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시티

장수양, 정우신, 조원효, 최백규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0년 3월 9일 | ISBN 9791190492393

사양 변형판 115x205 · 192쪽 | 가격 5,900원

분야 시/에세이

책소개

‘알 수 없는 나’를 좇는 여정
한국 문학의 가장 젊은 목소리를 만나다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젊은 시인 4인의 첫 앤솔러지 시집 《도넛 시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알 수 없는 나’를 좇는 여정이 시작된다. 토정비결이나 사주를 보고 상담을 받는다. 최근에는 성격유형 검사로 ‘나’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을 파고들기도 한다. 그 검사지의 첫 번째 항목에 ‘내향-외향’이 존재한다. 안과 밖이라는 삶의 양면성을 명징하게 인식하는 순간, 그 경계를 허물려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다. 안과 밖, 내향과 외향, 이쪽과 저쪽을 아우르는 ‘인사이드-아웃사이드’라는 테마로 네 명의 시인이 40편의 시와 4편의 에세이를 선보인다. 등단 5년차 미만, 만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의 첫 앤솔러지 시집 《도넛 시티》를 통해서다.
매년 봄,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되는 ‘젊은 작가’ 시리즈의 시집 《도넛 시티》와 소설집 《미니어처 하우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신진 작가로 선정된 네 명의 시인과 네 명의 소설가가 함께 기획하고 각자 써 내려간 결과물이다. 안팎의 어딘가에 도사리는 삶의 비밀들을 한국 문학의 가장 젊은 작가들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펼쳐낸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에 포위당해 삶의 저변이 점점 축소된다고 느낀다면,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일상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면 이 새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안팎의 어딘가에 도사리는 색색의 시선들

‘인사이드-아웃사이드’라는 테마는 일상적이지만 다채롭고, 경계를 세우는 동시에 뒤흔든다. “안팎의 것을 한 폭에 담아내지 않으면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는 면에서 시의 목소리를 닮았다.(장수양, <여는 글>) 《도넛 시티》에서는 안팎의 어딘가에 도사리는 삶의 비밀들을 색색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장수양의 자리는 허방에 있다. “거대한 도넛 시티”가 된 서울을 활주하는 “유리 엘리베이터”나 “공중에서만 함께 노는” 모빌처럼 일상이라는 허상에 존재한다. 시가 드러낸 자리에서부터 그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정우신의 자리는 리플리컨트처럼 복제되고 증식한다. “빗속으로 뛰어드는 생물”처럼 고독하고 분열적인 그의 개체들은 “이걸 자유라고 해야 하나 가라앉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끊임없이 의문하면서 진화와 역진화를 넘나든다.
조원효는 일상을 따라 걸으며 텍스트를 열고 그 사이에 균열의 바늘을 꽂아 넣는다. “비명과 외침처럼 너는 너를 제시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카프카의 성을 향해 걷는 여정에 그의 자리가 놓인다.
최백규의 자리는 “불을 켜지 않아 어스름”한 저물녘 집 안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 냉장고 뒤, 식탁 아래, 찬장 안처럼 어느새 정물이 된 일상의 공간에서 삶의 더께와 과거의 기억은 개인을 납작하게 내리누른다.

 

일상의 공간을 확장하는 시적 에너지

“젊고 풋풋한 이들의 시적 에너지는 현실이나 경험 공간의 표면을 극대화하면서 비가시적인 힘의 공간을 생산한다.” ― 박상순, <추천사>에서

안팎의 비밀과 경계를 드러내고 뒤흔드는 일이야말로 태초부터 시의 역할이 아닐까. 젊은 시인들의 목소리는 낯설지만 매혹적으로 우리 삶의 저변을 확장한다. 열 편의 시마다 따라붙는 <시인의 말>은 그 세계를 여는 키, 해설하는 도슨트, 확장하는 모듈로써 독자의 읽는 재미를 또 한 번 확장할 것이다.

“계절을 잘 맞이하고 보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 하나쯤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한 해를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 ― 장수양, <여는 글>에서

토정비결이나 신점, 상담이나 성격유형 검사로도 아직 해명되지 않은 ‘나’를 새롭게 만나기 위해서 《도넛 시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장난스럽고 선득하면서 색색으로 반짝거리는 시선들이 이제 막 시작된 한 해를 더욱 풍성하게 열어줄 것이다. 좋아하는 시 하나쯤 마련해주는 일은 덤이다.

 

 

▣ 추천의 말

장수양의 시는 속삭이며 걷는다. 허공의 접촉, 허공의 온도를 느끼며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그 속삭임은 일상의 풍경을 매달고 홀로 나아가지만, 삶의 가장 가까운 단면에 시적 언어의 섬세한 뉘앙스로 존재의 차원을 확장한다. 정우신의 우울은 기억의 공간에서 튀어나온 동물성 고독이고 기계적 분열이지만 그것에 관한 투시로 분산적 어울림, 새로운 욕동을 만든다. 조원효의 시는 계열체들의 연쇄와 순간의 직조가 일상의 풍경 속에 증식해 넘쳐나면서 낡은 통합체의 장벽을 무너뜨린다. 최백규의 시는 어색한 소설이거나 시적 언어의 감각이 사라진 감상적 진술이기도 하지만, 인과와 연계를 통해 오히려 자정에 가까운 0시의 시간에 근접하면서 인과성의 어긋남, 순수한 영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 젊은 시인들의 시는, 오직 그것이어야만 하는 문학의 디아포라를 언어의 뉘앙스, 주체의 욕구나 욕동, 즉물적이면서도 순간적인 유동, 새로운 영점, 비선형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젊고 풋풋한 이들의 시적 에너지는 현실이나 경험 공간의 표면을 극대화하면서 비가시적인 힘의 공간을 생산한다. 이제 이들을 통해 현실 표면을 극대화한, 비로소 현대적인 시적 공간, 감각과 현실이 부딪혀 발화하는 힘의 공간에서, 2020년대가 새롭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_박상순(시인)

목차

여는 글 깨물어도 그대로인 5

장수양
우울한 도넛 15
손가락을 접자 손가락이 없어졌다 18
중학생 19
아웃사이드 인 22
사랑의 뉘앙스 25
아뇨—그곳엔 28
아뇨—수정 열차 30
아뇨—밤 31
스크립트 1—유리와 레이어 33
수요일 38
시인의 말 40

정우신
Melancholy—정교한 자화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리플리컨트 45
Error—양파즙 먹고 출근하는 가축 리플리컨트 47
여름이다—진지한 송충이 눈썹을 가진 눈사람 리플리컨트 50
쌍쌍바를 잘 나눠서 당황하고 속상한 리플리컨트— 머신 러닝 54
세례식—리플리컨트의 유년 55
인간 디오라마—멸균 처리를 하다가 사랑에 빠진 리플리컨트 58
텅스텐 인간 62
리플리컨트 노트 64
리플리컨트 노트 66
My dear melancholy 69
시인의 말 74

조원효
명동 성당 83
정물과 동물 89
망원 한의원 93
연희 빌라 96
문 101
이태원 뒷골목 108
레몬 나무의 약속 129
서울역과 고가도로 A 133
K 141
마포구 밤거리 144
시인의 말 147

최백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1 157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2 159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3 164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4 167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5 168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6 170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7 172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8 176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9 184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 10 187
시인의 말 188

작가 소개

장수양

1991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다. 2017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정우신

1984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6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비금속 소년》이 있다.

조원효

199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7년 《현대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최백규

199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가 있다.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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