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수상작

영국 남자의 문제

원제 The Finkler Question

지음 하워드 제이콥슨 | 옮김 윤정숙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2년 5월 16일 | ISBN 9788956606200

사양 변형판 150x210 · 452쪽 | 가격 14,000원

분야 국외소설

수상/선정 2010년 영국 부커상 수상작

책소개

”남자들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경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수상작
2010년 아마존 영국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
<가디언>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텔레그래프> <글로브 앤 메일> 등 선정 올해의 책
영국 내 25만부 이상 판매, 전 세계 31개국 판권 계약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사랑과 상실, 정체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매혹적으로 파고드는 하워드 제이콥슨의 장편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은행나무 刊)는 보기 드문 문학적 성취를 이룬 뛰어난 작품이다. 2010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2010년 영국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 Top 10을 비롯해 <가디언>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텔레그래프> <글로브 앤 메일> 등에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지금까지 영국 내에서만 25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전 세계 31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다.

당시 부커상 수상작 후보에는 살만 루시디, 이완 맥큐언, 마틴 에이미스와 같은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올라 있었지만 이 책이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데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심사위원장인 앤드루 모션은 “《영국 남자의 문제》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 작품이 최고였기 때문이다(Because it was the best book.)”라고 설명하며, “하워드 제이콥슨이 이제야 수상하게 된 것이 정말로 놀라우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콥슨은 부커상을 수상할 당시 68세로, 69세에 수상한 윌리엄 골딩과 더불어 최고령 부커상 수상작가이다.)

 

웃음과 눈물은 동전의 양면 – 부커상 수상작 중 최초의 유머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의 수상은 그동안 평가절하되었던 제이콥슨이 수면으로 부상하는 계기이자, 부커상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43년 이래 ‘유머러스한 소설’이 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유머소설은 가볍다’라는 통념 아래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던 웃음의 가치가 재고되는 계기이며, 우리 사회 안에서 웃음이 차지하는 지위가 바뀐 만큼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부커상의 변화를 보여줄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웃음과 눈물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나는 ‘유대인다움’(핑클러다움)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상실과 사랑,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희극과 비극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을, 그 둘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하워드 제이콥슨의 인터뷰 중

밀란 쿤데라는 1985년 예루살렘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은 신의 웃음에서 탄생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은 전해 내려오지 않는) 희극론에서 “웃음은 진리를 나르는 수레”라고 했다. 이 책의 작가 제이콥슨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위트와 유머야말로 문학의 백미이자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을 통해 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국 남자의 문제》를 읽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하워드 제이콥슨은 현존하는 작가들 중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고 평했듯이, 이 작품 곳곳에는 ‘눈물과 연결되어 있는’, 삶의 애잔함이 녹아있는 달콤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언어유희와 지적인 위트, 재치가 돋보이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상실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 –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제이콥슨의 웃음이 눈물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눈물은 무엇에 대한 눈물일까. 소설은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두 남자와 이들을 부러워하는 한 남자를 등장시켜 사랑과 상실이라는 화두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각자 아내와 사별한 샘과 리보르, 그리고 아무것도 상실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불행한 삶을 사는 줄리언. ‘사랑의 상실’이라는 비극을 그 누구보다도 갈망하는 줄리언이 그런 비극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행복을 모르는 쪽이 나았을까?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나았을까? 그래야 슬퍼할 것이 적을 테니. 트레스러브가 종종 혼자임을 깨닫는 것도 그래서였을까? 빼앗겼을 때 느끼게 될 감정들이 두려운 나머지 누군가와 짝이 되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그런 행복이 오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던 걸까?“ – 27쪽

차마 잃어버릴까 봐 가질 수 없는 것.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큰 나머지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실이 곧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결국 줄리언이 열망하는 것은 상실이라는 비극 그 자체가 아니라 상실이 약속하고 있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인 셈이다.

