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관계적 존재의 사랑 방식

지음 박신현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7월 12일 | ISBN 9791167370389

사양 변형판 120x190 · 184쪽 | 가격 9,900원

시리즈 배반 인문학 6 | 분야 인문

책소개

‘사랑은 공유이고, 공유는 사랑이다.’
공유가 만들어내는 삶과 문화, 우리의 관계를 사유하다.

서로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사랑이라 말하는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 더욱 소중해진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공유, 관계적 존재의 사랑 방식》이 출간되었다.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사유하는 인문학을 가벼운 분량에 담아낸 <배반 인문학>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전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를 멀리해야 하는 사회를 살아간다. 신체적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곧 사랑의 실천이 된 것이다. 마주 앉아 함께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거나 따뜻한 포옹을 하거나 입맞춤을 나누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멀어진 우리의 거리에는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우울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려 한다.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인원을 제한하고 화상으로 연결된다. 위험을 넘어 삶을 공유하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사랑에는 몸-마음의 긴밀한 공유가 필수적이기에 계속된다. 연결됨으로써 애정을 나누려는 공유-사랑의 움직임인 것이다.
끊임없이 공유의 행위를 추구하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이다.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은 본질적 경계를 지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서로에게 침투하고 얽힌다. 그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관계적으로 존재하고, 공유는 그 관계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위이자 사랑의 실천이다. 나아가 관계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나가는 능동적 창조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의 관계성이 흔들리는 지금, 저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공유의 모습들을 살펴보며 그 동기와 영향을 찾아본다. 저자는 이 작업이 곧 “우리 실존의 절대적 관계성”과 “관계적 존재가 실천하는 사랑”에 대한 탐구라고 말한다.

 

이기적인 마음이 우리를 돕는다,
나를 위한 공유가 모두를 위한 공유로 확장되다

우리가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유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이루어진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메일, 뉴스, 커뮤니티, 각종 위키 등에 의지하여 타인의 삶을 접하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는다. 그 공간들에서 우리는 소비자이자 생산자, 곧 공유의 객체이자 주체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공유하는가? 저자는 이를 서로 비슷한 행동으로 회답하려는 경향인 ‘호혜주의 원리’로 설명한다. 개인에게 공유는 자신의 만족과 이익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목적의 행위이지만, 그 바탕에는 타인도 공유에 참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내가 유용한 것들을 공유하면 타인 역시 나에게 이익이 될 무언가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활발한 지식의 공유는 ‘실시간으로 조정되고 동원되는’ 집단지성을 이뤄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움을 준다. ‘공유경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발생한다.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비슷한 이익을 얻을 것을 믿으며 중고 물품을 거래·대여하거나 자동차를 함께 타거나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놓는다. 이처럼 나를 위한 공유는 모두를 위한 공유로 확장된다.

 

코하우징, 셰어하우스, 창작 공동체……
‘공동체의 공유’에서 ‘공유의 공동체’로
과거의 공유는 가족, 친구 관계, 이웃 등 이미 형성된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공유를 목적으로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공유의 공동체들은 전통적인 공동체의 폐해, 창의성을 억압하는 회사의 규율과 통제나 가족 관계에서 애정을 빌미로 강요되는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공유의 공동체들은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기반으로 구성되며, 저마다 다른 방식의 관계를 지향한다.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코하우징’이나 ‘셰어하우스’는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가사·돌봄 노동을 경감시키고, 비혼 여성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의무적으로 공동체의 일에 참여함으로써, 애정에 호소하며 헌신을 요구하던 가족의 모순을 극복한 대안 공동체를 지향한다. 한편 업무 공간을 공유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나 ‘창작 공동체’는 공용 공간을 제공하여 비용을 낮추고, 프리랜서나 예술가 사이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업계의 정보나 예술적 영감이 공유되는 이러한 공간은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협업과 전시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동체의 공유에서 공유의 공동체로 나아감으로써, 개개인은 자유롭고 평등해지며 효과적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너와 나,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더불어 살기

