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의 일상

지음 정해은, 정기선, 한효정, 한상우, 하여주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11월 29일 | ISBN 9791167376152

사양 변형판 152x223 · 268쪽 | 가격 22,000원

분야 인문, 종교/역사

책소개

남성 중심 역사의 행간에 숨은
여성의 삶과 주체성을 복원하다

 

오랜 시간 민간에서 소장해온 일기와 편지 등의 사료를 발굴‧번역해온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융합본부가 ‘국학자료 심층연구 총서’ 제28권 『조선 여성의 일상』을 출간했다. 조선은 부계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해 ‘대’를 잇는 것을 중시하고 공적 역할을 대부분 남성이 수행하는 사회였다. 때문에 조선의 역사는 주로 정치를 좌우하는 남성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현대와 마찬가지로 조선 사람들에게도 국가의 정치나 관아의 행정처럼 공적인 문제보다는 집안의 대소사와 인간관계 같은 사적인 영역이 그 이상으로 중요했으며, 그 사적인 삶의 중심에는 바로 여성이 있었다. 『조선 여성의 일상』은 일기, 편지, 유서, 노래, 병록 등의 사적인 문헌과 소송·청원 문서, 족보 등의 공적 문헌을 바탕으로 남성 중심의 역사에 가려진 여성의 삶을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부계 중심의 가족 구조에서도 여성은 가계계승이나 혼인 등 가족 내 사안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가족들의 관계나 돌봄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여러 연구자가 치밀한 연구 끝에 복원해낸 조선 여성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부장제 사회의 숨은 모권을 찾아내다
-가족관계의 버팀목, 가족 대사소의 결정권자

아직까지도 종종 쓰이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잔재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일기 자료를 보면 혼인 뒤에도 신부가 일정 기간 친정에서 사는 관행이 남아 있거나, 수시로 친정에 오고가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양반 남성이 외가 친척과 자주 왕래하며 도움을 주고받았고, 외조부를 부양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남성을 중심으로 한 공적인 친족 제도와 달리 실생활에서는 가족 내에서는 여성과 그 친족과의 관계가 중요했으며, 특히 가족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여성의 역할이 컸다.
나아가 집안의 연장자 여성은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 집안의 질서와 안정을 책임지기도 했다. 장남을 비롯해 모든 자녀에게 어머니로서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가계의 후계자 선정에서 실질적 결정권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계를 계승할 수 있는 것은 남자였지만, 자신의 혈통이 대를 잇게 만들기 위해 어머니와 할머니 등이 각종 사회 제도와 법률, 사회적·정치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비록 연장자 남성과 대등한 지위를 얻고 그 정도의 권한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 아래에서도 모권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분명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공적 기록의 틈새에서 찾은 여성의 삶
-조선시대 여성의 생애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대를 잇는 것을 중시한 부계 중심의 사회이니만큼, 족보는 조선의 중요한 데이터였다. 비록 남성을 중심으로 기록되었지만, ‘아내’로서라도 여성의 정보도 일부 남아 있었다. 주로 생몰년, 자녀 정보를 기록했는데, 이를 통해 유추한 기혼 여성의 평균 수명과 자녀 수로 여성의 생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열행(烈行)이나 정려(旌閭) 등 유교사회에서 부여받은 젠더적 역할에 관한 기록도 일부 남아 있다.
족보가 아내, 며느리로서의 여성에 관한 정보만을 담고 있다면, 보다 생생한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진료 차트라 할 수 있는 ‘병록’에서 발견된다. 병록에는 환자의 성별과 연령, 개인의 선천적 기질이나 본래의 건강 상태, 병력, 월경 및 출산 정보, 환자의 증상, 처방문 이외에 의원이 특기할 만한 사항 등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즉 여성 개인의 생애가 사실적으로 담겨 있는 소중한 자료인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 의학이 여성의 몸을 이해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데, 여성 질병의 첫 번째 원인을 ‘음기’라는 성질 그 자체로 보고, 그다음 원인으로는 ‘감정’을 꼽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이 지나치게 많아 몸의 기를 다스리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았으며, 이로 인해 몸이 약해지고 질병에 든다고 보았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시선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조선의 ‘역사’는 남성 중심의 이야기지만, 조선시대 민중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은 것은 공적 ‘역사’뿐이기에, 우리는 사료의 빈틈을 파고들어 여성의 삶을 그려내는 수밖에 없다. 『조선 여성의 일상』은 그 역사의 틈새를 조금 더 확장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책이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여성의 삶을 조금씩 알아가고 연결 짓는 작업을 통해 우리 역사를 새롭게, 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장 조선 후기 어느 경상도 양반 남성의 외가 왕래와 그 정서
머리말 | 노철의 가족과 처세 | 노철의 어머니와 외가 | 외조부와의 왕래와 봉양 | 외가에 대한 정서 | 맺음말