 

속하거나 속하지 않거나 – 정체성과 경계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

샘과 리보르의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줄리언은 리보르와 샘을 ‘우리’라는 집단으로 묶어주는 유대적 정체성을 부러워하며 모든 유대인을 ‘핑클러’(샘 핑클러의 성)라고 지칭한다. 희극적 인생에서 비극을 좇는 인물인 줄리언은 어느 날 밤 바이올린 가게 앞에서 어떤 여자에게 금품을 털리는 우스꽝스럽고도 치욕적인 일을 당한다. 이 사건은 그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계기가 되고, 그는 언젠가부터 ‘핑클러’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핑클러다움’에 대한 강한 열망을 품게 된다.

핑클러가 되고 싶어 하는 줄리언과 달리, ‘부끄러운 유대인들’이라는 반유대주의 모임을 만든 샘 핑클러는 자신을 구속하는 ‘핑클러다움’에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또한 유대인을 둘러싼 온갖 첨예한 분쟁에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는 리보르는 자신에게 뿌리박혀 있는 핑클러다움을 강렬하게 증오한다.

“아, 당신은 비밀을 누설했어요. 유대인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 건 당신이에요. 머릿속에서 우리를 차별한 건 당신이에요. 우리는 다른 사람처럼 시가를 피울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노란 별’의 사고방식을 지녔어요, 리보르.” - 318쪽

세 남자는 모두 어딘가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서 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근본적인 고독과 혼란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핑클러다움’, 즉 유대적 정체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메타포일 뿐, 소설은 가족과 사회, 믿음, 문화, 관계, 그리고 휴머니즘에 관한 거대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자는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이 애잔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 줄거리 ◈

소설은 런던에 사는 세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외모는 준수하지만 직장에서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늘 실패만 거듭하는 줄리언 트레스러브, TV에 자주 출연하는 대중 철학자 샘 핑클러, 체코 국적의 연예부 기자 출신으로 최근에 부인과 사별한 리보르 세프치크. 학교 동창이자 은근한 라이벌인 줄리언과 샘은 고등학교 때 은사인 리보르와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다. 줄리언이 부러워하는, 샘과 리보르의 공통점은 둘 다 유대인이고, 사랑하던 부인과 사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인생 말년에 접어든 리보르는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 말키를 늘 추억하며 가슴 아프고도 달콤한 상실을 끝없이 되새기고, 줄리언은 그런 리보르를 질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헤프지바라는 풍만하고 자애로운 느낌의 유대인 여성을 만난 줄리언은 생애 처음으로 비극이 아닌,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는 사랑을 예감하고 그녀의 세계에 편입되기를 바란다. 한편 잃어버린 말키의 자리를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었던 리보르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애도를 마무리하고, 이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돌아가던 줄리언과 헤프지바, 샘의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 이 책에 쏟아진 해외 언론의 격찬 ◈

“정말 웅장하다… 위대하고도 위대한 작가.”

_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새로운 명작의 탄생. 제이콥슨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세계와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날카로운 통찰에 경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_<타임스>

“영어로 쓰인 작품 중 가장 위트 있고, 가장 통렬하며, 지적이고 코믹한 작품.”

_<스콧츠맨>

“위트와 따뜻함, 지성, 인간적인 감성과 이해심으로 가득한 작품.”

_<옵저버>


작가 소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 1942년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고 케임브리지대학교의 F. R. 레비스 교수 밑에서 영문학을 수학했다. 시드니대학교와 케임브리지의 셀윈칼리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울버햄튼 폴리테크닉대학교 강의에서 영감을 얻어 데뷔작 《Coming From Behind(뒤에서 다가오는)》을 발표했다. 《Who’s Sorry Now?(지금은 누가 미안하지?)》(2002)와 《Kalooki Nights(칼루키 나이츠)》(2006)로 부커상에 두 번 노미네이트되었고, 이외에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The Act of Love(사랑의 행위)》와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상 유머 소설 부문 수상작인 《The Mighty Walzer(마이티 왈처)》 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매주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하워드 제이콥슨의 다른 책들

