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이종산, 조시현, 현호정, 한정현, 박문영, 박서련, 정수읠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5월 16일 | ISBN 9791167375490

사양 변형판 135x210 · 268쪽 | 가격 17,000원

시리즈 바통 7 |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새로운 인생을 정주행하시겠습니까?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욕망,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아닌 존재가 되는 일,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닌, 그러나 이토록 내 인생인 이야기들!

젊은 작가 7인의 ‘빙의물’ 테마소설집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여러 매체를 통해 ‘다시-살기’라는 아이디어가 소비되고 있다. 은행나무출판사에서는 테마소설집 시리즈 ‘바통’의 일곱 번째 기획으로 ‘빙의물’을 다뤄보고자 했다. 이종산 조시현 현호정 한정현 박문영 박서련 정수읠, 고유하게 반짝이는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 7인이 ‘빙의물’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냈다. 앤솔러지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을 통해서다.
현대사회 속 개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아닌 존재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며, 어떤 순간에는 내가 아닌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어떤 초월적 힘이나 예지를 통해 현실을 바꿔나갈 힘이 있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빙의물’은 이러한 기대를 자극하며 이 평범한 현실로부터 여기가 아닌 어떤 세계로 탈출할 가상의 출구가 되어준다. 앤솔러지에 참여한 7인의 작가들은 전통적 의미의 ‘귀신 들림’을 차용한 소설부터, 장르적 문법에 따라 읽던 책 속으로 빙의하는 내용까지, 일곱 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현실에 접속하고자 한다.
그러나 일견 지금의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몸짓으로 보이는 이 ‘새로운 세계로의 접속’은 오히려 더 명징하게 현실을 조명한다. 빙의의 순간은 나와 타자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타자의 육체 속에서 주체는 오히려 주체로서 명확해지며, 이 순간 주체의 욕망은 오롯하게 주체의 것이 된다. 한편 빙의물은 정보의 불균형이 주는 통쾌한 순간, 혹은 그것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긴장의 순간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카타르시스와 서스펜스는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어떤 미래에서 내가 나를 구하는, 이야기로 삶을 구원하는 순간을 만끽하게 한다. 이런 순간을 통해 독자는, 문화연구자 안상원의 말처럼 “벗어나려던 현실과 스며들려던 현실이 한끝 차이라는 것을, 내 인생이 알고 보니 어처구니없는 내 인생이었음을 알게”될 것이다.

 

“내가 아까 어떤 소원 빌었게?
네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욕망,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아닌 존재가 되는 일, 혹은 내가 아닌 존재에게 ‘들리는’ 일은 소설을 통해 새로운 인물에 진입하는 일과도 닮아 있다. 7인의 작가가 각자 어떤 방식으로 소설에 진입했는지 살피는 것은 앤솔러지를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이다.

