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지음 백은하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01년 3월 26일 | ISBN 8987976734

사양 변형판 148x210 · 296쪽 | 가격 7,8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이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는 당시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1996년)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이문구 씨가 결점이 없는 수작으로 평가했을 만큼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홀로된 어머니의 가출을 통해 어른들의 생리적인 비밀을 엿보게 된 소녀의 충격이 성과 순결의식의 왜곡을 빚어 인생 파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펼치고 있는 백은하의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작품은 앞에서 지적한 약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치밀한 구성이 강점이다. 작가로서 대성의 자질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어느 작가에게나 첫 소설집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 이 소설집 역시도 숙고와 노력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의욕이 앞서면 치기가 섞이기 십상인데 백은하의 소설은 오히려 차분하게 정제된 면모를 엿볼수 있다. 등단 이후 백은하는 너무 젊은 나이에 작가가 된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더 많은 공부를 하고자 전남대 미술 대학원에 들어가 현대미술을 전공으로 택해 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간다. 특히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 심취했으며 샤머니즘에도 천착한 바 있다. 이번 소설집에 샤머니즘과 예술 창작에 대한 소재가 많은 것은 그와 같은 이유에서인 듯하다.
백은하의 소설 작품들을 관류하는 주요 모티프는 여성의 성장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회 구조 아래에서 여성의 성장이란 곧, 가부장적 사회로 편입되어 존재의 속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가리키게 된다. 이를테면 여성의 성장은 반(反)성장인 셈이다. 즉 여성은 성장하면서 존재 혹은 자아를 회복하거나 완성하기는커녕, 인간 존재로서의 모든 조건을 포기하거나 강탈당하고 만다. 그렇게 여성은 성장을 통해 남성에게 종속된 구조를체험하게 마련인 것이다.
남성들이 겪는 성장 과정의 고통과 혼란스러움만 해도 상당한데 하물며 여성들의 성장 과정은 어떠할것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성장은 이미 자아의 완성이라거나 정체성의 확립 차원에서 얘기할 것이 아니다.”붉은 사과가 푸르게 변하다” 나 “죽음의 유혹은 꽃으로부터 시작한다” 에 이야기된 무병(巫病)도 같은 체험은 여성 성장의 고통을 극화한다.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엾을까요?] 나 “파란 피”에 폭로된, 성장의 비밀과도 같은 어릴 적 기억, 특히 어머니에 얽힌 기억은 집요한 강박 관념과도 같은 것이어서, 이를 떠올려 이야기하는 당사자나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절규와도 같이 공명된다.
물론 어느 경우에도 성장의 결과가 어떠한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들이 겪는 아픔과 고뇌의 양상도 모두 다르다. 그런 점에서 여성의 성장은 짐짓 반성장(Anti-Bildung)이라 할 수 있으며 여성 성장 소설은 반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작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는 성장의 고통이라는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여성성에 대한 자각은 “모나의 집은 어디인가?” 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아기를 낳은 흔적이 역력한 아랫배, 축 쳐진 유방, 비곗살이 붙은 어깨, 무성한 음모와 굵은 허벅지, 그리고 살찐 종아리까지 그 어느 곳 하나 미의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누가 보아도 그녀의 자궁 속에서 생명이 자라났고, 그녀의 두 유방으로 그 생명을 키워냈음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칭송해 마지않던 어머니의 몸, 모성의 몸이었다.(`모나의 집은 어디인가?` 중에서)
“모나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전의 테마 작품 하나가 늙은 여인의 누드 사진을 묘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누드에 대한, 여성의 몸의 아름다움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그 작품의 의미를 깨닫는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 현서가 실존적 자각을 하는데 주요한 동인이 된다. 그 자각은 물론 사회적인 존재로서 제 위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 “출발” 선상에 현서가 서 있다는 것이 여성으로서 성장이라는 불가해한 기호에 모종의 코드를 제공하는지 분명하지는 않다.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가부장제이데올로기와 문화를 해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개 담론으로서 “모나의 집은 어디인가?” 는, 특히 그 이야기 속의 “하늘을 나는 물고기”는 그런 해체 의지의 한 알레고리로서 기억할 만하다.
여성의 입을 통해 여성이 주도하는 성담론
한편 백은하의 소설에는 성에 대한 언설이 도드라져 보인다. 물론 사뭇 도발적으로도 보이는 그 성적 담론은 말초적인 자극과 별로 관계 없다. 오히려 성을 욕망의 말단으로 환치하려는 이데올로기의 저변을 해체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곤 한다. 모성성이 삭제되어 왜곡된 여성성의 근저에는 늘 성적 매력에 얽힌 이야기가 펼쳐져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통상 남성들의 입을 통해 은밀한 수작(酬酌)으로써 유통된다. 그런 이야기가 공론화되는 것은 불경이며, 더구나 여성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불경 중에서도 불경이다. 그런 불경스런 이야기를 백은하의 작품 대부분에 걸쳐 접하게 된다. 그의 이야기는 과연 낯뜨겁고 불경스런 이야기인 셈이다.
특히 “붉은 사과가 푸르게 변하다” 에서는 승려와 여 주인공이 절간에서 벌이는 정사 장면이 연출되기까지 한다. 불경스러움은 그런 식으로 종교적 계율마저도 위협하려 드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숭고한 의미가 부여되기는 커녕 “쾌락”이란 기표가 부여될 뿐이다. 그런가하면, 글자 그대로 불경스런 이야기라도 하듯, 불교의 핵심 이념 가운데 하나인 “윤회와 인연”에 관한 사변조차도 가벼운 농담거리로 전락시켜 버리는 듯하다. “생은 조용한 꿈”의 테마는 윤회의 트리비얼리즘이라 할 법하다. 욕망의 대유물이랄 수 있는 "토파즈 반지"가 인연의 고리가 되어 등장하는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해프닝처럼 펼쳐진다. 사랑도 죽음도 이야기되지만 별스레 진지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작가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아니라 "인연은 옷깃 스치는 정도로 사소한 것"이라는 심산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권위와 숭고함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조롱 받는다. 대단히 불경스러운 이야기를 한 것이다. 색바랜 숭고한 담론들, 그 권위에 찬 가부장적 담론들 너머로 색의 담론이 펼쳐진다. 여성의 성장이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먼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해체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보면, 백은하의 소설에 드러난 모티
프와 테마들 간의 연관성을 이렇게 이해할 법도 하다. 희망과 동경의 상징인 무지개에는 검은 색이 없을 수밖에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작가는 고지식해 보일 만큼 진지한 세계를 열어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치고 빠지는 솜씨가 유연하다. 어떤 한 작품만으로 작가의 색깔을 단정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작가 소개

