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꾸―모든 것을 꾸미는 시대

악스트 Axt 2024.09-10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4년 9월 12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416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56 | 분야 잡지

책소개

격월간 문학잡지 『Axt』 56호의 키워드는 ‘꾸꾸꾸’이다. 이 단어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라는 신조어의 대척점으로 생겨난 것으로, 처음에는 부정적 의미였으나 ‘꾸미고 꾸미고 꾸민’이라는, 화려한 외형을 나타내는 단어로 변모하였다. 과거 ‘꾸밈’은 거부해야 할 투쟁의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꾸미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이번 호 『Axt』에서는 꼭 외형적인 것을 ‘꾸미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사실처럼 지어내는 일, 일이나 계획 따위를 만들고 ‘꾸미는’ 일에 대해서도 다뤄 보고자 했다. 모두가 자신을 더 잘 드러내고 꾸며내고자 하는 문화적 흐름에서 문학은 어떤 위치를 점할 수 있는지 역시 이번 호에서 살펴본다.

◌ interview

“소설은 백지 위에서 그야말로 무엇이든지 붙이고 꾸밀 수 있는 작업이에요.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이미 완제품으로 나온 어떤 대상을 새롭게 ‘꾸미겠다’는 주체성과 닿아 있어요. (……) 뭔가를 열심히 꾸미고, 꾸미는 걸 즐기는 사람은 결국 새로운 걸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_조예은, interview 중에서

interview에서는 『칵테일, 러브, 좀비』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소설가 조예은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최근 『입속 지느러미』와 『적산가옥의 유령』을 연달아 출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벌써 등단 10년 차를 앞두고 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난감할 만큼 제멋대로인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의 행보를, 그가 앞으로 꾸며나갈 ‘조예은 월드’를 계속해서 기대해 본다.

◌ issue * chat
이번 호 issue에서는 ‘꾸밈’의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문화 비평가 도우리는 [꾸!/(꾸-안)!*꾸!]의 공식을 통해 여성 청년들의 일상에 스며든 ‘꾸안꾸’와 ‘꾸꾸꾸’를 살펴본다. 한편 ‘꾸미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온 북디자이너 김마리는 작업 과정을 세세히 설명하며, 북디자이너가 단순히 책을 ‘예쁘게’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의 읽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책을 디자인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꾸밈’은 저마다의 의미를 입고 새로 태어난다.
chat에서 이야기 나눈 소설은 모든 것을 꾸민 인생을 산 여자에 대한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이다. 타인의 신분을 훔쳐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여자. 서글프고 절박했던 한 여자의 일생을 ‘은평구의 개 산책자’인 안담, 민음사 출판 마케터 조아란, 조선일보 문화부 영화 담당 기자 백수진이 살펴보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변영주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소설에서는 영화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꾸며진’ 인생을 산 여자의 모습이 잘 펼쳐져 있다. “형사들이 여성이 스스로의 동기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진 소설은 현재에도 적용되는 오래된 편견이 느껴져 한편 씁쓸해지기도 한다.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성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어떤 말을 나눌 수 있을까. 이 좌담이 함께 고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 key-word * short story
두 가지의 주제로 릴레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key-word에는 소설가 한정현 위수정의 소설이 실렸다. 한정현의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는 ‘빙의물’을 주제로 자매의 슬픔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일본 설화 ‘하시 히메’와 연결 짓는다. 왜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인지. 주인공 ‘이선’도 그런 후회와 슬픔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슬픔 속에서 시작되는 위수정의 「비트와 모모」 속 기념일은 어쩌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날을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할 것인지는 ‘비트’와 ‘모모’, 그리고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두 편의 신작 소설이 short story에 도착했다. 소설가 최민우의 「구아나」에서는 동거 중인 ‘도윤’과 ‘해영’이 전셋집을 수리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셋집은 내 집이 아니며, 동거인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와 연결되고 무엇을 소유할 수 있을까. 소설가 양선형의 「곁에는 쥐, 두 번의 잠」은 2인칭으로 진행되며 소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이번 소설을 읽어 내려가며 그만의 환상적이고 실험적인 세계에 푹 빠질 수 있게 될 것이다.

