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Wide

악스트 Axt 2025.01-02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1월 13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296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58 | 분야 잡지

책소개

격월간 문학잡지 『Axt』 58호의 키워드는 ‘폭―Wide’이다. ‘폭’은 물리적인 거리나 간격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종이나 천의 단위를 뜻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모양이나 움직임을 묘사하는 부사어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빠르고 쉽게 연결되어 있는 요즘, 이 단어의 범위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인류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으며, 어디까지를 나의 폭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특히 작년 하반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한국문학은 또 한 번 그 저변을 늘린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문학의 폭 넓음, 그 힘을 믿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 다양하고 절실한 믿음이 독자들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interview

“미래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용기가 되어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지만,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현재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_천선란, interview 중에서

이번 호 interview에서는 문학의 저변을 확장하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소설가 천선란을 인터뷰했다. 세계와 세계를 가로지를 수 있는 도구로 그는 ‘언어’의 가능성을 믿는다. 소설집 『모우어』에서는 언어를 포기한 인류가 나오지만, 그 텍스트는 결국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언어를 계속 써야 하니,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할 때”라는 그의 말처럼, 서로의 폭을 어떻게 존중하고 ‘함께 있음’을 감각할 수 있을지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chat * issue
chat에는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여러 관점에서 깊이 있게 이해해보고자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수강생 세 명을 초대했다. 프랑스 출신의 까미 루카, 불가리아 출신의 데시슬라바 디미트로바, 중국 출신의 양이와 『디 에센셜 한강』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의 사회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의 보편성은 어디 있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번역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의견을 나눠 준 세 명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issue에서는 먼저 문학번역가 션 린 할버트가 번역가의 입장에서 한국문학을 바라보고 분석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세계의 문학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한국문학이 세계의 독자들에게 다다르기까지 번역가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해 준다. 천문학자 박선경은 컷툰의 형식으로 우주에서의 ‘폭’ 개념을 설명한다. “우주의 폭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곧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여정”이라는 그의 말처럼, 광활한 세계를 이해하려고 할수록 스스로 가닿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넓어질지도 모른다.

◌ short story * key-word
key-word에는 ‘빙의물’과 ‘기념일’을 주제로 한 릴레이 연재가 계속된다. 먼저 ‘빙의물’을 주제로 한 소설가 박서련의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는 지난밤 읽던 추리소설 속 인물 ‘강인영’에 빙의된 여자의 이야기이다. 삼십 대 싱글 스키 동호회에서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죽음들 사이에서 ‘나’는 이 서사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소설가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은 ‘기념일’을 주제로, 무주 영화제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의 작업실에 출석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작업실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든든함, 그리고 배신감이 뒤섞이며 언젠가 끝날 축제의 밤은 ‘나’를 또 다른 목적지로 데려다 놓는다.
한편 short story에는 소설가 김연수의 「조금 뒤의 세계」가 실렸다. 루시드 드림에서는 리얼리티 체크(RC)를 통해 현실과 꿈속을 구분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단순히 소설일까, 아니면 이미 일어났던 과거일까. 답을 알려주지 않은 채 작품은 그저 조금 전이었을지도 모를 ‘조금 뒤의 세계’를 보여줄 뿐이다.

◌ novel
이번 호 novel은 아쉬운 소식과 반가운 소식이 함께 실렸다. 소설가 김숨 전예진의 연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설가 김나현의 소설은 최종회를 맞이했다. 한편 소설가 송섬이 새롭게 합류한다. 앞으로도 풍성하게 채워질 소설 연재에 귀추를 주목해주기를 바란다.
송섬의 「멜볼딘 동물원」 1회는 동물원을 찾아가는 두 명, ‘연서’와 ‘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둘은 ‘멜볼딘 여자고등학교’ 동창으로, 졸업 후 10년이 넘는 공백 이후 우연히 마주친 사이이다. 그들이 겹쳐지지 않았던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이유로 동물원에 향하게 되었는지는 계속 이어질 연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숨의 「초대」 4회에서는 긴 호흡으로 섬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특유의 세심한 묘사로 바다의 생명력이 생생히 느껴진다. 더불어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서사는 몸에 달라붙는 미역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게 될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전예진의 「매점 지하 대피자들」 6회에서는 다른 인물들이 선우에게 숨기고 있던 과거가 드러난다. 게다가 심부름 앱을 통해 만난 적 있는 김수산나가 선우를 실종 신고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이 나아간다. 선우는 계속 고라니 호텔에서 지낼 수 있을까.
김나현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최종회에서는 먼저 시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흔셋이 된 시우는 더 이상 배우를 하고 있지 않다. 그간 시우에게 있었던 일이 하나둘 드러나며, 이제 일흔셋이 된 하영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던 하영은 어떤 삶으로 자신의 인생을 기억하고 있을지, 시작과 끝을 모르게 뒤엉킨 시간은 그들을 어떤 결말로 이끌었는지에 대한 답이 이곳에 놓여 있다.

◌ essay * cover story * review
essay에는 두 편의 글이 연재를 이어간다. essay-parfum에서 조향사 김태형이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이선진의 소설 「빛처럼 비지처럼」을 읽어 본다. 더불어 강한 상징성을 가지는 창작물인 향수의 머스크 향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시인 김연덕essay-objects에서 ‘머리카락’, 특히 자신이 사랑했던 은발과 얽혀 있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타루에서 사 왔다는 은빛의 브로치 사진을 함께 보며 그의 내밀한 경험으로 한 발짝 들어가 본다.
『VOSTOK』 편집장 박지수와 협업하는 cover story에는 사진작가 이민지의 〈필드:트립〉 이 선정되었다. 견학 여행이나 현장학습을 뜻하는 ‘필드 트립’은 정해진 경로와 목적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민지의 사진들은 길을 헤매는 과정에 가깝다. 사진을 통해 연결과 동시에 좁혀질 수 없는 격차와 시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view에서는 소설가 공현진 함윤이가 신년에 읽은 네 권의 책들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호에는 한강 소설가의 『소년이 온다』와 『희랍어 시간』이 함께 실렸다. 아직 한강의 책을 읽지 못한 이들에게 이 서평들이 이정표와 같은 역할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목차

editor’s note
백다흠 1974년 TV부처와 2024헌나8 2―4

review
공현진 한강 『소년이 온다』 10―17
    윌리엄 트레버 「모르는 여자」

interview
천선란 여기와 다른 세계에서 만나는 이곳의 진실 18―31

chat
까미 루카·데시슬라바 디미트로바·양이 아파하는 과정과 회복하는 과정 32―49

issue
션 린 할버트 우리는 세계입니다 50―53
박선경 우주의 폭, 인간의 자리 54―57

cover story
박지수 여기와 저기, 아른거리는 이미지 58―65
    ―이민지의 〈필드:트립〉

essay
김태형 미끌거리는 기분 74―79
김연덕 사랑하는 은발에 대해 80―87

key-word
박서련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 90―113
김화진 축제의 친구들 114―137

review
함윤이 한강 『희랍어 시간』 138―145
    올가 라븐 『디 임플로이』 

short story
김연수 조금 뒤의 세계 146―169

novel
김숨 초대(4회) 170―210
전예진 매점 지하 대피자들(6회) 212―239
김나현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최종회) 240―268
송섬 멜볼딘 동물원(1회) 27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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