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1.03-04

김애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3월 10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360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35 | 분야 잡지

책소개

● intro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시절, 문학은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 마음이 세상과 함께 피어나는 3월, 문학은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가 개입할 수 없는 지대를 가로지른다는 시인 김혜순의 목소리가 『Axt』 35호를 열어젖힌다.

“바이러스로 갇힌 채, 문화자연에 둘러싸여 온갖 매체에 노출되어 살다 보니, 위로 좀 그만 받고 싶은데, 나를 위로해주겠다고, 공감 좀 해달라고 매체들이 달려든다. 고백서들이, 자기계발서들이, 요리사들이, 가수들이, 영화인들이, 심지어 개그맨들이 달려든다. 그러면 나는 정말 놀람을 넘어 겁이 난다. 또 반대로 네 문학이 누구를 위로하느냐고 나에게 물어보면 더 겁이 난다. 그래서 급기야 위로라는 단어만 누가 발설해도 숨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나는 글을 써서 누구를 위로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나는 문학은 위로받고 싶은 독자의 그 욕구마저 배반해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문학은 위로가 개입할 수 없는 지대를 가로지름으로써 위로라는 그 불가능한 것을 증발시켜버리는 것이 아닐까.” ―김혜순, 「반인반수한다는 것」 중에서

● cover story

“초기작에 낙관과 긍정에서 오는 따뜻함이 있었다면 지금은 삶에서 느끼는 실망과 회의, 의심을 지나고 나서 간직하게 된 한 줌의 따뜻함이 있어요. 양도 줄고 온도 또한 더 낮아졌지만 어느 땐 이 편이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전자는 제가 이미 갖고 있던 거였고, 후자는 제가 지켜낸 거니까요.”
―김애란, 「cover story」 중에서

35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오래된 것과 현재의 것이 공존’하는 고유한 시간성을 소설에 담아온 소설가 김애란이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을 예민하게 감각하면서도 완전히 실망하거나 완전히 포기해버리지 않는 것, 그렇게 미지근한 한 줌의 따듯함을 지켜낸 그가 풀어내는 오래 쓰는 삶의 이야기가 cover story에 담겼다. 인터뷰는 소설가 김유진이 진행해주었다. 비슷한 시기를 함께 겪어온 소설가로서 변화하면서 쓰는 일의, 그 속에서 ‘미묘하게 살가운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의 어려움을 체감한 그의 섬세한 질문은 독자들이 오래도록 써온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기도 할 터이다. 두 소설가가 만들어내는 온화한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차근차근 변화하고 새로이 만들어져가는 소설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을 기다린다.

● short story * novel

매년 1월이 되면 한국문학의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볼 일에 마음이 설렌다. 바로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작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short story는 2021년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포함하여 신예 작가들로 꾸려졌다. 소설가 강보라 김화진 윤치규 이서수 정무늬가 가장 젊은 시선으로 포착해낸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첫 독자들을 기다린다.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을 넘어 균질하지 않은 지금의 ‘우리’를 조명하는 일, 지금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 관계 사이에 머무는 마음을 섬세하게 구조화하는 일, 소설로 해낼 수 있는 소설의 일을 수행하는 다섯 편의 소설이 독자들 앞에 서 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득 가지고 있을 이들의 단편이 많은 독자들의 눈에 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novel에서는 끝을 향해 치열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세 편의 연재소설이 실린다. 소설가 백가흠의 「아콰마린」 5회에서는 수성못에서 발견된 잘려진 손이 어떻게 그곳을 향하게 되었는지가 밝혀지며 사건이 한층 더 흥미진진한 단계로 나아간다, 시인 박연준의 「여름과 루비」 4회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재배치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그러하듯이, 주인공이 재배치한 이야기는 소설적 매력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소설가 황현진의 「곽」 역시 최종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연재분에서는 옥산으로 돌아와 제일사랑병원에 출근하게 된 주인공이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옥산의 면면이 드러난다. 단편소설과 연재소설로 꽉꽉 채워진 이번 호를 통해 소설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기를 바란다.

