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공계를 죽이는가

지음 서지우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03년 10월 30일 | ISBN 8956600147

사양 변형판 148x210 · 246쪽 | 가격 8,400원

분야 종교/역사

책소개

현직 이공계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바라본 이공계 위기의 진단과 처방. 절망의 늪에 빠진 과학기술자와 기초과학을 경시하는 한국의 과학기술계 등 현장에서 본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주소, 대학에서 벌어지는 과학기술계 붕괴부터 과학기술계 이직과 이탈 현황 등의 이공계 몰락의 현장, 그리고 대안 모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 이공계 위기 불감증—아직도 강 건너 불구경
아이들은 장래 희망으로 과학자보다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손꼽고, 중·고등학생의 자연계열 진학률은 해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또한 이공계열 재학생들마저도 편입이나 고시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60〜70년대 한국 경제를 눈부신 성장으로 이끈 과학기술 분야가 불과 몇 십 년 만에 이런 홀대를 받고 있으니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도 증명되었듯이 과학기술력은 산업 기반을 형성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초석이 된다. 따라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이공계 위기"는 국가 존망이 달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 언론에 연일 특집으로 보도되는 관련 기사만 보아도 벼랑 끝에 몰린 과학기술계의 절박함을 실감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의 문제는 경제적 처우, 사회적 지위, 교육, 법규 영역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당장 어디에서부터 손을 봐야 좋을지 막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공계 위기 상황의 진정한 심각성은 아직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국민들의 "위기 불감증"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이공계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자연재해와는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대처 방법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공계 문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과학기술계 내부의 범위를 벗어나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응은 올해 초 자연계열 학과 정원 미달 사태라는 결과까지를 확인한 다음에야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관련기관에서 이공계 위기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고, 언론에서도 특집으로 과학기술계 문제를 기사화하고 있으며, 늘 그렇듯이 정부가 그 뒤를 이어 대책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한다.
물론 기초학문의 위기는 범세계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단계적인 산업화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학문의 위기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기반을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다는 데 있다.
급속한 자본주의 과정 속에서 돈벌이가 되는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 시장원리주의 의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었고, 그러한 풍토 속에서 이공계 위기의 싹은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애써 외면하던 그 잡초 하나가 이제는 지붕을 내리 누르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린 격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 많아서였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뿌리깊은 과학기술계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이 없어서였든, 이제는 더 이상 이공계 위기를 모른 체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분초를 다투는 과학기술계의 뿌리깊고 총체적인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 단편적인 기사로 접하던 이공계 위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놓는 이 작업은 현장에 몸담고 있는 과학기술인 스스로가 이공계 위기를 보다 넓은 계층과 사회 전반에 제시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나름의 대안을 제안하는 소생의 몸부림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2. 절망하는 이 시대의 과학기술자
한때 공업화 시기에는 과학기술자라는 이름이 새로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지금 현장에서 세계의 과학기술자들과 어깨를 겨루며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은 모두 이 당시에 배출된 인력이다. 주목할 점은 그 당시 과학기술이 "신분상승의 수단"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과학기술은 더 이상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다. 과학기술 인력의 보수는 의학 계통 인력에 비해 절반 이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이공계 인력의 경우, 보통 40대에 이르면 사실상 일선에서는 정년으로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고 일해야 할 40대가 정년으로 취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한국의 이공 계통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지식집약형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세계 정상급 수준과 치열한 경쟁을 지속하는 데 있다. 때문에 이 분야 인력들이 가장 왕성한 연구 의욕을 보이는 20〜30대에 습득한 기술과 이론들은 순식간에 과거의 것으로 퇴보하고 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과학기술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존경과 냉소가 뒤섞여 있다. 그들에 대한 확실한 가치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은 일단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부단한 노력을 인정하고, 그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견인차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벤처를 차려 사업을 하는 모습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 동안 발생한 벤처 비리 때문에 지금은 손가락질까지 한다.
그러나 많은 과학기술 종사자들은 그러한 비난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눈앞에 닥친 프로젝트 마감이며, 새로운 연구 결과 발표이다. 대부분의 과학기술 종사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그들은 때때로 국민의 냉소적인 시선보다는 오히려 내부 적들에 대한 실망, 즉 과학기술자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잘못된 관행과 태도에 실은 더 많은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고생하며 힘겹게 함께 해온 과학기술자끼리 동료의 노고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심지어는 서로의 앞길까지 가로막으며 믿음을 져버리는 일도 간혹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국민들의 이해 부족, 낮은 지위와 보수,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저지르는 잘못으로 인해 절망을 거듭하고 있다.
3. 위기의 과학기술, 과연 그 희망은 있는가
과학기술의 위기는 전근대적인 한국사회 가치관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혁명적 가치관 변화가 바탕이 될 때, 즉 합리성 증대와 실현이 가능할 때 장기적인 플랜과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결국은 지식생산성의 차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학업 수준으로도 상품을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생산 마인드로는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없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과 창의력 강화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다.
중등·대학 교육 / 과학기술계 위기를 타계할 구체적 방안으로 먼저 교육 개혁을 들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열심히 학업에 전념하지만, 대학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학 졸업 정원제를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 졸업 정원제로 바꾸면 그 동안의 테크닉 위주 입시 교육은 졸업을 위해 학문 전념으로 전환될 것이다. 또한 중등교육의 방향도 대학 졸업을 위한 방향으로 자연스레 바뀌게 될 것이다.
대학원 교육 / 수준 낮은 졸업자 양산, 잘못된 교육 시스템, 불투명한 진로 등이 대학원의 대표적 문제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교육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학위 수여 기준을 대폭 강화하여 성숙된 인력을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보다 도전적·선진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한편, 연구에 대한 실패 제한 조건도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 수행원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현 대학원생과 교수 사이의 유대관계를 대폭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연구소 / 현재는 기업 연구소와 국책 연구소의 뚜렷한 구분이 없다. 양쪽 모두 수익성 위주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기관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즉, 선도적 연구를 통해 기업이나 시장이 필요로 하게 될 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마인드를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개발한 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민간 기업에 이전시켜 그들을 자극하고 나아갈 방향성을 설정해 주는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 / 입으로는 국가 백년대계인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정작 정치가들은 인기에 영합하는 지역 정책 추진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하루 빨리 과학자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기존의 효율성 위주로 평가하는 행정 철학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느낌"보다는 논리를 중요시하는 사회로의 변환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사회 전체가 각인하고, 한국 경제에서 인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서지우
1998년 서울 서대문 외곽에 위치한 모 우골탑에서 전자공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비선형 확률제어를 전공했으나, 국내에서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아 모교에서 2년 동안 갖가지 경험을 쌓았다. 2000년에 다른 많은 과학기술자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을 등지고 낙향, 대전에 있는 모 국책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해당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지금 이 시각에도 학술지 논문을 쓰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거나 수천만 원짜리 소프트웨어를 돌려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서지우 지음

