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랍 모더니즘 시 운동의 정점 아도니스 대표 시집

다마스쿠스인 미흐야르의 노래

원제 Songs of Mihyar the Damascene

지음 아도니스 | 옮김 황유원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6년 4월 15일 | ISBN 9791167376329

사양 변형판 130x190 · 276쪽 | 가격 17,000원

시리즈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9 | 분야 해외시

수상/선정 프랑스 예술문학훈장 수훈·괴테상·펜-나보코프상 수상 시인

책소개

프랑스 예술문학훈장 수훈 · 괴테상 · 펜/나보코프상 수상 시인
현대 아랍 모더니즘 시 운동의 정점
아도니스 대표 시집 출간

“아랍 세계 최고의 현존 시인”_〈가디언〉
“아랍 근대성의 가장 설득력 있는 대변자이자 탐구자”_에드워드 사이드(문화비평가)

현대 아랍 시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아랍 세계 최고의 현존 시인” 아도니스의 대표 시집 《다마스쿠스인 미흐야르의 노래(Songs of Mihyar the Damascene)》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9번으로 출간됐다.
1961년, 국제적인 도시 베이루트에서 발표된 이 시집은 아랍 세계 모더니즘 시 운동의 정점으로 널리 평가받았으며, 1950년대까지 아랍 시를 지배해온 경직된 형식적 구조로부터의 급진적 탈피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T.S. 엘리엇과 니체 같은 서구의 영향뿐만 아니라 아랍 시의 깊은 전통과 역사까지 끌어온 시인은 아랍 시의 형식과 주제를 전례 없는 방식으로 탁월하게 변형해 문화적·시적 전통에 대한 심오한 재평가를 촉발했다.

전복적이고 해체적이며 자유로운
20세기 아랍 시의 이정표

나는 그들에게 말하리라, 우리는 실망에게 고개 숙이지 않은 채, / 신의 말씀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방주에 오른다고. / 우리의 약속은 죽음, / 우리의 해안은 친밀한 절망,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 우리가 건너는 쇳덩이 같은 물로 얼음같이 차가워진 바다처럼, / 그 바깥쪽 경계를 향해 애써 나아가며, / 우리는 신을 아랑곳하지 않고 떠난다, / 우리는 다른 주님, 새로운 주님을 갈망한다. _‘새로운 노아’에서 (219~220면)

아도니스의 세 번째 시집인 《다마스쿠스인 미흐야르의 노래》는 기존 시학의 틀을 확고히 깨뜨리고 시적 언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아랍 문학계에서 영문학계의 《황무지》나 독문학계의 《두이노의 비가》에 필적하는 위상을 지닌다. (흥미롭게도 시인은 이 시집을 집필하는 동안 《황무지》 번역 작업에도 참여했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159편의 주로 짧은 서정시 연작(첫 6개 장은 ‘시편’으로 시작하며, 마지막 장은 9편의 짧은 ‘애가’ 연작이다)에서 시인은 비서사적 파편들의 연쇄 혹은 소용돌이를 통해 서정시를 ‘나’로부터 해방하고, 자신의 작품 전반에 걸쳐 울려 퍼지는 관심사를 드러낸다. 시집 그 자체의 독창성을 선언하면서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고전이나 꾸란, 성경 등의 원천을 끌어낸다. 환상적인 환희와 강렬한 우울이 공존하는 이 시집은 황폐함과 불모의 세계를 그려내며, 폐허 속에서 부활의 실마리를 찾아 헤맨다.
시집은 전통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뒤집거나 복잡하게 재구성한 재해석으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노아’(217~220면)의 노아는 인류와 신 사이의 언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신이 몰살하려 했던 불신자들과 교감한다. ‘샤드다드’(156~157면)에서는 꾸란에서 회개하지 않는 인류를 상징하는 장소로 언급된 이람이 영웅적인 저항의 중심지가 된다. 시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련의 짧은 애가들에서 시인은 당대 권력자들에 의해 검열당하고 처형된 고전 시인들의 계보를 짚어내며, 그 대열에 자신을 포함한다. 이러한 재해석적 재독은 아도니스의 시와 비평의 특징이다.

