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노산

김하율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4년 4월 5일 | ISBN 9791167374059

사양 변형판 128x188 · 204쪽 | 가격 16,8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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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노산도 아니고 ‘노오산’인데, 정말로 괜찮을까?
일과 육아 모두 ‘갓벽’하게 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좌충우돌 가족 시트콤

“인생은 언제나 ‘우연’에 의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당신은 이 경쾌한 소설에 빛의 속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_정아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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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장편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로 제11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하율의 신작 장편소설 《어쩌다 노산》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노산’의 기준은 만 35세. 하지만 평균 결혼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많은 부부들은 빨라야 삼십대 초반, 그렇지 않으면 삼십대 중후반에 임신과 출산을 계획한다. 이제 노산의 위험성만을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늦은 나이에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아기를 낳고 돌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어쩌다 노산》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 장편소설로, 마흔넷에 갑작스럽게 둘째를 갖게 된 프리랜서 워킹맘 ‘하율’의 이야기를 담은 솔직하고 유쾌한 가족 시트콤이다. 난임 병원에 다니며 어렵게 가진 첫째 태리, 일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할 때쯤 갑작스레 생긴 둘째 태랑, 임신과 동시에 무섭게 퍼지기 시작한 팬데믹까지……. 뭐 하나 수월하게 풀리는 게 없지만 일과 육아 모두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그녀는 매 순간 고군분투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한편 뉴욕에서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하율의 친구 ‘유화’는 미국에서 동성 연인 ‘조’와 결혼식을 올린 뒤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유화는 출산 준비와 육아에 지친 하율과 자주 영상 통화를 하며 소식을 주고받는데, 반려동물 입양을 알아보다가 도시 양봉을 결심하며 꿀벌 ‘허니비들’을 자식처럼 키우고 사랑하게 된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일의 기쁨과 슬픔, 신체적 고됨을 넘어서는 정신적 행복,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다양한 설렘이 담긴 《어쩌다 노산》은 “사랑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애쓴” 모든 사람에게 따듯한 위로와 격려가 되어줄 것이다.

“선생님, 저 정말 나쁜 엄마죠?”
눈물이 슬슬 고여왔다. 내가 이 방에서 통곡을 했던 게 몇 번이던가. 마스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셰프도 집에 가서는 요리 안 해요. 배달시켜 먹는대요. 당연한 거예요. 저도 집에 가면 말 한마디도 안 해요. 손짓, 발짓으로 해요.”
눈물이 쏙 들어가고 웃음이 났다. 무거운 고민들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깃털이 되는 것을 몇 번 경험했다. 힘들 때 물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말했다.
“엄마도 돌봄이 필요해요.”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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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 건 잘하는 행동일까요?”
“그럼요. 어떠한 상황에서도요.”

화자인 하율은 43세에 계획에 없던 둘째를 덜컥 임신한다. 첫째 태리를 나이 마흔에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가진 터라 둘째는 기대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덜컥 자연 임신이 된 것이다. 하지만 기쁘기보다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나 이제 노산도 아니고 노오산인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첫 책이 출간된 이후라 강연 문의와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와 있었지만 고민 끝에 모두 거절한다. 그러고는 아쉬운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둘째 태명을 ‘박사’로 짓는다. 너라도 박사를 하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태명이다.

하율은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 유화에게 전화를 걸어 임신 소식을 알린다. 유화는 하율의 둘도 없는 친구로, 뉴욕에서 동성 연인 ‘조’와 결혼식을 올린 뒤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유화는 친구의 임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얼마 뒤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 조와 함께 양봉을 시작했다고. 작고 귀여운 꿀벌들을 키우는 중이라고.

“그나저나 내가 올해 몇 살이던가. 한국 나이로 44세였다. 병원의 환자 차트에는 43이라고 적혀 있었다. 생물학적으로도 마흔이 넘었다. 예전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배가 불러왔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이는 손자뻘인 셈이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분주히 나이를 계산하고 있었다. 애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오십대, 우리가 환갑일 때 아이는 여전히 고딩.” _본문에서

둘째인 만큼 모든 게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팬데믹 시기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것. 하율은 행여나 바이러스에 노출될까봐 노심초사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백신도 맞지 못한다. 담당 의사는 임신부가 맞아도 문제없고 본인 또한 백신 접종자라고 말해주지만 그녀의 노파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하율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아파트 지하에 있는 마트를 구경하는 것.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백신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마트 출입마저 불가능해지자 그녀는 절망한다. 이런 시기를 버티며 무탈하게 39주를 맞이한 하율은 유도분만으로 둘째 ‘배태랑’을 낳는다.

