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의 국내 첫 출간작

멜랑콜리아

원제 Melancholia

지음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 옮김 백승남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7월 25일 | ISBN 9791167375124

사양 변형판 130x190 · 328쪽 | 가격 18,000원

시리즈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4 |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루마니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정립한,
루마니아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의 국내 첫 출간작

“단 한 문장으로 더 고양된 문학 세계로 독자를 끌어올려주는 위대한 작가”
_알렉시스 브로카스, 〈르주르날뒤디망슈〉
“마법 같은 서사적 우주, 미로 같은 파급 효과, 위대한 문학적 언어”
_카르스텐 후에크, 〈도이칠란트펑크〉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 체제에 시와 음악과 소설로 저항한 ‘80년대 세대’ 작가로서 루마니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정립한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의 단편집 《멜랑콜리아》(Melancolia, 2019)가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4권으로 출간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와 함께 오늘날 루마니아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는 커르터레스쿠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운명은 어떻게 눈처럼 내리는가?”
인간 보편 멜랑콜리아의 시작
어두운 매혹의 환상 동화

“불안한 강렬함의 환상적인 리얼리즘. 평행우주, 도플갱어, 다차원적 반영으로 가득한 미로 같은 서사 구조. 융, 볼라뇨, 데이비드 린치의 혼합”(귄터 카인들스토퍼, 〈WDR5〉)이라는 찬사를 받은 소설집 《멜랑콜리아》는 단편 〈다리〉 〈여우〉 〈껍데기〉로 이루어진 연작 〈멜랑콜리아〉를 짧은 단편 프롤로그 〈춤〉과 에필로그 〈감옥〉이 둘러싸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작가의 주요 테마와 문체를 응축한 “진정한 커르터레스쿠적 작품집”으로서 작가의 문학적 완숙미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전에 출판한 단편들을 새롭게 엮어낸 이 선집을 통해 유년 시절의 상실감, 기억,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 시간의 흐름, 남성성과 여성성 등을 탐구하며 독특하고 몽환적인 서사를 펼쳐낸다.

기이하게 낯설고 몽환적인 세계
기억과 존재의 근원을 향한 내면의 여행

작품의 테두리를 이루는 프롤로그 〈춤〉과 에필로그 〈감옥〉은 작품집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엮는 역할을 한다. 〈춤〉은 익숙한 현실이 아닌, 낯설고 몽환적인 세계로 이끄는 입구와 같다. 〈춤〉의 주인공은 어느 바위투성이 섬의 “사람의 손으로 짓지 않은 궁전”으로 들어가 그곳의 유일한 ‘출구’를 지키는 문지기와 춤추듯 싸우는데, 이는 이 작품 독서의 리듬을 은유하는 듯 보인다.

이제 나는 출구의 이편과 저편을 추고 있었다. 나는 정문이었고, 문지기였고, 둥글게 무리 지은 천사들이었다. 나는 궁전이었고, 바다였다. 그렇게 자주 서로 다투었던 뇌와 심장, 성기는 하나의 기관으로 합쳐졌다. 그 기관의 생각은 의식으로 흘렀고, 의식은 욕망으로 흘렀다. 욕망은 다시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껍질을 찢었고, 세상의 껍데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제어할 수 없게, 황폐하게, 격렬하게 모든 것의 성상으로 스며들어 갔다. 이 또한 찢어져 영원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무(無)로 흘러들어 갔다. _〈춤〉, 23면

에필로그 〈감옥〉에 따르면 우리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물리적 세계에 던져져 속박되어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전장(前障)’에 갇혀 있고, 전장은 뇌에 갇혀 있으며, 뇌는 두개골에, 두개골은 몸에, 몸은 지구라는 행성에 갇혀 있다. 이 지옥의 고리들은 알려진 우주와 차원의 한계를 넘어서 영원히 퍼져나간다. 이러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감옥〉은 일종의 메타픽션으로, 이 작품 독서를 마무리 짓게 한다.

유년기의 트라우마
고통과 죽음의 실존적 심연

연작 〈멜랑콜리아〉의 첫 번째 단편 〈다리〉는 엄마가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워 홀로 남겨진 어린아이가 엄마가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믿게 되는 흔한 상황을 다룬다. 이때 아이의 고독과 불안이 외부화되면서 집은 기이하게 환상적인, 닫힌 공간이 된다. 이 집에서 나가려면 창문과 도시의 여러 곳 사이에 놓인 투명한 다리 위를 걸어가야 한다. 소년은 다리를 건너는 세 번의 여행을 통해 탄생의 은유적 체험을 겪고,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구조를 목도하며, 마지막으로 성장의 불가피성, 사회로의 통합, 일상적이고 지루한 삶, 결코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심연인 노화와 죽음에 직면한다.