● table * ing * colors
최근 출간된 해외문학 중 하나를 골라 이야기를 나누는 table에서는 퓰리처상 수상자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을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 김승욱, 책임편집자 허유민을 초대했다. 소설가 장희원이 쓰는 사람으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차별을 다루는 소설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지금 존재하는 우리가 과거를 ‘없는 셈’ 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더불어 책의 표지를 만드는 데 있었던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는 이 코너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가 되어줄 것이다. ing에는 시인이자 번역가 김화영의 에세이가 실린다. ‘내 주변의 거대하고 귀중한 도서관들이 다 불타버렸다. 나는 그 화재의 불빛을 받아 어두운 반사적 영광을 누린다’는 겸손한 고백 속에는 번역 인생 60년의 회한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번역을 놓지 않는 그의 손을 경유하여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보게 될 것이다. colors에서는 탄생 200년을 맞이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이 함께 읽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삶을 중심으로 ‘삶으로부터 이야기가 탄생하는 특별한 방식’을 조명한 손정수의 글과, 고전 『죄와 벌』을 현대 웹소설의 구조와 병치시키며 읽어낸 김종옥의 글은 서로 다른 색채로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review에서는 김성중 전예진 백은선 민병훈 이승학 최유안 여섯 명의 필진이 봄을 맞이하며 읽은 책들을 소개한다. 읽는 사람들은 서로 부추기고 또 부추겨지면서 독서를 넓혀가므로, review를 통해 우리들의 3월이 더 넓고 깊은 독서의 시간으로 변해가기를 기대해본다. 신예작가의 에세이를 싣는 biography에는 소설가 김홍이춘길의 글이 실린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유머와 선언으로써 넘어서는 그들의 글을 보는 동안, 독자들은 그들이 앞으로 써나갈 글을 응원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diary에는 소설가 정용준의 봄일기가 실렸다. 일년을 ‘일기’로 함께해준 정용준은 일기의 내밀함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라고 하면 오늘은 좋은 날이 되는 것처럼’ 이 글을 읽고 쓰는, ‘언어의 세계’에 속한 우리들이 좋은 날을 맞이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해주었다. 봄처럼 조금은 으슬으슬하면서도 어딘가 포근한 인사가 우리가 만날 봄의 강령이 되기를 바란다.

● insite * book cover * cross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텍사스의 아파트 ‘아카시아 클리프스’를 주제로 한 사진작가 양경준의 사진을 실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외국의 공동생활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사진 작업들에 대해서 『VOSTOK』의 편집장 박지수는 ‘오히려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기록한다. 이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국경 밖 어딘가의 삶을 돌아보는 경험의 자리에 독자를 초대한다. 책의 안팎, 그 경계를 담당하는 책 표지 작업에 대해 소개하는 book cover에서는 『스페이스 오디세이』 『말하는 보르헤스』 등의 책 표지를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터 백두리의 작업물을 소개한다. 책 표지가 독자와 책을 연결하는 다리이듯이, 그림은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감정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그의 매력적인 작업물에 머무는 작가의 마음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란다. 영화와 문학을 교차해 살피는 cross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문학작품과 함께 읽는다. 시인 황인찬은 ‘사랑’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토머스 핀천의 「엔트로피」를, 소설가 이종산은 ‘SF’라는 키워드와 함께 한나 렌의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틸티 월든의 『햇살을 타고』를 소개한다. 이미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영화를 문학으로 읽는다는 것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영화와 길항하며 만들어낸 의미들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해석의 일로가 되기를 바란다.

목차

◆ 35호 차례

intro
김혜순 천공의 복화술・002

review
김성중 켄 리우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022
전예진 훌리오 꼬르따사르 「시내버스」・026
백은선 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030
민병훈 엠마뉘엘 카레르 『적』・034
이승학 필립 로스 『네메시스』・038
최유안 이졸데 카림 『나와 타자들』・042

cover story
김애란+김유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046

biography
김홍 그래도 써야지・084
이춘길 에필로그 혹은 프롤로그・090

diary
정용준 봄일기(겨울에 쓴)・096

insite
양경준 Acacia Cliffs・108

book cover
백두리 감정이 녹아드는 곳・122

cross 영화 <인터스텔라>
황인찬 사랑밖에 난 몰라・130
이종산 미래의 로맨스, 미래의 SF・138

table 콜슨 화이트헤드 『니클의 소년들』
장희원+김승욱+허유민 과거 위에 현재를 쌓기・148

ing
김화영 번역, 그 반사적 영광・178

colors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손정수 삶으로부터 이야기가 탄생하는 특별한 방식・184
김종옥 충동의 윤리학・190

short story
강보라 직사각형의 찬미・198
김화진 정체기・214
윤치규 친애하는 나의・232
이서수 미조의 시대・246
정무늬 그래도 되는 사이・268

novel
백가흠 아콰마린Aquamarine(5회)・284
박연준 여름과 루비(4회)・314
황현진 곽(5회)・334

outro
손보미・358

작가 소개

김애란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자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을 2003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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