윤정숙 옮김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클립스》《브레이킹 던》《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경청의 힘》《어플루엔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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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국민일보 [책과 삶]중년 영국 남자들의 사랑·상실·우정…달콤 씁쓸한 삶에 대하여
[책과 삶]중년 영국 남자들의 사랑·상실·우정…달콤 씁쓸한 삶에 대하여윤성노 기자 ysn04@kyunghyang.com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지음·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452쪽 | 1만4000원

하워드 제이콥슨의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 부커상’ 2010년 수상작이다. 원제는 ‘The Finkler Question(핑클러 문제)’이다. ‘핑클러’라는 단어는 작가가 소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샘 핑클러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샘 핑클러는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을 싫어하는 40대 후반의 사내다. 또한 샘 핑클러는 사별한 부인에게 애틋한 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여자 저 여자를 전전하는 홀아비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핑클러’를 유대인의 대용어로 쓰고 있지만, 사실 ‘핑클러’라는 단어에는 샘 핑클러가 처한 상황이 뭉뚱그려져 있다. 유대인이면서도 유대인이고 싶지 않은, 부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찾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계인’으로 사는 중년 영국 남자들을 지칭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은 영국에 사는 ‘유대인’ 문제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지만, 40대 후반 ‘영국 남자’들의 종교와 인종, 가족과 사회, 우정과 배신 등을 종합적으로 그리고 있다. 옮긴이가 소설의 제목을 ‘핑클러 문제’가 아닌 ‘영국 남자의 문제’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영국 런던에 세 남자가 산다. 브래드 피트를 닮은 준수한 외모이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늘 실패만 하는 줄리언 트레스러브, 그의 학교 동창이자 라이벌인 대중 철학자 샘 핑클러, 그 둘의 선생님이었고 체코 국적을 가진 아흔 살의 리보르 세프치크. 셋은 모두 홀아비다. 아내와 사별한 핑클러와 세프치크와는 달리 트레스러브는 자신의 아들 하나씩을 낳은 두 부인과 헤어져 혼자 산다. 세 사내는 또 직장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트레스러브는 BBC에 입사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 뒤 이런저런 잡일을 하며 산다. 핑클러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자기계발서를 써 유명세를 탄 대중 철학자로 집필 활동과 반유대단체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세프치크는 부인과 사별한 뒤 홀로 칩거하고 있다.


어느 날 밤, 트레스러브는 길거리에서 여자에게 금품을 털린다. 금품을 턴 여자는 그에게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긴다. “유 주….” 그녀가 말한 ‘주’가 자신의 이름인 줄리언을 부르다 만 것인가, 아니면 그를 유대인(Jew)이라고 불렀거나 혹은 유대인이라고 비난한 것인가. 그 여자의 말은, 유대인이 아닌 트레스러브에게 ‘유대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유대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친구인 핑클러와 선생님 세프치크는 모두 유대인이지 않은가.

그는 유대인이 되려는 욕망으로 유대말인 이디시어를 공부하고 유대인 여자에게 집착한다. 트레스러브가 핑클러의 부인과 불륜을 맺은 것도 유대인 여자에 대한 집착이었다. 질투하고 시기하며 때로는 무심하기도 한 세 사람의 ‘위태로운 우정’ 사이에 유대인 여성 헤프지바가 끼어든다. 작가는 헤프지바와 세 남자의 관계를 통해 유대인 문제와 중년 영국 남자들의 문제를 풀어나간다.

작가 하워드 제이콥슨은 “유대인다움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상실과 사랑,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며 “희극과 비극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을, 그 둘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무거운 주제를 전혀 무겁지 않게 끌어가는 <영국 남자의 문제>는 평자들에게 ‘43년 부커상 최초의 유머소설’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동아일보 [새로 나온 책]영국 남자의 문제 外
○ 문학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지음·은행나무)=영국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유대인과 비유대인인 중년 남성들이 서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2010년 맨부커상 수상작. 1만4000원.