그러고는 성장하는 것을 멈췄을 것이다. 성장한다는 것을 믿는 것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믿는 것을 단념했을 것이다. 심지어 온전한 자신의 존재조차도. (…) 고무 남자가 어떻게 뒷걸음질하고 말을 더듬고 잊기 시작하는지 봤을 것이다. 어떻게 고무 남자에게서 중력과 운명에 패하여 고개를 땅으로 숙인 늙은이가 태어났는지. 어떻게 그의 피부가 쪼그라들며 주름지고 피곤한 눈 밑의 처진 살이 부풀어 오르는지. 어떻게 이제는 그의 몸이 지팡이를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노화가 흰 눈썹과 함께 오는지. _〈다리〉, 88~89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사랑
상실의 고통과 두려움

〈여우〉는 제가 가장 아끼는 글 중 하나입니다.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제 여동생에게 바치는 이야기예요. 이야기의 중심은 희생이지요. 열 살 소년이 영원한 얼음 세계로 납치되어 끌려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죽은 쌍둥이 남동생을 대신하기로 합니다. 현세와 내세라는 두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저에게는 깊이 자전적이고 깊이 고통스러운 이야기입니다. _2020년 12월 23일 〈Semn din Carte〉와의 인터뷰에서

여덟 살 소년 마르첼과 세 살 여동생 이사벨은 희미한 안개와도 같은 어른들의 세계와는 독립적인 둘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두 아이가 밤에 하는 ‘토끼 놀이’에서 죽음을 상징하던 여우가 진짜 나타나 이사벨을 납치해 간다.

여우가 동생을 납치했던 그날 밤처럼 둘은 서로 마주 보았다. 정확히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시 거대한 동공의 비인간적인 커다란 두 눈이 보였다. 얼굴의 반을 차지했다. 다시 그 음산한 미소를 참아내야 했다. 멜랑콜리가 잔인하게 봉인된 그 미소. 시체의 얼어붙은 악취에 아이의 감각이 무뎌졌고 아이는 조용하고 슬픈 마법에 빠져들었다. _〈여우〉, 151~152면

마르첼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부자연스럽게 큰 눈은 새까맣고 (…) 시체의 얼굴이 메스에 베인 것” 같은 ‘멜랑콜리한 미소’를 띤 섬뜩한 아이의 모습을 한 여우의 굴, 일종의 연옥으로 가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대립한다.

거기에서 그는 밤을, 영원한 밤을, 태어나기 이전의 밤을, 죽은 이후의 밤을 견딜 것이다. 반쪽 그림자 속에서 그는 낡은 공책에 무와 무가치에 관한 질문을 끝없이 적을 것이다. “물은 어떻게 잠을 잘까?” “구체는 어떻게 자를까?” “가을은 얼마나 많은 여름을 가지고 있을까?” “왜 거울 속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을까?” “손가락 하나가 얼마나 많은 손을 가지고 있나?” “운명은 어떻게 눈처럼 내리는가?” _〈여우〉, 156면

고독과 내면의 방황에의 탐구
자아의 탈피와 재탄생

마지막으로 〈껍데기〉에서는 매일 트램을 타고 가로지르는 낯선 도시에 사는 열다섯 살 고등학생 소년이 여성성을 마주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충격을 받습니다. 남자들은 가끔 벌레나 뱀처럼 옷걸이에 낡은 껍데기를 남기고 사라지지요. 그러나 소년이 복잡한 사랑 이야기의 끝에서 알게 된 것처럼, 여성은 번데기가 된 애벌레처럼 변태를 거쳐 일시적인 동시에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나비로 변합니다. 여성성과 섹슈얼리티, 이 높은 시의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이 소년은 엄숙하고 그로테스크한 의식이 행해지는 성당이 있는 지하 세계로 내려가지요. 이 세 가지 이야기(〈다리〉 〈여우〉 〈껍데기〉)는 촘촘한 상징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하나의 동일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_2020년 12월 23일 〈Semn din Carte〉와의 인터뷰에서

이 단편집에서 가장 긴 작품인 〈껍데기〉에서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이었을” 따라서 누구보다 “멜랑콜리”했을 소년 이반이 등장한다. 어느 날 그는 집과 학교 사이 트램 정류장이 있는 거리를 직접 탐험하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트램을 타고 그저 지나쳤던 익숙한 공간들이 낯설게 변모하기 시작한다. 곤충과 촌충 모양의 초콜릿을 파는 기이한 제과점, 창문마다 여성과 갓난아기가 내다보고 있는 산후조리원, 허공에 떠 있는 가상의 시인 바실레 신구러타테의 석상, 아르누보 양식의 문 위 차양이 있는 시멘트 마당 집 그리고 그곳에 사는 십대 소녀 도라.
도라와의 기묘한 우정 덕분에 이반은 오랫동안 몰두해왔던 수수께끼를 풀지 모를 기회를 얻게 된다. 바로 여성은 ‘껍데기’를 어디에 숨기는가, 라는 것이다. 이반은 남자들이 한 살, 네 살, 일곱 살에 껍데기를 벗고 그 후로는 5년마다 탈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껍데기들을 방 안 옷장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며, 아버지의 오래된 껍데기들이 여행 가방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머니의 껍데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반 친구들 역시 엄마들이나 소녀들의 껍데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춘기 시절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한 이반은 내성적이고 사색적인 인물로, 학교 쉬는 시간에 학교 뒤편에서 시집을 읽으며 보냈다. 이제 그는 연인이자 시인으로 재탄생될 준비가 되었으며, 의심과 두려움, 자기 성찰로 가득 찬 이러한 전환이 가져오는 멜랑콜리는 마치 호박석 속 곤충처럼 이 텍스트에 단단히 담겨 있다.

