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악스트 Axt 2024.03-04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4년 3월 8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356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53 | 분야 잡지

책소개

새로워진 격월간 문학잡지 『Axt』 53호의 키워드는 ‘빌런(Villain)’이다. 빌런은 창작물 속 악당을 지칭하는 단어에서 현재는 사회적 용어로 범주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창작물 속 빌런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늘 그렇지만은 않다. 특이한 괴짜나 얄미운 진상처럼 웃어넘길 수 있는 존재도 있지만, 집단이나 시스템 그 자체가 빌런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빌런에 열광하면서도 빌런을 증오하는 것일까. 이번 키워드를 통해 문학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빌런과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빌런에 대해 주목했다. 빌런을 정의하며 느끼는 도덕적 우월감, 즉 ‘나’는 정의롭다는 착각에 대해, 또 문학 안팎에서 빌런은 우리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며 그 의미를 새롭게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interview

“아주 실용적인 목표를 위해 회복이 있는 소설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같이 뉴스를 소화하지 못하는 분들과 이야기로 된 일종의 코팅제를 나눠 가지려고요. 미약하기 그지없는 코팅제지만요. 신념도 신념이지만 생존에 방점이 있지요.” _정세랑, interview 중에서

interview에서는 ‘빌런’을 주제로 최근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출간한 소설가 정세랑과 함께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폭력성을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는 그는, 그저 선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다면성에 주목한다. 빌런이 가득한 사회에서도 계속해서 친절의 힘을 믿게 되는 것은 그가 소설에서 그려내는 인물들 덕분이 아닐까. 다종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냄에도 빌런에게만큼은 발언권을 쉽사리 주지 않는 그의 소설은 소화하기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일종의 ‘코팅제’ 역할을 할 것이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선함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설자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 chat * issue
이번 호 chat에서는 매력적인 빌런들이 다수 등장하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를 다룬다. 시인 오은, 소설가 박서련, 문학평론가 전승민이 모여 책을 읽어보았다. 소설 속 메인 빌런인 ‘제퍼슨 호프’부터 시리즈 전체의 시그니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린 애들러’와 ‘모리아티’도 빼놓지 않는다. 나아가 ‘셜록 홈즈’와 당시 사회를 빌런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해본다.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감행하는 사람”이라는 빌런의 새로운 정의를 통해 고전 속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issue에서는 시인 박참새, 소설가 김홍, 영화 저널리스트 정시우가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본 ‘빌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박참새의 가장 큰 적이자 빌런은 자기 자신이다. 시인이 된 이후 그는 끊임없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나 빌런이 되는 것을 회피하는 대신 “착한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나쁜 시인이 되고자 한다. 김홍은 일상 속 다양하게 마주칠 수 있는 빌런의 종류에 대해 서술하며, 동시에 빌런을 쉽사리 정의하는 사회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미워해도 좋은 사람’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질문이다. 정시우 역시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며 우리를 쉽사리 속이는 ‘정의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의는 진실과 동의어가 아닐 수도 있다. 정의로운 것이 무조건 선한 것만은 아니리라. 세 명의 글은 각자 빌런의 뜻을 재정의하며 이런 질문을 되뇌게 한다. 우리는 과연 스스로가 빌런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 review * cover story * essay
문학평론가 황예인, 시인 김유림, 소설가 하가람이 계속해서 이번 호에 review를 실어주었다. 봄이 다가오는 3월, 삼인삼색의 필자들이 읽은 여섯 편의 소설을 만나보자. 강렬한 트롤 인형이 눈길을 끄는 표지 사진을 포함해 그림과 사진이 결합된 작업 〈꾸덕꾸덕팡팡〉이 이번 cover story에 실렸다. 『VOSTOK』 편집장 박지수는 ‘트롤’과 ‘인형’, ‘꾸덕꾸덕’과 ‘팡팡’, ‘히어로’와 ‘빌런’처럼 서로 비교되는 두 대상을 통해 키워드를 고찰한다. 그러나 화가 왕선정과 사진작가 양승욱의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듯, 어쩌면 두 가지 특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변화하고 결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ssay에서는 계속해서 연재를 이어간다. essay-interact에서는 소설가 정지돈과 작가 양다솔이 연결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해하지 못함에도 서로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정지돈의 글과 먼 곳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양다솔의 글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단절된 관계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편 essay-parfum에서는 조향사 김태형이 함윤이의 소설 「강가/Ganga」를 통해 자신의 유학 시절을 회고한다. 이름을 붙이고 불리는 행위에 대해 고민한다. 시인 김연덕이 바라본 공단과 흙, 결혼식과 장례식이 essay-objects에 담겼다. 어찌 보면 양극단에 서 있는 두 개의 특성이 “빛나고 쓸쓸한” 하나의 글로 흘러간다.

