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니카의 황소

지음 한이리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 ISBN 9791167370952

사양 변형판 140x210 · 312쪽 | 가격 15,0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2022 문학나눔 선정

책소개

소설가 강화길·기자 이다혜 추천
1억 원 상금 제9회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대상 수상작
“미칠 것 같은 기분. 그래, 바로 그것.”
폭력으로 분열된 심리의 표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웰메이드 심리스릴러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와 몰입감 있는 전개, 매우 입체적이고 광기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9회 대한민국콘텐츠대상(舊 스토리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이리의 《게르니카의 황소》가 4년의 개고를 거쳐 마침내 출간되었다. 더 날카롭고 생생해진 문장, 더 탄탄해진 스토리와 현실과 대결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무장한 웰메이드 심리스릴러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어린 시절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매료되어 화가가 되기로 한 한국계 미국인 화가 케이트. 그녀는 〈게르니카〉에서 ‘황소’가 튀어나와 자신을 공격하는 환영을 보기 시작한 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더 이상 영감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자발적으로 투약을 중단한다. 그러자 서서히 꿈과 현실의 구분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케이트는 꿈속에서 에린이라는 여자의 걸작을 보게 되고 에린의 그림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꿈속의 에린과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린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고, 케이트는 그동안 꿈인 줄 알았던 일들이 사실은 모두 현실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으며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독자들을 단숨에 뉴욕의 한복판에 데려다 놓는 정밀한 묘사, 읽는 동시에 목소리가 들릴 듯이 생생하고 매력적인 대사를 통해 꿈과 현실, 욕망과 트라우마 사이를 오가는 한 여성의 심리를 세련되게 감각하고 그려내면서 《게르니카의 황소》는 스타일리시한 심리스릴러의 전범을 보인다. 한편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가 그러했듯, 폭력으로 찢긴 한 여성의 삶을 폭로하는 《게르니카의 황소》는 단순히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끝내는 가상적 방식으로 현실과 대결하면서 현실보다 강렬한 에너지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들은 미친 소녀들 편에 서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난 그 개자식을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해야 해”

소설은 한국계 미국인 화가 케이트의 기록을 따라간다. 어린 시절 신의 계시를 받은 어머니가 남편을 죽이고 딸인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케이트는 언젠가 자신도 살인자가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다가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사로잡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십대가 된 케이트는 양아버지 칼 번햄이 운영하는 정신병원에서 미술 치료 수업을 담당한다.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한 그녀는 꿈속에서만은 늘 걸작을 그려낸다. 하지만 꿈에서 깨면 그렸던 것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 반복되자 그녀는 불현듯 꿈이 자신의 그림을 훔쳐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훔쳐간 거야, 꿈이.”
나는 이렇게 외치며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눈앞의 어둠 속에 텅 빈 캔버스가 아까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머릿속에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그토록 생생했던 그림이 거짓말처럼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여태껏 잠에서 깨면 늘 그랬던 것처럼. 꿈이 정말로 내 머릿속에서 그림을 훔쳐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나는 내가 이번엔 정말로 깨어났다는 걸 알았다.
―본문 48쪽

그녀는 꿈속에서 본 그림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애쓰다가, 자신이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비밀병실에 갇혀 있는 에린이란 환자를 만나는 꿈을 꾼다. 에린의 파격적이고 어디서도 본적 없는 날것의 그림은 케이트를 압도한다. 케이트는 그녀의 그림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에린을 꿈속 정신병원에서 탈출시키기로 한다.

에린을 병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그 순간부터,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하는 거다. 이렇게 불안감에 휩싸인 채 일기를 써서 알아내려는 짓조차 더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다짐하는거다.
상관없어, 이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그래. 이 말을 앞으로는 수시로 되뇌는 것이다. 꿈과 현실이 혼동될 때마다 주문처럼 외는 것이다.
상관없어, 이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모든 게 결국 다 내 뜻대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본문 149쪽

에린이 준 그림을 현실에 구현한 케이트는 단숨에 천재 화가로 부상하고, 에린을 꿈속의 외딴 별장으로 데려와 자기 대신 그림을 그리게 하지만, 어느 날 에린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쳐 버리자 그동안 꿈인 줄 알았던 일들이 사실은 모두 현실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이는데…….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알려는 사람.”
당신이 기억하게 될 현대판 지킬 앤 하이드

