불』을 감명 깊게 읽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장편을 좋아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는 헤밍웨이. 그는 크고 강한 서사와 인간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준비 중인 다음 소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간단하게 말하면,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팔자 도망은 못한다, 라는 말이 있더라. 독 속에 숨어도 팔자 도망은 할 수 없다니 참으로 무서운 소리이다. 시대가 바뀌고 도덕도 바뀐 마당에 운명을 운운한다면 좀 고리타분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신분제도가 있었던 옛날이라면, 그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그런 말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무당이나 백정 갖바치 등, 천민의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그들의 업과 삶이 고스란히 자손에게 세습되었다. 제아무리 싫어도 팽개칠 수 없는 것, 타고난 운명이라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나의 경우는 어떤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운명을 믿는다거나 반대로 믿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가 없다. 정답이 없다. 다음 소설의 주인공은 운명으로부터 끊임없이 달아나는 사람이다. 달아나는 것도 그의 운명인지 모른다. 어찌 보면 운명과의 숨바꼭질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운명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사와 인물들을 잘 조합해서 그려내고 싶다.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숱하게 궤도수정을 하면서 글을 쓰겠지만,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제주 우도에서 일본 미야케지마까지 굽이치는 역사 … 보듬고 화해하는 삶
출처: 중앙일보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3150281&cloc=olink|article|default


[책과 지식] 제주 우도에서 일본 미야케지마까지 굽이치는 역사 … 보듬고 화해하는 삶

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은행나무, 344쪽
1만3000원


하프와 쿼터. 재일동포에게 이 단어는 삶을 가르는 일종의 금이다.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났으면 하프(반쪽 일본인), 그 재일조선인 2세와 일본인이 결혼해 낳았으면 쿼터(4분의 1쪽 한국인)다. 쿼터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하프는 철저히 내쳐지는 곳, 일본에서 한국인 혈통으로 살아간다는 건 단순한 혼혈의 문제가 아니다. 1910년 한·일 병합으로부터 해방과 4·3, 6·25를 거쳐 현재까지 100여 년에 걸쳐 한반도와 일본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설 『검은 모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린 사람들 이야기이자 그들을 통해 본 한·일 관계의 축소판이다.

제주 우도에서 일본 화산섬 미야케지마로 출가(出家) 물질을 나간 잠녀(潛女) 4대가 겪는 한 세기는 핏줄에 얽힌 정체성을 품고 민족차별의 혹독함에 신음해야 하는 오욕의 세월이었다. 1931년 만주사변이 일어난 해에 태어난 해금, 해금의 아들 켄과 일본인 사이에서 출생한 손녀 미유를 중심으로 한 갈등과 화해의 드라마가 짧고 속도감 있는 서술로 독자를 소설 속으로 잠기게 만든다. 할머니가 남긴 카페 ‘아리수’를 이어받아 섬에 정착하는 미유는 통과의례를 잘 견뎌낼까.

지난해 3월 제주도가 평화와 인권, 진실과 화해, 민주주의 발전을 주제로 내걸고 공모한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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