◌ key-word * short story
key-word도 지난 호에 이어 각각의 테마로 두 편의 소설이 실린다. ‘빙의물’을 주제로 한 소설가 조시현의「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에서는 영혼을 ‘슈크림’에 비유한다. 마치 붕어빵에 크림을 넣듯, 신체에 영혼을 주입하는 ‘휴먼슈트’의 발명은 지구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소설로 확인해주길 바란다. 한편 소설가 이희주는 「0302♡」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3월 2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이는 주인공 ‘유리’가 전학 온 날로, 그날부터 ‘사거리의 미소년’이라는 도시 전설과 함께 이야기는 진행된다. 달콤하고 끈적한 결말까지 나아가는 내내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3월의 short story는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작가 두 명의 소설을 싣게 되었다. 갓 한국문학장에 도착한 두 명의 작가의 다음 행보를 가장 빨리 만나보고 싶다면 이 코너를 주목하면 좋겠다.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김영은의 「지금은 아닌」에서는 ‘진수 형’의 죽음으로 ‘나’와 ‘의정’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관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권희진의 「고쳐 쓰다가」는 글을 쓰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의 글 재료는 자신의 인생이다. 글을 고쳐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반성하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한 듯하다. 두 편의 소설을 통해 앞으로 그들이 문학장에서 새롭게 점하게 될 위치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 novel
지난 호 세 명의 소설가가 자리했던 novel에 소설가 전예진이 합류하며 더욱 풍성해진 코너가 마련되었다. 이번 호부터 연재를 시작하게 된 전예진의 「매점 지하 대피자들」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감정을 덮어두다 곪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무력해 보이지만 더 나아지고 싶어 몸부림치는 주인공 ‘선우’가 ‘고라니 호텔’이라는 의문스러운 공간에 다다르며 소설은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소설가 권혜영의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2회는 주어진 운명에 저항하고자 하는 ‘누리’의 모험과 ‘히카루’의 할머니의 유품을 대신 받으러 갔다 금단의 공간을 발견한 ‘소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웹툰 안과 밖에서 평행으로 흐르는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하며 따라 읽어주길 바란다. 소설가 이서수의 「여로의 사랑」 2회에서는 ‘영한’의 시점에서 그와 ‘여로’의 과거가 소개된다. 그들의 관계에 불현듯 등장한 ‘정은수’라는 존재는 어떤 파장을 일으켰을까. 소설가 김나현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2회는 ‘나을’의 열세 살을 다룬다. 밝혀지는 ‘앵두’의 정체와 새롭게 등장한 ‘시우’는 어떤 식으로 ‘나을’의 과거와 현재에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해진다. 네 편의 소설이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 것인지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목차

editor’s note
김서해 어디든 빌런은 있기 마련이지 2―3

review 1
황예인 강영숙 『분지의 두 여자』 8―15
    테스 건티 『우주의 알』 

interview
정세랑 다면적이고 유난스러운 종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 16―31

chat
오은·박서련·전승민 욕망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 32―47

issue
박참새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48―53
김홍 미워해도 좋은 사람 54―58
정시우 나는 정의롭다는 착각 59―63

cover story
박지수 자기만의 인형극 64―71

review 2
김유림 정기현 「농부의 피」 72―79
    유디트 헤르만 『레티파크』

essay
정지돈 그럼에도 나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하루 두 번 샤워하기 88―93
양다솔 침수와 낙첨·김 공장에서 94―98
김태형 내 이름은 가브리엘 100―107
김연덕 결혼식과 장례식의 빛나고 쓸쓸한 거리 사이에서 108―115

key-word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118―155
이희주 0302♡ 156―191

review 3
하가람 쓰시마 유코 『묵시』 192―199
    이장욱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short story
김영은 지금은 아닌 200―219
권희진 고쳐 쓰다가 220―241

novel
전예진 매점 지하 대피자들(1회) 242―266
권혜영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1회) 268―289
이서수 여로의 사랑(1회) 290―315
김나현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1회) 31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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