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악스트 Axt 2024.01-02
격월간 문학잡지『Axt』가 새로워진 모습으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2015년 감각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기획을 시도했던 『Axt』는 또 한 번 변화를 꾀한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늘 시대에 발맞추는 잡지가 되겠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이번 호부터 『Axt』 편집부가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기획부터 필자 청탁, 코너 진행까지 맡는다. 우리가 선택한 키워드는 ‘갓생(God+生)’이다. 부지런하고 생산적이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의미의 ‘갓생’을 통해 지금, 여기의 우리 모습과 그걸 비추고 있는 문학 작품을 이야기한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표지다. 기존의 표지 대신 매호 해당 키워드에 걸맞는 사진 작품을 선정해 싣는 새로운 형식의 표지를 채택했다.
리뉴얼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비대면’이다. 52호에서는 소설집 『연수』에서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준 소설가 장류진과의 서면 인터뷰를 실었으며,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에 대해 시인 고명재, 문학평론가 소유정, 알라딘 온라인 서점 MD 권벼리와 비대면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기획들을 통해 우리가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문학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주제와 관련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산문 코너도 준비되어 있다. 한편, 소설 지면을 강화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소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각양각색의 주제로 쓰인 에세이도 추가되었다. 독자 여러분께 문학 안과 밖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문학을 향한 애정으로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온전히 누리길 감히 바라본다.
◌ interview
“저는 제 소설에 제가 ‘딸기우유에 딸기가 들어간 만큼’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딸기우유의 딸기 함유량은 0%예요. 사실상 딸기가 들어가진 않은 것인데, 그래도 마셔보면 맛은 딸기 맛이잖아요.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런 느낌으로 제 성격이 들어가거나, 혹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아요.” ―장류진, 「interview」 중에서
새로워진 52호 interview에서는 작가와 비대면으로 주고받은 서면 인터뷰를 실었다. 각 호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작가의 작품, 취향, 일상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소설가 장류진이다. 작가의 취향을 알아보는 8문 8답을 시작으로, ‘갓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그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소설을 쓸 때도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계획형’ 소설가인 그와 최근 나온 소설집 『연수』를 중심으로 인터뷰는 진행된다. 그의 소설이 독자들에게 와닿는 것은 그 인물들의 면면이 ‘갓생’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청년 세대와 많이 닮아 있어서가 아닐까. 무언가에 도전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인물들을 보며 우리는 ‘갓생’이라는 단어를 되짚어보게 된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면서.
◌ chat * issue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된 두 가지 코너가 새로이 자리한다. 먼저 국내에서 발행된 해외문학 중 키워드와 관련된 책 한 권을 선정해 그 책을 둘러싼 사람들과 비대면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chat에서는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다뤘다. 시인 고명재, 문학평론가 소유정, 온라인 서점 알라딘 MD 권벼리가 자리해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본 책에 대한 인상을 나눠주었다. 한 권의 책 안팎을 넘나드는 풍성한 이야기가 담겼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함께 읽으며 “책이 두세 배로 두꺼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을 여기 기록해둔다.
issue에서는 소설가이자 공학 박사 곽재식과 시인 강혜빈의 시선으로 ‘갓생’을 들여다본다. 유명 CM송의 노래 가사인 “행복해져라”를 두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찰한 곽재식의 글은 ‘갓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갓생’에서 게임의 메커니즘을 봤다는 시인 강혜빈은 유명한 ‘문단계의 프로 N잡러’이다. 어쩌면 ‘갓생러’ 그 자체로도 볼 수 있는 그는 이제 ‘걍생(그냥 산다의 준말)’을 선언한다. 갓생을 살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자들도 자신만의 ‘갓생’을 새로이 정의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review * cover story * essay
여전히 우리를 반겨주는 코너도 기다리고 있다. 잡지 곳곳에 놓인 review는 소설가 하가람, 시인 김유림, 문학평론가 황예인이 읽은 책을 소개한다. 색색의 지면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끈다. 잡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cover story에서는 표지에 실린 사진과 키워드를 두고 편집장 박지수가 쓴 글과 사진작가 이우선의 작품 〈These Days〉가 실렸다. ‘갓생’의 중심에 놓인 ‘나’에 초점을 맞추어 코로나 시기에 나타난 새로운 생활양식과, 청년 세대들의 자기현시욕을 주목한다.
