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2.07-08

김중혁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7월 11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276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43 | 분야 잡지

책소개

● cover story

“단편소설은 사건을 겪은 인간의 이야기고, 장편소설은 인간이 겪는 사건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사건을 겪은 인간이 황폐해지거나 어떤 큰 사건을 겪은 후의 폐허를 묘사하는 거라서, 이 인물이 액티브하게 뭔가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단편을 쓴다는 건 그걸 들여다보는 일이라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도 하죠. 그런 걸 쓰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다른 단편을 쓸 수 있을까, 이 장르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거기서 단편의 진화를 떠올리는 것 같아요.” ―김중혁, 「cover story」 중에서

43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소설가 김중혁이다. 인터뷰는 소설가 민병훈이 진행해주었다. 개성 넘치는 인물과 재치 있는 서사로 그만의 고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김중혁은 최근 소설집 『스마일』을 출간하며 오랜만에 독자들을 만났다. ‘앞과 뒤가 어긋나는 제목’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김중혁은 어긋난 순간에 비어져 나오는 유머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작가다. 세상을 바꿀 어벤저스급 구원투수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빈틈을 포착하고 그 틈에서 살아가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부려놓는다. 김중혁은 이번 호 『Axt』 인터뷰를 통해 『스마일』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혼자 있는 사람’, ‘갇혀 있는 사람’으로 테마를 정했었지만, 쓰다 보니 ‘죽음’이라는 주제와 결합되며 이야기가 확장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몇 년 동안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감정들―고독, 고립, 외로움―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왔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삶의 빈틈을 집요하게 읽어내려는 김중혁의 시선일 것이다.

 

● intro

“제 몸에서 가득히 줄을 꺼내놓은 여자가 종이 위에 적고 있다. 덩어리 화자다. 이 줄들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놓고 있다. 저 깊은 곳에서 사건들이 올라온다. 감정들이 생생하다. (……) 스스로에게조차 억압된 것. 여성 작가들이여! 여성의 신비 속에 숨긴 이 덩어리에서 매일 조금씩 뽑은 피로 둥근 공을 만들어라.”_김혜순, 「퀸콩의 미묘함」 중에서

시인 김혜순이 ‘퀸콩’을 이야기한다. 몸은 점점 더 커다랗게 자라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그리하여 더욱더 커지기만 하는, 충격에 얻어맞아 덩어리가 되어버린 몸. 덩어리가 된 여자. 그 덩어리가 숨을 쉰다. 몸집이 커질수록 더욱 크게 숨을 쉬고, 깊어지는 숨으로 인해 급기야는 터지고 찢어질 것만 같다. 그 덩어리 화자가 글을 쓴다. 김혜순은 그런 덩어리들―여성들―에게 매일 조금씩 뽑은 피로 둥근 공을 만들라고 말한다. 덩어리들에 구멍을 뚫어 생기를 내뿜게 해야겠다고 선언한다. 여자짐승처럼 스스로 숨을 쉬고, 일어설 수 있도록.

 

● monotype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코로나19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한동안 문을 닫았던 수영장. 때문에 수영을 하나의 취미로서, 하나의 스포츠로서 즐기던 사람들 또한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수영을 쉬어야만 했다. 이번 호 monotype은 두 명의 소설가가 ‘수영’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가 임승훈은 5년 전 처음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수영하는 감각에 대해 들려준다. 벽을 박차고 출발하는 순간, 앞으로 쭉 뻗는 팔과 다리, 부드러운 물장구, 물빛으로 부서지는 하얀 포말.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정형적 시공간. 이후 그는 이런저런 운동을 다양하게 해봤지만 결국 수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말한다. 한편 소설가 오한기는 반대로 “수영장을 바라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수영하는 행위는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름지기 하는 것보다 바라보는 것이 더 즐거울 때가 있는 법. 사회인 야구팀에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열정적으로 경기장을 찾아 나의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조기축구회에 나가지는 않지만 EPL이나 라리라, 분데스리가 등의 해외 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잠까지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는 사람’이 아닌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비친 수영장의 모습을 읽어보자.