전통적 의미의 ‘빙의’를 다룬 이종산의 <두 친구>에서는 친구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부채감, 그 안을 파고드는 음습한 마음을 귀신 들림과 연관 짓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귀신 들림, ‘선을 넘어감’이 단순히 미쳐버리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의 선 너머에서 두 여자가 찾아내는 이해의 단초는 소설을 완전히 뒤바꿔 읽게 한다. 자신이 지구에 빙의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랑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현대판 지구 탄생의 신화를 그린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역시 빙의된 자의 입을 통해 말하도록 한다. 빙의자의 말, 지구의 탄생 신화 속에서 기생하는 존재와 자생하는 존재의 경계가 흐트러지고 지구의 탄생과 형성 과정을 망라하는 상상력이 펼쳐진다. 존재와 아름다움에 가닿게 하는 거대한 상상력이 독자에게 쏟아진다. 한정현의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에서는 나쁜 관계를 끊어내준다는 일본의 하시히메 이야기를 통과하여 애도와 마주함의 순간을 그린다. 초월적 존재, 혹은 자신이 투영한 이미지를 통해 매듭짓지 못한 마음을 마주하는 순간, 그것을 향해 뛰어든 자리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용서의 순간이 소설 속에 섬세하게 놓였다.
새로운 방식으로 빙의를 해석한 작품들도 있다. 인간이 모두 데이터화 되고 AI를 통해 랜덤한 확률로 인간의 몸으로 주입되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조시현의 <크림의 무게를 재는 법>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슈크림 빵의 마음에 대해 적는다. ‘영혼은 슈크림’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에서 슈크림 빵은 ‘마디’를 향한 애정과 등치된다. 그런 방식으로 소설은 우리의 영혼은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의 애정으로, 그 무게로 이루어졌을지 모른다는 다정하고 단단한 마음에 가닿는다. 박문영의 <덮어쓰기>에서는 이미지 덮어쓰기라는 기술적 발전을 통해, 불법 촬영물이라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문제를 조명한다. 가상적 방식으로 현실을 타개하는 것, 그것은 소설이 현실을 덮어쓰는 방식이기도 할 테다. 정수읠의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에서는 웹소설 세계에서 아이디를 바꾸면서 무수히 새로운 정체성에 접속하는 주인공을 다룬다. 현대의 새로운 정체성, ID를 통한 다시 살기에 대해 말하는 이 작품은 주인공의 물리적 삶과 대조를 이루며 DNA 구조처럼 현대인의 존재를 구성해 낸다.
장르로서 ‘빙의물’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도 있다. 박서련의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에서는 자신이 읽던 추리소설의 결말을 모른 채 소설 속 한 인물로 빙의된 화자가 등장한다. 그는 소설 속 한 인물, 이제는 자기 자신이 된 인물을 따라 추리소설의 결말을 향해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의 격차는 줄어들고, 결말은 다가온다. 화자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독자는 함께 그를 따라 고립된 스키장에서 지독한 긴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벗어나려던 현실과 스며들려던 현실이 한끝 차이라는 것을,
내 인생이 알고 보니 어처구니없는 내 인생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아닌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다. 개인이 삶의 주체가 되는 일은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거대 구조 속 개인은 ‘내 인생이 알고 보면 내 인생이 아’닌 것 같은 감각에 휩싸이고, 내가 아닌 존재가 되어 지금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똑같은 세계로의 전이를 원한다기보다는 내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으로의 이동을 원한다. 어떤 선험적 지식을 통해 새로운 현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미로운 주제로 다뤄지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빙의물’은 이런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며 내가 아닌 내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소설이 내가 아닌 나를 조명하며 돌아오는 곳은 오히려 나와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일 테다.

빙의물은 본질적으로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는 것,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잠시간 흐려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순간 자아의 욕망은 더욱 선명해진다. 타자의 신체와 정체성을 획득하였을 때 무엇을 통해 나를 정의하게 되는가, 어떤 것이 ‘나의 것’이 되는가, 나는 어떤 것이 되고 싶은가, 하는 질문이 더욱 선명해진다. 바야흐로 나의 욕망이 나를 정의하게 되는 순간이다. 한편 빙의물의 또 하나의 재미는 정보의 불균형을 통한 긴장이다. 빙의된 자는 빙의된 세계의 법칙을 모두 알고 있기도, 전혀 모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존재로서 가지고 있는 지식은 어떤 식으로든 격차를 유발하며, 이로 인한 통쾌하거나 난감한 순간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상황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지식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거나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우위가 지속되지 않을 때, 혹은 무지가 가져오는 뜻밖의 순간들이 발생할 때,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독자는 카타르시스와 서스펜스 사이를 오가며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 속의 ‘나’를 곤경에 처하게 하기도 그곳에서 살아남게 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쓰고 새로운 삶을 구원한다.
이렇게 덮어씌워진 존재들, 서로 중첩된 존재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미워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가상의 힘을 빌려 용서하고 승화하기도 한다. 문화연구자 안상원의 말처럼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새로운 이야기를 익숙하게 전달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면, 벗어나려던 현실과 스며들려던 현실이 한끝 차이라는 것을, 내 인생이 알고 보니 어처구니없는 내 인생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일곱 가지 새로운 세계로의 접속 코드가 있다. 이 새로운 인생을 정주행하면서 마주한 현실에서 힘껏 벗어나기를, 그리고 이야기의 힘에 기대어 힘차게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본문에서

