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1.11-12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11월 8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400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39 | 분야 잡지

책소개

● intro

“피나 바우쉬의 탄츠 테아터 〈Seasons March〉의 사계절 율동에서도 신사와 숙녀 춤꾼들이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니라 통나무가 심겨진 정원을 일렬로 걸어가며, 단체로 딸꾹질하듯 한 번씩 전율한다. 그들은 상상적으로 계절을 표현하려 할 때마다 경련하듯 공기를 더듬는다. 연속적으로 흐르던 이 세상의 소리와 움직임이 그들에게서 방해를 받는 것 같다. 그들은 평탄하고 평안하게 존재하고자 하는 정상인들의 청각과 시각을 잠깐씩 괴롭힌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는 폭력이 숨어 있었다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경련하는 존재들. 발작하는 존재들. 횡격막이 경련 끝에 수축을 일으키고, 성대가 닫히면서 소리가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다.”
―김혜순, 「딸꾹질 전문가들」 중에서

intro에서 시인 김혜순은 평안하게 존재하는 세계에 불현듯 나타나는 딸꾹질의 순간을 주목한다. 움츠러드는 신체와 그때 터져나오는 발작적인 소리와 같이, 문학의 언어는 기존의 평탄한 언어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21년의 마지막 『Axt』는 움츠리거나 돌출하는 움직임과 소리를 기록했다. 여러분의 귓가에도 어느 기울어진 틈에서 가까스로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리기를 바라면서.

● cover story

“여성은 여기저기 놓여 있는 물건처럼 파편화되어서 있는데, 남성은 역사를 소유하고 있고, 그 중간중간 물건으로서 장식품처럼 여자가 들어가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싫었어요. 관계성이 없다는 게. 여자들 사이에서. 그게 싫었고. 제가 좋아했던 서사는 항상 여성들이 관계 맺는 것들. 서로를 사랑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고 싫어할 수 있고 멀어질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게 항상 재밌는 거예요. 나도 그런 걸 써보면 좋겠다. 재미있으니까.”
―최은영, 「cover story」 중에서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최근 『밝은 밤』으로 독자를 찾은 소설가 최은영이다. “저에게도 용감한 부분이 있고 약한 부분이 있어요”라고 고백하는 그를 닮은 그의 소설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으로 마음속에 있는 단단한 슬픔을 비춰낸다. 그 무르지만 곧은 빛에 마음의 깊은 곳을 비춰볼 용기를 얻은 독자라면, 차분하게 이어지는 인터뷰 속에 담긴 두려움과 용기어린 고백과 선택들로부터 희미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는 빛의 온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는 소설가 손보미가 진행해주었다.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한 두 소설가의 대화는 기억해야 하는 일을 기억하는 일, 이야기해야 하는 일을 이야기 하는 일에 이르러 결국은 ‘쓰기’에 당도한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일, 그 용기가 필요한 일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함께해준 두 소설가의 이야기가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관심종자’를 주제로 테마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key-word에는 소설가 한정현 임선우의 소설이 실린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두면서, 음식과 함께 ‘텐션’의 순간을 포착하는 한정현의 소설과, ‘해파리 되기’라는 새로운 현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임선우의 소설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정이현 염승숙 정한아 김성중의 글이 나란히 실렸다. 서로 다른 거대한 사건을 겪고 삶의 길목에서 마주친 두 인물을 그리는 정이현의 「그 밖의 사람」, 지금 이 순간 가장 첨예한 삶의 공간 문제를 다룬 염승숙의 「믿음의 도약」, 죽은 소설가의 작업실에서 숨통을 틔는 법을 알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한아의 「일시적 일탈」, 물에 잠긴 잠수교라는 특별한 공간에 한시적으로 접촉되는 인물들을 통해 비현실과 현실을 겹쳐두는 김성중의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평온한 현실 속에 돌출된 지점을 지목하는 네 명의 소설가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novel에는 소설가 황현진의 「곽」 최종화가 실린다. 오원도 선생님의 이야기는 마침내 마무리되고, 남아 있는 병원은 마치 옥산 그 자체였다는 듯 혼란에 휩싸인다. 작품을 연재해준 소설가와 함께 따라 읽어온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 마지막 순간에 기쁜 마음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대단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소설가 김희선의 「257의 모든 것」 역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독자를 맞이한다. 약을 구하러 온 남자의 사연이 드디어 공개되고 사건은 점점 실마리를 잡아간다. 돼지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가상의 현장이 우리에게 주는 소설적 충격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257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편 소설가 박서련의 「폐월閉月」이 독자들에게 그 첫 이야기를 선보인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난 혼란의 후한 말기를 살아내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연재될 박서련의 작품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이번 『Axt』는 어느 때보다 많은 소설들로 독자를 만난다. 책장에 넣어두었다가 쌀쌀한 바람이 부는 긴긴 겨울밤마다 꺼내 읽어주시기를, 그리하여 여러분의 겨울이 소설로 가득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이번 호 table에서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테사 톰슨·루스 네가 주연의 영화 〈패싱〉의 원작인 넬라 라슨의 『패싱』을 다뤘다. 작품에 대해 번역가 서숙, 편집자 박혜진, 소설가 박선우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20년대를 배경으로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밝아 백인으로 ‘패싱’될 수 있었던 두 흑인 여성의 서로 다른 삶을 다룬 이 소설은 여러 소수자 문제를 직면한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심도 깊은 대담과 더불어 책 출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 담았다. 번역가 최성은의 글로 오랜만에 돌아온 ing에서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번역기를 들려준다. SF라는 장르에 대한 오해나 중역으로 생겼던 여러 곡절들과 더불어, 소수언어권으로 칭해지는 폴란드어권 번역을 해오며 느낀 번역의 일에 대해 적은 문장들이 번역 환경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되어 놓여 있다. 여성작가로서 여성작가를 조명하는 시인 장혜령 hyper-essay에서는 차학경을 다룬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여성 차학경이 겪었을 언어의 불화, 그리고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다층적 이미지의 충돌을 주목하면서 장혜령은 ‘그녀가 허용한 타인들이 무엇이었을까’를 질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언어를 읽으며 일상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가 충돌하는 지점을 발견한 우리는 어떤 이미지의 연쇄를 얻게 될까? 독자 각자가 문학언어에 대해 내린 답이 궁금하다. colors에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다뤘다.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은 각각 메리 셸리의 다른 소설 「마틸다」와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냈다. 어두운 겨울밤, 두 필진이 겹쳐놓은 텍스트와 함께 인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review는 여섯 명의 필진 정지돈 김멜라 최유안 신종원 김연덕 보배와 함께한다. 이번 호 리뷰에는 특히 해외문학 작품이 옹기종이 모여 있다. 형식을 파괴하는 작품부터 고전적인 양식의 작품, 시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이 계절의 문학을 집어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첫 단행본을 낸 작가들을 만나보는 biography에서는 『장식과 무게』를 쓴 소설가 이민진과 『다시 나의 이름은』의 소설가 조진주의 글이 실렸다. 설레임과 혼란, 그리고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시작된 질문들 속에 문학을 향한 마음이 묻어난다. 독자들이 이 두 소설가의 작품을 눈여겨봐주시기를 바란다. diary에는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예감한 시인 신해욱의 일기가 수록됐다. 백신 접종과 함께한 팬데믹의 나날들, 그리고 그 일상과 비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순간이 겹겹이 놓였다. 급격하게 날씨가 쌀쌀해지기 직전, 그 선선한 계절의 온도를 독자 여러분의 서재에 불러오는 일기가 되어줄 것이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Objects〉가 실린다. 선물 상자에서 선물 대상 물체가 사라지고 남은 빈자리 등을 조명하는 이 연작은 존재와 부재, 그리고 그 남겨진 자리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담담하게 그 자리에 있어 없음을 증명하는 것들, 그 고요한 순간이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목차

