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식의 시대, 좌식의 집

조재모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0년 11월 20일 | ISBN 9791191071191

사양 변형판 140x210 · 164쪽 | 가격 14,000원

분야 인문, 정치/사회, 종교/역사

책소개

좌식과 입식이 어우러진 생활공간, 집

이곳에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한국국학진흥원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고전의 지혜에서 찾아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새롭게 기획한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의 세 번째 책 《입식의 시대, 좌식의 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입식과 좌식이라는 복합적인 문화로 형성된 ‘집’을 살펴본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가족이 모이며 손님을 맞이하고 무언가를 키우고 만들고 보관하는 다양한 일이 펼쳐지는 생활공간 ‘집’. 집은 삶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실히 반영하며 끊임없이 보완되고 개발되어왔다. 각각의 집은 일견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기능하는 한편 시대적 요구와 공동체의 생활상을 드러내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는

한국인의 독특한 거주 방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집’은 의식주로 일컬어지는, 생활을 구성하는 여러 행위를 포괄하는 공간이다. 사람은 집에서 먹고 자고 입고 움직이며 거의 모든 일을 해결한다. 전통 가옥의 세부 요소와 오늘날 새롭게 제시되는 주거 공간의 특징을 살펴보며 집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건축 공간은 건물에 들어설 때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선다.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신발을 신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러한 불편을 극복하는 것이 건축 발전의 동인이 된다. 신발을 신고 벗는 지점에서 공간의 경계가 형성되어 ‘툇마루’라는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으며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도 다소 구별되는 문화를 낳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불을 사용하는 온돌과 불에 약한 마루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온돌은 추운 지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열기가 지나는 고래의 길이를 늘이며 점차 바닥 난방의 면적이 확대된 결과다. 더운 지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루는 지면의 열기와 습기, 벌레 등으로부터 거주 공간을 격리한다. 이러한 두 가지 독특한 장점을 결합하여 좌식을 기반으로 형성된 집 문화는 생활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변모해왔다.

 

한옥에서 아파트로 주택의 주류가 전환되는 과정은 일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근대기의 주택 환경은 서구, 일본, 중국 등 외래의 건축 방식이 유입되면서 큰 변동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한옥을 기반으로 주택을 개량하고자 하였던 몇몇 시도들은 좌식의 관습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_본문에서

 

청결 유지라는 동일한 목적을 지녔으나 침대를 사용하는 입식 문화권에서는 공기 난방을 하며, 좌식 문화권에서는 바닥 난방을 한다. 섭식 행위 역시 각각의 난방 방식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상을 펴고 앉아 식사를 한다면 바닥 난방,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면 공기 난방이 역시 합리적이다. 이처럼 한 문화권을 지배하는 주거 양식이 있다면 이는 전통과 역사, 즉 고유한 관습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반면, 일상 공간이 아닌 종교적인 ‘의식 공간’은 고정된 의식 절차를 지니기에 잘 변화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좌식과 입식 문화를 중심으로

거주의 감각과 공간의 보편 양식을 살펴보다

 

이 책의 1장에서는 한옥 및 아파트, 내부와 외부 등 각 공간 환경에 따른 생활상과 형식의 조합을 다룬다.

2장에서는 문화적 전통에 따른 실내 각부의 구조와 재료, 바닥의 형질, 난방 방식, 동선의 흐름 등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좌식 문화를 기반으로 발달한 한국 고유의 거주 양식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과정을 살펴본다.

 

하나의 건물은 구조, 재료, 외관의 형태, 집과 공간의 높이, 평면 구성, 실내 각부의 마감, 냉난방 방식, 문과 창문의 형상, 가구, 수납 방식, 외부 공간구성, 주변 및 도시와의 관계 방식, 집터를 잡는 방법, 장식 기법, 자연 및 인공조명 등 수많은 요소들의 조합이다. 세계 각국 간 교류가 잦아지며 생활양식 또한 상호 흡수되며 진화해왔다. 건물의 외부 환경을 고려한 실내 공간 배치, 구조와 재료에 따른 형상의 차이 등 각 문화에 특화된 건축 양식은 오늘날 뚜렷한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흘러들며 조화를 이루는 추세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입식의 시대를 살고 있다.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은 입식으로 사용된다. (…)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신었던 신발은 드디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순간에야 완전히 벗게 된다. 입식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생활과 물리적으로 표준화되어가고 있는 좌식의 주택은 서로 잘 일치하고 있는 것일지 곱씹어볼 일이다._맺음말에서

 

최근 10년간, 문화재청과 국토부의 지원하에 ‘한옥기술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각 기관이 견지하는 입장은 다르나 우리 고유의 가옥 형태에 대한 깊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외부와의 뚜렷한 경계가 시작되는 지점이자 소통의 창구인 ‘집’의 전통과 관습을 살펴보며, 보다 적절한 주거 공간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머리말

1장 거주의 해부학
1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
2 한옥과 아파트
3 내부와 외부 감각
4 바닥과 신발
5 좌식과 입식
6 거주 공간 형식의 조합

2장 좌식과 입식으로 살펴본 건축 문화의 갈래
1 문화적 전통의 분류와 교류
2 구조와 재료
3 실내 공간의 바닥
4 난방 방식
5 의식과 일상
6 신발과 건물 배치
7 통과, 머무름, 누마루

3장 좌식 관습과 주택의 진화
1 좌식 기반의 한국 주택
2 이른 시기의 단서들
3 온돌과 마루의 발달
4 집의 높이
5 툇마루와 지붕 구조
6 꺾음집과 안마당
7 온돌 공간의 확장

맺음말
참고문헌

작가 소개

조재모

경북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조선시대 궁궐의 의례운영과 건축형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궁궐, 조선을 말하다』, 공저로 『경복궁 중건 천일의 기록』 『덕천서원』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궁중의례』 『자율진화도시』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근현대기 대구지역 한옥건축의 전개와 유형」 「좌식공간관습의 건축사적 함의—신발의 문제를 중심으로」 「조하 의례동선과 궁궐 정전의 건축형식」 「조선왕실의 정침개념과 변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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