예은은 지금껏 살면서 자신의 마음이나 정신이 위태로울 정도로 약해지는 순간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랬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남에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저 혼자 끌어안고서 그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선을 넘지 않고 이 세상에 남으려 힘껏 버텼다.
지원이 우울한 목소리로 밤에 전화를 걸어와 몇 시간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들어주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지원과 있으면 함께 파도에 삼켜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은은 우울과 불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가 자신을 선 너머의 세계로 데려가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1년 전에 지원은 그 파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파도가 지원을 휩쓸고 가버렸다. 지원은 선 너머의 세계로 가버린 것이다.
―본문 25~26쪽, 이종산 <두 친구>

영혼은 슈크림.
달콤하다는 뜻은 아니다. 노즐을 통해 규웃 하고 주입될 수 있는 형태라는 의미.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내 영혼은 그런 형태일 것이다. 나를 느껴보려고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내린 결론. 물론 슈크림이라거나, 노즐을 통해 주입되는 느낌이라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흘러내리는 슈크림의 이미지는 가장 범박하면서도 직관적이어서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하기로 오래전 마음먹었다. 물론 입이 생겼을 때의 이야기. 그러려면 기다려야 한다.
안으로 주입되는 감각은 끔찍하다. 묽어진 상태로 후두둑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 어떻게 설명해도 내가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테니 굳이 이해시킨다거나 납득시킨다거나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설명해보려 애쓴다. 그것 없이는 존재를 실감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한 것.
―본문 39~40쪽,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사는 게 너무 외롭고 괴로울 때요. 나는 내가 지구라는 몸에 잘못 빙의된 영혼이라고 생각했어요.”
K는 다음 타임 근무자를 위해 카운터를 정리하며 둘 모두에게 말했다.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다. 이런 삶이 진짜 내 것일 리 없다. 이번 판은 연습이다. 뭐 그렇게 생각한 거죠. 그런데 방금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이제는 내가 있을 진짜 자리가 따로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그 자리에는 누군가 또 잘못 놓여 있을 테니까.”

―본문 118~119쪽, 현호정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거기에 돌을 구경할 수 있는 정원도 있다던데. 천년만년 된 돌 몇 개를 두고 하잘것없는 인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는 거지. 그런데 왜 인간들은 걸핏하면 반성을 하는 걸까. 전쟁 일으키고도 반성, 누구 죽여놓고도 반성, 사랑을 못 이뤄서 반성. 하긴 그러고 보니 나도 여동생을 잃고도 고작 반성을 했어. 애도를 한 게 아니지.
이선은 항상 유스케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부정적인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할 때는 자신의 죄를 묻는 듯 소환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선도 아직 그러하니까. 이선이 별말이 없자 유스케는 잠시 음, 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여신님을 만나고 나면 그곳에도 가보라고. 대신 이제 더는 반성하지 마. 이선 너는 잘못이 없으니까.
유스케는 그리고 한 번 더 말을 크게 삼키듯이 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워만 해, 너는.
―본문 148~149쪽, 한정현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

“자기가 남이 되고, 남이 자기가 되는 걸 봐야지.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찬 세상이 지옥인 걸 알아야지. 민희야. 그때도 지금도 우리가 본 영상에 우리가 어디 있어?”
“……이건 너도 나도 아니지. 그러니까 뒤바뀐 걸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거잖아.”
“맞아. 그 영상을 찾아보려는 사람이 거기 불려 가야지. 어울리는 걸 어울리는 곳에,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둬야지.”
선우민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베개 옆의 수건을 건넨 나는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커튼을 젖히기 전에 말했다.
“우리는 계속 따라갈 거야. 계속 쫓아갈 거야. 사진은 사진으로, 영상은 영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계속 덮어쓸 거야.”
―본문 187쪽, 박문영 <덮어쓰기>

