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은 뭐다?

11월 5일은 반항하는 날?
—저항의 아이콘, 가이 포크스 라이오넬의 상관관계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 바로바로….

11월 5일. 영국에서는 ‘본파이어 나이트’ 또는 가이 포크스 나이트로, 특별히 챙기는(?) 날 중의 하나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1605년.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 1세가 가톨릭 억압 정책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자 잉글랜드 의회는 새로운 가톨릭 차별정책을 제정……[졸지 마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고지가 보입니다=_=!] 했더랬지요. 이에 젊은 가톨릭 신도 로버트 캐츠비와 가이 포크스가 의회 의사당을 폭파시켜 잉글랜드의 왕과 대신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키려고 했지만. [세계사 시간이 아니니까 생략하고] 아무튼 실패했고요(저런저런……) 훗날 많은 사람들은 가이 포크스의 실패를 아쉬워하면서 대신 불꽃을 터뜨리는 의미로 이날을 기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 그리고 그러면서 가이 포크스는 저항의 상징처럼, 혁명의 아이콘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체제저항적인 거사에는 그의 가면이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지요.

가이 포크스를 화형-_-;시키는 불꽃이었던 것이 이제는 그의 실패를 아쉬움으로!

그런데 이 얘기를 왜 하느냐?

“나와 말론, 우리는 전공이 있었습니다. 어느 해 본파이어 나이트에 시작됐지요. 곧 어느새 우린 일 년 내내 불을 피우고 다녔습니다. 뭘 조심해야 하냐면요, 말끔하고 멋진 차 근처에 있는 축축한 개똥 무더기예요. 씩 웃으면서 커다란 체리 폭탄을 몰래 가져가서 퓨즈에 불을 붙이고 모퉁이를 돌아 도망가는 거죠.” 애정 어린 혀 차는 소리. “펑! 다시 가 보면 차체에 온통 묻어 있는 거죠. 빈틈없이 말입니다. 정말 멋지죠. 어, 뭐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역시 애정 어린 혀 차는 소리.

“세발 자전거를 훔치고, 그 다음에는 자전거, 그 다음엔 모터 자전거, 그 다음엔 스쿠터. 그렇게 크는 거죠. 그 다음엔 적당한 자동차, 그 다음엔 밴, 그 다음엔 트럭.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누가 운전할 차례냐를 놓고 이상한 싸움을 했지요.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린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이었거든요.”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中에서 

음,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마틴 에이미스의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주인공 라이오넬 애즈보는, 그의 나이 3세에 이미 반사회적행동금지명령(Anti-Social Behaviour Order)을 받은 인물. 보도블록 조각으로 자동차 앞유리를 박살내지를 않나, 마트에 진열해 둔 병이나 깡통을 발로 차지를 않나, 동물들에게 잔학행위를 하지를 않나(한술 더떠, 애완동물 가게에 방화까지)…… 아무튼 이보다 더 반사회적일 수 없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그냥 이런 막장 캐릭터랑 시대적 저항의 아이콘 가이 포크스를 엮다니,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물으시는 그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라이오넬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한번 보시죠(라고 억지로 엮는 담당 편집자의 마음*=_=*).

“말론은 무단침입 쪽으로, 전 장물취득 쪽으로 나갔죠. 게다가 아시겠지만 그밖에도 항상 어, 여러 가지 잡다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좋아. 우리가 했던 일이 엄밀하게 합법적이었다고 할 순 없죠. 하지만 우린 사과하지 않습니다, 말론과 저 말입니다.” 열중한 정지 상태. “왜냐고요? 법은 부자들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니까요.” 동의를 표하는 열띤 중얼거림.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것에 굴하지 않지요.” 길고 열렬한 갈채.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中에서

불법적 생활양식에 대한 합리화라고 보기에는 정말로 부자들의 세계에 뿌리깊은 알레르기가 있어 보이는 라이오넬 애즈보는 단순히 멍청한 범죄자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고도로 머리를 써서 멍청해 보이는 브레인형 악당일까요? 어떤 시선으로 그를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한데 전 뭐 그래요. 이 책을 쓰신 마틴 에이미스는 전부터 자본주의 비판계의 블랙 코미디로는 거의 대가급이셔서 가이 포크스 나이트와, 라이오넬 애즈보의 방화, 그리고 그의 차 이름이 ‘벤간자’(스페인어로 ‘복수’라는 뜻)라는 것들이 다 작가님의 치밀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실제로 그렇거나 아니거나 우리의 주인공 라이오넬 애즈보는 현대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그런 라이오넬을 보면서 독자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랍니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 ‘딩’ 하고 가슴을 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흠흠.

다시 11월 5일로 돌아가서. 

본파이어 나이트, 혹은 가이 포크스 나이트. 체제에 저항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살았던 인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누구에게는 그냥 화요일, 누구에게는 그냥 11월의 어느 하루일 수 있겠지만 한 번쯤 반항정신 가득하게 하고 싶은 대로 저지르는 그런 기념비적인 날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다소 무책임한 제안으로 마무리하는 담당 편집자는 오늘 저녁 <브이 포 벤데타>나 다시 한번 더 보렵니다. 여러분은 영화 말고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를 보시는 걸로.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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