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 개개인의 울타리가 충돌하는 이야기

가정교사들

원제 Les Gouvernantes

지음 안 세르 | 옮김 길경선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8월 3일 | ISBN 9791167371270

사양 변형판 118x190 · 152쪽 | 가격 12,000원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2019 〈파이낸셜 타임스〉 여름 추천 도서 | 2018 〈퍼블리셔스 위클리〉 · 2019 〈화이트 리뷰〉 최고의 소설

책소개

“울타리를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 개개인의 울타리가 충돌하는 이야기”
_정호연(배우)

2019 〈파이낸셜 타임스〉 ‘여름 추천 도서’
2018 〈퍼블리셔스 위클리〉 · 2019 〈화이트 리뷰〉 ‘최고의 소설’
정호연, 릴리로즈 뎁 주연 · 영화 〈미나리〉 제작사 영화화 확정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하고 페미나상과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작가 안 세르의 첫 장편소설 《가정교사들》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최근 영미권에 번역되어 비평계의 찬사를 받았으며, 한국 배우 정호연을 캐스팅한 영화화 소식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세르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분류가 불가능한’ 성격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데뷔작인 《가정교사들》에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설은 여성의 성적 욕망과 감각의 마법에 대한 고전적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쓰기 한 작품으로, 본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명의 젊은 가정교사에 대한 어두우면서도 유쾌하고 심오하면서도 경쾌한 우화다.

남성 주도적 섹슈얼리티를 전복하는 잔혹 동화
“초현실주의적 몽환성과 동화적 관능성의 결합”

《가정교사들》은 단순하고 관능적인 문체와 분위기, 그리고 작품 곳곳을 채우는 요소들로써 ‘환상 동화’를 읽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아름다운 결말이나 도덕적 교훈은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잔혹 동화’에 가깝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과 상상의 시공간, 울타리로 막힌 정원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저택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는 세 명의 젊은 가정교사 엘레오노르, 로라, 이네스. 사실 이들의 주요 일과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날이 저물고 (…) 마치 거대한 죽은 나비들처럼 정원의 철문에 바짝 달라붙”어서 지나가는 낯선 남자를 기다렸다가 그를 유혹해 “잡아먹는” 일이다.

그들이 그 남자가 그렇게 가버리도록 둘 리가 없다. 그는 그들이 쳐놓은 광대하고 황량하고 내밀한 덫에 걸린 것이다. 그들은 그물을 꺼내어 그를 잡으러, 가두러 간다. (…) 사냥이 시작된다. 그는 두려운 걸까? 마치 두 마리의 야수에 쫓기는 사람 같다. 그가 지금 뛰고 있을까? 그렇다마다. 그는 질주하고 있다. 뛰어서 초원을 가로지른다. _29쪽

기존의 남성 주도적 섹슈얼리티를 전복하고 자신들의 욕망을 온전히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충족하려는 이들의 행위는 과연 그 목적을 끝까지 이루게 될까? 소설은 두 남성 인물의 시선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절묘한 은유와 결합된 그로테스크한 만화경
“잔인하면서도 짜릿하며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폭력적이다”

오스퇴르 씨의 임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안을 질서 있게 유지하기 위해 감시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든 닥쳐올 준비가 된 위험이, 있는 힘껏 벽을 부수고 창문을 열어젖힐 것이다. 그가 집의 중심에서 마치 시계처럼 감시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_45쪽

우선 집주인인 오스퇴르 씨는 집의 중심에 자리 잡은 채 시계와 같은 끊임없는 감시의 시선으로 기존의 남성성과 가부장적 질서를 수호하는 인물이다. 가정교사들의 “기행”은 저택의 울타리 안 깊숙한 곳에서 오스퇴르 씨의 시선 아래에 놓여 관리된다. 이러한 ‘감시-보살핌’의 체계는 로라의 출산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잠시 모성적 질서에 굴복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남자아이’가 기존 질서에 자연스럽게 편입하면서 “결국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 가정교사들이 정원으로 나갈 때, 창문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모든 시선과 덤불숲 아래까지 그들을 쫓는 망원경의 불빛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며,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한 이 어두컴컴하고 넓은 정원에서, 가장 어두운 숲속 한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그들에게 줄 것이다. _54~55쪽