드러누워 호흡을 고르는 동안 나는 이게 꿈이어야 하는 당위와 꿈이 아니라는 증거들을 차례차례 더듬어보았다.
첫째, 내 이름은 인영이 아니라는 것.
둘째, 동계 올림픽 시즌이 아니고서야 내가 스키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는 것.
셋째, 삼십대 싱글 스키 동호회 회원 강인영은 내가 전날 보던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라는 것.
―본문 197~198쪽, 박서련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

“탈퇴 후 30일간 동일한 이메일 주소를 이용한 회원 가입이 제한되며, 동일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본인인증 또한 30일간 제한됩니다.” 푸른 글자로 돋워 새겨진 고지를 뒤로 하고 계정을 삭제했다. 미련 없어진 글에 대한 계약 제안들도 함께 파묻었다. 환생이 약속된 의사(擬似)의 죽음이었다. 너는 성공에 이를 때까지 거듭해 죽으리라 마음먹었다.
―본문 259~260쪽, 정수읠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 추천의 말

종종 상상한다. 현재의 나를 품고서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자꾸만 까먹는 듯한 신을 원망하면서 차라리 스스로 신이 되는 세상을. “희망의 희자는 희박하다는 희자.” 그러니까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했던가. 별로 친절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희망이란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사랑이나 양심, 연민과 연대 같은 건 언제나 미약하게 존재하고, 그걸 품은 심장은 아주 깊숙한 곳에 있기에. 막연한 두려움은 미래를 알고 싶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알게 했다. 혼자서 그곳에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모든 역사를 짊어진 채 함께 다다르는 곳이 미래일 뿐이라고. 이 세계를 단단히 밟으며 내일로 향하는 작가들의 뒤통수를 바라본다. 책을 덮고서, 나도 걷기로 한다. —— 손수현(배우)

 

인간의 비극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존재가 되어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했고, 이런 이야기의 유형은 영혼을 덧씌운다는 의미의 ‘빙의’로 묶이곤 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사랑과 질투, 해원과 격려, 우연과 운명 등을 동력으로 삼아 빙의한다. 결과는 제각각이다. 원망과 합일, 기생과 숙주, 접속과 덮어쓰기, 생명 연장과 자기 파괴, 기록 복제와 해킹, ID를 통한 자기 분열 등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는 익숙하면서도 우리 삶을 건드리는 가장 최근의 현실을 만나게 된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새로운 이야기를 익숙하게 전달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면, 벗어나려던 현실과 스며들려던 현실이 한끝 차이라는 것을, 내 인생이 알고 보니 어처구니없는 내 인생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안상원(문화연구자)

목차

이종산 두 친구 … 007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 037
현호정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 095
한정현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 … 121
박문영 덮어쓰기 … 163
박서련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 … 193
정수읠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 229

작가 소개

이종산

이종산은 소설가이다. 관 만드는 여자와 드라큘라가 동물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코끼리는 안녕,》으로 2012년 제1회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게으른 삶》 《커스터머》 《머드》, 에세이 《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가 있다.

조시현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8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소설을,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호정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 장편소설 《단명소녀 투쟁기》 《고고의 구멍》, 소설 《삼색도》가 있다. 극단 안티무민클럽AMC의 일원이다.

한정현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 《나를 마를린 먼로라고 하자》가 있다. 오늘의작가상, 젊은작가상, 퀴어문학상, 부마항쟁문학상을 수상했다.

박문영

소설·만화·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룬다. 제1회 큐빅노트 단편소설 공모전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면서 놀자》 《사마귀의 나라》 《지상의 여자들》 《3n의 세계》 《주마등 임종 연구소》 《세 개의 밤》 등의 책을 냈고 공저로 《봄꽃도 한때》 《천년만년 살 것 같지?》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한국 SF 명예의 전당》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당신 곁의 파피용》 등이 있다. 제2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제6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SF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sf×f’에서 활동 중이다.

박문영의 다른 책들

박서련

소설가. 철원에서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프로젝트 브이》 《카카듀》,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코믹 헤븐에 어서오세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나, 나, 마들렌》 《고백루프》 등이 있다. 2018년 한겨레문학상, 202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23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정수읠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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