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박영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8월 28일 | ISBN 9791167373441

사양 변형판 135x205 · 356쪽 | 가격 16,8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욕망과 시간의 교차로 만든 서사의 미로” _박서련(소설가)

《불온한 숨》 《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신작 스릴러

이들을 왜 죽여야만 했을까요?
알고 싶다면 오늘 자정,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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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은 욕망의 소실점을 추적하는 작가다. 장편소설 《불온한 숨》에선 재도약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위험한 염원을, 《이름 없는 사람들》에선 벼랑 끝에 선 무명인(無名人)들을 발판 삼아 정상에 오르려는 자들의 잔혹한 야심을 날카로운 필치로 써내려가며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4년 만의 신작 스릴러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는 개인의 억눌린 욕망을 위해 ‘힘없는 것’들을 ‘죽어 마땅한 존재’로 추락시켜버린 인물들을 그린다.

욕망은 어둠을 먹고 자란다. 이상을 갈망하는 마음은 한계 없이 자라나고, 자라난 마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게 한다. 그들은 죄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명분을 세우고, 진실을 덮기 위해 목격자를 방관자로 만들며 심지어는 스스로 공범을 자처하기까지 한다. 욕망은 대개 “숙명적으로 낡아”가는 순리를 거스르고 “영원히 미래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소설가 박서련) 박영은 ‘에덴 병원’을 둘러싼 선양 고등학교 친구들의 비극을 15년이라는 시간 안에 가두고 병치시킨 뒤, 영사기를 통해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 소설은 비뚤어진 욕망과 맹목적인 자기 과신이 인간을 어디까지 타락시킬 수 있는지 사유하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선한 희생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정의를 타인인 우리가 내릴 수 있는가? 벼랑 끝에 선 당신이 끝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는가? 그렇게 작고 평화로운 도시를 쥐고 있던 창백한 손아귀의 진실이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저들을 괴물로 만든 게 무엇인지. 진짜 괴물은 어디에 있는지.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여러 이유 가운데 으뜸은 그것이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당신도 곧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폐광과 항구의 도시 선양에서, 사건을 은폐하는 폭설과 과거를 소각하는 화염 앞에서, 15년의 시간을 뚫고 나온 예리한 진실로부터. 이 소설은 박영이 우리에게 보내는 초청장이다. 인간의 욕망과 시간의 교차로 만든 서사의 미로에서 당신은 진실을 쥐고 탈출할 수 있을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_박서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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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가면을 쓰고 심연 속에 잠들어버린 비밀
기억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 창백한 진실이 드러난다

경찰인 연우는 새해 첫날부터 선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긴급 파견된다. 과거 파트너로 함께 활약했던 후배 상혁과 함께였다. 지역 주민들의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에덴 종합병원 차요한 원장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연우와 상혁은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병원 직원들을 탐문한다. 겉으로는 모두 친절해 보이지만 묘하게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대답만 반복하는 사람들. 병원 측에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게 분명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다. 두 사람은 흉기가 발견된 곳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기로 한다.

“피해자 차요한 원장 말입니다. 어차피 오늘 오전 9시경에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차피 몇 시간만 지나면 죽을 사람을 굳이 살해한 겁니까?”
기묘한 살인 사건이다. 범인은 지난 새벽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이곳을 찾아왔다. 그러곤 어차피 시체와 다름없는 피해자를 온 힘을 다해 공격해서 살해했다. 강력반 13년 차였지만 이런 사건은 처음이다. 원한의 냄새가 난다. 범인은 피해자를 반드시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 한 것이다. _본문에서

한편 변호사 도진은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선양 경찰서에 잡혀 있는 살해 용의자 유민희를 변호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봉투에는 ‘강원도 선양군 에덴 종합병원’이라고만 적혀 있다. 15년 전 끔찍한 사건을 겪고 등져버린 고향,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있는 곳. 도진은 의도적으로 그날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지만 발신인의 요구대로 선양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변호를 하지 않을 경우 15년 전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과거 어울렸던 패거리 중 한 명일 것이다. 그중 두 명은 죽었고 자신 포함 세 명만 살아 있으니 분명 나머지 둘 중에 범인이 있다. 하지만 도진은 선양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뜻밖의 끔찍한 소식을 전해듣는다. 피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 ‘차요한’이라는 것.

연우와 상혁은 경찰이 용의자를 미처 특정하기도 전에 변호 의뢰를 받고 선양에 미리 도착해 있던 도진을 의심하고, 도진은 진범이 마지막으로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챈다. 연우와 도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동안, 15년 전 ‘그날’이 새겨진 기억의 파편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의뢰인들은 변호사의 과거 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오직 소송에만 관심이 있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 보상금을 두둑이 챙기는 것. 그 두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 그는 비로소 선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느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선양으로 향하는 검은 터널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_본문에서

15년 전, 선양 고등학교엔 한 무리의 친구들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깊은 존경을 받는 차요한 병원장의 아들 도진을 중심으로 민재, 서현, 이한, 윤석 이렇게 다섯이 늘 뭉쳐 다녔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존경했지만, 도진은 두려워했다. 아버지가 쓰고 있는 것이 사회적 가면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달리 자신에게만 엄하고 냉정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도진은 민재에게서 수상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에덴 종합병원에서 새벽마다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는 소문이었다. 당장 확인해보러 가자는 민재의 거듭된 요청에도 도진은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아버지의 약점을 쥐고 싶지 않느냐는 민재의 유혹에 넘어간다. 며칠 뒤, 도진과 친구들은 선양 종합병원의 폐쇄병동 문을 열고야 마는데…….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민재는 곧 얼마나 큰 위기가 닥칠지에 대해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막연하게 이번에도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악몽처럼 지나갈 거라고. 이제껏 패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모든 것을 극복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민재는 굳게 믿고 있었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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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은폐하는 폭설과 과거를 소각하는 화염 앞에서,
15년의 시간을 뚫고 나온 예리한 진실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는 예측 가능한 반전들을 모조리 뒤엎고 완전히 새로운 문으로 독자를 안내하는 소설이다. 범인이 쓰고 있던 가면이 완전히 벗겨지는 순간 드러나는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누구 하나 쉽게 빠져나갈 수 없게 꼬여버린 복잡한 이해관계와 크고 작은 욕망들은 그들을 점차 파국의 늪으로 몰아간다. 그렇게 모두의 눈과 귀가 먼다. 목격자는 방관자가 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수없이 뒤바뀌며 복수는 핏빛 반전을 향해 치닫는다. 전염병처럼 퍼져 손도 쓸 수 없게 만들고 살인은 복수를, 복수는 또 다른 살인을 낳는다. 이처럼 악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와도 매우 닮아 있다. 소설의 첫 장을 펼친 당신에게, 소설가 박서련의 추천사를 빌려 질문한다. “인간의 욕망과 시간의 교차로 만든 서사의 미로에서, 당신은 진실을 쥐고 탈출할 수 있을까?”

도진은 등 뒤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 묵직한 무게감에 의해 오두막의 바닥이 삐걱대고 있었다. 그럼에도 도진은 온몸이 가위에 짓눌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 온몸이 끈적이는 땀에 젖어들고 있을 뿐이었다. _본문에서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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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작가 소개

박영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아저씨, 안녕>이 당선되어 데뷔했다. 2017년 장편소설 《위안의 서》로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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