공유의 양상들, 곧 관계적 존재로서의 사랑의 실천은 ‘우리’의 삶이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철학자 장-뤽 낭시는 타인이 없는 존재는 상상할 수 없다는 의미로 ‘공동-내(內)-존재’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우리’가 없는 ‘나’는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낭시의 맥락에서 각각의 개인은 실존을 ‘나누어’ 가진다. 이는 신유물론 페미니즘을 주장한 스테이시 앨러이모의 ‘횡단-신체성’과 연결된다. 앨러이모는 인간의 신체는 한 인간을 넘어선 세계에 개방되어 있고, 곧 육체적 실존은 환경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환경·타인과의 끊임없는 상호교환 속에서 스스로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관계적으로 존재하고, 공유의 주체로 자발적으로 나서는 개인들은 관계성을 실천하는 창조적 자아이다. 공유의 주체들은 공동체의 명분으로 각자의 개성과 삶의 방식을 규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우리의 실존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나와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타인과 더불어 살기를 실천한다. 일상 속의 공유들에는 더불어 살기를 모색하는 윤리적 차원이 존재하며, 그곳에는 자유롭고 평등한 공유의 공동체의 씨앗이 있다.

 

한번 읽으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반려인문학
은행나무출판사 〈배반인문학〉 시리즈 출간!

인문학의 효용은 궁극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 나다움에 대한 발견에 존재한다. 또한 인문학은 스스로 성숙한 삶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근본의 힘을 제공한다. 〈배반인문학〉 시리즈는 이처럼 ‘나’를 향한 탐구,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질문과 그것을 둘러싼 사유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현대철학과 사회의 화두인 ‘몸’을 매개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필진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키워드를 선정해, 일상 속 인문학적 사유를 쉽고 명료하게 펼쳐낸다.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배반인문학〉의 다채로운 사유의 항해에 몸을 실어보자.

목차

들어가며 공유, 관계적 존재의 사랑 방식

1장 지식을 공유하는 창조적인 일상
집단지성의 탄생, 내가 알지 못하는 지식을 가진 당신
창작자가 된 우리, 문화의 수용자에서 문화의 생산자로
내가 널 도우면 누군가 날 도와주겠지
줌화된 일상
통제사회의 시작인가,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등장인가?
정보 기술이 독이 아닌 약이 되도록

2장 주는 것은 행복하고 공유는 즐겁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혁명, 공유경제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사유와 공유는 따로 또 함께
선물하는 당신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인 사람
소유 양식의 삶에서 존재 양식의 삶으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유토피아

3장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삶
코워킹 스페이스, 혼자 일하지만 함께 있고 싶은 당신
코하우징, 집 안으로 들어온 마을 공동체
셰어하우스, 대안 가족의 탄생
4장 예술 작품의 창작은 공유와 협력의 과정이다
예술가 공동체, 창작 공간의 공유
인터넷 시대의 공동 창작, 디지털 예술과 크라우드 펀딩
미적 판단과 공동체 감각, 그리고 여성 예술가

5장 세상은 나눠질 수 없는 전체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네트워크라는 초생명체
살아 있는 자기조절 시스템, 가이아에서 가이아2.0으로
꿀벌은 포유류다, 초개체 생태학
지구는 공생자들의 행성, 호모 심비우스

6장 당신은 공유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관계는 주체보다 앞선다, 관계적 주체와 삼위일체
우리 몸은 이야기한다, 신유물론 페미니즘의 관계적 신체
모든 삶은 만남이다, 캐런 바라드의 존재의 분리불가능성

나가며 도래하는 공유의 공동체

참고문헌

작가 소개

박신현 지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해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영어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학과 관계적 존재론, 환경 문제와 감정론을 연결하는 현대비평이론을 바탕으로 근현대 영미소설을 연구하여 「행위적 실재론으로 본 울프의 포스트휴머니즘 미학」, 「한나 아렌트의 《칸트 정치철학 강의》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단행본 《강철혁명》, 《롱테일 법칙》, 《아시아 미래 대예측》(공역)과 희곡 〈성체의 사륜마차〉 등을 번역했으며, 공저로는 몸문화연구총서 《생태, 몸, 예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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