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문학 대표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 데뷔 단편집
강바닥에서
원제 At the Bottom of thd River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6년 9월 18일 | ISBN 9791167376480
사양 변형판 130x190 · 144쪽 | 가격 16,800원
시리즈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1 |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1984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모튼 다우언 제이블상 수상작 1984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
선명한 색채와 마술적 상징, 비밀스러운 감정과 생동하는 삶
카리브해 문학 대표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
데뷔 단편집이자 유일한 작품집 《강바닥에서》 국내 최초 완역 출간
1984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모튼 다우언 제이블상 수상작
1984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
“이 책은 서가에서 타오를 것이다. 질투를 부르기엔 너무도 사랑으로 가득하고, 그저 감탄하기엔 너무도 겸손하며, 여전히 우리를 놀라게 할 만큼 낯설다.”
_데릭 월컷(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서인도제도 작가들 중 작은 섬들의 이중적 결을 이토록 정확하게 전달하는 이는 오직 킨케이드뿐이다.”
_〈LA타임스 북리뷰〉
서인도제도 앤티가섬 출신으로 카리브해 문학을 대표하며 현대 영어권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데뷔 단편집이자 유일한 작품집인 《강바닥에서》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1번으로 출간되었다.
1978년부터 1982년까지 〈뉴요커〉와 〈파리 리뷰〉에 발표한 단편을 모아 (표제작 〈강바닥에서〉를 비롯한 단편 열 편을 함께 묶어) 1983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집은 국내에 킨케이드의 여러 작품이 소개된 이래 처음으로 완역되었다. 특히 1978년 〈뉴요커〉에 발표한 첫 소설 〈여자아이〉는 오늘날까지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 각국의 문학 교재와 앤솔러지에 가장 많이 수록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출간 이듬해인 1984년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의 모튼 다우언 제이블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 단편집은 작가가 장편소설 《애니 존》(1985)과 《루시》(1990)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이전,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찾아 분투하던 젊은 시절의 산물이다. 이후 그는 《내 어머니의 자서전》(1996), 《미스터 포터》(2002) 등을 통해 어머니와 딸의 관계, 여성의 정체성과 자율성,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천착해왔으며, 애니스필드울프상, 페미나상, 댄데이브상, 파리 리뷰 하다다상을 수상하고 영국왕립문학학회 국제 작가로 선정되는 등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 영어권 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때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었다”
시와 음악에 가까운 주술적 목소리로
그려낸 꿈과 현실의 경계
《강바닥에서》에 수록된 열 편의 글은 흔히 접하는 소설의 짜임새와는 다르다. 명확한 플롯이나 중심 사건 없이 상념의 한 자락, 토막 난 짧은 묘사, 목소리의 주인을 짐작하기 어려운 독백들이 이어지며, 출간 당시부터 소설이라기보다 ‘산문시에 가깝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러한 실험적인 문체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다, 젊은 작가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글쓰기와의 절박한 씨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킨케이드는 훗날 회고한 바 있다.
의도적인 바는 전혀 아니었다. 그 책이 쓰여야만 한다고 느꼈던 방식이 그것이었다. (…) 이상하게도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애니 존》의 단순함과 솔직함과 《루시》의 단순함, 솔직함, 복잡성을 전혀 취할 수 없었다. 내 글쓰기에 대한 나의 접근방식이 《강바닥에서》라는 결과로 나온 것이다. 그때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었다. _1994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독자를 낯설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꿈과 현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이는 비현실이 현실을 침범하는 문학적 장치라기보다 킨케이드 자신에게는 애초에 구분할 필요가 없는 하나의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의 바탕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접해온 카리브 지역의 민속 신앙, 즉 유혹적이면서 파괴적인 여성 악령 ‘자블레스’나 초자연적 힘으로 삶에 개입하는 주술 체계 ‘오비어’ 같은 전승이 자리한다. 킨케이드에게 이러한 존재들은 “기억 속뿐만 아니라 무의식 속에까지 자리하고 있는”, 삶의 일부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산속의 불빛들은 뭐예요?” “산속의 불빛들? 오, 그건 자블레스야.” “자블레스! 하지만 왜요? 자블레스가 뭐예요?”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사람이야. 하지만 눈을 보면 그것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그들의 눈은 램프처럼 빛을 내고, 너무나 밝아서 쳐다볼 수 없거든.” _〈밤에〉, 20면
“나는 마치 프리즘인 것처럼 서 있었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애증과 경쟁,
의존과 독립에 대한 갈망의 변주
책을 여는 첫 단편 〈여자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가 딸에게 쏟아붓는 훈계로만 이루어져 있다. 방정한 몸가짐과 집안일을 요구하는 이 잔소리들 사이로 주인공은 단 두 번 목소리를 내지만 곧 묵살당한다.
