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매혹의 도시 상하이에 깊고도 슬픈 사랑의 시간이 흐른다

장한가 2권

미스 상하이의 눈물

원제 長恨歌

지음 왕안이(王安憶) | 옮김 유병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09년 10월 4일 | ISBN 9788956603179

사양 변형판 140x200 · 328쪽 | 가격 12,000원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상하이 반세기의 격변과 슬픔을 그린
중국 당대문학의 최고 걸작!

제5회 마오둔(茅盾)문학상 수상작
제4회 상해문학예술상·10대 우수도서상 수상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 1위
아주주간(亞洲週刊) 추천 선정

‘21세기의 장아이링(張愛玲)’으로 불리며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왕안이(王安憶)의 대표작이자 다수의 문학상 수상으로 중국 당대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소설 《장한가》가 드디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다(은행나무 刊).
제5회 마오둔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중국시보(中國時報)〉 선정 10대 우수도서상(1996), 제4회 상해문학예술상(1998),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문학작품상(1999) 등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장한가》는 최근엔 홍콩의 〈아주주간(亞洲週刊)〉이 추천한 ‘20세기 중국소설 100강(强)’에 루쉰(魯迅)의 《아큐정전(阿Q正傳)》 선총원(沈從文)의 《변성(邊城)》 장아이링(張愛玲)의 《경성지련(傾城之戀)》과 함께 랭킹의 앞머리를 장식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작품은 ‘동양의 파리’로 불리는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반세기 삶을 추적한 장편서사로, 중국에서만 판매부수 50만부를 기록하고, 영화와 TV 드라마, 연극, 발레극으로 만들어져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인정받은 중국 최고의 화제작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에 대한 토포필리아 혹은 상하이 노스탤지어

“소설이란 인물을 쓰지만 인물에게는 배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듯, 왕안이는 작품 속에서 늘 배경을 중시해왔다.
난징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한 살 때부터 상하이로 이주하여 청소년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줄곧 상하이에서 살아온 작가는 그야말로 상하이 토박이라 할 수 있다. 그녀 소설의 무대가 대부분 상하이인 것도 이에서 연유한 것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소위 ‘상하이 노스탤지어(Nostalgia)’라는 것이 존재한다. 1940년대 화려했던 그 시절의 상하이는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로 옮겨졌는데, 국내에 소개된 영화 《색·계》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장아이링(張愛玲)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잇는 왕안이의 《장한가》 또한 그 시절의 상하이라는 공간 축과 미스 상하이 왕치야오의 40여년의 삶을 시간 축으로 한 여인의 인생과 사랑을 그려낸 ‘상하이 노스탤지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장한가》 이후의 작품에서도 소설의 배경으로 상하이를 선택한 것이 많다. 이것은 그녀의 상하이에 대한 토포필리아(Topophilia, 장소애)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장한가》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작가의 본의는 어디까지나 장소가 아닌 사람에 있다. 그동안 《장한가》는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며 수많은 새로운 해석이 가해졌지만, 작가는 사람에게 운명적으로 부여된 시간과 공간에 몸을 기탁하고 살아가는 삶의 생동성에 집중함으로써 공간의 커튼 뒤에 숨겨진 사건들을 작품 속에 재현해낸다.

“내 본의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사람들은 운명적으로 부여된 시간과 공간에 몸을 기탁하고 살기 마련인데, 그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는가 하는 것이 바로 삶의 생동성이다. 그러므로 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때때로 큰 호기심을 느꼈고 이리 저리 움직이고 변화하는 이 시간과 공간 속에 아주 강한 희극성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상하이의 골목, 우챠오(鄔橋)의 강 마을, 웨이웨이(薇薇)의 시대를 묘사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골목, 소시민의 생명

《장한가》는 장대한 상하이의 풍경인 골목 묘사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골목’을 하나의 장으로 독립시킬 정도로 이 작품의 무대이며 상하이 시민의 대표적인 거주공간인 골목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와 톨스토이의 창작수법을 원용한 것으로, 주제로 진입하기 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그 배경을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장한가》에서 골목은 단순한 배경 그 이상의 의미로, 상하이라는 도시의 생명이자 근거이며, 도시가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초인 것이다.
작가는 “지금 상하이의 골목은 붕괴되어 가고 있음에도 《장한가》에서 골목을 화려하게 그린 이유는, 골목은 상하이의 전형적인 거주지인 동시에 왕치야오와 같은 중류 가정 사람들이 주로 생활하고 있는 공간으로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소시민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골목의 정신을 그려내는 동시에 변화하고 발전하는 도시 상하이 속에서 어떤 불편의 존재인, 골목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소시민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상하이라는 도시에서 있어서 골목은 소시민과 일체인 것이다. 상하이의 골목에는 각각 다른 표정이나 소리가 있고, 소시민의 생활 속에서 소시민과 함께 감동을 공유한다.