essay에서는 새로운 필자의 글을 선보인다. essay-interact는 LG유플러스 플랫폼 ‘너겟’과 동시 게재되는 코너로, 사람과 기계, 교류와 관계에 대해 네 명의 작가들이 릴레이로 연재한다. 52호에는 시인 황인찬과 소설가 이미상의 글 두 편이 각각 실렸다. 두 사람이 찾은 소통과 연결의 문제에 대한 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ssay-parfum에는 조향사 김태형이 안내하는 문학과 향기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접해본다. 낯선 세계를 다양한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ssay-objects에서는 반가운 얼굴인 시인 김연덕의 글이 계속해서 연재된다. 유리, 물, 다이아몬드라는 투명한 물질들이 시인에게는 어떤 빛깔로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 key-word * novel
신년부터는 더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소설 연재 지면이 준비되어 있다. 한 가지 테마로 작가 여덟 명의 소설을 엮는 key-word가 52호부터 두 가지 주제로 독자를 만난다. 첫 번째 key-word는 ‘빙의물’이다.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여러 매체를 통해 ‘다시-살기’라는 아이디어가 소비되는 요즈음, 내가 아닌 내가 되는 일을 문학적 언어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포문을 연 소설가 이종산의 「두 친구」에서는 ‘나’와 ‘너’의 경계가 흐려지며 ‘내’가 아닌 존재가 되거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두 친구의 섬찟하고 아슬아슬한 욕망을 마주해보기를. 한편 두 번째 key-word인 ‘기념일’은 우리의 또 다른 욕망에 대해 말한다. 달력에 아로새길 만큼 어떤 것을 열렬히 기념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여덟 개의 소설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소설가 송섬의 「무제」에서는 역설적으로 365일 중 사라진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 없는 날을 기념한다는 것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을까. 독자들도 각자의 답이 될 기념일이 생기길,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릴레이 소설 연재에도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이번 호부터 novel에 세 명의 소설가가 함께한다. 소설가 권혜영의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는 오피스물 성인 웹툰의 인물 ‘이누리’에 빙의해버린 ‘나’와 그 웹툰의 창작자 ‘소연’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웹툰에 적응해나갈지, ‘소연’은 어떤 이야기를 써갈지 다음의 전개가 기대되는 소설이다. 소설가 이서수의 「여로의 사랑」에서는 ‘여로’를 비롯한 가족의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을 소개한다. 한 가지로 잘라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사랑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다. 소설가 김나현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는 배우 ‘이나을’과 관련된 과거 의혹이 쓰인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과거 의문스러운 인물 ‘앵두’와 그는 어떤 관계에 있었던 것인지, ‘나을’은 의혹을 떨쳐내고 무사히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연재 소설들을 계속해서 따라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editor’s note
백다흠 현실이라는 시궁창에서 별을 바라보는 마음 2―5
review 1
하가람 『사카구치 안고 단편집』 10―17
『도덕적 혼란』
interview
장류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18―31
chat
고명재·소유정·권벼리 서로 주고받은 마음으로 남은 인생의 흔적 32―47
issue
곽재식 행복해져라라는 주문 48―53
강혜빈 큰 인물 되기 싫어요 54―61
cover story
박지수 갓생과 요즘 62―69
review 2
김유림 『핌·오렌지빛이랄지』 70―79
『우리가 미역과 만나기 위해서』
essay
황인찬 여기를 좀 보세요 88―93
이미상 흥미로운 대화를 위해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 94―99
김태형 향으로 망막을 적실 수 있다면 100―105
김연덕 사이에 아주 투명한 커튼으로 존재하는 106―115
key-word
이종산 두 친구 118―139
송섬 무제 140―167
review 3
황예인 『불타는 작품』 168―175
『라디오 체조』
novel
권혜영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1회) 176―201
이서수 여로의 사랑(1회) 202―235
김나현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1회) 23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