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김덕희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9월 16일 | ISBN 9791167372048

사양 변형판 135x205 · 284쪽 | 가격 15,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카믄 얼른 낚싯대를 잡으소.”

미끼를 던지는 자, 미끼를 무는 자
욕망 앞에 전부를 건 한판이 시작된다!

제23회 한무숙문학상 수상작가 김덕희 첫 장편소설 출간

2018년 첫 소설집 《급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하고, 2021년 두 번째 소설집 《사이드미러》를 통해 전복적 상상력과 유려한 문장을 선보이며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김덕희의 첫 장편소설 《캐스팅》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힘과 힘이 대결하는 바다 위에서 한 도시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낚시꾼들의 짜릿한 손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으로 쓰인 ‘캐스팅’은 채비를 던지거나 목표 지점으로 보내기 위해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을 가리킨다. 무엇인가를 낚기 위한 그 동작은 살기 위해 벌이는 야생의 물고기와 인간의 숨 막히는 대결, 욕망을 은유하며 최소 1만 년 이상 이어져온 인간의 수렵 본능을 자극한다. 단편 〈급소〉에서 물컹한 촉감과 피비린내 나는 사냥 감각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가의 특장은 이번 장편 《캐스팅》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미끼를 던지고 무는 자의 뜨거운 한판 승부처로 작가가 택한 곳은 쇠락한 항구도시 초항시이다. 긴 외지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온 구장환은 어느 날 사채업자 홍 대표로부터 이천만 원의 빚 상환 협박을 받던 중 거부할 수 없는 내기 낚시 제안을 받는다. 홍 대표와의 내기 낚시에 걸린 것은 갚아야 할 빚의 절반인 천만 원과 초항시를 둘러싼 테마파크 사업 유치권. 장환은 달콤한 미끼를 눈앞에 두고 있음을 깨닫지만, 결국 수락하고 게임에 나서기로 한다. 이것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섬의 끝자락에 선 장환에게 들물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비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분명히 드러낸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조,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는 강한 흡인력과 반전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한다. 코로나19 이후 ‘천만 국민 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며 각광받고 있는 낚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이다. 여기에 철썩철썩 갯바위에 서서 물보라를 맞는 듯 생생한 묘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낚싯대를 타고 전해오는 짜릿한 손맛, 입질의 전율, 고기가 잡혀 올라올 때의 펄떡이는 역동성이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낚을 것인가, 낚일 것인가?
내기 낚시 한판에 한 도시의 미래가 달렸다
운명의 대어를 향한 짜릿한 손맛 대결

쇠락한 항구도시 초항시. 부산에서 호텔일을 하다가 초항시로 돌아온 구장환은 홀로 남아 부둣가에서 횟집을 하는 어머니의 가게를 내주기 위해 사채업자 홍 대표로부터 이천 만원의 빚을 진다. 쇠락한 도시의 벌이로는 사채를 갚을 길이 요원한 가운데, 아버지의 일곱 번째 기일에 장환은 새벽에 항구에서 보자는 홍 대표의 제안에 항구로 향하고, 그에게 내기 낚시를 제안받는다. 우선 이 자리에서 홍 대표를 이기고, 홍 대표와 라이벌인 김재복과의 내기 낚시에서 한 번 더 이기면 빚의 절반인 천만 원을 탕감해주겠다는 것.

“구 프로요, 내는 인자 채비합니데이.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카믄 얼른 낚싯대 잡고, 아이믄 그냥 구경이나 하소. 바람 좀 쐬러 나온 셈 치지 뭐.” _30쪽

장환은 밑밥 주위를 떠나지 못하는 고기 한 마리를 상상했다. 바늘만 피하면 배를 실컷 채울 수 있었다. 넓고 거친 물속을 지치도록 돌아다니며 뒤져야 섭취할 수 있을 만한 양의 먹이가 눈앞에 깔려 있었다. 바늘만 피하면 된다. 바늘만 피하면! _31쪽