한국일보 자아 허약·상실, 자기애 빠진 세 남자 속 현대인의 모습이…
자아 허약·상실, 자기애 빠진 세 남자 속 현대인의 모습이…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지음·윤정숙 옮김
/은행나무 발행·452쪽·1만4,000원

세 영국 남자가 있다. 줄리언 트레스러브.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자였다가 점점 인생의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젠 유명인 대역 배우로 살아가는 마흔아홉의 독신남. 샘 핑클러. 트레스러브의 동창으로 잘 나가는 대중철학자다. 그리고 두 사람의 스승인 리보르 세프치크. 소싯적 할리우드 연예 담당 기자로 주가를 올렸던 80대 노인이다. 깊고도 미묘한 친분 관계인 이들이 영국 소설가 하워드 제이콥슨(70ㆍ사진)이 재작년 발표한 이 소설의 중심인물이다.

리보르와 샘은 공통점이 있다. 유대인이고 부인과 사별한 홀아비다. 차이점도 있는데 샘은 유대인이면서도 반(反)유대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리보르는 유대주의와 이스라엘을 옹호한다. 반면 줄리언(작중 주인공으로 봐도 무방한 인물이다)은 비유대인이며 여러 여자와 짧은 동거를 거듭했지만 결혼한 적은 없다. 그는 사회적 명성, 경제적 부, 뛰어난 지성을 갖춘 두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들의 탁월함이 유대계라는 혈통적 인자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줄리언은 그래서 유대인이 되고 싶어한다. 노상강도를 만난 불운한 사고가 그에게 헛된 바람을 실현해 보겠다는 의지를 품게 한다. 창졸간에 들은 협박의 말이 \\\"You Jewels(가진 거 내놔)\\\"였을 거라 상식적으로 판단하던 그는 점차 그 말이 \\\"You Jew(당신은 유대인이야)\\\"였다고 믿기 시작한다. 이는 사람들 눈에 자신이 유대인처럼 보인다는 근거 박약한 확신으로 이어진다. 그는 리보르의 친척인 풍만한 유대 여성 헤프지바와 교제하는 것으로 정체성 전환에 착수한다.

샘은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유대인 명사들의 모임에 가담한다. 그가 철학이 아니라 출세 욕구에 이끌려 모임 회원이 됐다는 것은 머잖아 드러난다. 유명 인사들의 참여가 저조해지자 그는 활동을 계속할지 고민하고, 진심이 아니라 남의 시선을 의식하다가 결국 자가당착적 언행으로 궁지에 몰린다. 한편 리보르는 아내의 죽음이 가져온 상실감에 젖는다. 그 슬픔은 과도한 것이어서 옛 연인의 손자가 반유대주의자들의 무지비한 폭력 때문에 실명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동정을 표하지 못할 정도다.

줄리언의 자아는 허약하고, 샘은 진실된 자기를 잃었다. 리보르는 자기애에 빠졌다. 진정한 내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삶은 리보르가 투신자살을 감행하면서 밑바닥부터 흔들린다. 문제적인 세 남자의 모습이 제각기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을 섬세하게 비춘다. 유대인(사회)을 소재로 그에 관한 농담을 쉼 없이 구사하는 이 소설이 특정 부류를 넘어 모두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이렇다.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2010년 수상작.

한겨레 5월 14일 새 책
영국 남자의 문제
유머 소설로는 처음으로 2010년 영국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 런던에 사는 세 남자를 통해 나이 들고 살아간다는 것, 사랑과 상실, 민족간 갈등, 인간애를 다룬다. 달콤씁쓸한 웃음에 버무려 전해지는 삶의 씁쓸함이 일품이다.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윤정숙 옮김/은행나무·1만4000원.
내일신문 [새책마당] 영국 남자의 문제
[새책마당] 영국 남자의 문제
2012-05-11 오후 2:41:58 게재

은행나무/하워드 제이콥슨 지음/윤정숙 옮김/1만4000원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사랑과 상실, 정체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매혹적으로 파고드는 하워드 제이콥슨의 장편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는 보기드문 문학적 성취를 이룬 뛰어난 작품이다.