내 폐부는 나의 시, 내 두 눈은 나의 책. // 나는 노래하고 죽은 시인, / 말의 겉껍질 아래서 / 번들거리는 거품의 해안에서: / 시인들의 얼굴 아래서, / 새들과 하늘의 여러 끝자락을 위해, / 나는 이 불타버린 애가를 남겼네. _‘첫 번째 세기를 위한 애가’에서 (257~258면)

아도니스의 시적 페르소나
다마스쿠스인 미흐야르

그는 사물들의 물리(物理)다—그는 그것들을 알고, 그것들에게 누설되지 않을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실재이자 그것의 정반대, 삶이자 삶 아닌 것이다. // (…) // 그는 물러섬 없이 부는 바람, 근원으로 돌아가지 않는 물이다. 그는 자신의 형상대로 자기 족속을 창조한다—그에게는 조상이 없으니, 그의 뿌리는 그의 발걸음 속에 있다. _‘시편’에서 (19~20면)

시집의 중심에는 웅장하면서도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인물 ‘미흐야르’가 자리하고 있다. 11세기 이란의 시인 ‘다일람인 미흐야르’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인은 니체의 시적 페르소나인 자라투스트라와의 유사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시집에서 미흐야르는 비정통적인 예언자로, 서정적인 묵시록의 파편들을 읊는다.

내일, 내일 봄의 불길 속에서 / 그대는 알게 되리라, 내가 무리의 도살자임을, / 그대는 알게 되리라, 내가 씨 뿌리는 자임을, / 내일, 내일 그대는 그대 자신의 두 눈으로 나를 보게 되리라. _‘그대의 눈은 나를 보지 못했다’에서 (66면)

미흐야르는 먼지와 황폐함이 가득한 풍경을 가로지른다. 그는 자신이 “모래처럼 무너지고 아연처럼 융해되는 시대, 구름이 ‘구름 떼’라 불리고 금속이 ‘지성’이라 불리는 시대, 복종과 신기루, 우상과 허수아비의 시대, 탐욕의 시대, 영원한 쇠퇴의 시대”(47면)에 살고 있다 한다. 하지만 옛 세상과 그 질서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해도, 그 흔적은 여전히 미히야르의 절제된 리듬과 힘 있는 언어 속에 살아남아 있다.

그는 구름 더미 아래로 나아간다 / 낯선 문자들의 기후 속에서 / 의기소침한 바람들에게 자신의 시를 건네며, / 구리처럼 거칠고 매혹적인, // 돛대 사이로 물결치는 언어여, / 낯선 말들의 기사여. _‘신약’에서 (32면)

“하나의 주제와 수많은 변주”
아름답고 완벽하게 표현된 아랍 시문학의 걸작

이 시집의 세계는 하나의 주제 즉 미흐야르를 중심으로 바람, 구름, 거울, 돌, 불, 깃발, 번개, 눈꺼풀 등과 같이 비교적 적은 수의 명사들로 구축되어 있으나 결코 고정되고 경직된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끊임없이 변주되는 세계다. “사물들의 물리(物理)(19면)인 미흐야르는 변화의 원리인 것이다.

나는 천둥의 돌 / 그리고 사라진 갈림길을 발견하는 신. / 나는 달아나는 구름과 비극적인 비의 눈꺼풀에 / 매달린 깃발. // 나는 홍수와 불처럼 나아가는 자, / 흙먼지와 하늘을 뒤섞는 방랑자. // 나는 번개와 천둥의 혀. _‘천둥의 돌’에서 (58면)

“혁신적이면서도 전통적이고 반종교적이면서도 신화적이며 반항적이면서도 포용적인” 시인 아도니스의 이 ‘노래’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며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아름답고 완벽하게 표현된, 아랍 시문학의 걸작이다.

