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2.05-06

조해진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5월 9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360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42 | 분야 잡지

책소개

● intro

“한 송이 꽃은 스스로 이름 지을 수 없어서 슬프다. 누군가 이름을 함부로 붙여줘서 슬프다. 마치 날짜로 붙인 전쟁의 이름처럼. 사건의 이름처럼. 6·25는 슬프다. 5·18은 슬프다. 4·16은 슬프다. 저 꽃 바깥에서 꽃에게 붙여진 이름은 슬프다. 그래서 장미는 슬프다. 저 기린 바깥에서 기린에게 붙여진 기린이란 이름은 슬프다. 그래서 기린은 슬프다. 나는 내 이름이 슬프다. 난 내 이름이 아니어서 슬프다. 명명받은 것은 슬프다.”
―김혜순, 「슬픔의 형국에서」 중에서

4월을 지나며 시인 김혜순은 슬픔을 보존하고 애통하는 일에 대해 썼다. 바깥에서 이름 붙여진 사건들의 슬픔을 보존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썼다. 슬픔을 냉동고에 얼리고 그 얼음이 녹아서 집 안을 적실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썼다. 흘러가지 않는 어떤 슬픔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그것의 곁을 영영 지키는 마음, 그 자리에서 불현듯 발화하는 언어들. 『Axt』 42호는 그러한 언어들에 자리를 만들어주며 그러한 언어들과 함께 간다.

● cover story

“소설이라는 장르는 작가가 마침표를 찍었을 때 완성되지만 독자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그 순간 또 한번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 소설을 기억하고 마지막 페이지 너머를 이어가는 독자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도 소설 안에 포함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조해진, 「cover story」 중에서