◆ 39호 차례

intro
김혜순 딸꾹질 전문가들・002

review
정지돈 세스 프라이스 『세스 프라이스 개새끼』・026
김멜라 샬럿 퍼킨스 길먼 『내가 깨어났을 때』・030
최유안 막스 프리슈 『호모 파버』・035
신종원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우라』・039
김연덕 앤 카슨 『짧은 이야기들』・043
보 배 에밀리 M. 댄포스 『사라지지 않는 여름』・048

cover story
최은영+손보미 대신 이야기해주는 사람・054

biography
이민진 은현묵・092
조진주 구합니다, 답・100

key-word
한정현 리틀 시즌・108
임선우 환하고 아름다운・134

diary
신해욱 선선한 일기・156

hyper-essay
장혜령 그녀들의 목소리가 보이도록 — 차학경・168

insite
구본창 Objects・180

table 넬라 라슨 『패싱』
박선우+서숙+박혜진 경계에 섰다면 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196

ing
최성은 존재의 고유한 가치를 향한 열린 시각을 일깨우다・224

colors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손정수 존재의 심연에 다가가는 두 가지 이야기 방식
—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마틸다」・240
김종옥 타임 투 다이・246

short story
정이현 그 밖의 사람・254
염승숙 믿음의 도약・272
정한아 일시적인 일탈・294
김성중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310

novel
김희선 247의 모든 것(6회)・330
황현진 곽(최종회)・350
박서련 폐월閉月(1회)・380

outro
김유진・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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