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2024 최대 화제작
아마존 TOP 20·뉴욕타임스 TOP10
비통한 역사를 모티프로 완성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삶의 찬가
독특하고 대담한 스타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영미권에서 ‘누구나 이야기하는 책’ 중 하나였던 《순교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그 화제성을 증명하듯 아마존 TOP20, 뉴욕타임스 TOP10을 비롯한 21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오바마 여름 추천 도서,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책은 미국의 이란 항공기 격추 참사로 어머니를, 고된 노동으로 아버지를 잃은 젊은 시인이 ‘의미 있는 죽음’에 관한 집착 아래 펼치는 ‘순교자 프로젝트’를 그린다. 작가는 아이오와 대학 문예 창작 과정을 이끄는 이란계 미국 시인 카베 악바르로, ‘순교’라는 하나의 행위로 제국주의 미국과 무슬림을 동시에 비판하는 한편, 의미 있는 죽음, 나아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을 선사한다. 비통한 역사를 모티브로 풍자와 비애를 종횡하며 완성한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의 찬가다.
‘의미 있는 죽음’에 집착하는 한 젊은 시인의
기상천외한 순교자 프로젝트
“맙소사, 몰라요 몰라. 우리 엄마는 아무 이유 없이 죽었어요. 엄마는 다른 사람 300명과 죽음을 나눠야 했어요. 우리 아빠는 웬 기업형 농장에서 수십 년 동안 닭똥을 치운 끝에 이름 모를 사람으로 죽었고요. 난 내 인생이, 내 죽음이 그보다는 의미가 있었으면 해요.”
“순교자가 되고 싶은 거야?” 게이브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_2장 중에서
이란계 젊은 시인 사이러스는 어머니를 미국의 이란 항공기 격추 참사로 잃고, 거대 공장형 농장의 고된 노동 끝에 아버지를 잃었으며, 하나 남은 혈육인 삼촌은 전쟁터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다 반미치광이가 되었다.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상실밖에 없는 그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채 늘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한편, 의미 있는 죽음에 집착한다. 그저 위인들의 삶을 좇을 뿐, 그의 ‘순교자 프로젝트’가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말기 암에 걸린 예술가가 관람객과 직접 대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이 예술가에게 어떤 혜안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이제 뉴욕으로 향한다. 과연 그를 기다리고 있는 답은 무엇일까?
“내가 하기에 정말로 위험한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늘 목표처럼 마음에 품고 있다.”
‘언어예술가’ 카베 악바르의 성공적 소설 데뷔작
“제목 끝에 붙은 경쾌한 느낌표는 이 소설의 절묘하게 뒤섞인 어조를 잘 보여준다. 익살스럽고 감히 신성모독적이며, 음울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순교자!》는 지극히 고유한 작품이라 비교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비교를 한다면 존 케네디의 피카레스크 소설 《바보들의 결탁》과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가 결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_NPR
카베 악바르는 <빌리버>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신을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표현은 ‘언어예술가(language artist)’라고 밝힌 바 있다. 두 권의 시집으로 구겐하임 펠로십과 푸시카트상을 받은 시인인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며, <더네이션>의 편집자이자 문학 거장들과의 인터뷰 매거진 <다이브대퍼>의 창간자로, 언어를 매개로 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논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등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작가다. “내가 하기에 정말로 위험한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늘 목표처럼 마음에 품고 있다”고 밝힌 악바르는 이란계 미국인 작가가 낼 수 있는 가장 대담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 《순교자!》로 소설가로도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을 비롯한 21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오바마 여름 추천 도서,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맹목적 확신에 물든 떠나온 조국과
오만한 배타주의에 물든 현재의 조국,
그 사이에 선 경계인의 분노와 고뇌
옛 수도 이스파한에서는 군인들이 예고도 하지 않고 나이 든 여자들의 문 앞에 나타나 말했다. “축하합니다, 아드님이 순교했습니다.” 어머니들은 눈물을 참아야 했다. 입술을 비틀어 남은 평생 완성할 딱히 미소 아닌 으스스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테헤란의 혁명 광장에서는 다른 어머니들의 아들들이 크레인에 매달렸다. _4장 중에서
“빠져나갈 수 없겠죠. 순교자 문제에 관한 이란식 컬트에서. 내일 내가 인종 학살을 저지르는 독재자를 살해하려다 죽으면, 뉴스에서는 좌파 미국인이 자기 동족을 위해 숙고 끝에 희생을 했다고 말하지 않을걸요. 이란 테러리스트가 국가적 암살을 시도했다고 하지.” _9장 중에서
주인공 사이러스가 하고자 하는 ‘순교’는 숭고한 종교적 희생도 아니고 자살 폭탄 테러는 더더욱 아니다. 그는 톈안먼의 탱크맨, 아일랜드의 단식 운동가 보비 샌즈,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 등 인간을 위해 희생한 자들을 ‘세속의 순교자’로 명명하며 그들의 삶을 닮고자 한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질문 앞에 그는 이란인도 미국인도 아닌 자신에 대한 자조를 섞어 ‘이란식 컬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해군의 비행기 격추 참사로 잃은 어머니, 평생을 이방인으로 고된 노동만 하다 간 아버지로 인한 분노도 이 같은 위험한 컬트로 그를 되돌아가게 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작가는 미국의 이란항공 655편 격추라는 비통한 역사와 현재의 이민자 노동 착취 현장을 고발하며 미국식 애매모호한 정의(正義)와 오만한 배타주의를 꼬집는다. 한편 참전 영웅이자 반미치광이인 삼촌을 통해, 모스크 벽에 걸린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사진을 통해 묻는다. ‘무엇이 정말 의미 있는 죽음인가?’