1998년 전자공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비선형 확률제어를 전공했으나, 국내에서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아 모교에서 2년 동안 갖가지 경험을 쌓았다. 2000년에 다른 많은 과학기술자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을 등지고 대전에 있는 한 국책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 시작했다. 현재 해당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표지/보도자료 다운로드
미디어 서평
이공계 기피는 국가의 위기
출처: 중앙일보
이공계 기피는 국가의 위기

이공계 지원자 급감현상은 통계로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수학능력시험의 이공계 지원자의 경우 1998년 37만5천명에서 지난해 19만8천명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같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현재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위기 불감증"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결과는 2010년 이후부터 국가 산업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으로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와 관련, 최근에는 각종 이공계 지원대책이 발표되긴 했으나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저자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선은 과학기술 분야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과학기술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세계 기술과의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또 과학기술은 발전속도가 빨라 불과 10년이면 가장 촉망받는 분야의 기술자들이 전혀 불필요한 인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긴장의 연속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이처럼 하루 24시간을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초긴장 상태로 살아가는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나 사회적인 대접은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저자가 제시한 대졸 졸업자의 초임연봉을 보면 금융분야로 진출한 상경계에 비해 이공계의 연봉은 1천만원 정도가 작다. 또 박사급 연구자의 경우도 상경계 출신이나 변호사.의사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위직이나 기업의 CEO 중에 이공계 출신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래도 본인을 포함한 많은 한국의 과학기술자는 "묵묵히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고 끝맺는다.


2002년 11월 12일 화요일
신혜경 / 중앙일보
[책마을] 한국의 과학기술 어디로 가나
출처: 조선일보

기사의 원문은 위의 원문보기 또는 아래의 주소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원문 URL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02/11/22/2002112255265.html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9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