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현실과 가상의 얽힘

지음 주기화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10월 27일 | ISBN 9791167372314

사양 변형판 120x190 · 184쪽 | 가격 9,900원

시리즈 배반 인문학 15 | 분야 인문

책소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에서 비대면 사회라는 가능성으로,
현실과 가상, 낙관과 비관의 얽힘 속에서 재발명되는 삶을 탐구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는 갑작스럽게 타인을 만나지 않으면서 연결되는 삶을 마주했다. 회사나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일하고 공부했고, 모임이나 강연 등도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금에도 화상회의 플랫폼 ‘Zoom’과 같은 비대면 기술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비대면 교류가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매김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염병이라는 위기에 급히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사회가 초래할 변화를 제대로 고민하기도 전에 삶의 양식을 극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비대면 사회는 이전의 세상과 어떻게 다른가? 준비할 새도 없이 마주한 급격한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배반인문학 열다섯 번째 책 《비대면, 현실과 가상의 얽힘》은 비대면 사회를 현실과 가상, 물리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것이 뒤섞인 사회라고 분석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적 관계 방식과 친밀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비대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인터넷, 가상현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이 이미 갖추어져 있어 사회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염병이라는 생존의 위협 때문에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시기에 변화를 겪어야 했고, 물리적 거리두기가 기존의 직접 대면 중심의 관계 방식을 뒤엎으면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생겨났음을 지적한다. 타인과 접촉하지 못해 우울감에 빠지거나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삶이 위태로워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행복을 느끼거나 비대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저자는 비관론과 낙관론은 비대면 사회가 지닌 동전의 양면이며,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미 도래한 비대면 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이 되었고, 변화의 면면을 인문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며 삶을 재발명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한다.

 

인간은 정말 사회적 동물인가?
-아날로그적 대면과 비대면이라는 뉴노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고전적인 명제는 비대면 사회에서 재구성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했던 시기, 비대면의 전면화로 행복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명령을 내리고 감정 노동을 요구하는 직장 상사나 희생을 강요하는 가족처럼, 위계서열이 뚜렷하고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직접 대면은 불편하고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비대면의 전면화는 불필요한 직접 대면을 줄이고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과잉된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했다. 그들에게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표현은 직접 대면 중심의 사회가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로 들려온다. 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어도 비대면 중심의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며, 아날로그적 세계에 대한 저항감을 보인다.
한편 타인과 만나지 못하면서 직접 대면과 신체적 접촉으로 만들어지는 친밀함과 유대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 이들은 우울에 시달린다. 화상·음성통화나 메신저 같은 비대면 접촉은 직접 대면이 주는 감각을 전해주지 못해 이를 대신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심지어 디지털 기술이 익숙지 않은 사람은 갑작스럽게 고립되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타인과의 만남을 갈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직접 대면은 비대면 사회의 뉴노멀에 역행하는 것으로 배척된다.
그러나 모든 아날로그적 관계가 비대면 사회의 뉴노멀의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며, 뉴노멀의 방식으로만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뉴노멀이 만들어낸 관계와 친밀성은 아날로그적 관계와 뒤얽히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친밀성을 만들어낸다. 비대면 사회는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기존의 세계를 재구성한다.

 

가능성의 신대륙, 혹은 현실의 도피처
-메타버스, 가상세계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한편 비대면 사회를 대표하는 기술인 가상세계는 비대면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이다. 직접 대면을 대체할 가장 좋은 방법이자,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시달리는 인류세의 지구에 얽매이지 않고 비대면 사회를 촉발한 코로나바이러스19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모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인종·성·계급 등의 굴레를 벗어던져 차별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하고 이상적인 공간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인간의 여러 감각을 가상세계로 온전하게 옮기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NFT와 같이 가상세계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소유권과 고유성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세계에 대한 기대와 가상세계가 주는 원초적 즐거움은 현실세계와 몸의 소외를 낳는다. 가상세계가 구현하는 것들이 다양해질수록 현실세계의 입지는 좁아지며, 현실세계를 지탱하는 우리 몸도 소외된다. 풍요로운 비대면 사회의 몸은 소외 아래서 점점 비대해지고, 세계를 감각하는 주체였던 몸은 감각하는 방법을 잃어버린다. 이는 다시 가상세계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그러한 굴레에 잘못 발을 디디면 ‘메타폐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가상세계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창조된 공간이므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처럼 우리를 멈추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대면과 비대면, 현실과 가상의 조화를 상상하다

전염병이라는 위기로 급격하게 전면화된 비대면 문화가 가져온 변화는 자칫 과거와 충돌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저자는 대면과 비대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이분법적으로 파악하여 무게 중심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둘의 얽힘을 상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이분법은 형이상학적 사고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며, 현실에서 그 둘은 분리되지 않는다. 가상세계의 나와 현실세계의 나는 분리될 수 없으며, 대면과 비대면은 이미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했다. 우리는 경계선이나 사이가 아니라 얽힘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조화를 지향해야 한다.

목차

들어가며

1장 비대면 시대
비대면과 팬데믹
과잉 대면과 콜포비아
느슨한 비대면 공동체와 밀도 있는 대면

2장 디지털 세계로 떠나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이유
디지털 대항해시대

3장 디지털 휴먼의 딜레마
사라지는 사람들, 외로워지는 사람들
디지털의 원죄, 몸의 소외
접촉과 공감
디지털 친밀성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적응을 위장한 비대면 기술

4장 극단적인 비대면 사회
접촉포비아
무색무취한 비대면 삶

5장 친밀성을 강화하는 비대면
근접성 없는 친밀성
대면의 고통과 안전한 접촉지대

6장 피지털 컨택트
현실과 가상의 얽힘: 멀티 라이프
몸과 마음의 얽힘: 사이버 몸
피지털 컨택트, 디지털 휴먼

나가며 개와 늑대의 시간

인명설명
참고문헌

작가 소개

주기화 지음

건국대학교에서 영미문학비평을 전공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신유물론·커먼즈·페미니즘의 관점에서 19세기 및 현대의 영미소설과 영화, 사회문화 현상을 분석하면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학을 융합하는 학제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신유물론》 《자연문화와 몸》 《인류세와 에코바디》 등을 공저했으며, 논문으로는 「신유물론, 해러웨이, 퇴비주의」 「인클로저로 축출된 인간과 야생동물의 커머닝: 켄 로치의 Kes」 「팬데믹에서 살아남기 위한 열역학 정치: 마가렛 애트우드의 《홍수의 해》」 「호모 몬스터쿠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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