《솔레노이드》와 같은 거대한 서사 이후에 집필된 《멜랑콜리아》는 응축된 서사, 서정성과 은유적인 표현에 집중한다. 세밀하고 감각적인 묘사, 특유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 초현실적인 요소들과 기이한 이미지와 비유로써 독자에게 독특한 미적 경험을 선사하는 수작(秀作)으로, 커르터레스쿠 문학 세계에 입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 작가의 말

《멜랑콜리아》는 내가 정말 아끼는 내 영혼의 책입니다. 이 소설의 페이지 위에서만큼은 가장 나 자신다운 나, 지금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일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우화와 동화의 세계로 만드는, 이야기들의 비(非)장소성과 영원성을 사랑합니다. 내 책은 일상의 산문과 현재의 역사적 순간과 정반대에 있는데, 《솔레노이드》 이후 나는 어떤 문화적 공간에서든 어떤 언어로든 어떤 시기에든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이야기의 보편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형이상학적이고 어둡지만 약간의 초현실주의로 빛나기도 합니다. 주랑현관들과 조각상들과 고독의 대가인 조르조 데 키리코의 그림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 옮긴이의 말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가라앉은 고통과 우울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끝까지 응시하고 시의 언어로 승화함으로써, 인간이 어떻게 유한한 존재로서 무한한 가치를 품을 수 있는지를 말한다. 그것은 마치 죽음이라는 심연을 용기 내어 들여다본 이들만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되는 것과 같다.

■ 추천의 말

단 한 문장으로 독자를 더 고양된 문학 세계로 끌어올려주는 위대한 작가. _〈르주르날뒤디망슈〉

상상력의 위대한 창조물의 힘으로 우리를 가장 현실적인 형이상학적 고뇌 속으로 끌어들인다. _〈르몽드〉

언어의 기묘하고 흐르는 듯한 아름다움. _〈악튀알리테〉

경이가 공포로 바뀌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가미된 표현주의. _<라리베르테>

위태로운 아름다움과 마법 같은 공포로 가득한, 커르터레스쿠의 우주에 대한 완벽한 소개. _〈베를리너차이퉁〉

마법 같은 서사적 우주, 미로 같은 파급 효과, 위대한 문학 언어. _〈도이칠란트펑크〉

불안한 강렬함의 환상적인 리얼리즘. 평행우주, 도플갱어, 다차원적 반영으로 가득한 미로 같은 서사 구조. 융, 볼라뇨, 데이비드 린치의 혼합. _〈WDR5〉

이 경이롭지만 위협적이고 어두운 세계는 커르터레스쿠의 극도로 시적인 언어에 의해 생기를 띠며,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 너무도 명료한 정신에서 벗어난 감정이 잘 구현된 비교와 은유를 통해 표현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언어로 달성하기 가장 어려운 일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즉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표현하는 일이다. _〈디프레세〉

목차

프롤로그
춤 · 9

멜랑콜리아
다리 · 27
여우 · 93
껍데기 · 157

에필로그
감옥 · 311

옮긴이의 말 · 321

작가 소개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지음

1956년 6월 1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났다. 부쿠레슈티대학 어문학부에서 루마니아어와 루마니아 문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같은 대학 어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8년 루마니아의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데뷔했고, 2년 후 출간한 시집 《횃불, 진열창, 사진(Faruri, vitrine, fotografii)》으로 루마니아 작가연합 데뷔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대개 포스트모던 문학, 환상 문학, 마술적 사실주의로 분류되는데, 시, 장편소설, 단편소설, 문학 비평,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활발히 집필하며 스물다섯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대표작으로는 영웅 서사시 《레반트(Levantul, 1990)》와 《눈부신: 왼쪽 날개(Orbitor. Aripa stângă, 1996)》 《눈부신: 몸(Orbitor. Corpul, 2002)》 《눈부신: 오른쪽 날개(Orbitor. Aripa dreaptă, 2007)》로 이루어진 ‘눈부신 3부작’, 《노스탤지어(Nostalgia, 1993)》 《솔레노이드(Solenoid, 2015)》 《멜랑콜리아(Melancolia, 2019)》 《테오도로스(Theodoros, 2022)》 등이 있다. 루마니아의 주요 문학상들을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주세페아체르비 문학상, 슬로베니아의 빌레니카 국제문학상,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국제문학상, 포르멘토르상, 토마스만 문학상, 더블린 국제문학상 등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의 후보로 꾸준히 언급된다.

백승남 옮김

한국외국어대학 루마니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학에서 루마니아 심리주의 소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과거 설계 / 유령교회》가 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루마니아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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