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쌔면서도 고요하게 세상과 내면의 본질을
파고들었다가 홀연히 빠져나온다.”
박준 시인·정혜윤 작가 추천
다정하고 유쾌하게 마음에 틈입하는
천부적인 농담꾼, 양다솔 신작 에세이
무거운 슬픔에서 경쾌한 웃음을 길어 올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글쓰기 소상공인 양다솔이 에세이 《적당한 실례》로 돌아왔다. 양다솔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출간 후 3년 동안 연재 노동자, 글방지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행사 사회자, 모자 장수 등으로 활약해왔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N잡러가 된 것은 으레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그러하듯, 양다솔 자신이 유일무이한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이다.
양다솔은 어떤 일도 관성적으로 하지 않는다. 북토크에서는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글방 마감에 늦은 사람에게는 ‘성대모사’라는 유쾌한 벌칙을 내린다. ‘등단도 안 했고 책도 못 냈고 상도 못 받은 그냥 양다솔’이라는 이름으로 연재 구독자를 모집하고, 스스로 만든 무대 위에서 생애 가장 치열한 한 달을 보낸다. 그렇게 성큼 다가와 의뭉스럽게 웃는 양다솔에게, 우리는 마주 웃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잠시 모두가 같은 표정을 짓는 순간에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이 책은 양다솔이 무릅쓴 실례로부터 뻗어 나간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골라 모은 것이다.
“지금부터 노래를 할게요.”
최선의 마음은 때론 다정한 실례가 된다
첫 책을 낸 양다솔은 전국으로 북토크를 떠나게 된다. ‘할 말은 책에 다 썼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지?’ 고민에 빠진 양다솔은 열심히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북토크가 끝나갈 즈음 노래를 시작해 네 번의 음 이탈을 무릅쓰고 두 곡을 열창하자,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노래를 불렀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그런데 한 독자가 화답한다.
“이렇게 못 부르는데도 두 곡이나 부르시다니, 정말 진심이 느껴져요.”
양다솔은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늘 최선을 다한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한 남자고등학교에서 ‘글쓰기와 독서의 중요성’ 강연 요청을 받은 양다솔은 일단 수락한 뒤에 깨닫는다. 입시를 앞둔 이과생 400명에게 중요한 것은 결코 글쓰기나 독서가 아님을.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더라도 개의치 말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초조하게 연단에 오른 양다솔은 말한다. ‘지금까지 잘해왔어. 앞으로 한 걸음도 삐끗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고 있을 여러분이 모든 길에서 삐끗했을 때 만날 사람이 바로 나이며, 어딜 가나 시선을 사는 별난 사람이었다고. 다행히 나보다 이상한 작가들이 있어 그들에게 힘입어 글을 쓸 수 있었다고. 그때 양다솔은 이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나의 가장 이상한 점을 세 줄만 써주세요. 아직 깨어 있다면, 5분 동안 아무거나 써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쩌면 아무도 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이지 않아도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을 것이었다.” _본문에서
5분이 지나자 이상함이 하나둘 도착한다. 그것은 고백이나 자랑, 때로는 시이거나 존재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아무도 세 줄만 쓴 사람은 없다. 이상함이 도착할 때마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어느새 모두가 자신의, 우리의 이상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양다솔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예상치 못한 것을 주곤 한다. 용기를 내어 무릅쓴 실례로 전할 수 있는 진심과 그것에서만 태어나는 공감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 실례는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
“어제의 울 일은 오늘의 웃을 일이 된다”
슬픔으로 심어져 웃음과 용기를 틔워내는 이야기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 골목길, 초등학생 여자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양다솔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언니.”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노상방뇨를 하는 아저씨가 있다. 양다솔은 냅다 소리친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뒤지고 싶냐?” 양다솔은 아이를 무사히 떠나보내고 고주망태의 남자를 경찰에 인계한다. 그러고 나서야 언제 폭력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남성 앞에서 자신이 두려웠음을 깨닫고 과거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들을 떠올린다.
화가 나고 슬픈 그 순간에 양다솔은 농담을 짓는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만드는 동료들을 앞에 두고,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분노와 슬픔을 오롯이 마주한 끝에 기어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함께 웃으면서 슬픔과 분노에서 한 발 걸어 나와 마음의 모양을 온전히 바라볼 힘을 얻는다. 삶을 살아내는 힘은 울음보다 웃음에서 온다고 믿는 양다솔은, 상처가 마음에 깊이 뿌리내리기 전에 웃음을 틔워내려 한다.
양다솔은 무례와 무해 사이의 적당한 실례를 섬세하게 살피고, 감정을 눙치지 않으면서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농담을 발명한다. 편견을 뒤집어 우습게 만들며 사랑을 전제로 한 농담을 짓는다. 종이, 펜, 사랑만 있다면, 양다솔은 스스로 무대를 열어 까불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순과 나는 다시 서로의 얼굴을 보며 푸하하하 웃어버린다. 따뜻한 만원의 카페에서 영원히 일을 미룬다. 발칙하고 허무맹랑하고 엉뚱한 가설을 세운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중요한 발견을 했거나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저 허무맹랑한 걸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의 대부분은 알 수 없고,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떠들면서 나아갈 뿐이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우리의 시간이 영원처럼 흘러갔고, 그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는 사실이니까.” _본문에서
★추천사★
양다솔은 생을 겉도는 사람이다. 작가의 겉돎은 냉소나 환멸이 아니라 누구보다 날쌔면서도 고요하게 세상과 내면의 본질로 파고들었다가 홀연히 빠져나오는 일에 가깝다. 견뎌야 할 시간을 다 견디면서도 살펴야 할 사람은 다 살피는 사람. 이 끝에 크고 맑게 웃으며 “아, 인생은 농담 같다” 하고 말하는 사람이다.
_박준 시인
어른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이야기되는 부와 성공, 인기와 사랑. 그것은 때로 우리를 울린다. 그러나 그 실상이 우스운 코미디에 불과하다면? 이것이 양다솔의 영역이다. 그는 글과 코미디의 제단에 자신을 먹이로 바쳤다. 누군가를 웃기느라 우는 고달픈 자에게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올 때도 있는데, 그것은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주어진다. “나는 대체 누구야?”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진실된 답이야말로 어른이 되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이 책 안에 그 몸부림이 있다.
_정혜윤 작가·CBS PD
1부 기지개 켜기
이 세상의 웃긴 비건
생활다도인(生活茶道人)
친구에 대해 쓰지 않으며 친구에 대해 쓰기
초보 복서
위대한 김 여사의 지붕
잠이 오지 않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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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뷰티랩
2부 물구나무 서기
글과 이름들
세 여자의 설
평온무사
회사원 Z의 아침
‘이 정도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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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휴가
약속 시간은 오후 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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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앞의 외계인
태양에 대한 통화 기록
3부 까치발 들기
얼굴과 이야기
우리들의 fasting season
화장대의 200달러와 아메리칸 드림
반알고리즘적 인간
슬픔은 두둥실
고양이라도 된 기분
저 비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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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찾아서 (하)
성대모사를 하는 글방
수상한 여자
4부 콧노래 부르기
살려고 한 농담
모자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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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섹시댄스를 추고 싶어 (하)
모임
첫 직장은 시민단체
윈터 원더랜드; 더 워터리스 월드
농담의 빛과 그림자
밤을 넘어서
지금부터 노래를 할게요
들꽃마을의 들개들
영원히 늙지 않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