2010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가디언\\\',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 책의 부커상 수상은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제이콥슨이 수면으로 부상하는 계기이자, 부커상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 책은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웃음과 눈물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연합뉴스 <문학신간> \\\'은마\\\' 외
▲영국 남자의 문제 =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유머소설로는 43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 부커상을 받은 작품. 2010년 아마존 최고 소설 10선에도 뽑혔다.

외모는 준수하지만 직장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실패만 거듭하는 줄리언은 TV에 자주 출연하는 대중철학자 친구 샘과 연예부 기자 출신인 체코 국적의 은사 리보르를 부러워한다. 공통점은 둘 다 유대인이고 부인과 사별했다는 것.

그러던 중 줄리언은 충만하고 자애로운 느낌의 유대인 여성을 만나 행복감에 떨고 리보르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아내를 향한 애도를 마무리한다.

그동안 가볍다는 통념 때문에 평가절하돼온 제이콥슨이 칠순에 이르러 이 한 편으로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은행나무. 452쪽. 1만4천원.
독서신문 지금 나는 어디에, 제이콥슨 \\\'영국 남자의 문제\\\'
영국 남자의 문제



\\\'영국 남자의 문제\\\'는 웃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사랑과 상실, 정체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파고든다. 작품 곳곳에 삶의 애잔함이 녹아있는 달콤씁쓸한 언어유희와 지적인 위트,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자리한다.

\\\'행복을 모르는 쪽이 나았을까?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나았을까?\\\' (27쪽)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두 남자와 이들을 부러워하는 한 남자를 등장시켜 사랑과 상실이라는 화두를 동시에 던진다. 각자 아내와 사별한 \\\'샘\\\'과 \\\'리보르\\\', 그리고 아무것도 상실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불행한 삶은 사는 \\\'줄리언\\\'이 나온다.

\\\'샘\\\'과 \\\'리보르\\\'는 유대인이면서 유대인을 부끄러워한다. 반면 \\\'줄리언\\\'은 유대인의 정체성을 부러워하는 인물이다. 세 남자는 모두 어딘가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근본적인 고독과 혼란을 보여준다.

\\\"웃음은 진리를 나르는 수레.\\\" (희극론, 아리스토텔레스)

작가는 \\\'유대인\\\'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가족과 사회, 믿음, 문화, 관계, 그리고 휴머니즘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의 끝에 읽은이도 묻게 된다.

■ 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452쪽 | 14,000원


교보문고 북뉴스 눈에 띄는 책
영국 남자의 문제』43년 부커상 사상 최초의 유머 소설
2012.05.15조회 195



한국 남자의 문제와 영국 남자의 문제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제목만으로도 군침 도는 『영국 남자의 문제』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역사 43년 이래 수상작으로 선정된 최초의 유머소설로 화제를 모았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저자 하워드 제이콥슨이 독자를 웃기고 울리며 사랑과 상실, 정체성이라는 보편의 주제에 깊숙이 손을 댔다.

하워드 제이콥슨이 2010년 맨부커상을 받은 당시 나이가 68세였다. 윌리엄 골딩과 더불어 최고령 부커상 수상작가로 기록됐을뿐 아니라 그간 평가절하됐던 제이콥슨의 솜씨가, 웃음의 가치가 인정 받은 모처럼의 사건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대인다움(핑클러다움)’이라는 메타포를 깔고 남자들의 상실과 사랑, 경계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휴머니즘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아내와 사별한 리보르, 여자관계가 늘 꽝인 줄리언,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대중철학자 샘, 이렇게 세 남자가 주인공들이다. 런던 한복판의 리보르 아파트에 모인 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세 남자는 고독과 혼란을 드러낸다. 사랑의 상실을 겪는 남자들과 잃어버릴까 봐 아예 시작조차 못하면서 오히려 그런 비극을 갈망하는 한 남자의 아이러니가 달콤쌉싸름한 웃음을 자아낸다.