백은하 지음

백은하 – 1968년 전남 나주 출생. 전남대 대학원 미술학과에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 "한국문학창작활성화" 공모지원 소설 부문 대상 작가로 선정되었다. 현재 나주시지 편찬위원회 집필위원이며, 광주전남 민족문학 작가회의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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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일간스포츠 대중문학상 수상 백은하씨 소설집 출간
출처: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대중문학상 수상 백은하씨 소설집 출간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 수상 작가인 백은하씨가 첫 소설집을 냈다.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은행나무 간).

지난 96년 제 1회 신춘대중문학상 신세대 감성소설 부문 대상으로 등단한 작가가 지난 5년간 써온 작품들을 모았다. 표제작 <무지개에는~>등 8편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으로 꾸몄다.

『무지개에는~』는 신춘대중문학상 당선작으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이문구씨가 "작가로서 대성의 자질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라고 극찬했던 작품.

홀로된 어머니의 가출을 통해 어른들의 생리적인 비밀을 엿보게 돼, 그로 인한 충격으로 성과 순결의식의 왜곡을 빚어 결국 인생파탄을 맞고 마는 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들은 여성의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물음으로 관통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성이란 무엇이며 그 존재의 본질적 속성은 또 어떤 것인지 끈질기게 탐색한다.

여성성에 대한 자각은 <모나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아기를 낳은 흔적이 역력한 아랫배, 축 쳐진 유방, 비계살이 붙은 어깨, 무성한 음모와 굵은 허벅지, 그리고 살찐 종아리까지 그 어느 곳 하나 미의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누가 보아도 그녀의 자궁 속에서 생명이 자라났고, 그녀의 두 유방으로 그 생명으로 키워냈음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칭송해 마지 않던 어머니의 몸, 모성의 몸이었다."

사진전의 늙은 여인 누드 사진을 묘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주인공 현서의 실존적 자각은 미적 관점이 아닌 순전히 기능적인 몸으로서의 여성을 대하는 것으로 비롯되고 있다.

성에 대한 언설도 도발적이다. <붉은 사과가 푸르게 변하다>에선, 승려와 여 주인공이 절간에서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종교적 계율마저 위협하려 드는 그 불경함은 그저 쾌락의 한 수단일 뿐이다.

<생은 조용한 꿈>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불교의 핵임 이념인 윤회와 인연마저 가벼운 농담거리로 전락시켜버리고 만다.

콘크리트 옹벽처럼 단단한 남성중심의 담론과, 그것에 숙명적으로 고개숙이는 여성성, 그 부조리한 현실을 작가는 여성의 성(性)과 성장이라는 모티브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2001년 4월 16일 월요일
전경우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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