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

원제 Y/N

지음 에스더 이 | 옮김 최리외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4년 6월 3일 | ISBN 9791167374301

사양 변형판 132x209 · 260쪽 | 가격 16,800원

시리즈 환상하는 여자들 3

책소개

항복하듯 탐닉하는 꿈의 텍스트

불가능을 향한 자유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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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하고 경이로운 작품._〈뉴욕타임스〉

“정체성, 예술, 팬덤에 관한 매혹적이고 혁신적인 소설.” _〈타임〉

“팬덤과 환상에 대한 카프카식 열병. 이 꿈 같은 작품이 제시간에 도착했다.” _〈에스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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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주목할 만한 책 · 비평가의 선택

〈뉴요커〉 〈NPR〉 〈타임〉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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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듯 꿈꾸는 날카로운 문체로 기이한 사랑의 초상을 그리는 에스더 이의 《Y/N》이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제3권으로 출간되었다. 저자의 첫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2023년 출간과 동시에 “팬덤과 환상에 대한 카프카식 열병이자, 모든 형태의 매혹에 관한 훌륭한 해부” “열망의 블랙홀에 빨려드는 낯설고 아름다운 작품” “학술 논문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넣은 시와 같은 농도”라는 평을 받으며 해외 여러 매체에서 매우 독특하고 탁월한 데뷔작으로 비평적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팝 보이그룹의 멤버 문(Moon)에게 빠진 뒤 삶이 불가능해진 익명의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아, 예술, 매혹,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허기에 사로잡힌 화자는 독자가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읽을 수 있는 ‘Y/N(Your Name)’ 팬픽을 쓰기 시작하고, 돌연 문이 은퇴를 발표하자 그를 찾으러 서울로 향한다. 불가해한 꿈처럼 거듭 미끄러지는 전개 속에서 현실과 환상은 어지럽게 뒤섞이며, 이야기는 존재의 공허 한가운데서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을 실험하는 철학적 무대가 된다.

누군가 예술에 매료될 때, 그 예술은 어떻게 그를 완전히 잠식하는가. 그러한 잠식의 늪에서 타인의 영혼에 불을 지른 예술은 어떻게 또 하나의 예술의 탄생으로 이어지는가. 《Y/N》은 온갖 매혹과 그 고통스러운 축복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랑과 불화하는 모든 매혹된 자들을 위한 꿈, 욕망, 탐닉의 텍스트다.

 

매혹의 구덩이로 떨어지는

초현실적이며 환각적인 모험

불안한 목의 소년은 불가해한 논리를 따르고 있었다. (……) 팀워크라는 매끈한 살결 밑에 감춰진 그의 개성이 경련하듯 씰룩이는 모습을 마주한 순간, 그가 다른 멤버들과 다르다는 것이 더욱 확실히 보였고, 내가 다른 네 명보다 이 소년을 더 좋아하며 따라서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13~14

이름 없는 화자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 “스스로를 비밀스럽게 만들며,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게 하고, 매섭게 하는 것”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완전히 붕괴시킨 것은 친구를 따라간 콘서트에서 목격한 케이팝 보이그룹 ‘팩 오브 보이즈’의 가장 어린 멤버 문의 춤. 그의 초월적인 몸짓을 본 순간 화자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를 평생 볼 운명에 처했음을 깨닫는다. 형언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화자는 문이 등장하는 Y/N 팬픽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결국 내가 쓰게 된 것은 하나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베를린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화자로부터 시작된다. (……) 고개를 돌렸을 때 남다른 인내심으로 담배를 빨아들이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 “당신을 위해 내가 부당한 고통을 감내하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요.” _54~55

이야기를 써 내려갈수록, 화자의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는 구분되지 않으며 상호 침투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자와 문, 화자의 연인인 마스터슨과 문, 화자와 마스터슨의 전 연인의 정체성 또한 뒤엉키면서 인물과 캐릭터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 삽화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인물들은 고정된 정체성에서 달아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연속”을 이루며 유령 같은 질량을 띤 채 텍스트 이곳저곳에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서사의 해체와 환상의 실험

미끄러지는 욕망의 변주곡

그녀는 그를 지나치게 원한다. 그녀의 욕망은 비정상적이다. 그가 지금보다 더 많이 주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가 아닌 모든 것, 그가 결코 될 수 없을 모든 것을 원한다. 음(陰)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그녀는 그것까지도 원한다. 그러나 이 모순은 결코 넘어설 수 없다. 그녀는 절대로 그것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사랑한다. 그녀는 가질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그녀는 죽을 것이다. _77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내내 설명되지 않는 욕망들로 추동된다. 가령 화자는 자신의 마스터슨과 문의 잠자리를 연출하며 자신에게 문을 향한 성적 욕망이 없음을 깨닫고, 팬픽 속 Y/N이 독일인 철학자 문을 아이돌 문으로 떠나보내며 이별하는 기로에 놓이는 상황을 실험하고 탐닉한다. 당혹스럽고 괴이한 욕망은 서사의 일관성을 끊고 도덕적 정당성을 깨트리며, 시공간이 휘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불가해한 감정들을 매끄러운 언어로 포장하기를 거부하면서 독자를 비밀스러운 열기 속으로 몰아넣는다. 단순히 화자의 만족을 위한 것도 독자의 만족을 위한 것도 아닌 이 낯선 욕망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글대는 열망을 품고 서울로 향한 화자는 성수의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화가 O를 비롯해 은퇴한 아이돌 스타 ‘문’이라는 텅 빈 궤도를 둘러싼 여러 인물을 만나며 각자가 품은 이질적인 열망과 충돌한다. 어긋나는 대화는 부조리극처럼 이어지고, 안전하게 정착되지 못할 욕망들이 불협화음을 이루며 변주된다.