l 유지영 (교보문고 북뉴스)
jygetz@kyobobook.co.kr

프레시안 유대인이 문제? 결국 남자가 문제야!
[프레시안 books] 하워드 제이콥슨의 <영국 남자의 문제>
이원열 번역가•뮤지션 필자의 다른 기사기사입력 2012-05-25 오후 6:17:55
헤밍웨이의 첫 장편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를 여섯 자로 요약하면? \\\"내가 고자라니!\\\" 조금 더 길게 요약해 보면? \\\"내가 고자라니! 술 좋아 투우 좋아 유대인 싫어.\\\"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로선 대체 \\\'유대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헤밍웨이가 여과 없이 쏟아낸 반 유대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헤밍웨이가 반 유대 감정의 원조인 것은 결코 아니다. <베니스의 상인>조차 원조는 아닐 것이다. 대체 유대인이 뭘 어쨌기에, 어떻기에 이렇게 씹혀대는 것인가?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은행나무 펴냄)의 원제는 이다. 샘 핑클러는 소설의 주인공 트레스러브와 학창 시절부터 친구이다. 핑클러는 유대인이고, 똑똑하고 유명하며 잘 나가는 작가이자 철학가이다. BBC에서 신통치 않은 커리어를 쌓은 뒤 신통치 않은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는 트레스러브는 그에게 질투와 애증이 섞인 감정을 지니고 있고, 유대인들을 속으로 \\\'핑클러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학생이었을 적 스승이었고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벗이 된 리보르 역시 체코 출신의 유대인이다.
\\\'핑클러 퀘스천\\\'은 곧 \\\'유대인 퀘스천\\\'이다. 트레스러브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그의 가장 친한 두 벗은 유대인이다. 트레스러브는 \\\'유대인이라는 것\\\', \\\'유대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궁금해 하다, 급기야 자기도 유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리보르의 초대로 그의 집안 사람들이 모이는 유대인들의 명절 행사에 참석하기까지 한다.
핑클러는 방송에 출연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하고, 이 발언은 화제가 된다. 그는 급기야 \\\'부끄러운 유대인들\\\'이라는 모임의 일원이 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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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은행나무 펴냄). ⓒ은행나무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유대인을 만나본 적이 있기나 하던가, 하고 생각하다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수 년 전에 내한했던 스코틀랜드 밴드 \\\'BMX 밴디츠\\\'의 오프닝 밴드로 함께 무대에 섰을 때의 일이었다. 그들과 참 행복한 며칠을 보냈다. 그 밴드의 기타리스트 가브리엘이 유대인이었다(성은 기억나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이스라엘 사람이었다. 그는 주변 국가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무력 정책에 반대하여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고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가, 그 곳에서 스코틀랜드 여자를 만나 함께 스코틀랜드에 갔는데 거기서 밴드를 하게 되었다는 파란만장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말수가 적고 늘 미소를 짓는 인상 좋은 사람이었다. 기타도 잘 쳤다. 이스라엘에 돌아가면 병역 문제 때문에 공항에서 바로 체포될 거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가브리엘 역시 \\\'핑클러의 문제\\\'를 꽤나 고민했던 모양이다.
이 소설을 쓴 하워드 제이콥슨 역시 유대인이다. 주로 다루는 주제가 유대계 영국인들의 문제라고 한다. 문득 다른 작가가 떠올랐다. 미국의 거장 필립 로스다. 로스 역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주제를 즐겨 다룬다. 앗!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해 보니 과연 제이콥슨은 \\\'영국의 필립 로스\\\'라 불린다고 한다(그러나 본인은 스스로 \\\'유대인 제인 오스틴\\\'이라고 한다는데…글쎄 그건 좀…).
유대인 로버트 짐머만은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을 따서 밥 딜런으로 개명하고 20세기 최고의 뮤지션 반열에 올랐다. 나는 한창 뽀글뽀글한 머리를 하던 시절의 밥 딜런의 사진을 보며 예수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여행 중에 만났던 베트남 계 미국인 여자는 \\\"내 여동생이 배낭 여행 중에 만난 이스라엘 남자와 사귀고 있는데, 어디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예수와 닮아서 섹시하다고 했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대인 앨런 긴스버그는 대학 시절 반 유대 운동을 했다고 한다. 후에 그는 비트 제너레이션 최고의 시인이 된다.
