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변소설 장르에서 시의적절한 걸작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2025 국제부커상 최종후보 · 2022 북유럽의회문학상 수상
“사변소설 장르에서 시의적절한 걸작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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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워싱턴포스트〉 주목할 만한 책 50 · 〈뉴요커〉 최고의 책 · 전미도서상 번역상 후보
“설명할 수 없이 같은 하루에 갇힌 주인공이라는 익숙한 서사적 비유를
사랑과 연결성, 존재의 의미에 대한 심오한 명상으로 바꾸어놓았다.”
_2025 국제부커상 심사평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격적 결말.”
_〈모르겐블라데〉
2025년 국제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몰고 온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2》(이하 《부피의 계산》)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1990년대 덴마크 문학의 걸작 《법에 따르면》의 작가 솔베이 발레가 30여 년 만에 세계문학계로의 복귀를 알린 7부작 소설 연작의 서막을 여는 첫 두 권이다. “사변소설(SF) 장르에 있어서 시의적절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북유럽의회문학상(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꼼꼼하게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사색적인, 다양한 길이의 일기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 같은 설정(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가 개봉하기 6년 전인 1987년에 처음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주장했다)을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스릴러로 승화시킨다. 우리 세계와 기묘하게 닮은 대체 우주의 규칙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 타라 셀테르는 자신도 모르게 시간의 틈새로 떨어져, 매일 아침 11월 18일에 눈을 뜬다. 이제는 일, 주, 월,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 더는 11월 19일에 눈을 뜰 것이라 기대하지 않으며, 11월 17일을 어제 일로 기억하지도 않는다. 소설은 타라가 겪는 고립감, 혼란, 불안, 지루함,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간결하고 중립적인 어조로 매끄럽게 전달한다. 작가 특유의 가차 없는 일관성, 간결한 기괴함, 건조한 강렬함이 독창적이고 아름답다.
작가는 최면에 걸린 듯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재구성하는 데 능숙하며, 흥미로운 시간의 주름을 만들어낸다. 시간과 그 불운하고 필멸적인 주제에 매혹적이고 마법 같은 새로운 차원이 부여되기에, 책 속의 미세한 움직임, 스릴 넘치는 전환, 재치 있는 아이러니, 느린 시간에 빠져들면 독자는 그 마법에 완전히 취하게 될 것이다.
“나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나는 괴물이고,
내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을”
영원한 현재에의 탐험과 세계의 유한함과의 대면
1부 말미에서 타라는 어쩌면 1년이 지나면, 즉 366번째 11월 18일을 살아내면 차이와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지만, 2부는 역시 368번째 11월 18일로 시작한다. 1년이 흘렀어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처한 타라는 북프랑스의 늦가을, 비가 오락가락하는 춥고 회색빛인 11월 18일에 갇혀 지내는 것에 지쳐가고, 겨울과 봄, 여름 등의 계절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날씨가 여름이나 겨울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해 계절을 흉내 낼 수 있다면 더 이상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라 계산한 것이다.
그녀는 얼마 전 콘월에서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가을 날씨가 너무 따뜻해 농가의 양들이 본래 봄에 낳아야 할 새끼 양들을 한가을에 낳았고, 들판에는 갓 태어난 새끼 양들로 가득해 거의 봄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말했다. (…) 그녀는 북유럽 사람들이 전형적인 여름 날씨라고 여기는 조건을 갖춘 몇몇 장소들을 찾아두었는데, 그 조건은 맑은 햇빛에 제법 따뜻한 기온, 드문드문 떠 있는 구름, 그리고 약 19도 정도의 수온이라고 했다. 그녀는 스페인 남부의 몇몇 지역이 적합하다고 보았다. _112~113면
타라는 먼저 덴마크와 노르웨이 북쪽으로 여행하며 서늘한 아침과 서리, 눈을 찾아 자신만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그 후 남부 잉글랜드로 이동해 봄의 기운을 느끼고, 여름 같은 스페인을 거쳐 다시 중부 유럽의 서늘한 가을 같은 날들로 향한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계절 속에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나는 계절의 수첩에 적어둔 겨울과 봄과 여름을 읽는다. 나는 9월을 적으며 생각한다. 하얀 겨울의 거짓말들과 모든 색채, 봄의 초록빛 거짓말들, 밤의 짙은 푸른색을 띤 여름의 거짓말들, 8월의 주황빛 아침 거짓말들, 갈색과 붉은색과 회색의 모든 것. 그러나 이제 나의 거짓말들은 점점 더 옅어진다. 그것들은 연회색과 흰색, 거의 사라질 듯 희미한 색이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투명해진다. _190~191면
그러던 중 계절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적어놓은 계절의 수첩을 도둑맞으면서 타라는 11월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11월 18일에 깨어나게 되리라고 믿는다. 계절이 없는 시간, 요일도 달도 없는 시간, 명절도 휴일도 공휴일도 없는 시간, 달력도 연도도 없는 시간 속에서. 이것은 만성적인 상태이며,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는 거리를 걷는다. 나는 11월 속에 있다. 나는 나의 계절들을 잃었다. 안녕히, 계절들이여. 11월, 안녕. _212면
마침내 계절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한 도시의 아파트를 세내어 정착한 뒤(집주인은 이 세입자를 잊었지만), 타라는 첫 번째 11월 18일부터 함께했으며 한자리에 놓인 채 움직이지 못하는 로마 동전 세스테르티우스와 제국의 팽창을 갑자기 멈추었던 로마인들과 11월 18일에 갇힌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사실 로마 제국은 스스로에 만족해버린 문화가 자연을 약탈하는 우리 시대의 거울이다. 1부에서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이다.)
로마인들도 멈추었다. 그들은 긴 여정 끝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경계에 이르렀고, 조금 앞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뒤로 물러섰으며, 마침내 멈춰 서서 벽을 쌓았다. 제국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제자리에서의 망설임. 정지. 고정. 땡. (…) 나는 11월 18일에 앉아 있었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땡. 멈춤. 같은 이야기. 동전이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별로 그렇지 않다. 로마인들의 국경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동전. 로마 제국. 타라. 정지. 고정. 땡. 우리는 같은 부류였다. _245~246면
1부와 2부로 진행해가면서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진 함의를 실시간으로 탐구하고 있는, 즉 이야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제한함으로써 무엇을 말하는 것이 가능한지 발견해나가는 모습이 느껴지는 가운데, 2부의 말미에서 소설은 타라의 이야기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암시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격적 결말”(〈모르겐블라데〉)을 보여준다.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고 혹은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지금 시각은 8시 45분. 나는 묄러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_282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