《게르니카의 황소》는 심리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현실과 불화하는 분열된 인간의 처절한 결투와 폭력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강렬한 작품이다. 브루클린의 꾀죄죄한 작업실에서부터 화려한 뉴욕의 미술계,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펜션에 이르기까지. 벨벳 카펫처럼 쏟아진 피의 냄새와 가장 간절한 순간 코끝을 스치는 오렌지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스타일리시한 묘사로 구현해낸 장소와 매력적인 캐릭터는 독자들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사로잡고 놓지 않는다. 한편 전혀 다른 두 여성 캐릭터의 격돌은 일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연상시킨다. 그림을 그리고자하는 강렬한 욕망을 가진 케이트와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자하는 광기와 분노에 사로잡힌 에린은 정면으로 충돌하며 강하고 매혹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들은 폭력으로 분열된 인간의 심리를 강렬하게 대비시켜 보여주는 한편, 가려진 폭력의 순간을 폭로하고 스스로 복수를 감행하는 여성의 얼굴을 보여준다.
열 살의 케이트를 사로잡았던 피카소의 〈게르니카〉에는 폭력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폭력의 희생자였던 케이트가 〈게르니카〉에 이끌린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케이트에게 가해졌던 폭력은 교묘한 가림새 속에 겹겹으로 감싸여 있어 꿈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서만 그 본성을 파악할 수 있다. 《게르니카의 황소》는 꿈과 현실을 길항하며 폭력이 갈라놓은 인간의 균열을 주목하고 서사로서 간극을 메워나간다. ‘어쩌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범죄에 대한 복수는 똑같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방법으로밖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는 소설 속 문장처럼, 《게르니카의 황소》는 충실한 서사를 관통하여 폭력에서 놓여나길 원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깨달음과 현실에서 불가능한 복수심을 기억해내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현실에 산재한 문제와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이다. 소설을 뒤덮는 압도적인 불안과 분노, 그 속에 흠뻑 빠졌다가 나오는 순간, 당신은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아닌 한이리의 《게르니카의 황소》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본문에서

“어머니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샤넬 No.5의 향기를 맡았다고 한다. 그녀가 쓰던 오 달러짜리 드럭스토어 향수가 아닌 진짜 샤넬 말이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쪽이었고, 그쪽은 교회가 있는 방향이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눈부신 빛에 감싸인 하느님의 얼굴을 보았고 그분의 거룩한 음성을 들었다. 하느님께선 그녀가 남편과 딸을 죽이고 자살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닭을 자르던 부엌칼을 들고 거실에서 〈두 남자와 ½〉을 보던 남편에게 다가갔고, 곧 한 남자를 거의 둘 또는 ½로 만들었다. 그녀의 신앙심은 남편의 머리를 몸통에서 거의 분리시킬 정도로 강했던 것이다.”
―본문 7쪽

“마침내 내가 방법을 찾아낸 건 별장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수십 가지 아이디어들이 세워졌다 폐기된 자리에 불현듯 떠오른 그 방법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완전범죄를 가능하게 할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았다. 어쩌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범죄에 대한 복수는 똑같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방법으로밖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본문 288쪽

▣추천의 말

첫 장을 펴자마자 순식간에 빨려들었다.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는 공포와 분노, 좌절과 혼란에 압도되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미칠 것 같은 기분. 그래, 바로 그것. 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그녀와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 알려는 사람. 불길한 예감 앞에서 끝까지 눈을 똑바로 뜨는 사람. 그러니까 ‘불가능한 꿈을 포기할 능력이 결여된 인간.’ 나는 여전히 그녀와 함께 있다._강화길(소설가)

“완전한 기억상실이라는 축복.”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표현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예측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사로잡힌 화자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쳐나가듯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동안, 독자는 그의 환각과 꿈속 어딘가 있을 진실을 어렵사리 탐색해나간다. 이 모든 일은 왜 벌어지는가. 기억해야 했던 과거는 무엇이며, 망각으로 얻은 축복은 실재하는가. 최종장에 이르러 심리스릴러의 트릭이 벗겨지고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이야기 내내 상징과 은유로 암시된 폭력의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아닌 한이리의 《게르니카의 황소》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_이다혜(《씨네21》기자·작가)

목차

▣차례

게르니카의 황소 … 7

작가 소개

한이리 지음

1979년에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2005년 KBS 극본 공모, 2010년 방송콘텐츠 진흥재단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에 당선되었다. 2017년 《게르니카의 황소》로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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