유대인 뮤지션 레너드 코언은 자신의 히트곡 \\\'I\\\'m Your Man\\\'을 라이브에서 부를 때 \\\'만약 당신에게 의사가 필요하다면\\\'이라는 대목을 굳이 \\\'만약 당신에게 유대인 의사가 필요하다면\\\'이라고 바꾸어 부르곤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엔 \\\'고향에서 쫓겨나 오랜 세월 전 세계에 흩어져 핍박을 받으면서도 전통과 교육의 힘으로 강력한 민족이 된 유대인이야말로 우리 한민족의 롤 모델\\\'이라며 선생과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에게 <탈무드>를 읽히곤 했다. 나도 억지로 읽었다.
뉴욕에 오래 살았던 나의 사촌 형은 \\\"나는 인종 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유대인은 정말 싫다\\\"고 했다(뉴욕은 쥬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대인 비율이 높다).
나치의 반 유대 선동에 크게 공감해 자살한 유대인이 있었다고 한다.
대체 유대인이 뭐기에.
*
이런 사례들을 보면 유대인들은 꽤나 \\\'self-conscious\\\'한 것 같다(번역가로서 부끄럽지만 아직 여기에 완벽하게 대응되는 한글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유대인만의 특징인가? 유대인이 self-conscious하다면, 흑인은? 일본인은? 한국인은? 핀란드 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문하지 않는 민족, 인종, 국민이 있기는 한가? 그러면 대체 유대인이라는 건 어떤 것인가?
유대인들 역시 \\\'대체 (내가) 유대인이라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질문이라는 것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수없이 많은 각도에서 던진 질문이 쌓이면 질문의 무더기 자체가 답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는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가-자신은 앉는 법조차 모른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듯이. 그런 점에서 결코 짧지 않은 이 소설은 유대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판매를 생각하면 영국에서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삶이 어떠한지 궁금해 하는 한국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든다.
\\\'유대인의 문제\\\'와 함께 이 소설의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성인 (이성애자) 남자의 외로움\\\'이다. 트레스러브와 핑클러는 내일모레면 쉰, 리보르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리보르는 너무나 사랑했던 평생의 반려자와 사별했고, 핑클러 역시 비슷한 시기에 아내와 사별했다.
트레스러브는 사별할 아내조차 없는 처지이다. 런던-런던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런던 자체가 어느 캐릭터 못지않게 큰 비중을 갖는 것 같다-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 세 남자는 툭하면 만난다. 달리 만날 사람이 없어서, 라는 말은 너무 잔인할까. 하지만 그들에게 여자가 있었다면 그렇게 뻔질나게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순정남 트레스러브는 과거의 여자들을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쉴 새 없이 미래의 여자(들)을 꿈을 꾼다. 외도를 일삼았던 핑클러는 과거의 여자들을 꺼림칙한 마음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리보르는 아내를 잃은 뒤 주위 사람들의 부추김으로 손녀뻘 되는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갑자기 연락해 온 수십 년 전 알았던 여자를 다시 만나기도 하지만…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그만두자.
그러나 이 소설에서 \\\'핑클러의 문제\\\'에 비하면 외로움의 문제의 비중은 미미하다는 느낌이다. 결국 열한 자로 요약할 수 있으니까. \\\'남자에겐 여자가 필요하다.\\\'
/이원열 번역가•뮤지션

포커스 [오늘의 책]
●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은행나무) 웃음과 눈물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사랑과 슬픔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한 문제작이다. 영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과 비유대인 남성들이 갈등하고 화해하며 공존하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이 소설로 영국 최고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매일경제 Citylife 제329호 Culture Review-Book
아마존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사랑한 책

<영국 남자의 문제>
런던에 사는 세 남자, 샘과 리보르 그리고 줄리언을 통해 사랑과 행복, 정체성 등 삶의 애잔한 면모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작품이다.