작가 소개

아도니스 지음

1930년 시리아에서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 이스비르(ʿAlī Aḥmad Saʿīd Isbir)로 태어났다. 1950년대부터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였으며, 아랍 전통 정형시 ‘까시다’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과 주제, 일상 언어를 시에 도입한 그의 과감한 시도는 현대 아랍 시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시리아에서 진보 정당 활동을 했으나 정치적 이상이 좌절된 뒤 레바논으로 이주했고, 이후 레바논 내전을 피해 프랑스 파리로 망명하여 1985년부터 현재까지 파리에서 살고 있다. 1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저서에는 《재와 장미 사이의 시간》(1970), 《포위된 성의 책》(1985), 3권으로 구성된 《책》(1995~2002), 《예루살렘 협주곡》(2012), 비평서 《아랍 시학 입문》(1985), 《수피즘과 초현실주의》(1995), 《폭력과 이슬람: 후리아 압델우아헤드와의 대화》(2016) 등이 있다. 오비디우스와 생장 페르스 등 여러 시인의 작품을 아랍어로 번역했고, 프랑스 예술문학훈장, 괴테상, 펜/나보코프상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으며, 몇 년째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하나로 꼽히고 있다.

황유원 옮김

시인이자 번역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노작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일요일의 예술가》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세상의 모든 최대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모비 딕》 《폭풍의 언덕》 《바닷가에서》 《길을 찾는 책 도덕경》 《패터슨》 《에로스, 달콤씁쓸한》 《밥 딜런: 시가 된노래들 1961-2012》(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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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폐허가 된 세계, 신은 죽었다…우리가 끝없이 방랑하는 이유
아도니스(96)의 시는 폐허 위를 떠도는 방랑자의 노래다. 파괴된 몸과 광기에 찬 언어로 간절히 기도하는 그의 시는 장대하고도 비참한 신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시리아 태생으로 현대 아랍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아도니스의 본명은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 이스비르다. 그의 시집 ‘다마스쿠스인 미흐야르의 노래’가 시인 황유원을 통해 한국어로 옮겨졌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향인 시리아를 떠나 레바논으로 이주했던 아도니스는 1985년 이후 레바논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현재까지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평론과 번역도 활발히 했던 아랍계 문호로 최근 몇 년 동안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나는 나의 심연을 짊어지고 걷는다. 끝나는 길들을 지워버리고, 하늘만큼 길고 대지만큼 드넓은 길들을 시작하게 하며, 발걸음마다 적을 창조한다, 내게 걸맞은 적을. 심연은 나의 베개, 폐허는 나의 중재자./ 정녕, 나는 죽음이다.”(‘시편’ 부분)

심연이란 발을 디딜 바닥이 없는 공간이다. 바닥이 없는 곳에서 우리는 존재의 근거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방랑자는 그 ‘근거 없음’을 근거로 삼아 발걸음을 내디딘다. 마주치는 것은 오직 적과 폐허뿐. 하지만 슬퍼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대에 대한 반론이다.”(같은 시) 부정을 동력 삼아 세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한다. ‘다마스쿠스인 미흐야르의 노래’는 아도니스의 세 번째 시집으로 1961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표됐다. 아랍의 전통 정형시 형식에서 벗어난 대담하고 자유로운 구조를 통해 아랍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된다.