하율은 퇴원 후 태랑을 데리고 조리원에 들어간다. 다른 산모들과 친해지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2인 이상 집합 금지였고, 남편조차 입실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속상해할 시간이 없다. 원고 마감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마감도 열심히, 조리원 생활도 열심히.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멋진 엄마이자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율은 조리원 안에서 우연히 ‘박덕지’라는 산모를 만난다. 그녀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 했던 조리원 동기. 외롭고 쓸쓸했던 하율의 조리원 생활에 덕지 씨는 한 줄기 빛이 되어준다.

“수유실에서 대화 금지예요, 산모님들. 각자 방으로 돌아가세요.” (……)
이해는 하지만 때로 숨이 막혔다. 우리는 급하게 일어서며 각자의 방 번호를 은밀히 교환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기에 나가보니 덕지 씨가 서 있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문을 열어 그녀를 들였다. 그러고 누가 본 사람이 없는지 목을 빼서 양옆을 본 후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일제강점기의 이중스파이가 된 느낌이었다. 이 스릴은 뭐지. 오랜만에 심장이 빨리 뛰었다. _본문에서

조리원 퇴소 후 태랑을 데리고 집에 온 하율은 소개받은 산후 관리사가 코로나에 확진되어 오지 못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선 절망한다. 한편 유화는 하율과의 통화에서 벌을 치며 일상이 더 바빠졌다고 이야기한다. 반려동물로 들인 건데 이젠 꼭 자기 자식 같다며, 양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상을 이어나가던 유화는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예약해둔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나에게 배정됐던 관리사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며 갈 수 없게 되었다고. 당장 내일이었다. 태리의 등하원은 어쩌며 수시로 깨는 태랑 때문에 밤샘을 한 내가 맨정신으로 낮에도 아이를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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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랑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애쓴 당신에게 전하는 유쾌한 위로

김하율이 이야기하는 노산은 무겁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다. 그 시간을 직접, 묵묵히 통과해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멋지고 우아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 하율에게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일에 지장을 줄 것이라 생각했던 갑작스런 임신은 그녀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며 오히려 글을 쓰게 하는 새로운 원동력이 된다. 하율의 친구로 등장하는 유화 또한 마찬가지다. 반려동물로 들인 꿀벌들을 정성껏 돌보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허니비’들은 유화가 마음으로 낳은 아이가 되고 가족이 된다.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 유화는 사랑하는 꿀벌들을 지키고 소중한 친구 하율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어쩌다 노산》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 시트콤’에 가깝다. 노산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유쾌한 방식으로 풍자하고, 쏟아지는 과한 걱정과 오지랖을 헤치며 뚜벅뚜벅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어떠한 상황이 들이닥쳐도,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우아하고 유쾌한 유머로 물리치는 것. 그리고 내 일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를 증명하듯 작품 속 원더우먼 하율은 외친다. “모성이란 꿈을 잃지 않고 잠도 잘 자야 생기는 거라고.” 《어쩌다 노산》은 나를 중심에 둘 때 비로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온전히 사랑하고 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여성들이,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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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의 말

‘노산’에 대한 소설이라고 해서 심각한 분위기를 예상했다. 건강, 환경, 사회적 편견 등의 이슈가 담긴 진지한 사회파 소설일 거라고. 물론 이 소설은 다양한 사회 문제가 담긴 소설이다. 하지만 다양한 화두를 담고 물 흐르듯 흘러가며 시종일관 경쾌한 리듬을 띤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작가인 화자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일에 방해가 될 거라 생각했던 ‘임신’이 일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나지도, 삶을 나누지도 않았을 다양한 인간 군상을 스케치해나가는 작가의 필치는 여유롭고 자신감 넘친다. 누군가의 부모인 이들,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되기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 부모가 될 계획이 없더라도 ‘우연’에 의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인 인간의 ‘생’을 관조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 경쾌한 소설에 빛의 속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_정아은(소설가)

목차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작가의 말

작가 소개

김하율

2013년 단편소설 〈바통〉으로 실천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나를 구독해줘》, 소설집 《어쩌다 가족》이 있다. 장편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로 2023년 제11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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