대중 철학자인 샘과 연예부 기자 출신인 리보르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유대인이라는 공통된 민족적 정체성으로 묶여있다. 샘의 라이벌이자 리보르의 제자인 줄리언은 ‘사랑의 상실’이라는 비극을 맛보고 ‘유대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줄리언은 준수한 외모와 달리 늘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 진정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으며 이를 잃고 상실의 아픔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혼자 남겨진 첫날 밤 비탄이 사라지고 난 후에 다가오는 외로움은 어떤 것일까. “행복을 모르는 쪽이 나았을까?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나았을까? 그래야 슬퍼할 것이 적을 테니.”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머지 누군가와 짝이 되어 행복하기를 망설이는 것. 줄리언이 원하는 ‘사랑의 상실’은 행복이나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는 상실이 주는 비극이 아니라 상실할까봐 두려울 정도로 진실된 사랑이나 행복을 바라는 것이다.

줄리언이 부러워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대변하는 ‘핑클러’라는 집단이다. 줄리언은 샘 핑클러의 성을 따서 모든 유대인을 ‘핑클러’라고 부르며 그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는다. 하지만 정작 샘 핑클러는 ‘부끄러운 유대인들’이라는 반유대주의 모임을 만드는 등 핑클러다운 것에 반발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며 핑클러다운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는 리보르. 어딘가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는 경계인으로서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보여주는 책의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이 책은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 하워드 제이콥슨은 유머와 지혜가 담긴 <영국 남자의 문제>로 2010년 부커상을 수상했다. 유머러스한 소설이 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였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책은 2010년 영국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 Top 10’에 들고 <가디언>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영국 내에서만 25만 부 이상 판매됐다.

뉴시스 지금 나는 어디에, 제이콥슨 \\\'영국 남자의 문제\\\'
오제일 기자 = \\\"\\\'영국 남자의 문제\\\'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 작품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2010년 \\\'영국 남자의 문제\\\'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커를 수상했다.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했음에도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데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맨커상 43년 역사이래 \\\'유머러스한\\\' 책이 수상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희극과 비극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을, 그 둘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 하워드 제이콥슨(70)의 말처럼 \\\'영국 남자의 문제\\\'는 웃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사랑과 상실, 정체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파고든다. 작품 곳곳에 삶의 애잔함이 녹아있는 달콤씁쓸한 언어유희와 지적인 위트,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자리한다.

\\\'행복을 모르는 쪽이 나았을까?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나았을까?\\\' (27쪽)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두 남자와 이들을 부러워하는 한 남자를 등장시켜 사랑과 상실이라는 화두를 동시에 던진다. 각자 아내와 사별한 \\\'샘\\\'과 \\\'리보르\\\', 그리고 아무것도 상실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불행한 삶은 사는 \\\'줄리언\\\'이 나온다.

\\\'샘\\\'과 \\\'리보르\\\'는 유대인이면서 유대인을 부끄러워한다. 반면 \\\'줄리언\\\'은 유대인의 정체성을 부러워하는 인물이다. 세 남자는 모두 어딘가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근본적인 고독과 혼란을 보여준다.

\\\"웃음은 진리를 나르는 수레.\\\" (희극론, 아리스토텔레스)

작가는 \\\'유대인\\\'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가족과 사회, 믿음, 문화, 관계, 그리고 휴머니즘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의 끝에 읽은이도 묻게 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452쪽, 1만4000원, 은행나무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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