“상하이의 골목은 성(性)적 매력이 있다. 마치 살갗에서 느껴지는 친근감이 있는 듯하다. 손을 대면 느낄 수 있는 냉기와 온기가 있으며,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또 알 수 있어 다소 사사로운 정감을 지닌다.” -중에서

왕치야오, 상하이의 상징

‘골목’에서 시작된 배경 묘사는 이내 ‘풍문’, ‘규방’, ‘비둘기’를 거쳐 주인공인 ‘왕치야오’에게로 옮겨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장에서 묘사하는 왕치야오는 고유명사가 아닌 상하이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상하이 골목의 여자아이며 상하이의 분위기라는 점이다. 왕치야오가 ‘전형적인 상하이 골목의 아가씨’라는 의미는 동시에 그녀가 ‘도시의 은유로서의 여성’이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됨을 뜻한다. 따라서 작품속의 왕치야오는 상하이 그 자체, 즉 작가의 마음속 상하이인 동시에 큰 목표를 세우고 타협하지 않으며 눈앞에 길이 없어도 살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왕치야오는 상하이 골목에 살고 있는 전형적인 계집애이다. 매일 아침 뒷골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알록달록한 책가방을 들고 나오는 아이가 바로 왕치야오이고, 오후가 되면 이웃에서 흘러나오는 유성기 소리를 따라를 흥얼거리는 계집애도 바로 왕치야오이다. (중략) 상하이의 골목은 언제나 소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 모습의 이름을 왕치야오라 부른다. 이 모습은 다소 우아하며 오를 수 없을 만큼 높지도 않아 다가가기 쉽고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중에서

따라서 《장한가》는 일견 상하이 골목에 사는 주인공 왕치야오의 일생을 그린 듯하지만, 작가는 왕치야오를 상하이 골목의 상징으로 삼아 반세기에 걸친 도시 상하이의 변천을 그려낸다. 따라서 각 시대의 상하이 모습은 왕치야오의 인생과 궤를 함께한다. 즉 60년대 청 선생의 죽음은 왕치야오에게 있어 동시대의 이해자의 소실, 즉 새로운 시대를 혼자 살아내야 하는 시작을 의미한다. 40년대 옛 시대의 상하이 아가씨였던 왕치야오는 80년대에 들어서는 어린 연인에게 사랑을 거부당하고, 종국에는 예상치 못한 죽임을 당한다. 상하이라는 도시는 왕치야오에게 있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장소였지만, 왕치야오는 현재의 상하이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없었던 것이다. 90년대를 향하는 시대, 상하이도 옛 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 변혁을 경험하고, 왕치야오도, 상하이 소시민의 상징이자 상하이의 형상이었던 골목도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상징으로서 점점 무너져가게 된다.

“명칭만 달랐지 둘 다 ‘이 도시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좋아했던 것이다. 한 사람은 깨어 있는 사랑이었고, 한 사람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잠꼬대 같은 사랑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정도는 같았다. 모두 온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했다.”
- 중에서

가파르고 생경한 언어와 유려하고 감칠맛 나는 필치로, 요동치는 중국 현대사의 회오리 속에서 변모해가는 상하이의 풍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을 한 폭의 세밀화처럼 그려낸 이 작품은 시대의 변화 속에 유폐된 도시인의 결핍과 인간 본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지닌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 소개

왕안이(王安憶) 지음

1954년 장쑤성(江蘇城) 난징(南京) 출생. 1977년부터 창작활동을 시작해 소설집 《흘러가다》, 장편소설 《장한가》 등을 발표해 전국우수중편소설상(1982), 제1회 당대 중국여성창작상(1998)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색·계》의 작가 장아이링(張愛玲)의 뒤를 잇는 중국 당대문학의 대표 여성작가로 주목받으며, 2000년 전국 100명의 비평가가 추천한 ‘90년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2001년에는 말레이시아 〈Sin Chew Daily(星洲日報)〉(말레이시아 중국어 신문)으로부터 ‘가장 걸출한 중국어 작가’의 칭호를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편 《구두수리공의 사랑》이 중국소설학회가 뽑은 2008 ‘가장 좋은 중편소설 1위’에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다.

연극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왕샤오핑(王嘯平)과 저명한 소설가인 루즈쥐엔(茹志鵑)의 딸로, 어머니 루즈쥐엔의 소개로 <아동시대>라는 잡지사에서 근무하면서 아동문학을 창작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본격 문학수업을 받은 건 1980년 북경 중국작가협회 문학강습소에 입학하면서부터로, 장쯔롱(張子龍), 이에원링(葉文玲), 천꾸어카이(陳國凱), 장항항(張抗抗), 주린(竹林), 꾸화(古華), 천스쉬(陳世旭) 등은 그녀의 문학 수업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왕안이의 소설은 대체로 사회적 지위도 명성도 없고,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평범하지 않은 경험과 감정을 찾아내 예술로 표현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일종의 관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데,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일종의 ‘영웅성’을 부여함으로써 아름답고 선량하게 표현해내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섬세하고도 뛰어난 이해력으로 이야기의 미묘한 분위기 전개 및 인물의 심리변화 통제에 주력한다.
그녀의 작품이 말하는 것은 대개 일상적인 이야기와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이지만, 정작 그 배후에는 강대하고 인자한 자연의 법칙이 숨겨져 있다. 특히 인성과 인간의 생존태도 그리고 세계의 본바탕에 대한 그녀의 깊은 관심은 작품에 가치를 더한다.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여성의 온화함과, 신중하고도 자기반성적인 관념의 품격이 나타나는데, 이는 췐리췬의 평처럼 “당국의 감시를 피하며 할 말 다하는 작가”라는 그녀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상하이작가협회 주석,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했으며, 현재 푸단(復旦)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황산의 사랑〉 〈작은 성의 사랑〉 〈금수곡의 사랑〉으로 구성된 연애 3부작 《삼련(三戀)》을 비롯해 《비, 쏴쏴쏴》 《흘러가는 것》《포씨네 마을》 등의 소설집과 《69회 중학생》 《황하의 옛 물길 사람》 《유수 30장》 《계몽시대》 등 장편소설이 있다.

유병례 옮김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시인의 죽음》 《선택》 《중국시학의 이해》 《중국문학이론 비평사》(공역)가 있고, 저서로 《백거이 평전 – 세속의 욕망과 그 달관의 노래》 《당시, 황금빛 서정》 《송사, 노래하는 시》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백거이 장한가의 주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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