review에서는 백가흠 김성중 정지돈 김멜라 신종원 서이제 김연덕의 서평이 실렸다. 지난봄의 따스한 나날들이 무색하게 불쑥 찾아와버린 여름. 이례적으로 길어진 장마. 무덥고 습한 계절을 이겨낼 일곱 편의 글을 읽어보자. biography에는 『영의 자리』를 출간한 소설가 고민실, 『유령의 마음으로』를 출간한 소설가 임선우가 자전에세이를 보내주었다. 고민실은 ‘그리움을 환원시키는 공간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거제를 첫 번째 고향으로, 자신의 삶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을 두 번째 고향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인생 전반에 걸쳐 꾸준히 등장한 ‘게임’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 쓰는 삶을 함께 나열한다. 한편 임선우는 『유령의 마음으로』에 실린, 소설이 쓰이고 읽힌 시간들을 차례로 복기하며 다정한 숨을 불어넣는다. 잠 없는 밤, 내밀한 새벽의 대화, 이면의 상상, 이태원 전광판, 자리끼를 두는 마음 같은 것들. 첫 책을 낸 두 작가의 다감하고 말랑한 에세이를 읽고 나면 더위에 지친 마음이 한결 가볍고 선선해질 것이다.

diary에 새롭게 합류한 필자는 소설가 최진영이다. 제주로 거처를 옮긴 그녀는 제주에서의 일상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일기 조각들을 보내왔다. 글을 쓸 때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그녀가 가볍게 술을 한잔씩 하며 써내려간, 담백하고 따스한 언어로 기록된 일기를 독자들에게 밀어 보낸다. 한편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고성의 트립틱 작품 〈Inhale, Exhale and the Space in Between〉을 실었다. 위 작업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에 락다운이 걸린 기간 동안 촬영됐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이례적인 전염의 시대에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어버린 그때. 고성의 트립틱 시리즈 왼쪽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쌀을 흩뿌린 사진(쌀 점)이 있고, 중앙엔 그것을 바라보며 해석하려는 사람의 뒷모습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푸르른 하늘. 혼돈의 시기에도 끝내 그것을 이겨내고 살아갈 희망을 찾아내려는 우리 모두에게 감명을 주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 ing * hyper-essay * colors
ing에는 나오미 이시구로의 소설집 『탈출로』를 번역한 번역가 강아름의 번역 에세이가 실렸다. 그는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문장을 우리말로 옮겨야 하는 일에 대한 난감함, 그럼에도 원문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흐름과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쏟은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란히 배치된 원문과 번역문. 그에 대한 번역가의 코멘트를 읽으며 이국의 문학이 한국어로 옮겨져 우리에게 닿기까지의 지난하고 치열한 과정을 생생하게 느껴보자.
hyper-essay에서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크를 시인 장혜령이 다룬다. 장혜령은 올가 토카르추크를 읽으며, 그녀 자신이 마주한 일상적 상황들을 모두 ‘토카르추크적 시선’으로 읽는다. ‘그녀라면 세상을 이렇게 볼 것이다’, ‘그녀라면 아마 이런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토카르추크식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기’ 등. 그렇게 장혜령은 그녀가 토카르추크라면 무엇을 쓸지에 대한 사유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colors에서는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다룬다. 지난 호에서 다룬 ‘너새니얼 호손’의 문학적 여정의 동반자이자 『모비 딕』의 작가이기도 한 허먼 멜빌은, 생전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20세기 초 멜빌 부흥을 거치며 재평가된 인물이다. 평론가 손정수는 19세기 중반에 나온 소설 속 인물이 2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이 된 상황에 대해 논하며 작가 ‘허먼 멜빌’의 삶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한편 소설가 김종옥은 바틀비의 트레이드마크인 대사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가 얼핏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이지만 사실 ‘안 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설파하는 의미심장한 대사라고 이야기한다. 두 가지 시선으로 읽는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보자.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도시괴담’을 주제로 한 key-word의 릴레이 단편 연재가 계속된다. 소설가 서장원의 「소공」은 주인공 호정이 친구 정연의 어깨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아주 작은 인간’을 떨쳐내려 20년 전에 자신이(역시 정연과 함께) 방문했던 명동의 한 점집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호정과 같은 선택―임신중지―를 한 이후 정연에게 달라붙어버린 그것.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떨어지지 않는 그것. 지고 걷거나 서는 것조차 괴롭게 만드는 그것. 담백한 대화와 대비되는 서늘한 분위기. 그 중심에서 묵직하게 던져지는 메시지가 독자들의 마음에도 가닿길 바란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김경욱 이장욱의 단편이 실렸다. 김경욱의 「오늘도 무사히」는 출판사 영업직으로 일하는 복용이 아들의 실종신고를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42세 성인 남성이 집을 나갔다는 소리에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하게 행동하던 경찰은 아들의 아이큐가 75라는 말을 듣고 다급하게 그를 찾는 일에 착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실종신고가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난 시점. 놀랍게도 복용은 TV 뉴스의 자료화면에서 아들을 발견한다. 아들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편 이장욱의 「요루」는 삼십대 정치평론가로 유명세를 타다 국회의원 보좌진에 합류한 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보스는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이지만 당내에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는 자기 또래의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에 올라탄다. 그런데 한남대교를 건너던 중 기사가 갑자기 입을 연다. 다리에 차를 세우고 자신은 사라지겠다고.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이 케이라고.