한데 오래전부터 맞은편 집에서 망원경으로 쉼 없이 지켜보며 가정교사들의 “가장 중요하고 은밀한 것”을 떠받치고 지속시켜온 노인이 시선을 거두게 되면서 그들의 존재는 위기에 처한다. “설명할 수 없는 초조함이 자신들을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현실에서건 환상에서건 남성의 시선을 통해서만 여성의 욕망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일까?

왜 서로를 떠난단 말인가? 살아보려고? 그렇다면 어떤 집에서? 이 집보다 더 생기 넘치는 집 말인가? 하지만 그곳에서도 누군가는 오스퇴르 씨의 역할을 할 것이고, 다른 이도 마찬가지다. 노인의 역할도, 낯선 남자들의 역할도, 구혼자들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어디를 가든 똑같은 철문이, 똑같은 정원이, 똑같은 세계가 똑같은 실들로 짜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잊지 못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힌 장면들과 함께, 어떤 얼굴을 비밀의 방에, 또 다른 얼굴을 그다음 방에 이어주리라. _86쪽

작가는 일련의 절묘한 은유와 결합된 그로테스크한 장면들 속에 자연과 우정, 성적 억압과 낭만적 사랑, 고독과 관음증, 계급의 문제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짧은 분량에도 묵직한 밀도가 느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산뜻함을 잃지 않는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작품에 빠져들어 깊이 매혹될 것이다.

목차

가정교사들 · 5
옮긴이의 말 · 146

작가 소개

안 세르 지음

1960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태어나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NRF〉 〈랭피니〉 등 다양한 잡지들에 20여 편의 단편소설을 기고하다 1992년 첫 장편소설 《가정교사들》을 출간했다. 이후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 “문학 장르의 한계를 가지고 노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실험적인 소설들뿐만 아니라 동화, 영화 시나리오,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2003년 《어핑턴의 백마(Le cheval blanc d’Uffington)》로 샤를 울몽상을, 2008년 《표범 무늬 모자(Un chapeau léopard)》로 치노 델 두카 재단상을, 2009년 프랑스 학생 문학상을, 2020년 단편집 《온통 황금빛 여름의 한가운데(Au coeur d’un été tout en or)》로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자신이 고안한 언어로 쓴 작품 《커다란 반점(Grande tiqueté)》을 출간했고,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최근작들은 페미나상,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의 후보에 오르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가정교사들》은 2018년 영미권에 번역·출간되며 영미권 독자의 주목을 받았고, 조 탤벗 감독, 정호연·릴리로즈 뎁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다.

길경선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이화여자 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같은 대학원에 출강하며 통번역사로 지낸다. 옮긴 책으로 《사계절 이야기》 《희극과 격언 1, 2》 《밤: 악몽》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공역) 《페멘 선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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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연합뉴스] 그 시절 S동생은 잘살고 있을까…\'S언니 시대\'
▲ 가정교사들 =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울타리로 막힌 정원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저택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는 세 명의 젊은 가정교사 엘리오노르, 로라, 이네스. 이들의 주요 일과는 애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날이 저물 무렵 지나가는 낯선 남자를 유혹해 잡아먹는 일이다. \'가정교사들\'은 공쿠르상과 페미나상,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들을 받은 프랑스 작가 안 세르가 여성의 성적 욕망에 관한 고전적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쓴 작품이다. 짧은 분량에 성적 억압과 낭만적 사랑, 고독과 관음증, 사회 계급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 의식을 녹여낸 소설로, 전복적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돋보인다. 1992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2018년 뒤늦게 영미권에 번역돼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 배우 정호연과 릴리 로즈 뎁 주연, 조 탤벗 감독의 연출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은행나무.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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