“어느 신이 죽었다, 그는 떨어졌다/ 저 너머에서, 하늘의 두개골에서.// 어쩌면 공포와 파괴 속에서,/ 절망의 한복판에서, 황야에서,/ 나의 심연에서 그 신은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왜냐하면 대지는 나의 침상이자 신부이기에,/ 세상 자체가 고개 숙여 절하기에.”(‘어느 신이 죽었다……’ 전문)

신의 죽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절망이다. 아도니스는 시집에서 ‘죽은 신’을 반복적으로 찾는다. 이는 분명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영향이다. 신은 죽을 수 있는가. 신의 죽음 이후 인간은 무엇에 기대야 하는가. 신이 죽었다는 선언은 단순히 종교와 신학의 종언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와 시간의 방향 자체를 없애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원문을 살펴봐야겠지만, ‘어느 신’이라는 표현도 하나의 징후로 읽힌다. 신은 전지전능한 동시에 유일한 존재다. 그러나 그 앞에 ‘어느’라는 관형사가 붙는 순간 그 의미는 완전히 퇴색된다. 그저 많은 신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니까. 그러므로 그 신은 ‘나의 심연’에서 일어날 수 있다. 신의 죽음 이후 내가 기댈 곳은 오직 나 자신이다.

“설령 그대가 돌아간다고 해도, 오디세우스여, 설령 그 먼 곳들이 그대를 가두기 시작하고/ 그 증거가 그대의 비극적인 얼굴에/ 혹은 그대의 은밀한 두려움에/ 불길로 새겨진다 해도,/ 그대는 여전히 떠남의 역사일 것이다,/ 여전히 기약 없는 땅에 남을 것이다,/ 여전히 돌아갈 곳 없는 땅에 남을 것이다,”(‘돌아갈 곳 없는 땅’ 부분)

방랑은 오디세우스의 운명이자 시인의 운명이고 동시에 인간의 운명이다. 오디세우스가 그리던 고향 이타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오디세우스가 기대했던 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머물러 쉴 곳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떠남’만이 영원하다. 방랑자의 운명을 안고 시인은 자연을 향해 명령한다. 익숙한 모든 걸 파괴하라고.

“너 어디 있느냐, 천둥이여, 홍수의 전령이여? 우리의 성소들을 폭풍처럼 덮쳐라. 우리가 성스럽게 여기는 모든 것을 덮쳐라. … 공기처럼 수척한 나라여, 소금 덩이들이여, 책의 재로 피부를 물들인 그대여, 백발의 군인이여, 나의 조국이여 —/ 나는 너를 내 안에서 걷게 하고, 너를 내 발걸음과 함께 신음하게 한다. 탄식하라, 고독한 자여, 나처럼 탄식하라, 골반이 부서진 채로, 절망 속에서 탄식하라.”(‘첫 번째 세기를 위한 애가’ 부분)


서울신문 오경진 기자
삶의 겉껍질을 불태우는 詩… “현존 최고의 아랍시인” 대표작
“현존하는 최고의 아랍 시인”으로 불리며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아도니스의 대표 시집이 출간됐다. 1930년 시리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20대에 정치범으로 옥고를 치른 뒤 레바논으로 망명했고, 이후 레바논 내전을 겪고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1961년 발표된 시집은 아랍의 정형시 전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혁신적인 언어로 아랍 문학계에 충격을 던졌다. 7개의 장, 159편의 짧은 서정시가 느슨하게 이어진다. 성경과 쿠란, 그리스 신화와 아랍 고전을 두루 끌어오지만, 이를 전복하고 재해석해 자신만의 신화를 써 내려간다.
시집에는 폐허와 새벽, 바람과 돌, 흙먼지, 추방과 탄생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 중심엔 시적 페르소나, ‘미흐야르’가 있다. 미흐야르는 예언자이자 혁명가, 유랑자이자 창조자다. “익숙한 별들의 세상을 집어삼키는 불”이자, “우리 내면의 삶의 겉껍질을 불태우는” 존재다.
아도니스는 “미흐야르는 미래의 아랍인에 대한 나의 비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집은 낡은 신과 이념, 전통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새로 쓰려는 인간, 자유로운 인간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 “나는 피난처를 찾는다/세상의 가장자리에서/시작되는 세상을 찾는다.”


조선일보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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