주일학교에서 벤나를 부르지 말아라. […] 그렇지만 난 일요일에는 벤나를 부르지 않고 주일학교에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는걸요. 단추는 이렇게 다는 거다. […] 빵은 언제나 눌러봐서 갓 나온 것인지 확인해라. 하지만 빵집 주인이 빵을 못 만지게 하면 어떡해요? 넌 기어코 빵집 주인이 빵 가까이 못 오게 하는 그런 여자가 되고야 말겠단 거냐? _〈여자아이〉, 12면~14면
이 단편에서 시작된 어머니와 딸 사이의 애증과 경쟁, 의존과 독립에 대한 갈망은 〈밤에〉, 〈결국〉, 〈날개 없는〉을 거치며 변주된다. 특히 〈날개 없는〉에서는 아직 날개 없는 번데기 상태의 곤충처럼 불완전한, 그렇기에 어머니의 사랑에 의존해야 하고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어린 시절의 취약함과, 독립적인 존재가 되려는 몸부림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암흑〉에서는 화자의 딸이 ‘자블레스’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오, 지금 대담하게 선 내 아이를 보라. 한쪽 발은 암흑에, 다른 쪽 발은 빛에 두고 있다. 웅덩이에서 웅덩이로 옮겨 다니며, 그 애는 모든 특별한 감각을 있는 그대로 흡수한다. 내 아이는 죽음에서 죽음으로 서둘러 향하는데, 죽음은 그 애에게 너무도 친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애를 위험천만하고 우연의 난폭함에 내맡겨진, 한 순간의 존재 속으로 불러냈으나, 그 애는 마비시키는 듯 단조롭게 흘러가는, 그 여파에 수많은 깊은 슬픔들을 품은 시간을 받아들인다. _〈암흑〉, 87면~88면
이러한 변주는 〈내 어머니〉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어머니를 향한 딸의 복잡한 애증과 경쟁 구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 단편에서, 〈여자아이〉에서 제대로 된 말대답 한 번 못 했던 딸은 어머니의 본보기를 따라 함께 파충류의 형상으로, 이어서 크기와 형태가 자유자재인 형상으로 변하며 독립과 합일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표제작이자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마지막 단편 〈강바닥에서〉에 이르러, 이 모든 변주는 정체성에 대한 탐색, 삶과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로 응축되며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성장의 여정으로 완성된다.
나는 마치 프리즘인 것처럼 서 있었다. 다면적이고 투명하며, 내게 닿는 빛을, 결코 파괴할 수 없는 빛을, 닿는 순간 굴절시키고 반사하는. 그리고 나는 얼마나 아름다워졌는가. _〈강바닥에서〉, 129면
“그들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타협하지 않는 목소리로 지켜낸
유일무이한 자기만의 문체
킨케이드는 자전적 에세이집 《나를 조립하다(Putting Myself Together)》의 페이퍼백 출간을 앞두고 2026년 8월 〈하퍼스바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첫 단편집을 준비하던 시절 〈뉴요커〉의 전설적 편집장 윌리엄 숀과 벌였던 실랑이를 회고했다. 숀은 수록작 중 한 편의 문장을 고쳐달라고 요청했지만 킨케이드는 끝내 거절했다. 그는 존 치버, J. D. 샐린저, 필립 로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백인 남성 작가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도 잡지 게재 당시에는 문장을 수정했다가 훗날 단행본으로 묶을 때는 원래 쓴 대로 되돌렸다고 설득했다. 킨케이드는 “그들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답했고, 결국 그 단편은 그가 처음 쓴 문장 그대로 《강바닥에서》에 실렸다.
나는 그것을 바꾸지 않았고, 그는 내가 쓴 그대로 출간했다. […]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몰랐다. 이제 알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_2026년 〈하퍼스바자〉 인터뷰에서
이는 킨케이드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글쓰기와 절박하게 씨름하며 자신만의 문체를 끝내 지켜냈던 과정을 뒷받침한다. 무일푼의 젊은 흑인 이민자 여성으로서 그 무엇도 타협하지 않으려 했던 태도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다른 누구도 나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았던” 고집과 함께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으며, 킨케이드라는 이름을 세계문학사에 각인시켰다.
여자아이 · 9
밤에 · 15
결국 · 27
날개 없는 · 39
휴가 · 53
집에서 온 편지 · 65
내가 요즘 하고 있던 것 · 71
암흑 · 79
내 어머니 · 91
강바닥에서 · 105
옮긴이의 말 · 132