오래도록 아버지로부터 낚시를 배워온 장환은 그 자리에서 낚싯대를 들고, 오랜 기다림 끝에 감성돔을 하나 낚아올린다. 내기 낚시를 수락한 셈이 되어 홍 대표와 김재복의 내기 낚시에서 홍 대표 측 사람으로 출전하게 된 장환은 김재복 측 인물인 낚시꾼 ‘백사’를 만난다. 경기 내용은 가장 큰 감성돔을 낚는 사람이 이기는 것. 치열한 접전 끝에 백사의 감성돔보다 큰 감성돔을 낚은 장환은 내기에서 이기고 빚을 탕감받게 된다. 떠나기 전 백사는 장환에게 어디서 낚시를 배웠는지 묻고 아버지에게서 낚시를 배웠다는 말에 혹시 아버지의 이름이 구동근이냐고 묻는다.

“어디서 많이 본 초식이라 했두마 구 장군 아들이었구만. 가만…… 죽은 지 한 5년쯤 됐나? 에라이 이 냥반, 부주 안 한 벌을 이렇게 주는갑소. 하여간 호랑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워놓고 가부렀네.”
장환은 왜 이 사람이 아버지를 장군이라고 부르는지, 호랑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_125~126쪽

천만 원을 탕감한 이후 홍 대표는 다시 한번 장환을 찾아온다. 그러고서는 장환에게 초항시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격류에 대해 알려주며 자신과 손을 잡자는 이야기를 건넨다. 재복과 홍 대표의 내기 낚시는 초항시 테마파크 유치권에 대한 내기였던 것.

“그라이까네, 이 테마파크의 운영권 싸움이란 말이지. 상상도 못 할 돈이 걸려 있거든. 째보 글마, 지가 이길 줄 알았던 기 싸움에 보기 좋게 져뿠으이 인자 독이 바짝 올랐을 기라. 근데 이거는 죽어도 내가 맡아야 되는 기거든.” _149쪽

내기 낚시에서 이겼으므로 홍 대표에게 권한이 넘어오긴 했지만, 재복이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음을 파악한 홍 대표는 완전한 승리를 위해 다시 한번 장환을 초항시장배 전국 감성돔 낚시대회로 내모는데…… 전국의 내로라하는 조사들이 모두 모인 그곳에서 장환의 낚싯대는 과연 자신과 초항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어를 낚아올릴 수 있을까.

“충돌하는 생각들, 평소의 질문이 단어와 문장 아래 깔렸다”
황량한 바다에서 자신의 답을 낚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덕희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우연히 낚시에 빠져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삶의 복잡 미묘한 질문들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생각들에 종종 무력감이 찾아들 때 우리는 종종 바다를 찾는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수평선을 마주하고 낚싯대를 드리운다는 것. 새벽의 미명 속에서 뭔가를 낚아야 하는 자신은 뜨거운 질문이었을 테고, 좀체 낚이지 않으려는 그 뭔가는 어떤 종류의 대답이었을지 모른다. 이렇듯 낚시를 통해 이루어지는 문답의 프레이즈는 《캐스팅》이 내재한 소설적 힘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소라 할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내기 낚시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겨루는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면서, 삶의 고비, 막막한 순간에 맞닥뜨린 자들이 황량한 바다에서 자신의 답을 구해야 하는 삶들의 풍경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김덕희는 빼어난 데뷔작으로 꼽히는 〈전복〉 이후 줄곧 서사의 완결성과 미의식을 추구하는 단편들을 발표해온 작가다. 그간 삶을 통찰하는 정교한 이미지를 직조해내는 문장주의자, 한 땀 한 땀 이야기의 바늘을 꿰는 고전주의자로서 그의 이야기는 탄탄하고 읽는 맛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면에서 이전 작품 세계에 비해 더욱더 활달해진 전개가 돋보이는 소설 《캐스팅》은 작가 김덕희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하다.

