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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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다가와 시가 되는 순간들
한국 문학의 가장 젊은 목소리를 만나다!
등단 5년차 미만, 만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의 첫 앤솔러지 시집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김유림, 박은지, 오은경, 이다희 시인은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를 통해 ‘순간’이라는 테마로 40편의 시와 4편의 에세이를 선보인다.
봄이 새롭고 설레는 이유는 만물이 약동하는 ‘순간’ 덕분이다. 바쁜 일상 탓에 반짝이는 계절을 무력하게 흘려보내고 있다면, 생동감 있는 한 권의 시집으로 봄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근사한 방식으로 계절을 살아내는 방법. 젊은 작가 앤솔러지로 말이다. 젊은 시인들이 풀어놓는 ‘순간의 비밀’이 단조로운 당신의 일상을 낯선 감각으로, 다른 색과 온도로 마주 보게 할 것이다.
동시 출간되는 시집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와 소설집 《집 짓는 사람》은 지난 한 해 동안 네 명의 시인과 네 명의 소설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사업 지원을 받아 함께 기획하고 각자 써 내려간 결과물이다. ‘순간’과 ‘공간’이라는 일상의 양면을 각기 다른 개성과 새로움으로 기록했다. 2019년 봄. ‘시가 포착한 순간과 소설이 머문 공간’에 눈길을 돌려주시길, 그리하여 일상의 순간과 공간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함께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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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시인이 풀어놓는 순간의 비밀들
삶은 일상으로 구성되고, 일상은 순간으로 채워지며, 각각의 순간은 비밀을 품는다. 이때 “갑작스럽게 달라진 날씨에서, 사랑하는 사랑이 뒤돌아설 때의 표정에서, 골목 끝에서” 대답 대신 쏟아져 나온 비밀을 수집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가 된다. 순간의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맞닿”고 “이미 충분히 겪었다 싶은 마음이라 해도 다른 색으로 떠오”르며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거나 당신도 모르게 오래 간직해온 비밀이 미끄러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박은지, <여는 글>)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에서는 ‘순간의 비밀들’을 네 가지 프리즘으로, 다양하게 분산된 감각으로 펼쳐 보인다.
김유림의 시는 담양, 경주, 속초를 지나 사쿠라가오카까지 내처 걸으며 “걷는 세상과 걷지 않은 세상으로 양분돼” 있는 세계에서 일탈의 경험을 추체험하는 ‘여정의 순간’을 제공한다.
“반듯한 덩어리의 꿈”처럼 간결하지만 “죽은 나무가 산에서 발견”되듯이 선득한 인장을 남기는 박은지의 시는 “규칙적으로 사랑”하고 싶어도 “자주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는 ‘인지의 순간’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오은경의 시는 정제된 언어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내가 원인이었던 것처럼 건물 한 채가 무너”지는 인과의 세계에서 “흔들릴 때마다 연인들을 괴롭게” 하는 ‘각인의 순간’을 포착한다.
일상에 드리운 엷은 장막을 통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외설은 거울에 있”고 “날아가는 노래를 귓속에 잡아둔다고 해도 그게 나비가 아니”라는 비밀로 ‘사물의 순간’을 엿보게 하는 이다희의 시도 있다.
이렇게 시인들이 평생 비밀처럼 간직한 순간도, 찰나의 목격이나 오래 수집한 순간도 모두 시가 된다. 이 시들과 만날 때 매일 대하는 내가 ‘조금’ 낯설어지고, 먼지 자욱한 대기가 ‘잠시’ 떠오를 만한 곳이 되며, 같은 일상이 ‘다른’ 표정을 지니게 된다. 그렇게 반짝이는 순간, 눈물겹지만 사랑스러운 순간을 더 많이 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러려고 시를 읽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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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밀과 마주한 순간,
대답 대신 시를 꺼냈다
그럼에도 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 읽고 나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 두 번 세 번 곱씹어도 모호하기만 한 순간, 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읽고 싶은 순간……. 바로 시를 읽는 순간이다.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에서는 낯설지만 매혹적이고 알쏭달쏭하지만 파고드는 시에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열 편의 시마다 따라붙는 <시인의 말>을 통해 독자에게 감각의 마인드맵을 펼쳐준다. 시인을 상대로 한 부조리극 인터뷰, ‘울음 동맹’에 관한 다정한 선언, 꿈속과 망원동을 넘나드는 여정, 사춘기와 신해철 극복 프로젝트 등 네 편의 에세이는 감각적인 사진과 더불어 에세이 특유의 읽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비닐을 찢자 어떤 인간이 갑자기 숨을 쉰다. 팔을 뻗어 세상으로 나올 것만 같다. 사실은 거꾸로 이들의 시를 읽는 인간이 숨을 쉬게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문보영(시인)
지루한 일상의 균열을 선언하는 책 속 인간처럼,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를 펼치면 삶의 비밀들이 팝콘처럼 터지는 순간과 만날 수 있다. 이 경쾌하고 소담스러운 비밀과 만나면 찰나의 순간이 보다 분명해지고, 좀 더 소중해질 것이다. 이 봄, 낯설고 궁금한 젊은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 것을 권한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새로운 순간들과 만날 수 있도록.
여는 글
비밀과 마주한 순간 …… 5
김유림
담양 걷기 …… 13
경주 걷기 …… 16
트랙 1 …… 18
속초 걷기 …… 21
트랙 0 …… 24
단지 걷기 …… 25
12사쿠라가오카 걷기 …… 28
제방 걷기—작은 도시의 이름 …… 31
그런데, …… 34
트랙 0 …… 36
시인의 말 …… 37
박은지
반듯한 사랑 …… 43
옥탑에게 …… 45
애초에 불가능한 일 …… 47
약속 장소 …… 49
죽은 나무들 …… 51
거울을 보니 검은 개가 …… 53
하얗고 단단한 실 …… 55
서랍의 눈 …… 57
터널 …… 59
입이 큰 사람 …… 61
시인의 말 …… 63
오은경
그물망 …… 69
지진 …… 71
낭떠러지 …… 73
플라스틱 …… 75
인형 …… 76
빗금 …… 78
텔레비전 …… 80
철거 …… 82
가출 …… 83
날개들 …… 85
시인의 말 …… 87
이다희
( ) …… 93
늦게 오는 자장가 …… 94
물의 방 …… 96
어항 앞에서 …… 97
얼음 아래에 두 발이 …… 99
외설이 지나가고 슬픔이 지나간다 …… 101
입구가 큰 가방 …… 104
아침 오믈렛 1 …… 106
아침 오믈렛 2 …… 107
모래시계 장난 …… 108
시인의 말 ……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