◌ novel
이번 호도 연재되는 novel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난 호와 동일하게 소설가 김숨 전예진 권혜영 이서수 김나현 다섯 명의 소설로 가득 채워졌다. 김숨의 「초대」 2회에서는 해녀들과 섬 사람들의 삶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짭짤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듯 생생한 묘사가 다음 회 연재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전예진의 「매점 지하 대피자들」 4회에서는 지하 대피자들 선우, 재경, 혜원, 영수가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더욱 똘똘 뭉치게 된 그들이지만 여전히 말 못 할 비밀은 가지고 있다. 한편 ‘은희’가 드디어 고라니 호텔 투숙객들의 존재와 마주하게 되며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그들은 계속해서 호텔에서 지낼 수 있을까. 권혜영의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4회는 누리와 다운의 일본 여행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마냥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다. ‘여기가 만화 속이라면 누군가 너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다운의 말에 누리는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짐짓 둘의 큰 갈등으로 이어지려 한다. 그러나 다운이 누리가 빙의하게 된 세계관의 만화를 찾게 되며 이야기는 점점 더 짐작할 수 없는 곳으로 이어진다. 이서수의 「여로의 사랑」 5회는 미로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현’과 계절에 한 번 만나는 ‘느린 연애’를 하고 있던 미로는 수현이 숨기고 있던 비밀을 알게 된다. 그의 친한 친구인 줄 알았던 ‘다영’이 사실 전 아내였다는 것. 이 소설의 다양한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지켜봐주기를 바란다. 김나현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5회에서는 하영의 과거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우가 왜 자신을 속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서른세 살의 시우의 모습도 조금 확인할 수 있다. 어느덧 결말까지 한 회씩만을 남겨두고 있는 소설들의 마지막이 어떠할지, 끝까지 함께해 주길 바란다.

◌ review * cover story * essay
이번 호 review는 소설가 공현진, 문학평론가 황예인과 함께 소설가 함윤이가 새롭게 자리해 주었다. 앞으로 그가 소개할 다양한 책들을 기대하며 깊은 환대를 전한다. 『VOSTOK』 편집장 박지수와 협업하는 cover story에는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흔히 ‘여자색’과 ‘남자색’으로 대표되는 핑크와 블루가 대비되는 아이들의 방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사진을 통해 살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ssay에도 각양각색의 글들이 자리하고 있다. essay-interact에서는 소설가 이미상과 시인 황인찬이 오프라인에서, 또 온라인에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향사 김태형은 essay-parfum에서 사랑의 의미를 닮은 향을 서이제의 소설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옆에 살짝 놓아둔다. essay-objects에서는 시인 김연덕이 예배당에서 발견한 세 가지 물건과 물질, ‘파이프’ ‘주철’ ‘목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의 눈에 포착된 세 가지 것들은 각각 어떤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을지 확인해 본다.

목차

● 56호 차례

editor’s note
김서해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일 2―3

review 1
공현진 황모과 「브라이덜 하이스쿨」 8―15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그날 저녁의 불편함』 

interview
조예은 즐겁게 착각할 수 있는 허구 16―31

chat
안담·조아란·백수진 닿거나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32―53

issue
도우리 꾸!/(꾸-안)!*꾸! 54―58
김마리 꾸미는 손끝과 꾸밈없는 마음 60―63

cover story
박지수 분홍과 파랑으로 꾸꾸꾸 64―73
    ―윤정미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

review 2
황예인 트레이시 슈발리에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74―81
    임선우 『0000』 

essay
이미상 자문자답 애호가·악플에 대처하는 방법 90―95
황인찬 어제 우리가 본 것·나로 말할 것 같으면 96―101
김태형 사랑의 의미를 닮은 102―110
김연덕 어떤 실내는 몸이 내는 소리를 낸다 112―119

key-word
한정현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 122―149
위수정 비트와 모모 150―166

review 3
함윤이 배수아 『속삭임 우묵한 정원』 168―175
    마르그리트 뒤라스 『사랑』 

short story
최민우 구아나 176―198
양선형 곁에는 쥐, 두 번의 잠 200―242

novel
김숨 초대(2회) 244―293
전예진 매점 지하 대피자들(4회) 294―324
권혜영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4회) 326―351
이서수 여로의 사랑(5회) 352―379
김나현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5회) 3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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