▣ 작가의 말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 자답해본다.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가만히 있었더라도 지금이고 여기였을 것 같다는 소리다. (……) 나는 우리가 넘겨짚을 수 없는 거룩한 질서나 순리라는 게 진짜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의 의지와 도전이 개척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도 믿는다._‘작가의 말’에서

▣ 본문 속으로

초항에는 언제나 비린 것이 꾸덕꾸덕 말라가는 냄새가 떠돌았다. 냄새는 초항의 해풍에 실려 골목 구석까지 스며들었다. 날씨가 맑든 흐리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결같았다. 코를 싸쥘 만큼 역하지는 않으나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때면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할 만큼의 힘은 있었다. 사람들은 냄새에 섞인 소금기 때문에 쉽게 갈증을 일으키곤 했다. _9쪽

내기 낚시 두 게임에 천만 원, 한 판에 오백만 원짜리 낚시였다. 지금껏 더러 내기를 해봤으나 오백만 원은커녕 오십만 원짜리도 없었다. 고작 해야 저녁 회식비 면제나 마리당 만 원 정도 걸린 내기 낚시였다. 심장이 뛰었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늘은 운이 좋아 이길지 몰라도 다음 본 게임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_30~31쪽

‘꾼이 이 정도는 돼야 고기 입장에서도 덜 억울하지 않겠나. 우짜다가 재수가 없어서 잡힌 게 아니라 애초에 내 바늘을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게 돼야 한다, 이 말이다.’
아버지의 캐스팅 실력은 분명 놀라웠다. 그런데 이어진 설명은 도무지 무슨 얘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_62쪽

신이 나서 외치고 있는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아버지였다. 아버지, 저예요. 어서 당기세요. 그러나 장환의 목소리는 물을 뚫고 나가지 못했다.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거세지고 손아귀의 낚싯줄로 전해져 오는 아버지의 힘은 약해지고 있었다. 장환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아버지가 끌어올려줄 것 같았다. _77쪽

그 순간 어디선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롱하지 마라! 고기는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음을 코앞에 둔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미루는 걸 두고 아버지는 희롱이라 했다. _119쪽

남자의 마음이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큰돈을 한 달 만에 어디서 구할까 하는 생각으로 급격히 침울해졌다. 원금은 절반도 안 됐는데 빌릴 때 약정한 연이율의 이자가 매월 복리로 붙으니 두 배가 되는 데는 딱 8개월이 걸렸다. 헤엄쳐 달아나고자 할 때 허리를 잡아끌던 힘이 생각났다. 가느다랗고 질긴 힘이었다. 단번에 와락 끌어당기지 않으면서 놓아줄 듯한 여지로 희롱하는 힘이었다. _135~136쪽

제안서대로 테마파크가 조성되기만 하면 신천지가 열릴 판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게 뻔하고 개발 이익도 그 규모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선생이 가져가라고 하고, 김재복은 테마파크의 운영권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입장료 수입 따위는 푼돈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보다는 해안 수질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미끼나 집어제 같은 것들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쪽을 생각했다. _188쪽

찌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찌가 사라지는 걸 본 순간 장환의 몸이 의식에 앞서 반응했다. 힘껏 챔질을 하는데 수면 가까이에 드리워져 있던 초릿대가 조금도 들어올려지지 않은 채 아래를 굽어보고만 있었다. 누가 봐도 밑걸림이었다. 장환은 실망감에 낚싯대를 휘어진 그대로 든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의 완벽한 캐스팅이라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되었던 건지 생각해보았다. 그 순간 초릿대가 수면 아래까지 더 처박혔다. _240쪽

장환은 잠시 수면을 쳐다보다가 부질없는 짓인 걸 깨닫고 그만 눈을 거두려 했다. 그 순간 물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림자를 보자마자 장환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흥분했다. 지금까지 방생한 고기를 재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얼굴을 한 번 내밀어주는 상상만 했을 뿐이었고 그건 그저 장환의 습관이었다. 그런데 그림자가 점점 수면 가까이 다가왔다. _261쪽

목차

▣ 차례

1부
1 냄새 9
2 여명 20
3 채비 37
4 제사 51
5 악몽 74
6 직벽 92
7 백사 105

2부
8 손맛 129
9 식구 140
10 바람 164
11 앞일 183
12 작전 199
13 해무 229
14 한배 243
15 재회 255

에필로그 275
작가의 말 281

작가 소개

김덕희

1979년 경북 포항 출생. 2013년 단편소설 <전복>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급소》 《사이드미러》가 있으며 한무숙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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