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비

박문영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4월 26일 | ISBN 9791167372819

사양 변형판 128x188 · 220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 은행나무 ‘노벨라’가 은행나무 ‘시리즈 N°’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2014년 론칭해 2016년까지 총 13권을 출간하고 잠시 멈춰 있던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가 새로운 명명과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다시 출간됩니다. 배명훈 최진영 정세랑 안보윤 황현진 윤이형 문지혁 등 3~4백매 분량의 중편소설 시리즈로 한국문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던 ‘은행나무 노벨라’. 그 의미를 동력 삼아 현재 한국문학 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의 장편소설선 ‘시리즈 N°’으로 바통을 건네받아 이어갑니다. 이번 신작 3종(박문영, 장진영, 황모과)을 비롯해 구간 리커버(최진영 윤이형 황현진, 이하 순차적으로 리커버)를 동시에 출간하며 서이제 장희원 한정현 정용준 정지돈 등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문학에서 발견하는 그 위태롭고 무한한 좌표들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도를 완성해갈 시도를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과시적이고 극단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대신
상반된 두 세계의 공존을 보여주는 소설 _김유진(소설가)

인간과 클론이 공존하는 2399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홀로, 또 함께 이루어야 할
‘조화’와 ‘조율’의 세계

은행나무 시리즈 N°14
박문영 신작 장편소설 출간

 

은행나무 노벨라를 이어 새로운 이름으로 단장한 시리즈N°의 열네 번째 작품은 《사마귀의 나라》로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을, 《지상의 여자들》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소설가 박문영의 신작 《허니비》다. 다양한 과학 분야의 발달은 산업사회 전반의 첨단화를 가져왔지만 반대로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이상기후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은 오래전부터 지구를 보호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온 한편,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박문영은 《허니비》를 통해 이러한 상상을 조금 비틀어 ‘버려진 지구를 재건한 사람들’과 ‘재건된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과 클론의 삶’을, 머지않아 도래할 인류의 미래와 책임, 공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2399년은 인간과 클론이 공존하는 시대. 오염된 땅에서 자연 임신이 어려워진 인간들은 클론 아기를 입양한다. 인간에겐 클론이, 클론에겐 인간이 당연한 존재가 되지만 인간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 선의와 배려를 가장한 차별과 폭력이 가면을 쓴 채로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심지어 자연 임신이 가능한 남녀가 출연해 결혼할 상대를 만나 ‘인간 아기’를 낳는 리얼리티 쇼 〈허니비〉가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행하기에 이른다.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놓인 〈허니비〉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조율’과 ‘마모루’, 그리고 클론 ‘레아’. 그들은 벌집 모양의 육각형 세트장 안에 발을 들여놓으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민한다.

-

“나는 찍어낸 거고, 저 아기들은 만들어진 거래.”
모두 다른 아이들, 모두 다른 사랑
꿀벌들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 허니비

22세기 말. 지구에서는 다른 행성으로의 도피성 이주가 비밀리에 진행된다. 무려 몇 해에 걸쳐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이 지구 밖 어느 행성으로 간 건지, 우주선 탑승 자격과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지만 책임자들은 이미 지구를 떠난 뒤였다. 선택받은 자들만을 싣고 떠난 마지막 우주선의 이름은 아듀. 다시 돌아올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기만이 느껴지는 이름. 2199년 3월 4일. 버려진 사람들은 그날의 일을 ‘아듀 사태’라 이름 붙인다.

그들을 실은 우주선 여러 대는 대기권을 뚫고 나가 보이지 않는 점이 되었다. 우주선에 실은 지식과 기술도 아득히 멀어졌다. 눈에 보이는 쉬운 것들은 여기 남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운 것 대부분은 우주선에 오른 자들이 쥐고 나갔다. _본문에서

이후 지구에는 ‘검은 새벽의 시대’가 찾아온다. 파괴된 생태계와 땅. 멈추지 않는 자연재해. 사라지지 않는 전염병…….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줄어드는 인구수와 반비례하며 황량했던 대지는 점차 초록빛을 되찾는다. 이 땅을 그토록 괴롭혀온 것이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지구는 아주 느린 속도의 회복기를 갖고, 남겨진 사람들은 지구에 속도에 맞춰 삶의 터전을 재건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초제와 수은, 방사능에 절여진 땅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닥친 불임과 난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마스크와 방독면과 방호복을 차례로 사용했다. 셋 모두가 필요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자 셋 모두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연명 치료를 유지하던 지구는 재활에 들어갔다. 그 모습은 목발을 짚고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르는 노인과 비슷했다. _본문에서

아듀 사태로부터 200년이 흐른 2399년. 인류는 수많은 논란을 딛고 협약을 거듭하여 복제인간을 만들어낸다. 거듭된 연구 덕에 인간과 클론의 차이는 이제 거의 없다시피 했고 평균 수명까지도 비슷해진다. 한편 지구에 마련된 새로운 주거 지역은 크게 세 영역으로 구획되었다. 도심 밖 빈민가 게토, 인구 10만의 통폐합 도시 메트로, 부유층이 몰려 있는 재건 특구 리부트. 리부트 사람들은 과거 스마트폰을 연상케 하는 전자기기 ‘테트라’를 사용하며,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영상 등을 시청할 수 있다.

사람들은 테트라를 통해 리얼리티 쇼 〈허니비〉를 시청한다. 허니비는 대한민국 민영 방송사 KO-OK의 서바이벌 관찰 예능. 최종 커플이 된 두 사람은 반드시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고,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난 아기들의 성장 과정을 온라인으로 지켜보며 지대한 애정을 키워나간다. 게토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구역인 ‘제로’에 살고 있는 조화와 조율 자매는 〈허니비〉를 보고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한편 리부트에 사는 클론 아이 ‘레아’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허니비〉를 시청한다. 인간 남녀가 출연해 인간 아이를 낳는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조율은 마모루와 함께 〈허니비〉 출연을 결심한다. 싫어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레아 또한 출연을 마음먹는데…….

레아는 목 뒤에 베개를 하나 더 대고 화면을 지켜봤다. 그래, 이렇게 투명하게. 차라리 대놓고 드러내란 말이야. 쇼는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흉해서였다. 레아는 테트라의 볼륨을 두 칸 더 높였다. _본문에서

-

대립과 공존이 혼재된 시대,
이미 예견된 미래의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허니비》는 인간과 클론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와도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소설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서로의 차이점을 은밀하게 드러냄으로써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버리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은 가볍게 지워져버리는 무관심이라는 폭력. 파괴를 최소화한 채 자연 안에서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고도로 문명화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립과 공존. 출연진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 ‘우리는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시청자로서 알 권리가 있으니’ 양육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대중의 모순성 등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이 잘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설 속 이전 세대가 지구를 재건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면, 조화와 조율, 마모루와 레아는 재건된 지구에서의 평화적 공존에 힘을 쏟아야 하는 세대이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그들의 이름에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조화롭게 조율할 것. 그리고 끝까지 지킬 것. 이렇듯 《허니비》는 우리 앞에 예견된 미래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여는 작품이 될 것이다.

목차

허니비
작가의 말

작가 소개

박문영

소설·만화·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룬다. 제1회 큐빅노트 단편소설 공모전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면서 놀자》 《사마귀의 나라》 《지상의 여자들》 《3n의 세계》 《주마등 임종 연구소》 《세 개의 밤》 등의 책을 냈고 공저로 《봄꽃도 한때》 《천년만년 살 것 같지?》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한국 SF 명예의 전당》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당신 곁의 파피용》 등이 있다. 제2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제6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SF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sf×f’에서 활동 중이다.

표지/보도자료 다운로드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