2장 불안한 현재, 익숙한 과거 :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오륜가라』 소재 가사 <오륜가라>의 창작 목적과 그 의미
머리말 : 현재적 과거 | 『오륜가라』의 서지적 특징 | <오륜가라>의 향유자 | <오륜가라>의 창작 목적과 그 의미 | 맺음말

3장 할머니의 선택 : 17세기 가계계승 분쟁 속 연장자 여성의 권력
머리말 : 조선시대 할머니, 왜 주목해야 하나? | 황여일 처 전주 이씨의 결혼과 가족 | 후계자를 둘러싼 갈등과 선택 | 첩손·차남의 반발 | 파국, 골육정의를 헤아리지 않고 법대로 | 조선시대 연장자 여성, 그리고 모권母權

4장 족보 속 여성 정보로 본 조선시대 여성의 삶 : 『안동김씨세보』를 중심 으로
머리말 | 여성 정보, 한국 족보의 특징 | 족보 데이터의 구성과 여성 정보의 특징 | 족보 데이터로 본 여성의 생사와 출산 | 맺음말

5장 병록病錄으로 본 여성의 질병과 의료 일상
병록,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조선의 ‘진료 차트’ | 병록의 개념과 특징 | 조선 사회가 여성의 몸을 읽는 방식 |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병록 현황 | 양반 여성의 질병과 의료 일상 | 조선 (여성)의료사 연구와 병록

작가 소개

정해은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조선후기 무과급제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붓과 칼 사이의 질서-조선의 무관 제도사』 『어느 경상도 양반가의 무관 진출기』 『조선의 무관과 양반사회-무과급제자 16,643명의 분석 보고서』(‘2021년 세종도서 학술부분’선정) 『조선 엄마의 태교법』(‘2018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신사임당 전(傳)-역사 속 신사임당, 그녀는 누구인가』 『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 등이 있다.

정기선 지음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자료적 특성으로 본 계녀가류 규방가사의 주제구현 방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조선의 글 쓰는 여자들』 (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합천 화양동 파평윤씨가 규방가사의 이본 연구」 「『여자가』에 수록된 규방가사와 언간독의 구성과 의미」 「가사 〈오륜가라〉의 창작 목적과 의미」 등이 있다. 현재는 과거의 여성들이 남긴 필사본과 그 안에 담긴 노래를 연구하며, 그 속에 깃든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고 있다.

한효정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성신여자대학교에서 「17세기 전후 양반가 부인의 경제활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조선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공저) 『여성사 한걸음 더』(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조선시대 결송입안 집성』(공역) 『결송유취보 역주』(공역) 등이 있다. 논문으로 「조선후기 양반 여성의 모권(母權)과 입후(立後) 분쟁」 「조선 전기 사망한 남편 재산에 대한 처(妻)의 권한-부부재산제의 관점을 중심으로-」 「조선전기 사족부녀 대송(代訟)의 성격과 소송 양상」 등이 있다.

한상우 지음

아주대학교 사학과 부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조선후기 양반층의 친족 네트워크」로 박사학위를 받고 족보, 호적, 방목 등을 이용한 사회사, 가족사, 역사인구학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 『입양, 조선시대 양반층의 아들 교환』 『조선왕조 호적,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위하여』(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18~19세기 향리 가계의 신분 유지와 상승-대구 달성서씨의 과거 합격자 배출」 「조선후기 족보와 호적 속 兩亂의 흔적–역사인구학 자료로서의 한계와 가능성」 「임진왜란 被擄人과 逃還人들의 흔적을 찾아서–17세기 초 호적으로부터」 등이 있다.

하여주 지음

부산광역시청 시사편찬 연구위원

부산대학교에서 「조선후기 유교 젠더 규범과 양반여성의 대응」으로 한국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시대 사회사, 여성사, 특히 유교 젠더규범의 형성과 수행 등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여성사, 한 걸음 더』(공저) 『지금부터 조선 젠더사』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조선후기 유교 젠더 이데올로기의 심화와 역설: 양반 여성을 중심으로」 「조선후기 양반 여성의 ‘친정살이’와 새로운 생활환경의 모색-진주하씨 묘 출토 한글 편지를 중심으로」 「‘권취신 옥사’로 본 조선후기 유교 이데올로기의 이중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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