시대와 무대를 넘나들고 환상으로 파고드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오디세이
“페르시아의 옛 수도 이스파한에서 사파비 왕조의 탐험가들이 유럽에 갔어요. 가서 온갖 곳에 그 모든 어마어마한 거울들이 붙어 있는 걸 봤어요. 왕은 탐험가들에게 그 거대한 거울들을 가지고 오라고 했죠.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거대한 거울을 가지고 세상을 가로지르는 동안에 거울은 박살 나버리죠. 왕의 건축가들은 엄청나게 비싼 깨진 거울 유리를 가지고 작업하게 돼요. 그 거울 타일이 모든 모스크와 타일 공예에, 그 정교한 모자이크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런 공간이 우리 자신의 조각난 단편들을 마주하는 일을 거의 신성하게 느껴지게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별것 아닌 내 의견이지만, 우리가 브라크나 피카소나 그 어떤 유럽인보다도 수백 년 앞서 큐비즘에 도달했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우리 본성의 복잡한 다중성 안에 앉아서 오랫동안 훈련해왔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단일체로 이루어진 선량한 지크프리트식 영웅과 단일체로 이루어진 못된 용의 대결이 아니라.” _14장 중에서
독자는 금세 사이러스의 순교자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죽음’을 넘어 ‘의미 있는 삶’을 열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알코올 중독으로부터의 회복, 경계인으로서의 고뇌,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등은 사이러스라는 한 인물의 성장 서사 속으로 수렴된다.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는 시대와 무대를 넘나들고 환상 속으로 뛰어든다. 더불어 주인공이 쓴 시와 자기 고백을 워드파일 형식으로 장(章)시작 부분에 따로 배치함으로써, 이야기 밖으로 주인공을 튀어나오게 하기도 한다. 선과 악에 대한 미국의 이분법적 접근을 비판하기 위해 예로 든 이란의 거울 공예에 담긴 큐비즘은 이 소설의 진행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얼핏 난해하고 파편화된 이야기들이 모여 한 편의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오디세이를 이루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언어는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뭐랄까, 저는 슬픔이나 의심이나 기쁨이나 섹스나, 뭐든 느낌만큼 긴급하게 들리도록 묘사하려고 노력하면서 문장을 써요. 하지만 언어가 실제 그 자체처럼 느껴질 리 없다는 걸 알죠. 언어는 절대 그 자체가 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저주받은 것, 맞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일에 인생을 바쳤으니까요. 저는 제 글이 절대로 이런 죽음 문제를 마땅한 방식으로 다룰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뭐랄까, 제 어머니를 되살리지도 못할 거고요.” _17장 중에서
작품은 많은 지점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엿보인다. 작가 자신이 두 살 때 이란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한때 알코올 중독을 앓았다. 그러나 이 책의 메시지가 향하는 지점이야말로,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울린다. 작가는 주인공인 시인 사이러스의 목소리를 빌려 ‘작가로서의 나는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 인간의 감정을 실제와 엇비슷하게만 담아낼 수 있는 그 자신의 부족한 언어를 통해서 말이다. 긴 여정 끝에 사이러스, 그리고 작가 카베 악바르가 이른 답은 이 소설이 얼마나 다채롭고 흥미로운가가 대신할지도 모른다. 사이러스에 대한 지대한 사랑을 품은 룸메이트 지, 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미스터리한 예술가 오르키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 채 담지도 못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