 

기이한 사랑의 궤도를 비범하게 질주하는 이야기

매혹된 자는 철저히 참담하게, 불가능 속에서 사랑을 수행한다.”

사람들은 몹시 다양하고도 무의미한 선택의 연쇄를 개성의 표현이라 착각하며 방향성을 잃었어. 그러나 진정한 개성은 (……) 모든 범주의 침식에 복종하며, 이름 없음과 집 없음과 아무것도 아님의 상태로 추락할 때 드러나는 거야. _160~161

한국어판 출간과 동시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자 에스더 이는 “내 관심은 누군가가 어떻게 아무런 보장도, 아무런 희망도 없이 공허에 맞서 진지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지”라고 말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이미지들이 소란스럽게 자신을 봐달라 외치며 “모두가 받고 싶어만 하고 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사랑하는 능력이 구조적으로” 소진된 현대 사회에서 사랑을 향한 열망과 몰입은 어떻게 실천 가능한가? 화자는 사랑을 받아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더 기이하고 용납될 수 없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선언하며, 자아를 더욱 미미하게 해체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수행한다. ‘가망 없는 사랑’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비유를 통과해 강렬한 익명성과 결합된 이야기는 현시대 존재 방식을 표현하는 탁월한 형식이 된다. 그렇게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는” 불가해한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아무것도 아님의 상태로 떨어질 각오가 되었다면, 이 기이한 사랑으로 빨려 들어갈 문은 활짝 열려 있을 것이다.

 끝도 없는 간극과 불화와 불협화음들. Y/N. Yes와 No가 다만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이듯이, Your Name의 약자가 당신이 되었다가 내가 되었다가(잠깐, 당신은 누구고 나는 누구인가?) (……) 무수한 말줄임표들과 주저함들과 망설임들 사이에서, 당신이라는 번역자-독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번역할지 감히 궁금하다. _옮긴이의 말중에서

 

추천의 말

“괴상하고 경이로운 작품.” _〈뉴욕타임스〉

“정체성, 팬덤, 예술에 관한 매혹적이고 혁신적인 소설.” _〈타임〉

“비범한 데뷔. 낯설고 충격적이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빛난다.” _〈퍼블리셔스위클리〉

“낯설고 재미있고 때로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당혹감에 빠진 채 함께 달려 나가는 캐릭터들이 가득한 이 소설은 초점이 맞지 않는 시력 검사표를 해독하는 듯한 감각으로 독자를 이끌며, 정체성 자체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일깨운다. 예리한 아이러니를 품은 몽환적이고 격식 있는 문체는 마치 학술 논문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넣은 시와 같은 농도를 지닌다.” _〈뉴요커〉

“팬덤과 망상에 대한 카프카식 열병. 이 꿈 같은 작품이 제시간에 도착했다.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매서운 장난기, 몰입감 넘치는 비현실성. 《Y/N》은 모든 형태의 매혹에 대한 훌륭한 해부다.” _〈에스콰이어〉

“상쾌하며 눈부신 데뷔작. 부조리, 편집증, 실존적 공포의 아름다운 정점에 있는 모든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초현실적이며 열광적인 탐구.” _〈일렉트릭 리터러처〉

“서구에서 케이팝을 다룬 주류 글쓰기와 달리, 이 소설은 ‘누군가가 무언가에 매료된다’는 문화적 현상에 명료하고 읽기 쉬운 정당성을 부여해 그것을 신비화하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열광적인 부조리함으로 가득 찬 집착의 구덩이로 독자들을 내던져버릴 뿐이다. 《Y/N》은 단순한 풍자보다 훨씬 기이하고 환각적이다.” _〈버처〉

“부드러운 시와 현기증 나는 자기 인식의 순간들이 가득 섞인, 호기심 넘치고 사색적인 작품.” _〈가디언〉

 

옮긴이의 말

끝끝내 붙들리지 않는 글자들을 어떻게든 붙들려는 절박한 몸짓은 끝도 없이 공중에서 공중으로 미끄러지고 추락하는, 우스꽝스러운 춤에 다름 아니다 (……) 이 이야기는 그렇게 번역되었다. 아무런 확신도 의기양양함도 없이, 들리지 않는 매미들의 울음소리 속에서.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듯. 눈 감고 입 다물고 항복하듯.

작가 소개

에스더 이 지음

19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독일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다.

최리외 옮김

EBS 다큐멘터리 팀과 〈여성신문〉 기자로 일했고,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박사 과정에 있다. 〈자음과모음〉 게스트 에디터로 여성 디아스포라 작가에 관한 특집을 기획하고, 《벌들의 음악》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문학과 관계하는 행위로서 낭독에도 관심이 많아, 낭독자로서 다수의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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