novel에는 소설가 윤고은박서련의 장편 연재가 이어진다.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 4회에서는 여전히 로버트 재단과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답답한 이지가 우연히 어느 한국인 남자를 만나 그의 차를 얻어 타고 로버트 재단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드디어 도착한 로버트 재단. 한참을 들어가자 잘 정돈되고 깨끗한 야외 수영장이 보이고, 2층짜리 로버트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부푼 마음도 잠시. 그 넓은 공간에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지의 마음은 다시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박서련의 『폐월閉月』 5회에서는 비밀을 들켜 결국 왕공의 양녀 자격을 박탈당하고 가기(家妓)가 된 초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초선이 어떻게 그 난관을 헤치고 나아갈지 꾸준히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목차

◆ 43호 차례

intro
김혜순 퀸콩의 미묘함・002

review
백가흠 조경란 『식빵 굽는 시간』・024
김성중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벨마 월리스 『두 늙은 여자』・029
정지돈 에르베 르 텔리에 『아노말리』・034
김멜라 리디아 유크나비치 『가장자리』・038
신종원 윤해서 『움푹한』・044
서이제 민병훈 『겨울에 대한 감각』・048
김연덕 송승언 『직업 전선』・052

cover story
김중혁+민병훈 나는 농담 뒤에 쓴 이야기다・058

biography
고민실 〈실크송〉을 기다리며・094
임선우 유령의 마음으로 살아가기・100

key-word
서장원 소공・108

diary
최진영 무제 폴더・122

hyper-essay
장혜령 별을 놓는 쓰기, 별을 잇는 읽기 ― 올가 토카르추크・138

insite
고 성 Inhale, Exhale and the Space in Between・150

monotype
임승훈 아담입니다, 존중해주시죠・158
오한기 지하 수영장・166

ing
강아름 정공법으로 완성한 파격・178

colors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손정수 수동적 저항의 글쓰기가 남긴 비참과 영광・188
김종옥 맹수 없이・194

short story
김경욱 오늘도 무사히・198
이장욱 요루・214

novel
윤고은 불타는 작품(4회)・230
박서련 폐월 閉月(5회)・258

outro
강화길・274

작가 소개

김중혁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1F/B1 일층, 지하 일층』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시리즈 소설 『내일은 초인간』,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 『모든 게 노래』 『메이드 인 공장』 『바디무빙』 『무엇이든 쓰게 된다』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등이 있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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