42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그 후’에 주목하는 소설가 조해진이다. 피해와 가해의 양 항으로 딱 잘라내기 어려운 사건과 매끄럽게 봉합되지 않는 상처들, 그 불완전성을 함부로 봉합하는 대신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인물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는, 소설에 대한 그의 ‘단순한 진심’이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글자로 지면에 적혔다. 삶 속에 아름다운 것들이 실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작은 문을 열어두는 일,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를 기다리는 일. 그 소설가의 일이 이곳에 있다. 인터뷰는 소설가 강화길이 진행해주었다.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시기에 조해진 소설가의 소설이 자신에게 ‘남아주었다’는 그의 고백은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조해진의 소설을 발견한 우리들의 고백을 대변하는 듯하다. 닫히지 않은 채 어디론가 열린 작은 문을 포착하고 또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시간, 두 소설가가 존중과 애정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눈 그 충만한 시간의 기록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 monotype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이번호부터 하나의 주제로 서로 다른 필자의 짧은 에세이를 싣는 monotype이 독자를 찾아간다. 첫 번째 주제는 ‘마라톤’이다. 시인 이우성과 소설가 정영수가 포문을 열어주었다. 운동 중에서도 장시간 자신을 투입해야 하는 운동인 마라톤은 일견 ‘쓰는 일’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쓰는 일과 뛰는 일 사이의 균형을 찾은 두 작가의 글에서는 쓰는 일 만큼이나 뛰는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작가들을 사로잡은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몸을 움직이는 일과 마음을 움직이는 일의 같고 다름을 소개할 monotype에 독자들이 기대를 바란다. review에서는 백가흠 김성중 정지돈 김멜라 임선우 신종원 서이제 김연덕 8인의 필진이 2022년의 시작을 함께한 책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분야를 망라하고 독자들 앞에 도착한 책들이 5월, 따듯한 공기에 설레는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biography에는 최근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를 낸 소설가 김지연, 그리고 첫 장편소설 『근로하는 자세』를 낸 소설가 이태승의 에세이가 실렸다. 자신의 소설이 어떤 모양의 소설이 될지, 쓰기에 있어 나의 경험은 어떻게 글과 길항하게 될지. 작가로서의 고민이 담긴 에세이가 반듯한 문장을 입고 독자를 기다린다. 소설가의 고민과 그 경험에서 흘러나올 이들의 소설에 독자들이 계속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diary에는 2022년의 3, 4월을 보낸 시인 신해욱의 글과 사진이 실렸다.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4월을 지나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쓰인 일기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신해욱 시인의 다이어리 연재가 마무리된다. 그동안 시인의 눈에 포착된 일 년의 모습을 조심스레 나눠준 시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김흥구의 작업이 실렸다. 제주 해녀의 삶에서부터 4·3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통과하며 제주의 면면을 주목해온 작업들 중, 특히 4·3에 주목한 〈트멍〉 연작이다. 『VOSTOK』 편집장 박지수는 작품이 비춰내는 비극들이 우리에게 내미는 질문에 주목하길 요청한다. 그 질문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고. 그 질문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므로, 우리는 사진 앞에서 우리를 되돌아보고 경이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key-word에는 ‘도시괴담’을 주제로 릴레이 단편 연재가 진행된다. 소설가 전예진의 『베란다로 들어온』은 “귀신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는 도시괴담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거주 공간’과 ‘맞아들임’이 부딪히는 순간을 고민하게 한다. 소설가 이원석은 전 국민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괴담 ‘빨간 마스크’에 주목하며 소설 『마스크 키즈』를 보내주었다. 그 시기를 겪은 ‘마스크 키즈’들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들은 여전히 빨간 마스크를 믿거나 믿지 않을까? 흥미로운 질문에서 시작된 두 소설이 독자들의 여름을 열어젖히는 도시괴담이 되길 바란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편혜영 구병모 정용준의 글이 실렸다.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에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말미에 쓰인 “아무도 죽지 마”라는 문장에 이르는 순간, 소설을 통해 전해진 생의 모양이 온전히 우리의 몫으로 내맡겨진다. 구병모의 『Q의 진혼』에서는 도착해야 할 곳에 도착하지 못한 1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 1과 0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에서 수신되어야 할 곳에서 수신되지 못한 메시지는 어디로 가는가, 그 잔여는 세계의 총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삭제하거나 위령할 수 있는가. 언어로 쌓아올린 치열한 각축장이 독자 앞에 펼쳐진다. 정용준의 『스토리텔러』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온 ‘스토리텔러’가 등장한다. 실제의 삶보다 만들어낸 이야기가 더욱 진실에 가깝다는 그의 믿음은 가족을 이룬 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를 써내려가기 시작하자 흔들리기 시작한다. 때마침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수신하기에 이르고 그의 혼란은 점차 커져간다. 독자들은 스토리텔러의 스토리와 그것의 이면에서 무엇을 찾게 될까? 여러분이 쓰는 독후감이 궁금하다. novel에는 두 편의 연재소설이 수록된다. 소설가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에서는 로버트 재단의 선택을 받은 한국인 작가 안이지가 배달 어플 일을 그만두고 로버트 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그러나 꿈에 부푼 것도 잠시. 타지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곤혹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가 박서련의 『폐월閉月』에서는 두화의 밀고로 곤경에 처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곤경을 타파하기 위해 주인공은 어느 때보다 영악해진다. 우리가 쉽게 만나보지 못한, 윤리와 선악을 떠난 예외적 영웅상이 독자들을 매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재소설이 주는 그 긴장감을 독자들이 함께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table에서는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삶과 질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두고 책을 출간한 곰출판사 대표 심경보 소설가 최유안 그리고 과학교사 이준호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진 이 작품을 물성이 있는 책의 층위, 서사의 층위, 과학의 층위로 다양하게 읽어낸 좌담의 내용이 지면을 통해 독자를 찾아간다. 책을 읽은 독자에게는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이번 좌담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ing에는 『사자를 닮은 소녀』를 번역한 번역가 손화수의 에세이가 실렸다. 1800년대 노르웨이라는 특수한 배경과 학문적 특수성을 가진 언어를 번역하기 위한 번역가의 애씀이 에세이 곳곳에 묻어난다. 하나의 글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의 무수한 고민과 애씀에 새삼스런 경이와 감사를 느끼게 된다. 여성작가가 읽어낸 여성작가를 릴레이로 다루고 있는 hyper-essay에서는 우리에게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시인 장혜령이 다룬다. 오랫동안 문학과 저널리즘의 경계에서 평가되어온 그의 글을 읽어나가며 필자는 알렉시예비치가 목소리, 증언들로 세워 올린 벽돌을 더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에 우리가 초청받을 때 우리는 무엇을 듣고 어떤 자세로 그곳에 서야 할까. 여전히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해외고전문학을 다루는 colors에서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를 다룬다. 평론가 손정수는 ‘주홍 글씨’의 상징성이 사회에 수용되는 다양한 판본을 비교하는 한편, 『주홍 글자』로 함께 묶이기 시작한 「세관」과 「주홍 글자」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모색한다. 소설가 김종옥은 ‘주홍 글씨’라는 낙인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구분, 선과 악의 구분에 선행하는 행위에 집중하며 헤스터 프린이라는 인물을 읽어나간다. 주홍 글씨라는 강력한 은유를 통해 현재에도 생명력을 가지고 약동하는 소설에 붙이는 이 두 개의 글이, 고전의 에너지를 현재의 독자들에게까지 이어주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목차

◆ 41호 차례

intro
김혜순 슬픔의 형국에서・002

review
백가흠 최인석 『구렁이들의 집』・022
김성중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
도나 해러웨이 · 사이어자 니콜스 구디브 『한 장의 잎사귀처럼』・027
정지돈 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032
김멜라 케르스틴 에크만 『길 잃은 강아지』・036
임선우 패니 플래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041
신종원 양선형 『클로이의 무지개』・045
서이제 사무엘 베케트 『포기한 작업으로부터』・050
김연덕 에르베 기베르 『연민의 기록』・056

cover story
조해진+강화길 우리의 안부인사・064

biography
김지연 주말에 돌아다닌 이야기・102
이태승 규칙적인 일탈・108

key-word
전예진 베란다로 들어온・116
이원석 마스크 키즈・136

diary
신해욱 내일이었다・158

hyper-essay
장혜령 목소리 벽돌로 짓는 쓰기―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170

insite
김흥구 트멍・182

monotype
이우성 아무튼 달린다・192
정영수 충동적 회의에 맞서・198

table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유안+이준호+심경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존재・210

ing
손화수 『사자를 닮은 소녀』를 바라보며・246

colors 너새니얼 호손 『주홍 글자』
손정수 시대를 넘어서는 고전의 힘과 그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판본들・256
김종옥 거절할 수 없는 죄・262

short story
편혜영 포도밭 묘지・270
구병모 Q의 진혼・286
정용준 스토리텔러・300

novel
윤고은 불타는 작품(3회)・322
박서련 폐월閉月(4회)・340

outro
김유진・358

작가 소개

조해진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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